게재일자 : 2001년 08월 18일
[씨줄날줄] 0.4%의 日교과서
[이경형 수석논설위원 khlee@kdaily.com]
역사왜곡 파문을 일으켜 온 일본의 ‘새 역사교과서를 만
드는 모임’측이 편집한 중학교 역사교과서가 12개 학교에
서만 채택됐다고 한다.일본의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2
1’에 따르면 지난 15일 마감된 교과서 채택 집계 결과 일
반 공립 및 국립 중학교에서는 한곳도 채택하지 않았고,도
쿄 도립 양호학교 등 특수학교 6곳과 사립학교 6곳에서만
채택했다.이는 일본 중학교 총 1만2,209개교 가운데 0.1%
미만의 매우 저조한 실적이다.학생수로 따져봐도 내년에 새
역사 교과서로 배울 신입생 140만여명중 ‘새역모’교과서
를 사용할 학생은 5,000여명으로 전체의 0.4%에도 못 미치
고 있다.
‘새역모’측이 당초 전체 신입생의 10%를 넘어 12%까지
목표를 상향 조정하겠다고 장담하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참담한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그들은 극우 세력의 비
호아래 선전과 로비를 집요하게 벌였으나 결국은 실패하고
만 것이다.한때 문부성 검정통과 견본을 시장에 내다팔아 5
0만부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으나 막상 채택 과정에서
는 많은 의식있는 교사와 역사학자들이 ‘새역모’교과서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국네트21’의 표현대로 이번 채택 결과는 일본의 양식
있는 학부모,시민,교사,학자,지식인들과 풀뿌리 양심의 승
리라고 할 수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신군국주의
부활 조짐이나 우경화의 기류는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다.‘
새역모’측은 지난 16일 “외국의 협박,시민단체의 조직적
인 공세로 채택이 저조했다”면서 2005년부터는 초등학교
사회교과서도 ‘왜곡’할 것을 다짐하고는 ‘4년후 복수’
를 공언하기도 했다.또 ‘새역모’교과서의 참패에도 불구
하고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8종의 교과서 가운데 유일하게
‘위안부’라는 기술을 남겨놓은 ‘니혼 서적’의 채택률이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예사롭지 않다.뿐만
아니라 ‘새역모’교과서가 거의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교육
위원 투표에서 3대2로 접전을 이룬 곳이 많았다는 점도 상
당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많은 한국민들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로 일
본인의 역사 인식에 대해 깊은 회의를 가졌다.다행히 ‘왜
곡 교과서’의 참패를 보고 일본내 건전한 양심세력이 아직
은 건재하다고 믿고 싶어하는 한국민의 심정을 일본 정부는
정확이 읽어야 할 것이다.
기사분야 : 정치-정치[대한매일]
게재일자 : 2001년 08월 18일
정부 “日 특단조치 취해야 정상회담”
정부는 17일 역사교과서 왜곡과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와 관련,일본의 성의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김대중(金大
中)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간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가능하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일본이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특단의 조치를 취
하지 않는다면 내달 유엔총회,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
체(APEC) 정상회담,11월 ‘아세안+3’ 정상회담에서의 한일
정상회담은 열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고이즈미 총리는 신사참배 이후인 지난 15일 “김 대
통령과 회담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아직 일본이 정상회담을 공식 제의
하지는 않았지만,교과서 왜곡과 신사참배 문제를 나름대로
해명하고 성의있는 후속조치를 먼저 내놓아야 한다”고 밝
혔다.
기사분야 : 국제-아시아[대한매일]
게재일자 : 2001년 08월 17일
`신사참배 규탄' 중화권 확산
[베이징 김규환특파원]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
시와 타이완,홍콩에서 15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하는 등 일본 정부 규탄시위가 중화권으로 확산되고 있
다.
베이징의 대학생들이 15일밤부터 16일 아침까지 일본 대사
관 앞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항의하는
과격시위를 벌였다.
이공계 최고의 명문인 칭화(淸華)대생 60여명은 15일 오후
11시30분(한국시간 12시30분)부터 이날 아침 6시까지 격렬
한 시위를 벌였다.이들은 “고이즈미의 죄를 인정하라”“
일본의 군국주의를 타도하자”,“일본 제품 사지 말자”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일장기를 불태우고 격렬한 시위를 벌였
다.시위 현장에는 5∼6명의 공안(경찰)요원들이 배치돼 있
었으나 과격시위를 제지하지 않았다.
홍콩의 ‘2차대전 역사보전 연석회의’등 반일 단체 회원
150여명은 15일 국회 의사당 앞 광장에 모여 고이즈미 총리
의 신사참배 및 일본의 역사 왜곡 행위를 규탄했다.
시위대는 인근에 있는 일본 총영사관까지 시위 행진을 벌
인 뒤 총영사관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했으며 일부는 ‘역사
왜곡 및 군국주의 부활’을 규탄하며 계란을 영사관 출입문
에 던졌다.
상하이에서도 10여명이 일본 총영사관 앞까지 시위행진을
한 뒤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1937년 30만명 대학살 사건이
벌어진 난징(南京)시와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도
유사한 시위가 벌어졌다.
타이완의 ‘중국통일연맹’ 회원 등 100여명도 15일 타이
베이 주재 일본교류협회 앞에서 연좌 농성 시위를 벌이며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를 규탄한 뒤 교류협회 관계자에
게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왜곡교과서 배울 학생 5,000명
[도쿄 황성기특파원] 일본 역사 왜곡 교과서의 중학교 채
택률이 1%를 밑돈 것은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결과다.처음
일부 사립중학교에서 이 교과서를 채택했을 때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공언대로 10%를 웃도는 것 아니
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는 기우로 나타났다.
◆채택결과 분석=왜곡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미에(三重)
현 즈다(津田)중학교 등 사립 6개교와 공립에서 도쿄(東京)
도와 에히메(愛媛)현이 설립한 양호학교와 농아학교 6개교
등 극히 일부다.이 교재로 공부할 학생 수는 5,000명 정도.
새 교과서로 배울 신입생 140만여명의 0.04%에 불과하다.
우익 교과서를 채택한 사립학교는 채택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사장이나 교장이 극히 보수적인 것으로 드러났
다.공립학교도 장애아 대상의 특수학교다.
◆한·일관계 전망=저조한 우익 교과서 채택률로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수정을 거부한 일본 정부와 달리 왜곡
교과서를 배격한 일본 시민사회를 분리·평가할 수 있게 돼
경색된 외교관계를 푸는 실마리는 일본 시민들이 제공한
셈이 됐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한국,중
국과의 관계 복원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여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상하이(上海) 정상회의가 열리는 10월 전
후로 해빙의 조짐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사분야 : 사회-사회[대한매일]
게재일자 : 2001년 08월 16일
국내 네티즌들 ‘反日 사이버시위’
광복절인 15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고이즈미 일본 총
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항의하는 국내 네티즌들이 산케이
신문 등 일본의 극우 언론과 단체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대
한 대규모 사이버 시위를 전개했다.
시위 대상은 산케이신문(sankei.co.jp)을 비롯,산케이신문
계열 출판사인 후쇼샤(fusosha.co.jp),소속 의원들의 망언이
잇따른 자민당(jimin.or.jp),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tsuku\rukai.com),문부과학성(mext.go.jp),홋카이도의
회(gikai.pref.hokkaido.jp) 등 모두 6개 사이트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사이버 시위는 대상 사이트에 접
속한 뒤 화면에서 ‘새로 고침’ 버튼을 되풀이해 누름으로
써 접속 횟수를 늘려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게 하는 방식으
로 진행됐다.
자민당과 문부과학성의 홈페이지는 오전 8시30쯤분부터 2∼
3시간 동안,이어 낮 12시까지 모두 3시간 이상 시스템 장애
현상이 일어났다.산케이신문과 홋카이도 의회,후쇼샤 홈페이
지는 접속속도가 크게 느려졌다.
반면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은 일본 외부에서 접속이
안 되도록 설정을 해놓은 것으로 보여 애초 접속 자체가 불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전역 꼬리문 ‘군국 참배’
15일 정오 도쿄 시내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스산한 조가(
弔歌)가 울려나오자 경내에 있던 참배객 수천명이 일제히
묵도를 올린다.
일본 전역에서 실시된 1분간의 묵도가 끝나자 본전 앞 참
배를 기다리는 행렬이 다시 조금씩 움직인다.30분은 기다려
야 겨우 참배할 수 있을 만큼 경내는 인산인해다.옛 일본군
복장에 대형 일장기를 든 단체 참배객들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대부분은 50대 이상이다.아버지나 할아버지,동료를 태평양
전쟁을 비롯한 무수한 전쟁에서 잃은 유가족들이다.해군이
던 아버지가 1944년 전장에서 사망했다는 한 50대 참배객은
“야스쿠니 참배를 놓고 왜 한국이 이러쿵저러쿵 하느냐”
며 “일본에는 일본의 방식이 있다”고 불쾌한 듯 손을 젓
고는 다른 곳으로 홱 가버린다.
참배객은 유족이 대부분이지만 더러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리기 위해” 찾는다는 ‘소신파’도 있다.
한 참배객(57·자영업·도쿄 거주)은 “가족 가운데 전사
자는 없으나 1년에 4차례는 이곳을 찾아 머리를 조아린다”
면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참배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보다는 한국이 신
사 참배에 대해 잘 이해해주는 것 아니냐”고 엉뚱한 논리
를 펴기도 했다.
젊은 대학생들도 꽤 많다.올해 처음 야스쿠니에 왔다는 남
학생(20·대학 2년)은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보통
의 국민들을 생각해 왔다”면서 “참배에 정치적인 뜻은 없
지만 일본 언론의 보도가 너무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에 합사된 A급 전범에게도 참배를 했냐고 묻자 이내 말
꼬리를 흐린다.
대다수 유족들의 참배가 이어지고 있는 본전 앞과는 달리
신사 안팎은 우익의 선전장을 방불케 할 만큼 극우 조직원
의 시위,집회가 계속됐다.
‘아시아 청년당’,‘정치결사,일본 황정당(皇政黨)’,’
쇼화진구(昭和神宮) 창건회’,‘국수국방연합(菊水國防連合
)’등 크고 작은 극우 조직들이 동원한 버스에서는 확성기
를 통해 노래와 구호가 연신 흘러나오는가 하면 우익 청년
들이 군복 차림으로 신사 이곳저곳을 돌며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들은 ‘천황 폐하를 중심으로 단결하자’,‘대동아전쟁
은 성전(聖戰)이다’,‘황국(皇國) 일본 만세’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로 참배객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신사 본전 입구에는 태평양전쟁 말기 미 함대에 뛰어들었
던 특공대를 기리는 그림과 붓글씨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지나가던 참배객들이 다투어 사진을 찍고 글씨를 들여다
보고 있다.‘너와 내 사랑의 하늘의 이중주,맑아서 얘기하
는 하늘의 순간’.말할 것도 없이 일왕에 목숨을 바친 특공
대의 심정을 왜곡해 표현한 글이다.
야스쿠니 신사를 돌아보면 볼수록 점입가경이다.“한국과
중국은 내정간섭을 하지 말라”고 규탄하는가 하면 다른 한
쪽에서는 “우리나라에는 쇼와(昭和·태평양전쟁 당시 일왕
의 연호) 수난자만 있을 뿐 A급 전범은 없다”는 역사 왜곡
마저도 서슴치 않았다.
두 얼굴의 야스쿠니 신사.일본의 무모한 야욕 때문에 전쟁
터에 끌려나가 억울하게 희생된 국민들의 위패가 있는 곳인
가 하면 군국주의 일본 정신을 확대 재생산하는 ‘마음의
기지’이기도 한 야스쿠니 신사이다.그곳을 고이즈미 총리
는 지난 13일 참배했다.
◆ 야스쿠니 신사
1869년 메이지(明治) 일왕 때 지어져 일본군이 관리를 맡
았다.전쟁에서 사망하면 신이 된다는 독특한 신앙으로 무고
한 국민들을 전장으로 내몬 군국주의 일본의 상징적 시설.2
차대전 종전 후 도쿄재판에서 A급 전범으로 처형된 14명을
비롯,246만여명의 위패가 합사돼 있다.
대한매일은 8·15광복 56주년을 맞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
곡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신사참배 등으
로 야기된 한일간 첨예한 갈등을 해소하고 미래지향적 관계
를 모색하기 위한 전문가 좌담을 가졌다.좌담에는 정부의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대책반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이성무(
李成茂) 국사편찬위원장과 일본 정치 전문가인 박한규(朴漢
圭) 경희대 교수가 참석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로 한일간 위기감이 한층 고조
되고 있습니다.
박 교수: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는 역사교과서 왜곡과 같
은 맥락으로 이해됩니다.아시아 침략과 식민지배를 미화하
고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죠.야스쿠니(靖國)신사는 A
급 전범들이 안치된 군국주의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고이즈
미 총리의 참배 강행은 일본 정치의 극우보수화 경향을 단
적으로 보여줍니다.이는 90년대 이후 일본 경제의 장기 침
체,개혁 실패,정치 불신 등 정체성 위기가 극우세력의 입지
를 넓힌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 위원장:과거 중동과 아시아를 두 축으로 여긴 ‘윈-윈전
략’과는 달리 동아시아를 중시하는 미국의 새로운 외교정
책에 주목해야 합니다.최근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
해 미국은 과거 점령국이었던 일본을 동반자로 삼고 있습니
다.그러다 보니 일본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됐습니다.또
일본 국내에서 자민당이 실패하자 그 자리를 극우세력이 파
고 들었습니다.극우세력 중심의 극단적 생각은 일본 국민의
인식과도 연계돼 있습니다. 과거 패전국이라는 멍에 때문에
경제대국에 걸맞은 대접을 못받고 있다는 것이죠. 이제 자
존심을 회복해야 한다고 나선 것입니다.여론몰이에 나서는
고이즈미 총리도 이런 정서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고이즈미 총리가 신사참배와 함께 이웃 국가의 이해를 구
하는 담화를 발표했는데요.
박 교수:두가지 측면으로 해석됩니다. 우선 ‘외교 음치’
고이즈미 총리도 외교관계를 최악의 상태로 몰고 가길 바라
지는 않는다는 신중함을 보인 것입니다.한·일,일·중 관계
가 회복될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
습니다.하지만 총리 대신의 자격으로 참배를 강행,군국주의
부활이라는 우려를 야기시킨 점은 유감입니다.
이 위원장:총리는 개인적 자리가 아닙니다.강경 행보를 조
절할 필요가 있다고 느낄 것입니다.그런 점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담화 발표가 단순히 요식행위로 보이진 않습니다.‘
개인 고이즈미’가 아닌 ‘총리 고이즈미’는 그렇게 나갈
수밖에 없죠.어쨌든 일본은 자위대 강화와 평화헌법 개정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동아시아에서 일본과 미국의 이익
이 합치돼 일본이 독선적 방향으로 간다면 우려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우리는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사전 예
방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여러가지 악재가 겹쳐 한일관계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
닫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 위원장:고이즈미 총리가 보수 우경화 정책으로 정치적
소득은 어느 정도 챙겼다고 봅니다.그러나 문제는 고이즈미
총리가 진정으로 위대한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일본이 세
계속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일본 국내
에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
출 문제 등을 감안, 고이즈미 총리의 우익행동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박 교수: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대북정책 공조, 경제협력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악화된 관계가 지속돼선 안된다는 것
을 양국이 잘 알고 있습니다.외교적 마찰이 오래 지속되면
양국 모두 손해를 입는 셈이죠.
■일본의 근본 인식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인데요.
이 위원장:일본에서는 제국주의 시대부터 아시아와 차별화
하겠다는 탈아론(脫亞論)이 형성됐습니다.그러나 현재 세계
적 추세는 유럽연합(EU),북대서양 자유무역지역(NAFTA) 등
블록경제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아시아도 단결할 때
입니다.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일,일·중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지 못하고 있습니다.일본이 스스로 위상을 자각
해야 합니다.
박 교수:일본은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국제사회
의 지도국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과거사 문
제를 해결,아시아 국가들의 지지를 얻은 뒤 비로소 국제사
회에서 지도자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위원장:극단적인 보수 우경화 현상은 일본 국익에도 맞
지 않죠.일본 정부나 여론이 그런 사실을 알고 노력하길 기
대합니다.
■향후 한일관계의 해법은 어디서 찾아야 합니까.
박 교수:고이즈미 총리의 참배 직후 우리 정부가 미온적 반
응을 보였다는 여론도 있습니다.그러나 역사인식 문제는 우
리가 항의한다고 풀릴 문제가 아닙니다.일본이 결자해지(結
者解之)의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우리로서는 정부와 비정부
·민간 등 다양한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단기적
으로는 중국,대만,동남아 국가들과 공동 대응해야 합니다.
과거사 문제는 아시아 전체의 문제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
이죠.역사학자와 전문가간 교류도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장
기적으로는 미래의 양국관계를 이끌어 나갈 청소년과 민간
차원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위원장:우리 정부는 일본이 지난 98년 ‘21세기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정신을 어기고 있다는 인식에 따라
강경 대응으로 나가고 있습니다.다만 주의할 점은 교과서
문제 등 한일간의 문제를 풀어 나가는 과정에서는 정치·외
교적 대응뿐 아니라 학문적·논리적 접근도 중요합니다.따
질 것은 따지되 흥분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반성할 점을 짚는다면.
박 교수:정부가 과거사 문제의 대응책을 군사·안보·문화
영역까지 확산시킨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과
거사 문제와는 별도로 관계개선의 여지와 채널은 유지해야
합니다.
이 위원장:아쉬운 점은 한국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가 한국
보다 일본에 더 많다는 것입니다.또 교과과정이나 국가고시
에서 한국사를 등한시하다 보니 한국 역사를 제대로 모르는
지도층 인사가 많습니다. 역사의식을 스스로 시들게 한 셈
이죠.범정부 차원에서 장기적인 국가 운영논리를 구축하고,
이에 합당한 역사교육 강화 프로젝트를 정책적으로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박 교수:동감입니다.그것은 극일(克日)의 문제와도 연결됩
니다.실질적 극일은 군사,경제 등 경성(硬性)국력이 아니라
문화, 이념,제도 등 연성(軟性)국력(soft power) 차원에서
모색해야 합니다.이는 평화와 협력이라는 시대정신에도 부
합합니다.
이 위원장:우리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창의력과 비
전을 바탕으로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문화 콘텐츠를 개발
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하겠죠.최근 중국,대만,일본 등 아시
아 지역에서 일고 있는 한류(韓流)열풍을 주목해야 합니다.
정부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
쿠니(靖國) 신사 참배 강행에 따른 유감의 표시로 일본 정
부가 특사파견을 추진하더라도 일본측이 양국간 관계개선
을 위한 책임있는 조치를 선행하지 않는 한 이를 수용하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오는 10월 상하이(上海)에서 열릴 아시아·태
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기간동안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거부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고이즈미 총
리와 일본 정부에 대해 강한 유감의 뜻을 표명하고 ‘극일
(克日)’에 대한 의지를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는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경축사 독회에 참석한 뒤 “경축사는 민주주의, 인권,경제
,남북화해협력과 함께 극일을 강조하게 될 것”이라고 전
하고 “일본이 아시아를 경시 또는 무시하는 일을 벌이는
것은 우리 국력이 약한 점도 있는 만큼 앞으로 우리가 국
력을 길러 일본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극일의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각계 인사들이 참
석한 가운데 제56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갖는다.
이에 앞서 최성홍(崔成泓) 외교부차관도 14일 오후 데라
다 데루스케(寺田輝介) 주한 일본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고이즈미 총리가 주변 피해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A급
전범자가 합사된 신사를 참배한 사실에 깊은 유감을 표한
다”며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최상룡(崔相龍) 주일대사도 이날 일본 외무성을 방문,노
가미 요시지(野上義二) 외무성 사무차관을 만나 “고이즈
미 총리가 전쟁 범죄인이 합 사돼 있는 야스쿠니를 참배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복절을 하루 앞둔 이날 전국 곳곳에서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강행에 항의하는 시민과 태평
양전쟁희생자유족회,일제강제연행 한국생존자협회 등 시민
단체들의 규탄 시위가 잇따랐다.
44개 시민·종교단체로 구성된 통일연대(공동대표 吳鍾烈
) 회원 1,000여명은 오후 서울 종로 2가에서 규탄집회를
갖고 일본대사관 앞까지 1㎞를 행진한 뒤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A급 전범들 앞에 고개를 숙이고 향을 피운 것은 아
시아 인류에 대한 도전이며 침략 야욕을 드러낸 것”이라
는 내용의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58개 부산지역 시민단체
회원 2,000여명도 오전 10시 부산역 광장에 모여 신사참배
규탄 및 역사교과서 왜곡저지 범시민궐기대회를 가졌다.
남북한과 중국이 1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53차 유
엔인권소위원회에서 일본의 군대위안부, 왜곡된 역사교과서
, 총리의 신사참배 등 과거청산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일본
정부가 유엔인권기구의 결의안과 권고사항을 조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 정부는 주제네바 대표부 윤병세(尹炳世) 공사의 발언
을 통해 역사교과서 왜곡은 군 위안부를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하고 역사적 책임 인정과 의무 이행을 촉구한 유엔인권
기구의 각종 결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면서 올바른
역사교육 시행을 촉구했다.그는 이어 편파적이고 왜곡된 역
사교육으로 정부지도자들이 전쟁범죄자들에게 참배하는 것
을 허용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제네바 연합]
부산일보
日 역사왜곡·신사참배 사이버 시위
문부과학성 등 3시간 가량 시스템 장애
2001/08/16 025면 11:40:41
제 56주년 광복절인 15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기술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의 야스쿠니신사 공식참배에 항의하는 국내 네티즌들이 산케이 신문 등 일본의 일부 극우 언론 및 단체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대규모 사이버 시위를 전개했다.
사이버 공격 대상은 산케이신문을 비롯,산케이신문 계열 출판사 후쇼샤(fusosha.co.jp), 소속의원들의 망언이 잇따른 자민당(jimin.or.jp), 새역사모임(tsukurukai.com), 문부과학성(mext.go.jp), 홋카이도 의회(gikai.pref.hokkaido.jp) 등 모두 6개 사이트다.
사이버 시위를 주도한 네티즌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사이버 공격'은 주로 해당사이트를 대상으로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격이 시작되자 자민당과 문부과학성의 홈페이지가 낮 12시까지 3시간 가량 접속이 제대로 안되는 등 시스템 장애현상을 일으켰다.
반면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은 일본 외부에서 접속하는 경우에는 접속이 안되도록 설정을 해놓은 것으로 보여 애초 접속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시민들의 일본 규탄 시위도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한국 정신대 문제 대책협의회(공동대표 윤정옥)와 태평양 전쟁 피해자 보상 추진협의회,민족문제연구소 등 8개 시민단체는 이날 낮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시민 학생 등 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일본총리의 신사참배에 항의하는 한일연대 시위를 가졌다. 연합
역사왜곡 일본의 저의는?
목요학술회 16일 시민논단
2001/08/15 012면 09:39:00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파동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한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일본의 역사 왜곡 사태의 배경을 고찰하는 시민 대상 학술행사가 부산에서 열린다.
목요학술회(공동의장 오양효 등 3인)는 16일 오후 3시 부산일보사 대강당에서 '일본이 역사를 거짓으로 꾸미는 이유와 배경''일본 역사 왜곡에 대한 우리의 대응'을 주제로 목요시민논단을 개최한다.
이날 시민논단에서 발제에 나서는 성심외국어대 박진우 교수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은 단순히 역사교육의 왜곡이라는 한정된 범위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21세기 일본의 국가 구상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먼저 지적한다.
거기에는 정치대국으로의 발돋움을 지향하는 일본의 속셈을 담고 있는데,경제난 등 위기상황 속에서 지금 일본에서는 총체적인 우경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박 교수는 분석하고 있다.
한편 이날 시민논단에서는 해양대 류교열 교수와 영산대 키무라 다카시 교수,그리고 한기승 국제로타리 3660지구 청소년위원장이 토론에 나선다.051―462―3727.
임성원기자 forest@
노벨상 오에 겐자부로, 우익교과서 비난
2001/08/08 008면 11:24:01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천성 장애아 아들을 두고 있는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사진)가 도쿄도의 특수학교에서 역사왜곡 파문을 일으켜 온 우익교과서를 채택하기로 한 결정에 분노했다.
오에는 8일 아사히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익단체인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측 교과서가 병약자와 지적 장애아동을 위해 설립된 공립 양호학교에서 교재로 사용된다는 결정이 나온데 대해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가 입장이 아닌 학부모 입장에서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는 '양호학교에서 문제의 교과서를 사용하도록 결정한 것은 저항이 약한 상대를 겨냥한 것'이라며 '그런 의도를 가진 자와 권력을 가진 자가 합작해 빚어낸 결론'이라고 비난했다.
오에는 '그간 문제의 교과서를 채택한 곳이 한 군데도 없었던 것은 아버지 어머니들의 반성이 일본인의 여론으로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도쿄도 교육위가 가장 약한 상대를 겨냥한 이번 행동은 편의주의일 따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이 교과서가 오키나와 히로시마 나가사키 등에서 사용된다면 교사와 학생의 대화는 역사의 진실을 거꾸로 바라보는 셈이 된다'고 지적했다. 도쿄연합
日, 5년전 '역사왜곡 없을 것' 천명
'위안부 사실 바로 후세전달' 유엔 인권위 등에 문건 배포
2001/08/01 002면 11:35:26
일본은 지난 96년 제52차 유엔인권위에서 '여성폭력과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의 정책'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전회원국들에게 공식문서로 배포,군대위안부를 비롯한 역사적 사실을 정면으로 직시하고 이를 미래의 세대에게 올바르게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유엔인권위 문서(E/CN.4/1996/137) 전문에 따르면 일본은 군대위안부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교과서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물론 '평화,우정 및 교류제안'을 통한 세부 실천계획까지 제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문서에서 일본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역사의 사실들을 정면으로 직시하고,이들을 미래의 세대에게 올바르게 전달하고,관련국들과 상호이해를 더욱증진하는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사과와 참회의 감정을 표현하는 한 방편이 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은 또한 94년 8월 발표된 당시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의 성명서에 기초해 '평화,우정 및 교류제안'을 시행했으며 이 제안은 '모든 사람들이 역사의 사실들을정면으로 직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역사적 문서와 자료의 수집,역사연구자에 대한 지원을 한 축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 제안의 시행을 위해 향후 10년에 걸쳐 정부예산에서 1천억엔(미화 20억달러)을 갹출할 계획이며 1차 회계연도(95년4월~96년3월)에 82억엔의 예산을 집행해 역사연구와 국제교류 증진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다고 주장했다. 제네바연합
국제신문
[행복한 책읽기/송희복] 철저비판
일본에 그러한 양심세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우선 놀랍다. 올해봄부터 여름까지 현해탄을 뜨겁게 했고 비상한 국제적인 관심사로 고조되었던 일본 교과서 역사왜곡 파동은, 마침내 1만2천2백3개 일본공립중학교가 소위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판 역사교과서를 거부함으로써 한 단락을 맺었다. 새역모는 며칠전에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단체의 조직적인 방해로 인해 교과서 채택 운동과정에서 참패했지만 4년후에는 반드시 복수할 것을 다짐했다. 새역모가 교과서 문제 하나를 놓고서도 실패니 성공이니 하는 단어를 쓰지 않고 참패니 복수니 하는 섬뜩한 용어를 선택했다는 사실이, 이번 문제시된 역사 왜곡의 교과서 자체를 하나의 전쟁으로 간주했다는 저의를 반증하고 입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새역모 역사 교과서는 일본 내에서도 엄청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이 교과서가 일선 학교에서 전폭적으로 거부된 데는 가정주부들의 힘이 가장 켰다. 필자는 10년 불황의 쪼들림속에서 장바구니를 털어 항의 팸플릿을 만들어 서명운동을 벌이고 인간사슬을 엮어 자녀들에게 전쟁을 찬미하는 왜곡된 역사를 배우게 할 수 없다고 항의하는 기모노 차림새의 젊은 엄마들의 모습을 보고 감동을 느꼈다. 이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맨 끝자리에 놓인, 풀뿌리 양심의 정신적인 승리자였던 셈이다.
일본의 가정주부 앞에는 양심적인 교사들이 있고 또 그 앞에는 양심적인 학자 지식인들이 있다. 이번 역사 왜곡의 파문이 있기까지 그 과정은 이렇다. 1999년 우파의 지원을 받은 ‘국민의 역사’가 발행되었다. 800면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이다. 이 책은 한달만에 70만부 이상 팔린다. 이로부터 2년후 ‘국민의 역사’ 교육용 버전인 새역모 교과서가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한국의 수정 요구를 거부한다. 동시에 이 교과서를 거부하는 일본내 시민 운동이 벌어진다.
일본 우파 역사관의 핵심인물은 니시오간지(西尾幹二)이다. 우파에 의하면, 일본의 역사관은 황국사관, 전후에 자학사관, 니시오간지의 격정적인 국가주의 역사관으로 이행되었다. 이 새로운 역사관의 결과인 ‘국민의 역사’를 조목조목, 심층적으로 비판한 책이 철저비판(바다출판·1만원)이다. 스물두 명의 필자는 일본내의 저명한 학자 지식인들이다. 이들은 각자의 성과와 양심의 명령에 따라 ‘국민의 역사’관을 철저히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은 일본의 시민단체 ‘교과서에 진실과 자유를, 연락회’에서 엮은 것이다. 이 단체는 새역모와 정면으로 대립되는 시민단체이다.
‘철저비판’은 논문의 형식으로 쓰여졌다. 그러나 독서대중을 위한 에세이적인 필치로 쓰여졌기 때문에 보통사람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필자는 ‘철저비판’ 한국어 번역판을 읽기를 권한다. 이번 기회에 시간 죽이기나 심심풀이의 독서가 아니라, 생각하며 공부하는 독서를 시도해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특히 우리나라 역사와 관련된 ‘동아시아 속에서 고대일본을 이해한다’, ‘은폐된 일본의 한국 침략’ 등을 읽기를 독자에게 권하고 싶다.
민주당은 16일 주한일본대사관에 항의단을 보냈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항의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다. 단장인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을 비롯, 이상수(李相洙) 총무, 정세균(丁世均) 기조위원장, 이낙연(李洛淵) 제1정조위원장, 이미경(李美卿) 제3정조위원장 등 5명은 데라다 일본대사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민주당은 항의서한에서 “역사왜곡에 대한 아시아 이웃나라를 비롯, 세계의 분노와 일본내 양심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고이즈미 총리가 신사참배를 강행한데 대해 실망과 배신감을 금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 주변국의 신뢰를 저버린 독선은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고립을 자초할 것이라며 △총리의 사과와 향후 참배 계획 포기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를 시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데라다 일본대사는 “진지하게 받아들이겠으며 서한을 고이즈미 총리에게 전달하겠다”면서 “이달말에 삿포로에서 열리는 한국주간 행사에 참석, 강연을 통해서 민주당의 뜻을 반영해 일본 국민들에게 설명하겠다”고 말했다고 이낙연 위원장이 전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본정부가 역사왜곡 교과서를 승인하고 총리가 전범이 합사돼 있는 신사참배를 강행한데 에 대해 강한 항의와 규탄의 수위를 계속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또 17일 당지도부와 소속의원 당직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일본총리 신사참배 규탄 및 역사왜곡 시정 촉구대회’를 갖는다. 박상규(朴尙奎) 총장은 “이번 대회는 당리당략을 위한 한나라당의 대규모 장외집회와는 엄격한 차별성을 갖으며 민족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모색하기 위한 행사”라고 주장했다. / 김경곤기자
[2001-08-16 22:18]
윤정규 시론] 역사 왜곡의 재도전
일본 우익집단이 발간한 역사왜곡 교과서의 학교 채택률이 0.1%대에 그쳤다. 1만2천여개 학교 가운데 겨우 12개 학교가 교과서로 채택한 것이다. 우리의 왜곡교과서 채택 저지운동이 양식 있는 일본인들에 의해 받아들여진 셈이다. 그러나 우익을 대표하는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의 압력에 의해 도쿄도내 4개의 양호학교에서 왜곡교과서를 채택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양호학교 학생들은 모두 정신과 지체장애인들이다. 바른 역사를 가르쳐도 이해와 적응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어릴 때부터 잘못된 가치관을 가지게 하는 죄악인줄 뻔히 알면서도 왜곡교과서의 채택률을 높이려 이를 무시한 우익진영의 악랄함이 잘 나타나기 때문이다.
일본 우익의 이런 악랄함은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16일자 선언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들은 교과서 채택률에서 고배를 마시자 일반서점에서 70만부가 팔렸다고 주장하며 4년후의 교과서 검정에 재도전할 것이고 그 때는 소학교 역사교과서도 집필할 것이라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한번의 패배로 역사왜곡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긴 세월을 두고 무한히 계속할 것임을 공언한 것이다.
일본 우익의 이러한 도전은 시간의 변화속에서 역사의 진실이 잊혀지고 바랜다는 사실에 기대고 있음은 자명하다. 더구나 일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주변국가에 가한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역사는 거의 가르쳐 오지 않았다. 따라서 전전세대나 전후 1세대가 사라지고 나면 역사왜곡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믿는 것이다. 4년후 이들이 내놓을 교과서의 왜곡과 조작은 우리가 지적한 35군데가 아니라 그 배가 될지도 모른다. 소학교용 교과서는 동화나 소년소설 등 이야기 형식으로 집필해 아이들의 동심부터 파고들 것이다. 이럴 경우, 교과서 채택과는 관계 없이 일본인은 우익으로 만들어질 개연성이 높다.
일본이 천황 중심의 우익집단으로 뭉쳐질 때, 동양의 평화는 다시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비록 병력은 20만 미만이지만 미국 다음으로 강력한 첨단무기로 무장을 하고 있는 일본 자위대는 평화헌법만 바꾼다면 군사행동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러 있고 우익집단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바로 군사행동의 자유인 것이다. 일본 우익의 역사왜곡은 겉보기에는 작은 시작 같지만 그 끝은 동양경영이라는 창대한 목표를 가진 것이다. 때문에 이번 역사왜곡 교과서 문제를 일과성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일본의 양심세력과 손을 잡고 끊임 없이 역사의 진실을 알리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한국 일본 중국 등 관련국가의 역사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공동으로 역사연구를 하는 것도 노력의 일환이 될 것이다. 유엔인권소위원회의 역사바로 기술하기 결의안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노력도 한계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예컨대 중국이나 동남아 여러나라 등 일본제국주의의 일시적인 피침국가와 반세기 가까운 동안 식민지배를 받으면서 민족자존심과 고유의 문화를 파괴 당한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역사를 보는 눈이 같을 수없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학계가 전면에 나서야 할 때가 왔다. 일본 우익집단이 4년후를 내다 보고 치열하게 왜곡을 기도하는 동안 우리 학계는 그 치열성 못지 않는 노력으로 못다 푼 한일 관계의 진실을 드러내고 그것을 일본의 차세대에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물론 주변국의 도움도 받아야 하고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뒤따라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절실한 것은 일본에 대한 연구다.
한국을 연구하는 일본학자가 2만명이 넘는 반면 일본을 연구하는 우리나라 학자는 대학원생을 포함해도 1천명이 못된다고 한다. 일본에 대한 천착이 이래서야 그들이 적인지 우방인지 판별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는 일본이 적인지 우방인지 지금도 혼란을 느끼고 있다. 한일간의 정치적 연대가 얼마나 큰 허구였던가도 이번 역사왜곡으로 뼈아프게 경험했다. 그들은 계속해 우리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있다. 이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본인이 모르거나 조작한 일본의 진실을 캐내어 적나라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학계가 심기일전해 나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