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리웁고 가슴 아픈 것 (33편)
/ 모네타
주차장 바닥은 구멍이 숭숭 뚫린 철판으로
되어 있어 굽이 높은 구두를 신은 해순이는
걷기가 힘들다
구멍이 없는 철판을 따라 차로 간다
해순이가 들고 온 가방은 H가 먼저 들고 가
승용차 뒷좌석에 놓고 시동을 켜고 기다린다
쇼핑백을 든 해순이가 타자
차는 빽빽이 들어선 차사이를 미꾸라지처럼
빠져서 톨게이트를 통과해 도로에 나서고
반포대교를 건너 강북 강변도로를 달린다
누가 먼저랄 것이 없이 둘사이에는 원치않는
침묵이 흐르고 달리는 차소리만 왱왱 거린다
잠깐동안이었지만 어색한 침묵을 견디지
못한 해순이가 H에게 말한다
“오늘 어디로 가실건가요”
“하하하하
난 또 말이 없기에 무조건 내가 가자는 곳으로
가는 것을 승낙한 줄 알았지요
글쎄요
1박 2일 동안의 겨울여행이라
생각해 보았는데 춘천 방면이면 어떤지요
북한강 줄기따라 국도가 나 있어 도로주변
풍경이 아주 멋있답니다
서울에서 춘천까지는 중간 중간에 좋은 휴양지도
많이 있어요
예를 들자면 마석, 대성리, 청평, 가평, 강촌
그리고 춘천에 가면 소양강 호수와 유람선,
경치가 빼어난 청평사
닭갈비와 막국수 등등등 “
“호호호 그럼 너무 좋겠네요
저는 남쪽지방에서만 자라고 생활해서
북쪽 지방은 잘 몰라요
강원도 지방은 더욱 모르고요
오늘은 H가 하자는 대로 할테니 잘 생각해서
좋은대로 가요
난 공주고 H는 인도자이니까요“
해순이는 기분이 업 되어 맑은 목소리가 하늘로
날아간다
“그럼요
말 안해도 당연히 받들어 모셔야지요
아주 귀한 공주님이고 왕비님이니까요
보고싶어도 자주 볼 수 없는 분이니까요“
H는 운전하는 중 잠깐 옆좌석에 앉은 해순이를
보며 유쾌하게 말한다
“넘 띄우지 마세요
멀리 떨어져 있어 못보는 거지
내가 뭐 비싸게 구는 것은 아니잖아요
걱정마요
앞으로는 자주 볼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괜한 농담 한번 해본겁니다
보고싶은 얼굴을 오매불망 기다리다
오늘에서야 겨우 보게 되어서요“
경춘가도를 달리다 혹시 머물고 싶은
곳이 있으면 말하세요
그럼 거기에서 묵을 거니까요“
H는 해순이의 감성을 헤아리며 말한다
“저는 이 고장 잘 모른다고 했잖아요
H가 알아서 하세요
저는 경치만 감상하고 있을께요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보던 오늘은 모두
좋을거에요
왜그런지 아세요 “
“글쎄요 ............. ”
“답은 나중에 드릴려고 했는데 궁금해 할까봐
지금 말할께요
흉보지 마세요
그건 바로 H가 곁에 있기 때문이에요“
“하하하하
기분 좋아지네요
난 또 나를 싫어하면 어쩌나
오늘 만나 실망해서 다시 안 만나주면 어쩌나
걱정태산이었는데
일단은 합격점을 받았으니 다행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수를 올려볼께요“
차는 경춘가도를 쏜살같이 달려가고
겨울이란 그런지 해가 짧아져 도로주변
집들이나 상가에는 전등빛이 환하다
단지 북한강 물위에는 여명의 빛들이 남아
일렁이는 물결따라 번득인다
가면서 주위의 경치가 너무 아름답다고 느낀다
좌측은 산들이 우축은 강이
별천지에 온 것같다
살아오면서 좁은 지역에서만 부딪끼며
원망하고 미워하면서 보낸 시간들이 너무
아쉽기만 하다
차는 산과 물사이를 지나가고 지나치는
자동차의 물결들이 홍수다
한참을 가다 차는 강촌이란 팻말을 지나쳐
다리를 건너 들어간다
멀리서 달려오는 기차가 보인다
“여기는 강촌이에요
대학시절 MT를 많이 온 곳이기도 하고요
올 때마다 경치가 참 좋단 생각을 합니다
오늘은 여기서 머물께요“
“정말 좋네요”
강촌에 들어서자 상가들은 불을 환히 켜놓고
음식점안에는 젊은 청춘들이 앉아
담소하며 사랑을 일구고 있다
H는 번화가를 지나 모텔안 주차장으로 들어서고
주차장안에는 빈자리가 보인다
“참 물어보고 싶었는데
내일 친구들과 등산을 가신다면서
짐은 어찌할려고요
오늘 산 옷들과 등산장비도 있고
들고 온 가방도 있는데“
“ 짐은 터미널내에 있는 짐맞기는 곳에 보관할려고요
등산에서 오는 날 찾아서
다시 가져가면 되잖아요“
“그래요
싫지 않다면 제가 보관하고 있을께요
해순씨가 설악산에서 올라오는 날
미리 연락을 주시면 제가 짐을 터미널로
되 가져갈께요
괜찮으시다면요“
“저야 그럼 더욱 좋고요
그런데 H의 시간을 너무 뺐는 것 같아서요
요새 많이 바쁘잖아요“
“아무리 바쁘고 중요한 일이라도 해순씨
만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그럼 된 거로 하고 제 차에 그냥 놔두세요
내일 서울에 올라가서 동생집에 맞기기도
그렇고 또 동생이 해순씨 오늘 올라온 것
모르잖아요
동생이 저 만나는 것 알아요 ? “
해순이는 H의 감정을 헤아리며 말한다
“아직 말 안했어요”
“하하하하
안 한 것이 아니라 알리기에 싫은 거지요
안 그래요
뭐 그래도 괜찮아요
누가 뭐래도 해순씨는 지금 내곁에 있으니“
H는 유쾌하게 말하며
짐을 들고 내려 모텔 프런티어로 간다
숙박실 열쇠를 받고 3층실에 들어서니
새로 지은 집이라 도배냄새, 가구냄새가
신선하다
짐을 풀고 창문을 열어보니 가까이 강촌역이
보이고 잠깐 섰던 열차가 움직인다
땅거미가 완전히 내려앉아 거리는 불빛만
요란하다
“저녁을 먹으러 나가야지요
배고프지 않아요“
“잊어먹을 뻔 했네요
사실은 많이 배가 고파요
사랑이 배고픔을 잠시 잊게 했나봐요“
해순이는 H를 사랑스럽게 보며 벗어논
외투를 다시 걸친다
“예전에는 강촌지형은 손바닥안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변해 모르겠네요
우리 일단 나가서 메뉴를 결정하기로해요“
해순이와 H가 모텔밖 거리에 나서자
상가들 사이에 있는 포장마차안에는
젊은 남녀들이 간이의자에 앉아 오뎅이며
핫도그와 음료수를 마시며 먹고
좋은 청춘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이리저리 H는 두리번거리며
마음에 맞는 음식점을 찾고
해순이 눈에 50미터앞에 막국수와 닭갈비
파는 식당이 보인다
서울에서 내려올 때 H가 한 말이 생각난다
“무엇을 먹을려구요”
해순이가 H의 팔장을 끼고 묻자
H는 아직 정한 곳이 없다고 한다
해순이 방금 전 보았던 음식점을 가르키며
저기로 가자며 H를 인도한다
음식점안에는 손님들이 많다
둘이는 마침 먹고나서 자리를 일어서는
경치가 좋은 곳을 선택해서 앉고
H는 다가온 점원에게 닭갈비를 주문한다
탁자 중간에는 홈이 파져있고
그 위에 가스버너가 있고
다시 그 위에 큰 무쇠 철판이 놓여있다
주변 일행들은 벌써 머문지 오래 되었는지
술에 취한 목소리가 크고
탁자위에는 먹고 남은 음식들이 즐번하다
얼마 안 있어 음식이 나오자
H는 소주와 음료수 1병씩 주문한다
술을 반쯤 마셨을 때
H가 물어온다
“음식맛 어때요 ? ”
“좋은데요
저는 이런 음식을 처음 먹어보는데 입에
잘 맞아요
맵지도 않고 짜지도 않고
더군다나 닭갈비 맛이 입에 착 달라붙네요“
“그럼 함격점수가 더 올라가겠다”
H는 은근한 시선을 해순이에게 던지며
조용하게 말한다
“내가 언제 합격점수 얘기했나요
자기가 다 말해놓고
합격점수는 처음부터 100점이니 더 올릴
점수도 깍을 점수도 없어요“
“그래요
난 해순씨 속마음도 모르고 괜히 혼자
걱정했잖아요
앞으로는 감추지말고 말하세요
며느리 시어머니 눈치보게 하지말고요“
H의 눈빛은 사랑이다
“술은 많이 마셔요 ? ”
“아니요
잘 안 마셔요
몸이 이겨내지 못해서요
그런데 오늘은 기분이 너무 좋아 한잔
하는거니 잔소리 하지 말기요“
H는 애걸하는 행동과 표정을 보이며
해순이를 웃긴다
“그렇게 애원하니 오늘은 내가 인심 썼다
그럼 오늘은 예외로 할께요“
H는 술을 마셔 얼굴이 붉어 오르고
해순이는 고파진 배를 갑자기 채우느라
배가 더부수룩해진다
둘이는 음식점을 나와 팔장을 끼고
강촌 도로를 걸어간다
저녁이고 산중이어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해순이가 어깨를 움츠리자
H는 얼른 해순이를 긴 팔로 안아
추위를 가시게 할려고 한다
H가 팔로 해순이를 감싸자 해순이는
온 몸 그대로 H의 가슴에 기대어오고
숨이 가빠진다
그래도 해순이가 떨자
H는 외투를 벗어 해순이에게 입히고
해순이는 H의 온기가 상하지 않도록 더욱 더
가슴에 작은 새처럼 안겨온다
H의 팔에 힘이 들어가 해순이를 꼭 껴안고
입술이 입술로 다가간다
주변에는 인적이 많았지만
모두가 다 그런 포즈이고
더군다나 사랑의 감정들이 둑터져 밀물처럼
몰려오는 H와 해순이이기에
거추장스러운 것은 모두 벗어버리고
생각은 둘만의 공간으로 닫혀버린다
해순이의 가슴에는 H가 머물고
H의 가슴에는 해순이의 사랑이 잔잔한
다뉴브강의 물결처럼 흘러간다
긴포옹이 이어지고 입맞춤에 어둠은
주위를 감싸고 불어오던 초겨울 바람은
비켜 지나간다
아무도 없는 태초의 낙원처럼
둘만이 인류의 조상처럼 역사를 창조하고
있다
시간의 역사들은 인고의 세월속에
묻혀있어 늘 애달프고 그리웁지만
둘만의 시간들은 지금부터 영원의 세계로
큰 닿을 올리고 있다
해순이가 소망하던 삶에 들어온 H를
해순이는 큰 철창으로 가리우고 싶은 날이다
H는 해순이의 우산이 되고
해가림이 되어 늘 해순이곁에 머물고
큰 사랑의 바다로 나아갈 것이다
사랑은 존재하는 이들의
사고하는 이들에게 참으로 소중한 감정이요
아름다운 운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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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 입니다.
고맙습니다
비가 오는 월요일입니다
가을비가 그치면 추위가 몰려올 것 같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요
역사는 꿈을 가진자만이 이루어진다~~
감사합니다
가을비에 감기조심하시고
시작되는 월요일 활기차게 열어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