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독에서의 첫 캠핑, 좋았습니다.

[만성피로]

사실 캠핑을 갈 생각은 없었습니다... 

벌레도 싫고, 화장실 불편한 것도 싫고, 그래서 개님들과의 여행도 항상 애견펜션으로만 다녔는데 가끔 숙소의 이불이나 식기가 너무 불결할 때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펜션에서 쓰려고 코펠을 사고, 침낭을 사고, 오케이아웃도어닷컴에서 3+1 행사를 하길래 매트도 추가하고, 과일 시원하게 보관하려고 아이스박스도 사고, 지난 살둔마을 여행에서 너무 부러웠던 타프도 하나 사고... 아마존을 검색하다보니 콜맨 인스턴트 텐트가 90불,,!!  여름에 계곡가서 베이스 캠프로 쓸까하고 그것도 직구해버리고.

이러고 나서 뒤돌아보니...

어랏?! 캠핑이 가능해졌어요!!! 심지어 SUV가 아니면 짐도 다 못실을 정도로 모인 용품.

요즘 개님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가 애견캠핑이라면서요. 그래서 기왕지사 용품도 다 모인 김에 덕구와 또찌를 위해 용기를 내보기로 했습니다.

다만 그린빌 같이 수십마리의 개님들과 캠핑 프로들이 모이는 곳은 부담스러울 것같아 소규모 캠핑장을 찾다보니 스타독꿈꾸몽이 눈에 띠더군요.

원래 애견수영장과 운동장, 카페로 운영되고, 뒷 마당에 텐트 4대 정도 설치가 가능한 곳. 딱 제가 찾던 곳.

이번 여행은 아마도 개님들에게는 힐링, 사람들에게는 고행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울에서 한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스타독, 중앙에는 카페 건물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스타독의 터줏대감인 개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사장님이 자신하신대로 수질은 최고였습니다. 지금까지 다녀본 애견수영장 중 최고.

일단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에 속부터 비우기 위해 운동장에 투입! 특히 아직 강아지라 말그대로 똥오줌 못 가리는 또찌는 요주의 위험인물입니다.

역시 바로 반응을 보이는 또지. 자, 이제 속도 비웠으니 수영장으로 ㄱ ㄱ~

살기 위한 수영으로 시작해서 어느새 물개가 되어버린 덕구. 요즘은 또찌랑 놀면서 체력까지 붙었는지 아무리 수영을 해도 지치질 않네요.

반면 아직 뒷다리에 기력이 부족한지 꼬리를 안 잡아주면 하염없이 가라앉는 또찌... 가만히 놔두면 수영장 물을 다 드실 기세.

달리기에 수영에 기력이 쇄해지신 개님들을 위해 남편이 나서서 타프와 텐트를 설치합니다. 사실 타프는 영 모양이 안 나와서 고민중인데 사장님이 도와주셔서 한 번에 해결. 감사합니다~

사람도 개님도 모두 낮잠시간. 특히 아직 강아지인 또찌는 등을 대자마자 잠에 빠져듭니다.

한숨 푹자고 나서 개운해진 개님들의 총망한 눈빛. 이제 저녁식사를 준비할 시간입니다.

첫캠핑이다보니 그릴도 준비못하고, 가진 거라고는 오직 브루스타와 코펠 뿐. 좁아터진 코펠 프라이팬에 양념갈비도 굽고, 밥은 햇반이나마 정성스럽게 데우고 나니 훌륭한 저녁식사가 준비됐습니다. 개님들의 식사는 집에서 준비해온 삶은 닭가슴살.

정말 차린 것 하나 없지만, 분위기에 취해 맥주 한잔과 함께 꿀맛같은 저녁식사를 하고 나니 어느덧 어둠이 찾아듭니다.

오랜만에 티비도, 컴퓨터도 없는 오직 우리 부부와 개님들만을 위한 공간에서 커피 한잔과 함께 밤새 수다를 떨어봅니다.

다음날 아침, 곤히 잠들 이들을 깨우지 않기 위해 조용히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덕구한테 딱 걸렸네요. 덕구도 화장실이 급한가봅니다.

아무도 없는 앞마당에서 아침 산책을 즐겨봅니다. 언제나 그렇듯 아직 정신이 없는 또찌는 남편이 집중마크!

아직 캠핑이라 부르기에는 어색한, 어찌보면 노숙에 가까운 하룻밤이었지만 덕구도, 또찌도 아파트에서 답답하게 살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한껏 풀어버렸을테지요.

올 여름이 끝나기 전에, 아직은 돔텐트와 침낭으로 버틸 수 있을 때에 한두번이라도 더 캠핑을 떠나야겠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시간이니까요.

[〃ⓧξ대빵ξ]

스타독에서 후기왕 뽑으면 상품 드려야 겠습니다^^
너무 멋진 후기를 보니 개님들을 위한 진정한 견주님들 사랑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