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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08월23일(토요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MMCA영상관 [키메라]&[행복한 라짜로] 관람일정
탐방지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MMCA영상관 [키메라]&[행복한 라짜로]
[그 영화 어때] 이토록 낭만적인 파묘라니, 영화 '키메라'
백수진 기자
조선일보 기사 입력 2024.04.01. 00:10
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백수진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54번째 레터는 3일 개봉하는 이탈리아 영화 ‘키메라’입니다.
제목인 ‘키메라(Chimera)’는 간절히 바라지만, 현실에서 이루기 불가능한 꿈이나 희망을 뜻하는 말입니다. 영화의 주인공 ‘아르투(조쉬 오코너)’의 키메라는 세상을 떠난 여자친구 ‘베니아미나’를 다시 만나는 것. 도굴꾼인 아르투는 이승에 존재하지 않는 연인을 그리워하며 땅속을 헤맵니다. 사랑을 찾아 지하 세계를 탐험하는 도굴꾼이라니, 줄거리부터 흥미로웠습니다.
이 영화는 시공간을 지층처럼 쌓아올려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냅니다. 땅 위엔 1980년대 이탈리아의 낙후된 시골이 있고, 땅속엔 2000년 넘게 봉인된 고대 에트루리아 문명이 있습니다. 무덤 속의 부장품들을 팔아서 먹고 사는 도굴꾼들이 지상과 지하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죽음과 삶 사이를 배회하는 아르투에겐 베니아미나와 영혼들의 환영이 따라다닙니다. 그 때문인지 아르투에겐 신비한 능력이 하나 있는데요. Y자 모양의 나뭇가지로 수맥을 감지해 보물이 묻혀 있는 곳을 기가 막히게 찾아냅니다. 이상한 능력을 지닌 아르투와 어딘지 어설픈 도굴단이 뭉쳐 잔잔한 웃음을 자아냅니다.
‘행복한 라짜로’로 칸 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이탈리아 감독 알리체 로르바케르의 신작입니다. 로르바케르는 다양한 질감과 미장센, 음악으로 가난한 시골 마을의 무기력한 공기부터 무덤 속의 서늘하고 축축한 공기까지 화면에 담아내는 듯합니다. 배경이 되는 토스카나 지방이 감독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기 때문이기도 할 텐데요. ‘키메라’로 지난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또 한 번 진출한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살았던 지역은 항상 고고학적인 발견으로 가득했습니다. 80년대와 90년대엔 밤에 땅을 파다가 고대의 꽃병, 보석, 조각상을 우연히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흔하게 들을 수 있었죠.”
감독은 영국 출신의 이방인인 아르투의 시선으로 관객들에게 과거와 현재, 죽음과 삶, 신화와 세속이 뒤섞여 있는 기묘한 마을을 체험하게 합니다. 속내를 다 드러내지 않는 조쉬 오코너의 연기는 현실도 환영처럼, 환영도 현실처럼 보이게 하며 영화의 오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방황하던 그가 베니아미나를 찾아낼 수 있을지, 죽음과 삶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지에 대한 호기심이 영화의 끝까지 관객을 끌고 갑니다.
영화를 보면서 세 번 정도 놀랐는데 한 번은 뻔뻔함에, 한 번은 정교함에, 한 번은 아름다움에 놀랐습니다. 기분 좋게 놀라움을 주는 장면들 때문에 영화가 끝나자마자 다시 한번 영화를 보고 싶어지실 겁니다. 한국의 파묘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이탈리아의 파묘도 놓치지 말고 감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럼 저는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탐방코스: [안국역 1번 출구~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하1층 MMCA 영상관~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하1층 MMCA 영상관에서 영화 [키메라]를 관람~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김창열 회고전을 관람~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하1층 MMCA 영상관에서 영화 [행복한 라짜로]를 관람~안국역 1번 출구]
탐방일 : 2025년08월23일(토요일)
날씨 : 청명하지만 폭염의 날씨 [서울 종로구 소격동 최저기온 26도C, 최고기온 33도C]
탐방코스 및 탐방 구간별 탐방 소요시간 (총 탐방시간 6시간22분 소요)
14:10~14:28 연신내역에서 3호선을 타고 안국역으로 가서 안국역 1번 출구로 나옴 [18분 소요]
14:28~14:38 안국역 1번 출구에서 탐방출발하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하1층 MMCA 영상관으로 이동 [10분, 459m 이동]
14:38~15:00 2023년 제36회 유럽영화상 미술상을 수상한 영화인 [키메라]의 관람권을 현장 발권으로 매표 후 영화 관람 대기
[온라인 예약: 100명, 현장 발권: 20명]
15:00~17:11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하1층 MMCA 영상관에서 알리체 로르바케르가 감독한 영화 [키메라]를 관람 [상영시간 131분]
[영화 키메라(이탈리아어: La chimera)
목차
1. 개요
2. 시놉시스
3. 등장인물
4. 줄거리
5. 평가
5.1. 평론가 평
6. 기타
1. 개요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 조쉬 오코너 주연의 2023년작 판타지, 로맨스 영화.
1980년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잃어버린 연인을 찾아 헤매는 초능력자 도굴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제76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2. 시놉시스
잃어버린 사랑을 찾는 도굴꾼 이야기
도굴꾼 아르투에겐 땅속 유물을 감지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부의 꿈에 도취된 동료들 사이에서 그는 잃어버린 연인, 베니아미나를 찾아 헤맨다.
3. 등장인물
조쉬 오코너 - 아르투 역
캐롤 두아르테 - 이탈리아 역
빈첸소 네모라토 - 피로 역
알바 로르바케르 - 프리다 스파르타코 역
이사벨라 로셀리니 - 플로라 역
루 루아레콜리네 - 멜로디 역
지안 피에로 카프레토 - 마리오 역
라모나 피오리니 - 파브리아나 역
일 야라 비아넬로 - 베니아미나 역
루카 치코바니 - 시코 일 토시코 역
4. 줄거리
1980년대, 감옥에서 출소한 전직 영국인 고고학자 아르투가 이탈리아로 돌아온다. 그는 과거에 에트루리아 유물을 훔쳐 미술상 스파르타코에게 팔았던 전력이 있다. 아르투는 실종된 전 여자친구 베니아미나의 어머니 플로라의 집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가정부이자 학생인 이탈리아를 만난다. 플로라는 딸이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지만, 다른 가족들은 아르투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아르투는 제대로 된 옷도 없이 추위에 떨다 감기에 걸리고, 자신이 숨겨둔 유물들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아르투는 옛 동료들을 찾아 유물을 되찾고, 그들과 함께 마을 축제에 참여한다. 축제에서 한 농부가 자신의 땅에 있는 무덤을 찾아달라고 하자, 아르투 일행은 탐색에 나선다. 아르투는 특이한 능력으로 무덤 위치를 찾아내고, 동료들과 함께 몰래 무덤을 파헤쳐 유물을 훔친다. 그들은 스파르타코에게 유물을 팔며 돈을 벌지만, 아르투와 이탈리아는 점차 가까워진다. 하지만 아르투의 무덤 도굴 행위를 알게 된 이탈리아는 그를 비난하고 떠난다.
무덤에서 발견된 아르투메 여신상을 옮기려다 경찰의 사이렌 소리에 도망치던 중, 다른 도굴단이 유물을 노리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이탈리아는 가족에게 발각되어 집에서 쫓겨나고, 아르투는 스파르타코와 협상을 위해 여신상의 머리를 가져가지만 결국 강에 던져버린다. 아르투의 동료들은 분노하여 그와 헤어지고, 아르투는 거리에서 방황하다 이탈리아의 딸 콜롬비나를 만난다. 콜롬비나는 아르투를 이끌어 이탈리아와 재회하게 하지만, 다음날 아르투는 다시 떠난다.
결국 아르투는 이전에 경찰로 위장했던 도굴단에 합류하여 무덤으로 들어가는 터널로 향한다. 터널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입구가 무너져 아르투는 갇히게 되고, 마지막으로 베니아미나와 재회하는 환상을 본다.
5. 평가
IMDb : 평점 7.3 / 10
로튼 토마토 : 신선도 93%, 관객 점수 69%
메타크리틱 : 메타스코어 90 / 100, 점수 6.5 / 10
5.1. 평론가 평
If La Chimera is a wild, improbable pursuit, this marvelous and magical tale by Alice Rochrwacher is the pie in the sky to behold.
거칠고도 현실과 거리가 먼 듯한 추적극 <키메라>는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이 만들어낸 이 경이롭고도 마법같은 이야기로서 마치 그림 속의 떡처럼 바라보게 되는 작품일 것이다.
- 로튼 토마토 평론가 총평
<행복한 라짜로>(2018)를 연출한 알리체 로바허의 신작 <키메라>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의 한 마을에 사는 톰바롤로(유적 도굴꾼 집단)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페데리코 펠리니의 <로마>(1972)의 벽화 발굴 신을 오마주한다. 영국의 젊은 고고학자 아서(<더 크라운>에서 찰스 황태자 역을 열연한 조쉬 오코너)는 사랑했던 여자와의 추억을 되찾기 위해 마을로 되돌아온다. 그에게는 땅 밑 어디에 유물이 있는지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 영화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길을 잃고 부유하는 아서의 행적을 쫓는다. 그가 에트루리아 무덤에서 발견한 거대한 키메라 조각상은 사라진 그의 옛 연인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알리체 로바허 감독은 죽음과 시간을 초월한 사랑을 찾는 한 남자에 관한, 아주 낭만적인 영화 한 편을 완성했다.
-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이탈리아영화의 유산 속에서 잃어버린 영성을 찾다.
- 김소미 (★★★★)
사라진 기억을 말할 때조차, 탄식하지 말고 명랑하게 노래하기.
- 김신 (★★★★)
삶 저편의 얼굴들을 목격하게 만드는 환상 속의 민요.
- 김철홍 (★★★★☆)
애달픈 몽상에 얹힌 ‘비바 이탈리아, 펠리니’.
- 박평식 (★★★☆)
찬란한 태양 아래서 애타게 그리는 순수와 영원.
- 유선아 (★★★★)
마지막 필름 사이를 떠도는, 주체할 수 없는 아나키의 가벼움.
- 이용철 (★★★★☆)
현재와 과거를, 지상과 지하를, 현실과 환상을, 삶과 죽음을 초월하다.
- 허남웅 (★★★★)
신화로 이탈리아의 과거와 현재를 비추는 더없이 매혹적인 필름
- 추아영 (★★★★)
묻혀버린 시원의 향수와 사라져버린 고전의 향취를 희구하는 몽환의 발걸음.
- 이동진 (★★★☆)
6. 기타
-이탈리아 중부의 토스카나, 움브리아, 라치오주에서 촬영되었다.
-주인공 오디션 공고에 '라치오 출신 남성'이 참여 조건이라고 명시되어 있었으나 조쉬 오코너의 합류로 인해 시나리오가 수정되었다.
-2023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 공개 당시 별점 최상위권인 영화 중 하나였다.
-2023년 11월 이탈리아 개봉 당시 독립예술영화라는 점, 칸 영화제 호평 이후 반년이나 지나서 개봉하는 등의 이유로 소규모로 개봉하여 금방 묻히는 듯 했다. 그러나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과 조쉬 오코너가 영화를 소개하는 영상이 이탈리아 웹에서 화제를 모으고 좋은 -영화의 상영관을 늘려달라는 네티즌들의 요구로 인해 역주행하여 개봉 3주차에 이탈리아 박스오피스 5위까지 올라갔다.
영화를 만들면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페데리코 펠리니의 《로마》,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이탈리아 여행》,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아카토네》에게 영향 받았다고 한다.
-극중 페스티벌 장면이 있는데, 이는 1월의 주님 공현 대축일(Epiphany)을 기념하는 페스티벌이다.
-극중 장발의 아코디언 연주자는 감독의 남편인 음악가 피에로 크루치티이다.
-이탈리아가 술잔을 들고 아르투에게 접근하는 장면에서 여성 길거리 가수가 부르는 노래는 이탈리아 가수 클라우디오 빌라의 Tango delle capinere이다. 또한 이 노래 부분이 끝나고 단체로 춤추는 장면에서 남성 길거리 가수가 부르는 노래는 역시 이탈리아 가수 니콜라 아릴리아노(Nicola Arigliano)의 Venti km al giorno(20km al giorno)이다.
-극중에 나오는 리파르벨라 역은 피사에 실존하는 역이다. 하지만 실제 촬영은 이곳에서 진행되지 않았고, 다른 역에서 새 표지판을 붙여서 촬영했다고 한다.
-감독의 전작 《더 원더스》의 주인공 마리아 알렉산드라 룽구, 《행복한 라짜로》의 탄크레디 역을 맡은 루카 키코바니 배우가 후반부에 등장한다.
-조쉬 오코너의 이탈리아어 연기는 현지에서 호평받았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80년대에 대해 알리체 감독은 이탈리아의 80년대는 민영 TV 방송의 성장으로 베를루스코니의 미디어 권력이 성장하고 대중들에게 만연한 소비주의가 농촌에도 흘러들어오던 시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80년대는 70년대 오일 쇼크로 인한 경기침체가 끝나고 경기 호황을 맞아 향락주의, 소비주의 현상이 나타났던 시절이다. 일명 Milano da bere. 일본의 버블 경제시대처럼 이 시기를 낭만적으로 생각하며 동경하는 시선도 있다.
-알리체 감독은 80년대를 물질주의가 도래한 시대라고 생각하며, 영화를 통해 자본주의가 자신에게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1970~90년대는 이탈리아 문화재의 도굴과 밀수가 가장 활발한 시기로, 이탈리아 고고학계에서는 이 시기를 '대공습'이라고 칭한다. 이탈리아 정부에서는 당시 사라진 유물을 찾기 위해 현재까지도 전세계 박물관을 뒤지고 있다고.]
[영화 <키메라> 리뷰, 해석 - '잃어버린 사랑과 시간의 가치를 파헤치는 도굴꾼 신화'
글 : 혜경
2024. 4. 5. 20:06
키메라 (LA CHIMERA, 2024)
잃어버린 사랑과 시간의 가치를 파헤치는 도굴꾼 신화
개봉일 : 2024.04.03.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132분
감독 : 알리체 로르바케르
출연 : 조쉬 오코너, 알바 로르와처, 이사벨라 로셀리니, 캐롤 두아르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잃어버린 것은 확실한 무언가를 찾아 땅을 파는 남자가 있다. 사랑과 지나간 시간, 어떠한 이유로 증발하듯 사라져버려 다시는 손에 쥘 수 없는 그것을 찾기 위해 남자는 습관적으로 누군가가 묻힌 묘지의 뚜껑을 연다. 실로 흉하고 애처로운 모습이다.
<키메라>는 잃어버린 연인 베니아미나를 찾아 헤매는 도굴꾼 아르투의 이야기다. <키메라> 또한 감독의 전작 <행복한 라짜로>의 주인공 라짜로처럼 현세와 전세, 두 개의 세상을 오가는 주인공이 나오는데, 영화는 그의 여정을 통해 두 개의 세상이 가진 보통의 의미를 보여주기도 하고 가끔은 그것을 파격적으로 뒤집기도 한다. 상당히 흥미롭고 가끔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이 영화는 도굴꾼의 로맨틱한 신화다. 도굴, 로맨틱, 신화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조합처럼 영화 안엔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짝을 이루고 있다. 따스함과 차가움. 이승과 저승. 진중함과 약간의 웃음. 일상과 신화. 이 상반되는 의미들 사이의 빈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사랑이란 미스터리다.
그리고 도굴꾼의 사랑과 더불어 중요시 다뤄지는 건 무덤 안에 함께 묻힌 물건들의 가치다. 오래전, 아르투가 밟고 있는 그 땅에 살았던 에트루리아인들은 죽은 이를 향한 마음과 내세에 대한 믿음을 담아 커다란 무덤을 만드는 문화가 있었다. 아르투와 도굴꾼들은 호화스러운 것들로 가득 차 있을 그 무덤을 찾아 헤맨다.
현재를 살아가는 도굴꾼들은 에트루리아인들이 어떤 마음으로 무덤을 만들었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도굴꾼들에게 무덤 속 부장품은 돈벌이 수단일 뿐이다. 도굴꾼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땅에 묻힌 것과 지나간 시간 속 사람들에겐 크게 마음을 두지 않는다. 그런데 <키메라>는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과 마음을 한껏 퍼 담아 양지바른 곳에 펼쳐놓는다. 그것이 가진 가치를 잊지 말라는 듯이 말이다.
수다스럽게 설명하지 않고 그저 보여주기만 하는 영화라 느리게 느껴지는 구간도 있지만 그것이 뒤집히는 순간이 올 때까지 잠시만 참으면 곧 유물만큼이나 가치 있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저승의 입구를 들어 올리는 남자
도굴꾼, 고분이나 유적을 몰래 파내 부장품들을 파는 사람. 아르투는 도굴꾼이다. 그가 머물고 있는 나라 이탈리아는 ‘땅만 파면 유적지라 지하철이 발달하지 않은 도시가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수많은 유적, 유물이 잠들어 있는 땅이다. 도굴꾼이 파먹기 딱 좋은 땅이란 말이다.
도굴꾼들의 리더인 아르투에게는 신기한 능력이 있다. 그는 수맥을 기가 막히게 찾는 동물적인 감각의 소유자이며 무덤 입구에 선 순간, 일명 ‘키메라 상태’에 접어들어 정확하게 무덤의 위치를 짚어낸다. 이 상태를 왜 키메라 상태라고 부르냐 하면, 아마도 두 개의 몸이 합쳐져 만들어진 키메라처럼 두 세계가 접붙는 무덤 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 그렇게 부르는 게 아닐까 싶다.
도굴꾼들은 돈을 벌 생각에 신이 난 얼굴로 삽질을 하고 아르투는 간절한 손놀림으로 땅을 판다. 입구를 꾹 덮고 있던 돌판을 들어 올리며 아르투는 작은 기대를 가진다. 어쩌면 이번엔 내가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잃어버린 것을 찾는 이방인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두 개의 세상을 오가다.
아르투는 두 가지 의미에서의 이방인이다. 하나는 공간적 배경이 되는 이탈리아 시골마을의 토박이도 이탈리아인도 아닌 영국인이라는 의미에서, 다른 하나는 살아있는 사람이면서 죽은 사람들의 집(무덤)을 열고 그들의 세상에 들어간다는 의미에서.
아르투는 영국인이다. 영국인인 그가 어쩌다 이탈리아 시골마을에 와서 땅을 파고 있는진 정확히 나오지 않지만, 극 중에 나오는 노래 가사와 관광객 가족들이 사진을 찍었던 마을 유적지를 생각해 보면 그는 고고학을 사랑했던 학생 또는 학자였고 직접 유적지를 연구하기 위해 이 마을에 온 게 아닐까 추측된다. 마을에 머문 진 꽤 오래된 것 같지만 아르투는 여전히 성벽의 밖도, 안도 아닌 성벽의 위로 추정되는 높은 언덕 위 판잣집에 살고 있다. 그는 다 스러져가는 폐허 안에서 어렵게 하루하루를 버틴다. 이 애매하고 아슬한 집의 위치와 상태를 보면 이 마을 사회에서 이방인 아르투가 어디쯤에 속해 있는지, 어떤 존재인지 짐작할 수 있다. 도굴꾼들은 지난 도굴 현장에서 아르투를 버리고 도망쳤고 스파르타코는 도굴꾼인 아르투를 친구라고 말하면서도 그가 가져온 부장품을 이용해 중간에서 큰 이익을 챙긴다. 시간이 지나도, 겉으론 친구가 되어도 결국 이방인은 이방인 또는 돈벌이 수단일 뿐이다.
무덤은 죽은 사람들의 집이자 지하 세계인 저승을 뜻한다. 아르투가 무덤을 발견하면 하늘과 땅이 뒤집힌다. 하늘과 땅의 위치가 바뀐다는 건 세상이 반대로 뒤집힌다는 것. 그가 무덤을 여는 순간 따뜻한 이승의 땅이 아닌 차가운 저승의 땅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르투는 아직 멀쩡히 살아있으면서 끊임없이 저승의 문을 여는 이방인이다. 태양의 힘을 느끼며 이승에서 살아가야 할 그는 잃어버린 연인을 만나기 위해 저승의 입구와 죽음을 찾아 헤맨다.
저승으로 떠난 과거의 연인과 함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이승의 여인
결국 과거를 선택한 아르투
아르투의 몸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의 마음은 과거를 살아간다. 아르투는 베니아미나와 함께 했던 과거에 머문 채 현재를 살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아르투의 심리적 상태는 외적 요소로도 표현된다. 아르투는 대부분의 장면에서 얇은 미색 자켓을 입고 있다. 날씨가 얼마나 춥든 옷이 얼마나 더러워지든 상관하지 않고 같은 자켓을 입는다. 항상 같은 그의 모습은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이 아닌 어제와 같은, 어제에 멈춰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탈리아는 아르투와 반대로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고 있는 생명력이 넘치는 인물이다. 그녀는 버려진 역을 포근한 보금자리로 만드는 활기를 가졌고 내일(미래)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계획을 세우며 살아간다. 베니아미나가 저승으로 떠난 과거의 연인이라면 이탈리아는 이승에서 함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여인이다. 아르투는 잠시 이탈리아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무덤 도굴에 대한 의견차로 인해 그녀와 이별한다.
시간이 흘러 이탈리아가 했던 말에 공감하게 된 아르투는 여신상의 머리를 바다에 던지고 마을로 돌아온다. 그리고 오랜만에 그녀를 다시 만나러 가기 전,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자른다. 새로운 하루를 준비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보통의 이야기라면 이렇게 새로운 사랑을 만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로 걸어가며 끝나겠지만 아르투는 스스로 새로운 사랑을 등지고 다시 저승의 입구로 돌아간다. 그리고 아르투의 세상이 한 번 더 뒤집힌다. 갱도가 무너지고 그의 머리 위에 있던 땅이 그가 밟고 있는 땅으로 바뀐다. 간절하게 당겨댔던 붉은 실의 반대편에서 잃어버린 연인이 나타난다. 그는 드디어 그토록 갈망하던 저승에 닿은 것이다. 기쁘고도 슬픈 재회다.
<행복한 라짜로>와 <키메라>의 공통점
이방인과 성자의 시선으로 본 세상
감독의 전작 <행복한 라짜로>와 <키메라>에는 공통점이 있다. 두 영화의 주인공인 라짜로와 아르투는 우리가 사는 세상과 우리가 보지 못하는 또 다른 세상을 오가는 존재다. 그런데 이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어울리지 않는 이방인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주인공들의 탐욕스러운 주변인들은 이들을 이용한다. 라짜로는 후작부인과 소작농들에게, 아르투는 스파르타코와 도굴꾼들에게 이용당한다. 라짜로와 아르투는 추운 날씨에도 지저분한 반팔 티나 얇은 자켓을 입은 채 남루한 모습으로 길을 걷는다. 두 사람 모두 돈에는 욕심이 없으며 제대로 된 거주지도 없다. 각자의 이익을 쫓고 다른 이의 인생을 착취하고 침범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라짜로와 아르투는 보통 사람 같지 않은 초연하고 이질적인 모습을 유지한다. 이러한 두 사람의 모습은 성자를 떠올리게 만든다.
세상은 성자를 착취한다. 냉정하고 차갑다. 그래도 <행복한 라짜로>에 비하면 <키메라>는 조금의 유머러스함이 더해져 세상의 비정함보다는 아르투의 운명과 사랑, 잃어버린 것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영화였다.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은 세상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기에 이런 영화를 만들어내는 걸까.
누군가의 집을 침범하고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에 값을 매기는 사람들
부장품, 유물. 오래된 것들의 가치
영화의 타이틀이 나오기 전, 기차역에서 아이들이 장난감을 들여다보는 장면이 나온다. “뭐가 보이니?”라는 피로의 질문에 아이들은 “사람들요.”라고 답한다. 순수한 아이들은 고대 벽화에서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반대로 도굴꾼과 유물 경매인인 스파르타코는 고대 사람들이 남긴 부장품들을 오로지 돈으로만 본다. 무덤에 있는 부장품들은 고대 문명인들이 죽은 이에게 남긴 소중한 마음이자 그들의 것이다. 하지만 도굴꾼들과 스파르타코는 남의 것에, 감히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에 값을 매기고 이득을 취한다.
당연하게 “에트루리아인들이 우리에게 남긴 거다.”라고 말하는 도굴꾼, 도굴꾼들을 하나의 부속품으로 이용해 경매 시스템을 돌리는 스파르타코. 그리고 무덤을 찾는 아르투. 이들은 모두 돈을 좇는 도굴꾼 패거리처럼 보이지만 아르투는 다른 도굴꾼, 스파르타코와는 다르게 탐욕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아르투가 무덤을 여는 이유는 사랑을 찾기 위해서일 뿐, 돈에 큰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래도 다른 도굴꾼들처럼 죄책감 없이 부장품을 챙겨오긴 했으나 이탈리아가 주장한 ‘부장품은 혼령을 위한 것’이란 말을 듣고 여신상을 마주하며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낀다. 그는 다른 도굴꾼들이 여신상의 목을 꺾는 것에 분노하고 바다 위 비밀 경매장에서 짐승처럼 싸워대는 사람들 사이에 서서 여신상의 머리를 던진다. 더 이상 서로의 욕심을 주장하며 싸울 일이 없도록, 땅속 깊이 묻어둔 에트루리아인들의 비밀스러운 마음이 공개적인 구경거리가 되지 않도록.
베니아미나의 집도 여신상과 비슷한 개념이다. 플로라 부인이 지키고 있는 베니아미나의 집은 오래되어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고택이다. 플로라 부인은 베니아미나가 돌아왔을 때 머물 곳이 있어야 한다며 집을 지킨다. 부인에게 집과 가구들은 딸과 함께한 추억이 깃들어 있는 값을 매길 수 없는 물건이다. 그런데 부인의 다른 딸들은 부인의 몸이 약해졌고 집도 많이 낡았으니 집을 팔고 이사를 가거나 요양원으로 가길 권한다. 그리고 어떻게 집을 떠나냐며 거부하는 부인의 말은 듣지 않은 채 가구의 값에 대해 논하고 램프를 얼굴 앞에 들이밀며 쓰지 않으면 내가 가져가겠다고 말한다.
이승에 지어진 산자의 집, 저승에 지어진 죽은 자의 집인 무덤. 이 공간 안에 담긴 물건과 벽화들엔 그들의 추억과 마음이 깃들어 있다. 하지만 무심한 사람들은 그 소중한 공간을 아무렇지 않게 침범하고 물건을 훔친다. 플로라 부인의 집과 아르투의 집은 타인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거나 무너진다. 내세를 믿었던 에트루리아인들은 죽은 이가 또 다른 세상에서 살아갈 것이라 믿으며 땅 밑에 커다란 무덤을 만들어 그를 오래 기억하고 지켜주려 했지만 무덤은 도굴꾼들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파헤쳐 진다. 따뜻한 햇살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이들이 내뱉는 말과 행동은 너무도 무심하고 차갑다.
부장품과 유물, 유적들은 단순히 오래 물건이 아닌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과 마음이 담긴 가치를 메길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극중 사람들은 그 소중함과 가치를 보려 하지 않는다. <키메라>는 아르투와 함께 땅을 파헤치며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이승과 저승에 대한 생각을 뒤집은 영화
각자 다른 동물의 일부가 모여 만들어진 동물 키메라처럼 각자 다른 의미를 가진 죽음, 사랑, 삶이 모여 아르투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죽음, 사랑, 삶을 모두 경험한 아르투의 영혼은 저승에 닿은 후 진정한 행복을 찾았을 것이다. 아르투가 본 환상 속 저승은 사랑하는 연인과 햇살이 가득한 곳이었으니까. 어디에도 발붙이지 못하고 이승과 저승 사이를 헤매던 이방인이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키메라>는 이렇게 이승은 좋고 아름다운 것, 저승은 나쁘고 슬픈 것이라는 내 생각을 한큐에 뒤집었다. 난 아직은 이승이 훨씬 좋지만, 사랑하는 이들이 모두 이승을 떠난다면 나도 아르투처럼 저승의 입구를 찾아 헤매고 싶어질 지도 모르겠다.]
[영화 <키메라>
씨네플레이 이진주 기자
영화 <키메라>는 에트루리아 유적을 찾아다니는 도굴꾼 아르투(조쉬 오코너)의 이야기를 담는다. 수많은 유적과 유물이 잠들어 있는 땅 이탈리아에서 아르투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정확하게 보물의 위치를 찾아낸다. 영국인인 아르투는 사라진 여자친구 베니아미나를 만나기 위해 도굴을 지속한다. 다른 도굴꾼들에게 이용당하기만 하는 아르투를 구해준 것은 주체적이고 쾌활한 여성 이탈리아(캐롤 두아르테)이다. 아르투는 이탈리아와 연인 관계로 발전하지만 결국 다시 과거의 흔적을 찾아 떠나고 만다.
‘키메라’는 머리는 사자, 몸통은 양, 꼬리는 뱀의 모습을 한 괴수의 이름이기도 하고 ‘이룰 수 없는 꿈’을 의미하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유적을 찾아내는 아르투의 능력이 발휘될 때를 ‘키메라 상태’라고 부른다. 이는 저승의 문을 찾아 잃어버린 애인 베니아미나와 재회하고자 하는 아르투의 간절한 소망이 발현되는 순간일 것이다.
관을 열어 보물을 찾아내는 행위인 도굴은 아르투가 천착하는 과거의 연인 베니아미나에게 가까워지는 행위이고 이는 곧, 죽음에 다가가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알리체 로르와커 감독은 이를 어둡거나 무겁게 표현하지 않는다. 그는 영화 <키메라>에 대해 ‘복잡한 운명에 관한 이야기’라고 전했다. 일관적이지만은 않은 인간의 삶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숭고한 것을 가볍게, 신성한 것을 불경하게 다룬다’며 아르투의 이별과 상실을 유머러스하게 다룬 이유를 설명했다.]
[알리체 로르바케르(Alice Rohrwacher)
출생 : 1981년 12월 29일 (43세)
출생지 :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피에솔레
국적 : 이탈리아
직업 : 영화감독, 작가(2022년 첫 어린이책 『좋은 길La Buona Strada』을 펴냈고, 이어 『헛간 올빼미 지아니』를 썼다.)
활동 : 2005년 ~ 현재
데뷔 : 장편 2011년 《천상의 몸》
학력 : 토리노 대학교
가족 : 언니 알바 로르바케르, 남편 피에로 크루치티, 딸 아니타 크루치티
수상내역
2023.10. 제47회 상파울루국제영화제 국제영화 부문 관객상
2023. 제76회 칸 영화제 [키메라] 경쟁부문 진출
2019. 제48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청소년심사위원상
2018.10. 제51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오피셜 판타스틱 부문 심사위원특별상
2018.10. 제51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Carnet Jove 부문 심사위원 작품상
2018.10. 제54회 시카고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골드휴고 작품상
2018.05. 제71회 [행복한 라짜로] 칸영화제 각본상
2014.11. 제29회 마르 델 플라타 국제영화제 아르헨티나비평가협회상
2014.11. 제29회 마르 델 플라타 국제영화제 실버 아스토르 각본상
2014.05. 2번째 장편영화인 [더 원더스] 제67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2012. 제35회 예테보리국제영화제 잉마르 베리만 국제데뷔상
2011. 장편 극영화 데뷔작 [천상의 몸]은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됨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1970년대에 크게 활약했던 리나 베르트뮐러 이후로 가장 주목받는 이탈리아인 여성 감독이다.
그의 영화는 '이탈리아 영화의 전통을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본인만의 창의성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봉업자인 독일인 아버지와 이탈리아인 어머니 밑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이탈리아 움브리아주의 작은 지역에서 자랐다. 이 시기의 경험이 반영된 것은 감독의 2번째 장편 《더 원더스》. Rohrwacher라는 성은 독일계 성씨로 나라마다 읽는 방법이 다른데, 이탈리아에선 로르바케르에 가깝다. 감독 본인도 로르바케르라고 부른다.
이탈리아의 명문 토리노 대학교에서 철학과 문학을 전공하고 이후 영화 각본을 공부해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경력을 시작한다. 2011년 장편 극영화 데뷔작 《천상의 몸》은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되었고, 이후 불과 2번째 장편영화인 《더 원더스》로 2014년 제67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해 이탈리아 영화의 새로운 주자로 떠오른다.
2018년 제71회 칸 영화제에서는《행복한 라짜로》로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다.
2023년 제76회 칸 영화제에서도 키메라로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불과 4편의 장편 영화로 세계 영화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감독이다.
알리체 감독의 영화 속 이탈리아 농촌과 농민들의 목가적이고 생생한 풍경은 네오 리얼리즘 및 타비아니 형제, 에르만노 올미를 계승한다고 여겨지며 <행복한 라짜로>부터 초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인 마술적 사실주의적 요소가 등장한 것에는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감독의 영향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고향에 기반했던 에트루리아 문명에 관심이 많아 <더 원더스>나 <키메라>처럼 직접 인용하는 경우도 많다.
2025년 제78회 칸 영화제 황금카메라상 부문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되었다.
알리체 로르와커는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을 계승하는 대표적인 감독이다. ‘네오리얼리즘’이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로파간다 영화가 쏟아져 나오던 이탈리아 영화계에 반발하여 시작된 사조이다. 마치 다큐멘터리와 같이 현실의 문제를 거칠고 담담한 화면에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알리체 로르와커는 여기에 초월적 관점을 더해 기존의 사조와는 이질적인 독특한 지점을 선점한다. 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주요 인물의 현실을 조명하면서도 동시에 인물의 복합적인 내면을 형상화하거나 인물을 신비로운 분위기로 담아내 서로 다른 세계의 충돌을 유발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알리체 로르와커의 작품은 쉽지 않다. ‘쉽지 않다’라는 표현에는 ‘단번에 이해하기 어렵다’와 ‘낯설다’, ‘극적 재미가 떨어진다’는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거기에다가 데뷔부터 꾸준히 칸의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알리체 로르와커의 작품은 더욱 거리감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가 ‘네오리얼리즘’에서 나아가 그 이름부터 역설적인 ‘마술적 리얼리즘’의 독자적인 방식을 구축하며 전 세계 영화계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는 점만은 자명하다.]
17:11~18:10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6&7&8전시실에서 김창열 회고전을 관람
[김창열 회고전
전시 개요
전시기간: 2025년 8월 22일 ~ 2025년 12월 21일
주최/후원: 국립현대미술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예정)
작가: 김창열]
18:10~18:30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하1층 MMCA 영상관으로 이동하여 영화 [행복한 라짜로] 관람 대기
18:30~20:37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하1층 MMCA 영상관에서 알리체 로르바케르가 감독한 영화 [행복한 라짜로]를 관람
[행복한 라짜로
개봉 : 2019.06.20.
감독 : 알리체 로르바케르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판타지
국가 :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독일
러닝타임 : 127분
배급 : ㈜슈아픽처스
시놉시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아름다운 시골 마을 인비올라타. 라짜로는 이웃들과 함께 마을의 지주인 후작 부인의 담배 농장에서 일하는 순박한 청년이다. 요양을 위해 마을을 찾아온 후작 부인의 아들 탄크레디와 라짜로는 둘만의 우정을 쌓는다. 자유를 갈망하는 탄크레디는 자신의 납치극을 꾸며 마을을 벗어나려고 결심하고, 라짜로는 그런 그를 돕는다. 한편, 납치 신고로 마을을 찾아온 경찰에 의해 이웃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라짜로는 홀로 남게 되는데...
줄거리
1977년부터 한 사유지에 54명 노동자들이 소작농으로 일하지만 끊임없이 빚을 져 돈도 받지 못하고 고립되어 있다. 농장은 담배의 여왕이라 불리는 악명 높은 마르케사 알폰시나 드 루나가 봉건적인 방식으로 운영한다.
라짜로는 마르케사와 그녀의 아들인 탄그레디, 그리고 부동산 관리자의 명령을 잘 따르는 농장 일꾼이다. 탄그레디와 라짜로가 친구가 되자 탄그레디의 어머니는 화를 낸다. 그들은 일부러 그녀의 돈을 뜯어내려고 유괴당한 척 하기로 한다. 둘은 멀리 떠나 몸값을 요구하는 글을 쓰면서 더 친해진다. 그들은 늑대 울부짖는 소리를 흉내 내 외로운 늑대와 접촉한다. 탄그레디는 자기 아버지가 바람둥이라며 둘이 이복형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하고 라짜로는 형제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해본다.
탄그레디의 어머니는 가짜 유괴사건이라 간파하지만 부동산 관리인의 딸은 경찰에 신고할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경찰은 헬기를 타고 고립되어 있는 사유지로 갔다가 농장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소작업은 불법이었고 경찰은 노동자들은 입금을 받아야 하고 아이들은 의무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경찰들은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알폰시나는 사기꾼으로 알려지며 체포된다. 경찰 헬기에 정신 팔린 라짜로는 절벽에서 떨어져 골짜기에 남게 되고 늑대 한 마리가 그를 발견하는 데 냄새를 맡고 좋은 사람이라 식별한다.
라짜로가 깨어났을 때는 수년이 지났지만 그는 늙지 않았고 다시 농장에 돌아가는데 그곳은 오랫동안 버려져 있었고 강도들에게 습격 당한다. 강도들은 이사를 갔다며 드 루나 가족을 위해서 짐을 옮기는 거라 거짓말하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도시가 있다고 말한다. 라짜로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도시로 가고 안토니오라는 여자는 농장에서 온 라짜로를 알아본다.
그녀는 범죄를 저지르며 가난하게 살아가는 농장 생존자들 집단에 그를 데려간다. 그들은 늙지 않은 라짜로를 불신하지만 위대한 사기꾼에 대한 얘기를 해준다. 하지만 그는 탄그레디를 찾는 것에만 신경을 쓴다. 강아지를 부르는 탄그레디의 목소리를 알아챈 라짜로는 탄그레디와 재회하고 탄그레디도 라짜로를 알아보고 기뻐한다.
나이트를 운영하는 탄그레디는 전 부동산 중개업자들을 점심 식사에 초대해 자기 재산을 과시한다. 하지만 탄그레디는 약속을 잊고 라짜로와 농장 사람들에게 비싼 페이스트리를 주고 돌려보낸다. 라짜로와 무리는 교회로 가서 오르간 음악을 엿듣는다. 들어가려고 하는데 수녀가 묵을 수 없다면서 돌려보내 결국 농장에 돌아간다.
라짜로는 탄그레디가 드 루나의 재산을 은행에서 손해 본 것 알고 자기의 이복동생을 도우려고 은행에 가는데 실수로 알람을 울려서 직원들과 사람들은 라짜로가 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서 겁을 먹는다. 라짜로가 드 루나의 재산을 돌려달라 하는데 고객들은 라짜로가 새총만 있는 걸 보고 그를 때려죽인다. 은행에서 출발해서 시내 거리를 자유롭게 달리는 늑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수상내역
2019년 48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IFFR 유스 심사위원상)
2018년
54회 시카고국제영화제(골드휴고 작품상)
51회 시체스영화제(오피셜 판타스틱-스폐셜배심원상, Carnet Jove 심사위원상, Jose Luis Guarner 비평가상)
71회 칸영화제(각본상)]
[영화 ‘행복한 라짜로’
씨네플레이 이진주 기자
영화 <행복한 라짜로>는 구조적으로 2부 구성을 띈다. 영화의 전반부는 이탈리아의 시골 마을 인비올라타(Inviolata)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곳에는 여전히 봉건제가 남아 있는 후작부인(니콜레타 브라스키)의 담배농장이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이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가장 최하위 계급에 주인공 라짜로(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가 있다. 선한 얼굴로 사람들의 부름에 늘 응하는 ‘라짜로’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청년이다. 이들은 소작이 금지되었다는 것도 모른 채 외부와 격리되어 착취당하고 또 착취한다. 그러던 중 후작 부인과 그의 아들 탄크레디(루카 키코바니)가 요양차 이 마을을 찾아오고 라짜로는 탄크레디와 가까워진다. 탄크레디는 라짜로를 이용해 어머니에게 저항하려고 한다. 그러던 중 라짜로는 높은 언덕에서 추락하는 사고로 정신을 잃는다. 이후 일련의 사건으로 인비올라타 담배농장의 부조리가 세상에 밝혀지고 공동체는 와해된다.
‘침해되지 않았다’는 의미를 담은 마을 인비올라타의 최하위 계급인 라짜로는 성경의 ‘나사로’를 연상시킨다. 성경 속 나사로는 매우 빈곤한 환경에서 믿음을 잃지 않고 결국 부활하는 인물이다. 이와 같이 라짜로의 순수함과 선함은 보통의 인간은 범접할 수 없는 절대적 영역의 것으로 비추어진다. 나아가 나사로가 부활하듯 사고 후 깨어난 라짜로가 길을 떠나면서 영화는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선다.
아무도 남지 않은 마을에서 홀로 깨어난 라짜로는 차례로 농장의 동료들을 다시 만난다. 마치 영적인 존재인 양 여전한 얼굴의 라짜로와는 달리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그들은 여전히 사회에서 소외되어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반갑게 인사하는 라짜로를 하대하거나 또다시 이용하려 한다. 계속되는 수난에도 이 성인(聖人)은 절대 분노하거나 희망을 놓지 않는다. 아무도 라짜로의 선(善)을 알아보지 못할 때 그를 따르는 음악에 미소 지을 뿐이다.
알리체 로르와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많은 작품에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영웅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라짜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우리 곁에 라짜로가 나타난다면 우리 역시 그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라며 영화의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행복한 라짜로>는 고립된 개인과 공동체가 동시대적 환경에 흔들리는 모습을 그린 전작 <더 원더스>에서 한 발짝 나아가 두 세계를 연결하는 라짜로라는 인물을 통해 사회구조적 모순을 우화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사랑하는 영화 ‘행복한 라짜로’
마이데일리 기사 등록 2021-07-16 14:21:21
곽명동 기자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제71회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여성감독의 영화 ‘행복한 라짜로’가 [독립영화관]을 통해 16일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밤 12시 10분 KBS1TV에서 방영된다. 이 영화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제54회 시카고국제영화제 작품상, 제51회 시체스영화제 심사위원상, 비평가상, 스폐셜배심원상, 제48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IFFR 유스 심사위원상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유럽영화상(European Film Awards) 측은 “‘행복한 라짜로’는 16mm 필름으로 촬영된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해 지리적, 문학적 경계를 뛰어넘는다. 자본주의 사회의 잔인한 착취와 계급화된 경제 이념의 주제를 주인공 라짜로의 눈을 통해 풀어낸다”고 극찬했다.
봉준호 감독이 한국영화주간지 씨네21을 통해 선정한 2010년대 영화베스트 10으로 데이빗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와 함께 ‘행복한 라짜로’를 꼽았다.
‘행복한 라짜로’를 연출한 알리체 로르와커 감독은 제72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는데 일조했다. ‘행복한 라짜로’는 1980년대 이탈리아의 시골 마을 담배 농장에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이웃들과 함께 마을의 담배농장에서 일하는 순수한 청년 ‘라짜로’가 주인공이다. 마을 사람들은 소작제가 없어진 것도 모르고 악명높은 후작부인 알폰시나에게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탄크레디는 라짜로와 함께 가짜납치극을 꾸며 마을을 벗어나기로 하고, 라짜로가 이를 돕는다는 내용이다.
‘행복한 라짜로’ 개봉 당시 내한한 루카 치코바니가 SNS를 통해 [독립영화관] 방영에 대한 기쁨과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내비쳤다. 루카 치코바니는 ‘행복한 라짜로’에서 악명높은 후작부인의 아들 탄크레디를 연기했다.]
20:37~20:50 안국역 1번 출구로 원점회귀하여 관람 완료
20:50~20:55 안국역에서 연신내역으로 가는 3호선 전철 승차 대기
20:55~21:17 안국역에서 3호선을 타고 연신내역으로 가서 6호선으로 환승하여 구산역으로 이동 [22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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