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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회 정기답사)
옥정호 구절초테마공원 사진작가들이 선정한 대한민국 최고의 출사명소, 옥정호(玉井湖)의 빼어난 자연경관은 일찍부터 많은 이들을 감동시켜왔다. 어머니의 강함과 은은함을 닮은 정읍 옥정호 구절초 축제는 청정한 계곡과 솔숲을 배경으로 한 전국 최대의 구절초 군락지(80,000㎡)인 ‘옥정호 구절초 테마공원’에서 가을의 절정기인 매년 10월초에 개최된다. 자연이 주는 가을의 낭만과 서정을 느끼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도시민들이 줄을 잇는다. 행사기간, 가을과 구절초, 지역 향토자원을 테마로 각종 이벤트와 체험, 지역 농특산물 판매행사도 펼쳐진다.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구절초 매디매디 나부끼는 사랑아/ 내 고장 부소산 기슭에 지천으로 피는 사랑아/ 뿌리를 대려서 약으로도 먹던 기억/ 여학생이 부르면 마아가렛/ 여름 모자 차양이 숨었는 꽃/ 단추 구멍에 달아도 머리핀 대신 꽂아도 좋을 사랑아/ 여우가 우는 秋分 도깨비불이 스러진 자리에 피는 사랑아/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매디매디 눈물 비친 사랑아" (박용래, '구절초' 전문)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絶交다!" (안도현, '무식한 놈' 전문)
"늦가을 시린 달빛을 밟으며 마을을 벗어난 하얀 길을 따라가다 보면/ 느티나무에다 등을 기대고 달을 보며 환한 이마로 나를 기다리던/ 그 여자/ 내가 그냥 좋아했던 이웃 마을 그 여자/ 들 패랭이 같고/ 느티나무 아래 일찍 핀 구절초꽃 같던 그 여자" (김용택, '애인' 부분)
조용하고 아늑한 사찰, 영평사 조계종 마곡사 말사로서 6동의 문화재급 전통건물과 3동의 토굴을 갖춘 대한민국 전통사찰 제78호의 수행도량이다. 또한 도량에서 추구해야 할 일이 바로 중생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라고 믿기 때문에 , 이 도량에 상주하는 대중은 물론 한 번 다녀가거나 절 이름을 생각만 해도 최고의 행복을 얻으라는 원력으로 영평사(永平寺)라고 한다.
"들꽃처럼 나는/ 욕심 없이 살지만// 그리움이 많아서/ 한이 깊은 여자// 서리 걷힌 아침나절/ 풀밭에 서면// 가사장삼(袈娑長衫) 입은/ 비구니의 행렬// 그 틈에 끼여든/ 나는/ 구절초// 다사로운 오늘 별은/ 성자(聖者)의 미소" (유안진, '구절초' 전문)
영평사 뒤쪽 장군산 기슭에 하얗게 피어 있는 구절초는 장관이다. 꽃밭 천지로 좁은 길이 나 있다. 그 길로 '구절초 축제'와 산사음악회를 구경하러 온 연인들이 오간다. 김해화 시인은 구절초에서 과거형의 '하얀 그리움'을 읽었지만, 이들은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꽃밭에서 그리워할 미래의 추억거리를 열심히 만드는 중이다. 가을 해는 짧아서 금세 장군산 구절초 밭에도 어둠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구절초 천지 위로 달이 뜨고 별이 뜰 것이다. 유안진 시인은 구절초에서 비구니의 이미지를 보았다. 그리움과 한을 꼭꼭 가슴 밑바닥에 눌러 숨기고, 사바세계의 헛된 번뇌를 모두 끊어 생의 궁극을 찾기 위해 산야를 만행하는 여승의 이미지를 보았다. 하늘에 뜬 별이 성자의 미소를 띠고 그 비구니들을 다사롭게 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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