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골에 과부와 홀아비가 고추농사를 짓고 있었다. 똑같은 조건에서 농사를 짓는데 해마다 과부네 고추농사는 풍년이었다.
크고 실하고 두툼한 과부네 고추를 볼때마다 홀아비는 속이 타고 배가 아팠다.
[저놈의 여편네가 무슨수로 저렇게 고추농사를 잘 짓는거지?]
홀아비는 날마다 과부를 감시했다. 그러던 어느날, 달이 휘영청 밝은 밤에 과부가 집을 나서더니 고추밭으로 가는것이었다.
홀아비는 드디어 과부네 고추농사의 비밀을 캐는구나, 싶어 부지런히 뒤를 따라갔다.
고추밭에 도착한 과부는 좌우를 두리번 거리며 살피더니, 갑자기 옷을 훌러덩 벗어제껴 알몸이 되었다.
빨가벗은 과부는 갑자기 고추밭 고랑사이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음에. 과부가 뛰어다니는 밭고랑의 고추들이 쑥쑥 커지기 시작했다.
옳거니, 손뼉을 친 홀아비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두 딸을 불렀다.
[느그 둘이 애비에게 해줄것이 하나 있는디...,]
[아버님, 말씀만 하셔요. 어머니 없이 저희 둘을 키워주신 아버님이신데 뭔들 못해드리겠어요.]
홀아비는 과부네 고추농사가 잘되는 이유를 이야기 해주었다.
홀아비의 두 딸들은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다음날 아침,
과부가 뛰어도 고추들이 그리 커지는데, 시집도 안간 처녀들인 내딸이, 그것도 둘씩이나 뛰었으니 오죽컸으랴...,
잔뜩 기대를 품고 고추밭으로 달려간 홀아비는 고추밭을 보고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홀아비네 고추밭의 고추들은 커지다 커지다 못해 모두 터져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이글은 조정래님의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를 기억나는대로 정리해본것입니다. 저작권료 달라고는 안하시겄지요.)
첫댓글 예전에 소미샘이 말로 해주었을때는 재미있었는데, 글로 써놓으니 재미가 반감되네요. 그래도 한번 편하게 웃어보시라고 올립니다.
ㅋㅋㅋ 정말 재미있어요.
근데 저기에도 진리는 있네요. 과부가 벌거벗고 고추밭 사이를 뛰어다녀서 고추가 잘 자라는 건 다른 이유가 있을 겁니다.
고추 밭고랑은 깊이 파면 고추가 병에도 잘 걸리지 않고 잘 자란다고하더군요.
아마도 과부가 밭고랑을 뛰어다니면서 고랑이 낮아져서가 아닐까요?
고랑도 깊어야 하지만 보다 중요한것은 밭고랑이 넓어야 합니다. 고추와 고추사이의 고랑이 넓으면 바람이 잘통해 고추들이 잘 자랍니다. 올해 고추밭고랑을 넓게 잡아주니 약을 한번도 안쳐도 고추농사가 잘되었습니다. 다수확을 위해 고랑을 좁게 잡으니 무성한 고추들이 서로 엉기어 바람이 통하지 않고, 약만 마구치니 걱정입니다. 가볍게 넘기는 이야기속에서도 진리를 찾는 약시러님, 대단하십니다.
그렇군요. 이 우스개소리엔 중요한 지혜가 들어있는 셈이군요. 사람이 뛰어다닐정도의 넓고 깊은 고랑이 필요한 거로군요. 수시로 고랑을 밟으면서 고추를 관리(사랑)해주라는 의미도.....
@약시러 과유불급이라고, 홀아비의 지나친 욕심이 한해 농사를 모두 망치었다는 것이죠. 약시러님, 감사합니다.
@자현 자현님 좋은 깨우침 감사드립니다. 과유불급 모든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 이 우스갯소리에 스며있는 바가 매우 큽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