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황과 수사체계 변화
오는 10월 2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이 공식 출범하면서 검찰을 중심으로 유지돼 온 형사사법체계가 크게 바뀐다. 핵심은 기존 검찰이 담당하던 수사와 기소 기능을 분리해 중수청과 경찰이 수사를, 공소청이 기소와 공소유지를 맡는 것이다.
중수청 조직은 본청과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전국 6개 지방중수청으로 구성된다. 대구지방중수청은 대구와 경북 전역에서 발생하는 중대범죄를 관할하게 된다. 대구중수청 청사는 대구 남구 대명동 남산빌딩에 마련될 예정이다.
현재 대구지검 산하에는 대구서부지청을 비롯해 안동·경주·포항·김천·상주·의성·영덕 등 8개 지청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중수청 체제에서는 기존 검찰 지청 조직을 그대로 승계하지 않는다. 현재 확정된 조직안에는 별도의 ‘중수지청’이 없기 때문에 기존 검찰 지청이 있는 포항이나 안동, 김천, 영덕 등에 중수청 지청이 자동으로 설치되는 것은 아니다.
반면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와 공판 기능을 이어받기 때문에 법원 지원이 설치된 지역을 중심으로 지방공소청 지청이 운영될 수 있다. 결국 기존 검찰 지청이 수행하던 기능 가운데 공소 기능은 지역에 남을 수 있지만, 중대범죄 수사 기능은 대구중수청으로 집중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2. 대구·경북에서 제기되는 문제점
대구·경북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중대범죄 수사의 대구 집중이다.
중수청은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법왜곡 등 7대 중대범죄를 담당한다. 경북은 전국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하나인 데다 포항의 철강·이차전지, 구미의 반도체·전자·방산, 경주·울진의 원전과 에너지산업 등 국가 핵심 산업시설이 광범위하게 분산돼 있다.
산업기술 유출과 대형 경제범죄, 기업비리, 공직비리, 대규모 개발사업 비리 등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현장 수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대구중수청 한 곳에서 경북 전역을 담당한다면 포항·울진·영덕·안동·영주 등 원거리 지역 사건에 대한 초기 대응과 현장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지금까지 검찰 지청이 존재했던 지역 주민과 기업 입장에서는 중대 사건이 발생할 경우 수사기관 접근성이 오히려 낮아지는 역설적인 상황도 나타날 수 있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제도개혁이 결과적으로 지방의 수사 기능 축소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경찰 수사권의 확대다. 중수청이 특정 중대범죄를 담당하는 반면 대부분의 일반 형사사건은 경찰이 1차 수사를 책임지게 된다. 대구경찰청과 경북경찰청, 일선 경찰서의 수사 권한과 책임이 지금보다 훨씬 커지는 셈이다.
경찰권 강화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에 상응하는 견제와 감시 장치다. 수사 지연이나 불송치, 부실수사, 사건 축소 의혹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외부에서 어떻게 점검하고 바로잡을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다.
3. 대구·경북의 대응방안
첫째, 정부에 경북권 중수청 현장수사 거점 설치를 적극 요구할 필요가 있다.
기존 검찰 지청 8곳 모두에 중수지청을 설치하는 것은 조직 규모나 중수청의 성격상 현실성이 떨어진다. 대신 포항과 구미권, 경북 북부권을 중심으로 상설 출장수사팀이나 지역수사센터를 두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포항은 철강·이차전지와 동해안 산업벨트, 구미는 반도체·전자·방산, 안동은 경북 북부권의 행정·사법 거점이라는 명분이 있다.
둘째, 대구중수청을 대구·경북 산업구조에 특화된 전문수사기관으로 육성해야 한다. 수원중수청에 방위사업·산업기술 분야, 부산에 국제경제범죄 등 특화 기능이 배치되는 만큼 대구중수청에도 산업기술 유출과 첨단경제범죄, 원전·에너지 관련 범죄를 전담하는 전문조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경찰 수사권 강화에 대응해 지역 차원의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대구경찰청과 경북경찰청의 불송치율과 재수사 요구 건수, 평균 수사기간, 장기미제 사건 현황 등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경찰·중수청·공소청 사이에서 사건이 어떻게 배분되고 이첩되는지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넷째, 대구시와 경북도, 지역 정치권, 법조계가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중수청 출범 이후 문제가 발생한 뒤 조직 확대를 요구하기보다 출범 초기부터 경북의 넓은 행정구역과 산업적 특수성을 정부 조직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결국 대구·경북의 대응 원칙은 분명하다. “수사·기소 분리가 지방의 수사 공백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중수청 출범을 단순한 중앙정부 조직개편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경북 현장수사 거점 확보, 대구중수청의 산업범죄 전문성 강화, 확대되는 경찰 수사권에 대한 감시와 통제체계 구축을 대구·경북의 핵심 현안으로 선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