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를 하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껴지는 말이 있습니다. 물을 가지고 장난치지 말고 남의 땅에 흘러들어가는 물을 가로채지 말라는 말 말입니다. 물은 그야말로 자유스런 존재입니다. 스스로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앞에 뭔가 가로막는 물체가 있으면 돌아갑니다. 그래서 물줄기는 항상 곡선을 그리게 마련입니다. 물은 동양 사상의 근본을 이룹니다. 물의 철학적 의미를 인간이 살아가는 도리로 삼은 동양인들이 상당합니다. 특히 중국에서 등장한 노자사상에서는 이 물의 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합니다.
그랬던 중국에서 가장 하면 안되는 일들을 골라서 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바로 중국에서 발원해서 여러국가로 흐르는 강물을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가로막고 대규모 댐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국내에서 흐르는 강물을 스스로 막아 뭐를 하던 주변국들이 토달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여러나라를 흐르는 강일 경우 상황은 매우 달라집니다. 중국이 티베트 자치구 얄룽창포강 (인도이름: 브라마푸트라강)에 세계 최대 규모라는 샨샤댐보다 3배나 더 규모가 큰 댐을 건설한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이 댐에 수력발전소를 건설해 6000만KW 즉 샨샤댐보다 3배나 많은 전력을 생산하겠다는 계획하에 추진하는 것입니다. 해발고도 3000M가 넘는 티베트고원에서 발원한 얄룽창포강은 5000M가 넘는 세계 최대 협곡을 보유하고 있으며 강 길이도 2900KM에 달합니다.
문제는 바로 이 강이 방글라데시를 관통해서 인도 브라마푸트라강과 합류한다는 것입니다. 브라마푸트라강은 갠지즈강과 만나 벵골만으로 흘러갑니다. 인도 등 아랫쪽에 위치한 국가들은 중국의 대규모 댐 건설로 인해 하류지역에 물 부족은 물론 주변 환경이 파괴될 수 있다는 걱정과 함께 중국이 물을 그야말로 무기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인도는 엄청난 불만을 토로하면서 국가간 문제로 삼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주변 국가들과 물 갈등을 일으킨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미 중국은 인도차이나반도의 생명줄이라는 메콩강의 물을 독차지함으로써 메콩강주변지역 국가들과 대단한 갈등을 일으켰고 지금도 그런 마찰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수력발전을 위해 1990년 메콩강에 대형 댐을 건설했습니다. 메콩강은 중국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해 중국 윈난성을 거쳐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를 경유해 남중국해로 흘러가는 4,800KM의 강입니다.메콩강 인근에서 농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만도 4,000만명이 넘습니다. 중국이 메콩강에 대규모 댐건설로 메콩강 어종가운데 20%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금 인도차이나 반도 국가의 국민들은 중국에 대해 대단한 불만을 갖고 있는 상황입니다. 단지 중국이 강압적인 방법으로 영향력을 가해오니 국가차원의 대응은 일시적으로 자제하고 있을 뿐입니다.
따지고 보면 문제가 되는 두개의 강 모두 티베트로부터 발원하는 것입니다. 사실상 티베트는 중국이 강압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식민지입니다. 힘으로 강제로 빼앗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인도와 인도차이나 반도국들의 생명줄을 거머지면서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드러나 보입니다. 중국은 미국과 패권국가를 놓고 다툰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을 지 모릅니다. 그리고 지금 미국은 어떻게 해서라도 중국을 몰락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그냥 2등국가가 아닌 앞으로 적어도 50년동안 감히 미국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계획하에 작전을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속에 중국 자신들만 조금 더 전력량을 확보하겠다면서 그것도 강압적으로 빼앗은 티베트의 강을 이용해 주변국들을 위협하고 협박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어마어마한 강국과 대전을 앞두고 전선을 넓히면 안되는 것은 병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 절대 해서는 안되는 패착 전술입니다. 하지만 엄청난 경제력과 군사력을 앞세우고 타도 중국과 몰락 중국을 기치로 내걸고 진격해 오는 미국앞에 겨우 한다는 것이 거대한 댐을 만들어 전력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면 중국은 이미 2등국이 아닌 열등국 수준에 머문다고 밖에 평가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거대한 댐은 실제 전쟁시에는 무시무시한 자국 파멸의 장치가 된다는 것도 잊으면 안됩니다. 샨샤댐이나 이번에 건설예정인 댐에 공격이 가해지고 그 댐이 붕괴될 경우 실질적인 대항도 못해보고 상황 끝입니다.
중국은 이제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전략을 바꿔야 합니다. 강국이면 강국다운 면모를 보여야 합니다. 미국의 트럼프 당선인이 강하게 나온다고 중국 시진핑도 주변국들을 위협하면서 강압적인 자세로 나온다면 주변국들의 신뢰를 모두 잃는 지름길입니다. 지금도 친분관계가 있는 주변국이 없지만 말입니다. 자국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주변국들의 입장을 감안하고 그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도록 배려하는 정책을 펴지 않는다면 앞으로 전개될 미중대결에서 중국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나라는 한 나라도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 유명한 손자병법의 손자를 배출한 나라에서 지금 행하는 병법은 너무도 저차원적이고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저급의 카드놀이를 한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한때 세계 패권국가를 꿈꾼 중국이라면 적어도 민폐국은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잘 알 수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2024년 12월 3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