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리는 취미가 있는
키어런의 방에 걸려있는 그림들
예전 릭의 초상화부터 시작하여
현재는 지금은 사이먼, 에이미, 젬
그리고 집안 곳곳에 걸린
엄마, 아빠를 그린 그림까지
키어런은 초조함과 불안함에
손을 덜덜 떨면서 한곳만을 응시함
그건 바로 사이먼의 초상화
일전에 산드라가 마틴을
위로하며 했던 말이 생각나는 장면
'사랑하는 사람들은 필요로 할 때 곁에 없다'
사이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나는 키어런
그런데 집 앞에는 딘이 보초를 서며
키어런의 행동을 감시하고 있음
키어런은 창문을 통해
딘의 동태를 살핌
딘의 눈을 피해
뒷문으로 몰래 빠져나옴
한달음에 에이미의 집까지 달려온
키어런은 다급하게 문을 두드림
그런데 문을 열고 나온 건
에이미도 사이먼도 아닌 조이
- 사이먼 어딨어?
이 뒤로 화면이 바로 전환되는데
조이는 아무런 대답도 안 했을 듯
해 줘도 "중요한 임무를 받았거든 웅앵"
뭐 이딴 소리나 했겠지
그나저나 쟤는 지가 한 짓
키어런이 다 뒤집어썼는데 존나 뻔뻔함
한편 사이먼은 줄리안이 주고 간
주머니를 풀어 보고 있음
주머니 안에는 가지각각의
날카로운 흉기들이 잔뜩 들어있음
아래로는 사이먼의 과거인데
혹시 모르니까 사진 주의
-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 듣고 있어요?
사이먼의 척추를 가로지른 큰 흉터는
바로 이때의 실험으로 인해 생긴 흉터였음
-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요
사이먼의 말을 들었지만 무시하고
실험을 이어가는 두 사람
- 제발요…
사이먼은 실험 중 정신을 잃었다가
뒤늦게 의식이 돌아옴
- 저기요?
거기 누구 있어요?
- 이제 알겠느냐?
산 자들은 너에게 거짓말만 할 뿐이다
저번과 같이 갑자기 붉은색 조명이 켜지며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들려옴
- 끔찍하고 필사적인 존재들이야
그들과 함께하면 안 된다
우리 동족과 함께해야 한다
- 그래야만 구원을 얻을 것이다
그래야만 평온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뿌연 시야 속으로 보이는 한 인영
조명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지만
그럼에도 사이먼은 겁에 질려
끙끙 앓는 소리를 냄
- 사이먼?
결국 에이미의 집까지 들어온 키어런
하지만 그 어디에도 사이먼은 없음
없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눈으로 확인하니 심란
혹시나 사이먼의 행방을 알 수 있는
단서라도 있을까 싶어 서랍을 뒤져봄
평소 사이먼이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라는 걸 보여 주는 액자들
그리고 한편에 놓인
엄마와 찍은 다정한 사진ㅠㅠ
사이먼의 흔적을 찾고 싶었을 뿐인데
파란 망각의 알약을 발견해버림
바로 그때 느껴지는 기척
- 뭐 하고 있어?
일단 파란 망각을 감춤
- 사이먼을 찾고 있어
사이먼 봤어?
- 아니
- 순찰단들이 잡으면
치료 센터로 보내질 거야
- 근데 무슨 일 있어?
- 새로운 모습 멋진데?
평소에는 들고 다니지 않는
짐가방을 눈치챈 키어런이 묻자
에이미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바꿈
- 정말 잘생겼어
- 사이먼이 좋아해?
에이미가 알고 있을 거라곤
꿈에도 몰랐던 키어런은
당황하며 말을 꺼내지 못함
- 나 어때?
키어런을 위해 일부러 다시
화제를 돌려주는 에이미ㅠㅠ
- 엄청 멋져
- 그래야지
넌 내 BDFF니까
- 영원한 죽은 베스트 프렌드
(Best Dead Friend Forever)
동시에 BDFF의 뜻을 말하는 두 사람
키어런도 이제 BDFF가 뭔지 알았나 봄
- 에이미, 있잖아…
- 나랑 사이먼 말이야…
- 괜찮아
에이미 존나 천사야
- 미안해, 에이미
나중에 얘기하자
- 자택 감금 중이거든
감금 중이란 사실을 떠올린 키어런은
들키기 전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려고 함
- 자택 감금?
- 이런…
- 이 동네가 미쳐 가네
- 그러게 말이야
- 키어런 워커?
- 응?
- 아니야
- 몸 조심해
- 진심으로
에이미의 갑작스러운 말에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함
그리고는 다시 몸을 돌리는 키어런
아마 에이미가 평소에도 엉뚱한 말을
자주 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긴 듯
차마 자택 감금 중이라는 키어런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맘 편하게
털어놓을 수도 없는 에이미ㅠㅠ
- 네 짐이다
- 준비됐니?
사이먼은 결국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치료되지 않은 채 돌아가게 되었음
전보다는 좀 더 차갑고 굳은 표정의 얼굴
자신이 저질렀던 일을 알게 된 후
아빠를 마주하는 게 더 주저됨
그러나 아빠가 먼저 손을 내밀고
사이먼은 그 손을 맞잡음
함께 병원을 떠나는 부자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 헬퍼린
- 음, 저녁거리가 없네
뭐 먹을 거 사 올까?
- …피쉬 앤 칩스?
- 그래, 알았다
- 짐은 어디에…
위층을 가리키는 아빠의 손을 따라
계단을 올려다보는 사이먼
사이먼은 위층으로 올라가고
아빠는 그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봄
어색하게 방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사이먼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한
사이먼은 고개를 푹 숙임
그렇게 한참을 침대에 앉아
멍하니 있는 사이먼
별다른 대화가 오가지는 않지만
그다지 나쁜 분위기는 아닌 식사자리
- 맛이 어떠냐?
- 맛있어요
- 감사해요, 아빠
- 이 생선은 좀 질기네
음식을 먹지 못하지만 사이먼은
애써 아빠와의 저녁식사를 이어감
- 원래 살던 집은…
부활 때 살던 집 말이다
- 이제는 그 집에 안 살게 돼서
이사를 와야 했어
사이먼은 고개를 작게 끄덕인 뒤
다시 식사를 이어감
입에 음식을 넣자마자 치미는
토기를 억누르려 입을 막는 사이먼
너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신이 널 사랑할 수 있게 해
네 예전의 삶은 끝났어
우리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자
짐정리를 하던 사이먼은 옷 사이에
끼워진 알 수 없는 쪽지를 발견함
헛소리 뿐인 쪽지를 마구 구겨
주머니에 넣어버림
그 시각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이먼의 아빠
- '네가 떠난 뒤로
내 메마른 감정이
뼛속까지 시리다'
떠나간 아내를
떠올리게 하는 책의 구절
- 아빠?
- 엄마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 제가 그러려고 한 건…
- 괜찮다
- 그냥, 그냥 저는…
- 괜찮다, 사이먼
더 이상 대화하고 싶어 하지 않는 듯한
아빠의 태도에 사이먼도 포기를 함
서로 다른 공간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부자
사이먼은 엄마를 향한 그리움과
죄책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아빠는 서럽게 밀려오는 아내를 향한
그리움과 괴로움에 몸부림을 침
잠시 후 사이먼의 방에
들이닥친 아빠
- 아빠?
갑자기 환해진 방에
사이먼은 비몽사몽 일어남
마구잡이로 난폭하게 가방에
사이먼의 짐을 욱여넣는 아빠
- 왜 그러세요?
- 넌 네 엄마를 볼 자격이 없다
그리고는 서랍에 액자를 내리치며
액자의 유리를 깨는 아빠
사이먼은 놀람과 동시에 겁에 질려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함
- 이 집에서 나가라
- 당장 나가!
하나뿐인 아들이 사랑하는 아내를
죽였다는 사실을 차마 견디지 못한
아빠는 순식간에 밀려온 분노를
그대로 터트리며 사이먼을 집에서 쫓아냄
빼꼼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온 키어런
딘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음
(조심조심)
또 눈이 아픈 건지
눈을 비비면서 들어옴
- 도대체 어딜 갔다 온 거냐?
어둠이 깔린 거실에서
키어런을 기다리고 있던 부모님
- 네가 없어졌다고 알릴 참이었다
- 그랬으면 어쩔 뻔했니, 키어런?
- 나갔어야 했어요
- 어딜 갔는데?
- 그것도 거짓말할 거냐?
GP병원을 침입하지 않았다는 말도
거짓말로 치부해 버리는 아빠의 말
- 엄마!
키어런은 좀 말려 보라는 듯
엄마를 부르지만
엄마는 키어런을 외면함
- 사이먼 찾으러 갔었어요
- 또 이런다, 수
- 누군가의 말에 휩쓸려서
결국 재앙을 불러 올 거야
- 엄마, 전 아무한테도
안 휩쓸렸다고 말해 주실래요?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나
키어런의 말을 외면하는 엄마
- 널 어떻게 믿냐, 키어런?
- 지금 다른 사람들
편에 서시는 거예요?
- 우리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야
키어런도 가족이잖아요ㅠㅠ
키어런이 한 발자국 다가서자
움찔 뒤로 물러서는 아빠
- …제가 무서우세요?
- 그래
- 무섭다
네가 이럴 때마다
제대로 상처받은 키어런
- 제가 뭘요?
목소리가 울먹울먹함ㅠㅠ
- 이젠 널 알아보지도 못하겠잖냐
- 이게 제 모습이에요
아빠는 정말 겁에 질린 것처럼
키어런이 다가올수록 뒤로 물러남
아빠가 정말 저를 무서워한다는 걸
느낀 키어런은 충격을 받음
- 이럴 수가…
상처를 안은 채
2층으로 올라가는 키어런
그리고 차마 키어런을 붙잡지도
위로하지도 못하는 부모님
최근 PDS 환자들의 극단적인 행동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서
키어런이 화장을 하지 않고 나타나니
걱정되고 한편으로는 두려울 수도 있겠지만
그걸 키어런 앞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내다니ㅠㅠ
가족들의 심정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키어런악개라 그런지 넘나 속상한 것
우리 키어런이 뭘 잘못했냐구요ㅠㅠ
가족들 위해서 먹지도 못하는 음식
먹는 척 연기까지 하고
집에서 생활할 때도 꼬박꼬박 크림 바르고
심지어는 잘 때도 렌즈 착용하던 애인데..
그만큼이나 자기의 본모습을 감추려고
애쓰던 키어런이 화장을 지우고 렌즈를 빼고
진짜 자신에게 다가서기까지
얼마나 두렵고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는데...
힘든 걸 알지만서도 가족들이
'진짜' 자기를 받아주길 키어런도
조금은 기대했을 텐데ㅠㅠ
언제나 키어런의 편에서 힘써주던
가족들이었기 때문에 더 마음 아픔
첫댓글 키어런 울지마...ㅠㅠㅠ
우리 어런이 괴롭히는 것들 다 혼내준다.. 쉬팔..
키어런이랑 사이먼 에이미 셋다 너무 맴찢이야 ㅠㅠㅠㅠㅠㅠㅠㅠ
하이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