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의 기쁨 - 이종훈 신부님
성탄절의 정서는 기쁨이다. 반짝거리는 크리스마스트리 선물 파티 등이 이를 표현한다.
이에 반해 각 교구장의 성탄메시지는 조금 우울하고 무겁기까지 하다. 그런데도 교구민들에게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한다. 어딘가 어색한 것 같지만 밝은 데서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예쁘지 않고, 의사는 병자에게 필요함을 생각하면 성탄의 기쁨이 어떤 것인지
알 것 같다.
우리 하느님은 이보다 더 낮아질 수 없이 낮아지셨다. 타임머신이 있어서 2천 년 전 베들레헴
으로 돌아가 마리아와 요셉 신혼부부가 첫 아들을 낳는 장면을 본다면 눈물 나게 불쌍할 거다.
만삭의 몸으로 긴 여행을 하는 마리아, 머물 방이 없어 어둡고 더러운 마구간에서 아기를 낳고,
갓난아기를 동물 먹이통에 누였다. 그런데 그것은 하느님이 불쌍해지기 위함이 아니라 가장
낮은 이들보다 더 낮은 곳에 계시기 위함이었다.
당신을 만나려면 마구간으로, 가장 낮은 곳으로 가야 한다. 높은 사람들이 낮은 사람들을
바라보게, 강한 이들이 약한 이들에게 마음을 돌리게, 부자가 가난한 이웃들을 찾아보게 하신다.
그들에게 뭔가 해줄 때 생겨나는 그 기쁨이 성탄의 기쁨이다. 그 기쁨은 깊고 진해서 거룩하다.
인류 구원에 힘과 돈이 필요했다면 하느님은 왕자나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셨을 거다. 예수님의
선교사명은 사람들의 마음을 하느님께로 돌려 화해시키는 것이다. 마음을 돌리는 것은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는 것이고 가난한 이들과 약자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아, 나는 그만 보고 말았다 어둔 골목길에서 몰래 남긴 햄버거를 손으로 떼어 어린 동생들에게
한입 한입 넣어주는 야곱의 모습을.” 박노해 시인의 ‘이스탄블의 어린 사제’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그는 이스탄블에서 우연히 만난 야곱이라는 구두닦이 소년이 자신이 사준 햄버거를 반만 먹고
나머지를 동생들에게 주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 소년을 어린 사제라고 불렀다.
사제가 성체를 영해주듯이 그가 동생들에게 희망을 입 속에 넣어주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정말 힘들다. 감동을 받아야 비로소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 시인은 어두운 뒷골목에서 아무도 볼 수 없는 그 모습을 보게 됐고 마음이 흔들렸다.
그는 정말로 가장 작은이들 안에 계시는 예수님을 발견했다. 자선 도움 봉사의 첫째 수혜자는
나 자신이다. 거기서 한 발짝 더 들어가서 그들 편에 서면 세상은 나에게 십자가를 얹어 준다.
뭐가 잘못 되거나 운이 없어서가 아니라 본래 그렇다. 예수님이 이미 예고하셨다. 그런 현실이
우울하고 무겁게 느껴지지만 정작 그 안에 있는 본인은 살아계신 구세주 예수님을 만나는
기쁨을 누린다. 첫 순교자 스테파노의 외침처럼 말이다. “보십시오, 하늘이 열려 있고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사도 7,56).” 가장 낮은 곳에 나신 아기
예수님을 만나는 성탄의 기쁨이다.
예수님,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말의 참된 의미와 참 기쁨을 알게 해주십시오.
그 기쁨이 팔일이 아니라 주님을 직접 뵙는 그날까지 이어지게 함께해주십시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 계신 곳으로 이끌어주소서. 아멘.
[출처] ♡성탄의 기쁨 ♡|작성자 눈오는
첫댓글 성탄의 기쁨
이종훈 신부님 감사드립니다
성탄 축하의 의미
다시 되 새겨볼수 있는 기회
늘 주님과 함께 바르게 살겠습니다
포청 회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