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핵심원자재법의 6가지 당면 과제는?
공개 의견수렴 단계가 끝난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 발표가 오는 3월 14일로 예정된 가운데 법안에 어떠한 내용이 담길지에 관심이 쏠린다. EU가 사전에 발표한 여섯 가지 당면 정책과제가 그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관련 입법을 공식화하고 9월 14일에 공식적인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 10월 21일에는 대중국 전략의 변화를 시사하며 입법 의지를 재표명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이 법안에 대한 공동입장문을 발표했고, 대부분의 회원국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법안에서 주로 다루어야 할 정책 사항으로는 ▷조기경보 시스템 및 위기관리 메커니즘 구축 ▷역내 생산 및 재활용 투자 확대 ▷글로벌 공정경쟁 환경 확보 등이 제시됐다.
EU의 공급망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논의는 2008년 ‘원자재 이니셔티브(RMI: Raw Materials Initiative)’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2020년 당시 대부분의 정책 과제 및 목표가 완성돼 있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발표한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의 입법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EU가 CRMA 영향평가 보고서를 통해 당면과제 여섯 가지를 선정하고, 녹색경제 및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공급망 안정화를 최우선 가치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첫 번째 과제는 공급망 다양성 부족을 해소하는 것이다. 소수의 역외 국가에 대한 핵심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공급망 교란 상황(공급 부족 및 가격 폭등)에 취약하며, 전반적으로 대중국 의존도가 높고 특정 광물의 경우 러시아(팔라듐), 브라질(니오븀), 칠레(리튬), 멕시코(플루오르스파)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역내 공급능력 개발·투자가 꼽혔다. 투자 부족으로 인해 EU 역내 광산 탐사 및 개발 프로젝트 운영이 어렵고, 추출 및 정제, 재활용 등 이후 공급망 단계에서도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허가 절차, 제한적인 사회적 수용성(limited public acceptance), 자금 조달의 어려움과 같은 문제점들이 EU 역내 공급능력의 확대를 막고 있다.
다만 최근 EU 일부 회원국의 원자재 관련 정책인식도(Policy Perception Index)와 투자매력도(Investment Attractiveness Index)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상승했는데, 이는 비회원국들과 비교했을 때 EU 역내 자원개발 잠재력이 꾸준히 상승했음을 의미하는 간접적 지표로 해석되고 있다.
세 번째는 모니터링과 위험관리 능력의 취약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예기치 않은 위기 발생 시 단일시장을 넘어 EU 차원의 조정을 위한 핵심 원자재 공급 모니터링 및 위험관리 체계가 불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유럽 원자재 파트너십 출범 이후 2015년 원자재 종합정보 시스템 등을 구축하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지만, EU 차원의 조정 시스템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네 번째는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을 해소하는 것이 꼽혔다. 핵심 원자재 생산에서 발생하는 사회적·환경적 영향을 적절하게 관리하지 않을 경우, EU의 수입의존도를 고려할 때 효과적인 규제체계가 없는 제3국으로 부정적 영향력을 전가(outsourced)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핵심 원자재 생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환경적 영향의 적절한 관리(Responsible Sourcing)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2022년 2월 발표된 EU 공급망 실사법과도 유사한 맥락으로 평가된다.
다섯 번째는 기존 규제 프레임 활용의 한계 극복이다. EU에서는 핵심 원자재의 재활용 및 회수율이 저조하고, 2차 원료의 품질도 낮다. 이는 현재까지의 EU 규제 시스템이 이러한 과정을 충분히 촉진하지 못하고 재활용 공정에 대한 투자도 부족하기 때문으로 진단됐다.
2015년부터 시작된 ‘순환경제실행계획(Circular Economy Action Plan)’에 따라 핵심 원자재 및 모든 역내 상품의 생산 및 소비 단계를 아우르는 규제조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EU 전체의 2차 원료 활용률 추세는 2021년 평균 11.7%에 머무르고 있으며, 2021년 기준 EU 회원국 간 2차 원료 활용률도 상당한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섯 번째는 더 많은 연구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EU 역내 핵심 원자재에 대한 연구협력체가 한정되어 있기에 핵심 원자재 가치사슬 전반에 대한 통합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기에 불충분한 상황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