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0 --- 장미꽃 뒤에는 가시가 있다
오월이면 아파트의 담장 울타리에 새빨간 장미꽃이 생글생글 거리며 소담스럽게 피어난다. 오가는 길손에게 뻔뻔할 만큼 추파를 던지며 유혹한다. 한 송이가 아닌 예닐곱 송이씩 꽃다발을 쥐고 있다. 그런 꼬임에 누가 얼굴을 찡그릴까? 마치 나에게만 웃음을 나눠주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그렇지 않아도 싱숭생숭 무르익어가는 봄날에 기분이 나쁠 리가 없다. 어느 꽃집에서 저토록 우아한 장미꽃을 준비해 놓고 있으랴 싶다. 그러나 그 꽃봉오리의 웃음 뒤에는 아주 날카로운 가시가 이파리 뒤에 숨어 노려보고 있다. 하지만 어쩌자고 꽃만 보고 있을 뿐 가시는 보지를 못한다.
섣불리 다루다가는 가시에 찔리기 십상이다. 따끔하게 피를 본 다음에야 비로소 가시가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가시는 왜 거기에 있는가? 아름다운 꽃을 보호하기 위해 군데군데 가시를 품고 있는 것이다. 애당초 무심코 바라보는 눈길에 아름다운 꽃만 들어왔지 지키고 있는 가시는 아예 보지를 못한 것이다. 아주 은밀하게 가려져 있기도 하지만 너무 꽃에만 집착한 것이다. 대개는 요소요소에 함정이 있고 걸림돌이 있다. 그런데 저토록 요염한 꽃이 저리 눈웃음을 살살거리는데 아무리 대범하다 해도 비장의 무기 하나쯤 없었을까 싶기도 하다. 보호본능으로 덫을 놓고 있는 것이다.
꽃과 가시라니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로 발뺌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살아남기 위한 자기방어의 비상수단으로 가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누가 뭐라고 할 수도 없다. 다만 미리 눈치를 채지 못한 경솔한 행동이 잘못이다. 산에서 약초를 찾다가 꽃에 현혹되어 독초와 혼동하여 혼쭐나기도 한다. 특히 버섯을 채취하며 식용과 독버섯을 제대로 구분 못하여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 간혹 생글생글 눈웃음에 반하여 무심코 다가갔다 꽃뱀을 만나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손에 쥐어주어도 모른다고 하듯 두 눈 멀쩡히 뜨고도 눈앞에 가시를 못보고 간과하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