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이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카드 연체대금을 카드론 등 장기 대출로 바꿔주는 대환(貸換)대출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대환대출이 단기적으로 카드 연체율을 낮추게 되지만 중장기적으로 카드사의 부실을 키우는 골칫거리가 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LG.삼성.국민.외환 등 9개 전문 카드사의 대환대출 규모는 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상장.등록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지난해 9월 업계 전체적으로 4조~5조원 수준이었던 대환대출이 불과 3개월 만에 배로 불어난 것이다.
◇대환대출 급증=LG카드는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연체 대금을 대환대출로 전환한 액수가 지난해 9월 말 1조4천1백30억원에서 지난해 말 3조8천7백40억원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국민카드의 대환대출은 7천6백30억원에서 1조2천7백33억원으로 늘었고, 외환카드도 3천5백억원에서 6천9백20억원으로 배로 늘었다.
삼성카드의 증가폭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다른 중소형 카드사들의 대환대출도 지난해 9월 회사당 1백억~2백억원 수준에서 2~3배 증가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결국 부실채권으로 연결되는 대환대출의 비중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환대출이 다시 연체되는 비율이 25%선에서 최근 더 높아지고 있다"며 "카드사들이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대환대출을 늘리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부실을 키우는 것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대환대출은 '요주의' 이하의 채권에 해당돼 12% 이상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므로 순이익이 줄어드는 부담도 있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대환대출의 연체율이 일반대출보다 높지만 이는 연체자에게 기회를 한번 더 주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대출금에 대해 담보를 세우고 있는 데다 충당금을 금감원 지도 기준 이상으로 쌓고 있기 때문에 실제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월 연체율 계속 증가=국민카드의 30일 이상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말 9.83%에서 지난 1월에는 13.62%로 무려 3.79%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외환카드의 연체율은 7.3%에서 9.9%로, LG카드도 6.3%에서 7.3%로 높아졌다. 삼성.신한.롯데.현대 등 연체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나머지 카드사들의 연체율도 대부분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카드 연체율과 비슷하게 국민은행의 2월 가계대출 연체율이 지난달(2.7%)보다 0.2~0.3%포인트 정도 오르는 등 대부분의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도 여전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