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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소보의 처녀 (Madden Of Kosovo) :
'검은 새의 들판'에서 전투가 종결되었다는 소식을…
'세르비아의 황제 라자르 폐하'께서 전사하였다는 소식을…
'라자르의 병사들'과 '발칸동맹의 왕들과 병사들'이 모조리 이교도들의 대포들과 기병들과 보병들에 의하여 죽거나 줄행랑을 쳤다는 소식을…
어느 세르비아 기병(騎兵)이 말에서 내리지도 않고서…
단단해진 호밀 빵과 소금에 절여놓은 돼지고기와 시큼해진 포도주를 얻어먹고 마신 뒤, 마을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한 다음, 허둥지둥 떠나버렸을 적에…
올해로 갓 20세가 된 '마을에서 제일 예쁜 갈색머리카락과 갈색 눈을 가진
처녀'는…
늘 먹는 호밀 빵 대신 귀한 밀가루로 만든 빵이 든 자루와, 담근 지 얼마
되지 않아 얼마 전부터 맛이 나기 시작한 포도주를 담은 병과, 성당의 성수(聖水)처럼 깨끗한 물이 담겨있는 병을 광주리 두 개에 나누어 싣고서, 그것을 그녀의 집의 젊은 당나귀의 등에 얹혀 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남이 몰면 굼뜨게 움직이지만, 그녀가 몰면 잽싸게 움직이는 그 당나귀와 함께…
그녀는 '검은 새의 들판'으로 출발하였다고 합니다.
전답(田畓)사이의 길들을 가로지르고, 또한 그녀의 고향을 '발칸'(터키어로
'山')이라고 불리게 만들어놓은 높디높은 산들을 넘은 뒤, 마침내 그녀는
'검은 새의 들판'에 도착하였다고 합니다.
그때에, 그녀의 눈에 보였던 것은…그녀가 마을의 여러 집안을 돌아다니며
할머니들로부터 들었던 옛날이야기에서 나오는 '마귀들이 사는 세상'과도…또는 동네 정교회성당의 신부님께서 주일 밤에 마을 어른들과 그리고 그 어른들을 따라나온 아이들과 함께 마을 광장에서 모닥불을 피우고서 빙~ 둘러앉은 상태에서 들려주시던 '하느님을 미워하는 사탄이 다스린다는 그 무서운 지옥이라는 세상'과도…너무나도 흡사했다고 합니다.
마을에서 '잔치'나 '겨울나기'를 위하여 굽거나 소금에 절여두기 위하여 소나 돼지를 도살할 때 또는 그런 직후에 나는 냄새가 그녀의 귀여운 코를 범하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비어있던 뱃속마저도 울렁거리게 만들었고, 그녀의
아름다운 갈색눈동자는 잘려져 나간 팔들과 다리들과 그리고 머리들이…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잃어버린 몸통들이 뒹굴고 있는…또는 그러한 것들이
까마귀들에 의하여 먹히고 있는…현장을 부들부들 떨면서 촬영하여, 그녀의
뇌에 신속하게 보고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육체에서 유독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그녀의 귀는…
자신의 직무를 열심히…그리고, 묵묵히…수행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녀의 귀가 그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아파~! 나 좀 죽여줘~!"라던가, 또는
"목이 말라! 물 좀 줘!"라던가, 혹은 '배고파~!"라는 내용의 말들을 포착해
낼 때마다…또는, 그러한 최소한의 문장조차도 만들지 못하고서, 끙끙대는
소리를 포착해 낼 때마다…, 그녀의 귀는 어디로부터 그러한 소리들이 들려왔는지를 그녀에게 알려주었고, 그럴 때마다 그녀는 그 소리가 난 곳으로
당나귀를 끌고서 움직였다고 합니다.
그런 다음, 그녀는 아프다는 사람을 발견하면, 당나귀의 등에 얹혀놓았던
광주리에서 물병을 꺼내어 그 사람의 상처를 씻어주었고, 그런 다음 포도주
한 모금과 빵 한 조각을 먹여서 기운이 나게 하였으며, 목이 마르다는 사람을 발견하면, 이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포도주와 빵을 권하였고, 또한 배가 고프다는 사람에게는 먼저 포도주 한 모금을 먹인 뒤, 빵 한 덩어리를
쥐어주었다고 합니다.
그런 식으로 여러 시간동안 열심히 일을 한 끝에, 그녀의 몸은 지쳐서 열이
나고, 당나귀는 등짐이 빠른 속도로 가벼워지던 터라 그 사정이 그녀의 것보다 좀 더 낫기는 하였지만, 마찬가지로 더위와 중노동에 지쳐있을 때에…
그리고, 그녀가 아직도 도와야할 사람들은 많은데, 가져왔던 빵과 포도주와
물이 거의 다 떨어져가면서, 두 광주리들과 그 안의 병들이 완전히 비어졌거나 비어져가고 있는 것을 가슴을 시꺼멓게 태우면서 확인하고 있을 적에…
어디선가에서 햇빛이 반사될 정도로 번쩍이고 있는 '커다란 물체'를 그녀는
보았던 것입니다.
그녀와 그녀의 당나귀가 급히 그 쪽으로 갔을 때에, 그녀의 눈동자들과 당나귀의 눈동자들에는 '수 백여 미터를 날아간다는 강력한 이교도들의 화살에 의하여 갑옷을 관통 당한 채로 쓰러져있었던 한 기사(騎士)'가 비쳐지고
있었습니다.
그녀와 그녀의 당나귀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게 되자, 더 빨리 그 기사에게 접근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그 처녀는 그 기사가 분명 살아있는 사람이지만, 그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죠. 그렇기에, 그녀는 그 기사를 위하여 누군가가 그의 임종을 지켜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나마도 얼마 남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미 굳거나 시어지거나 또는 미지근해지면서 냄새까지 나기 시작한
빵과 포도주와 물을 그 사람을 위해서라도 모조리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그러나, 처녀는 일단 조심스럽게 혼자서 접근하여, 조용하게 말을 걸기 시작하였습니다. 혹시라도 죽었는지도 모르는데다가, 만약 너무 조심성 없이
접근할 경우, 가뜩이나 죽기 일보직전의 사람을 놀라게 함으로서 더 빨리
죽게 만들 수도 있었으니까요.
"저~ , 화살을 뽑아드릴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갑옷을 관통한 화살의 갑옷 밖으로 나와있는 부분을 두 손들로 잡고서 뽑으려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자, "아아악~~~!"하는 처참한 비명소리가 온 들판을 뒤덮었습니다.
물론, 처녀는 그 소리에 놀라서 화살의 쥐고있던 부분을 그대로 쥐고서 쓰러지다보니, 결국 화살을 부러뜨리고 말았고, 또한 주인의 곁으로 슬슬 접근하고 있던 그녀의 당나귀도 또한 놀라서, 당나귀 특유의 '놀라움과 흥분했음을 나타내는 소리'를 내면서 날뛰기 시작했지요.
그러나, 아주 잠깐사이에 그 기사는 잠잠해졌고, 그녀는 제정신을 차리고서
일어났으며, 당나귀도 제풀에 '진정'하면서, 그의 주인의 곁으로 얌전히 돌아왔습니다.
혹시라도 그녀의 실수로 그 기사가 죽지나 않았는가 해서, 그녀는 그 기사에게 다시 다가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세히 살펴보거나, 조심스럽게 물어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 기사가 얼굴을 찡그리면서, 소리를 죽여 신음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봐~, 넌 누구야!"
그 기사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그 처녀가 그를 위하여 하려고 했던
일들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그의 거만한 말투는 그다지 적절한 것이 아니었을 것임은 틀림없었습니다.
"저~, 저~ 말인가요, 기사님?"
처녀는 화가 났을 법도 하였지만, 의외로 조심스럽게 물어봤지요. 왜냐하면, 마음이 착하였던 그녀는 자신의 실수로 인하여 그가 더 크게 고통을 받았을 사실이, 자신이 그 기사로부터 거만한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보다도
더 신경 쓰였으니까요.
"저~ 정말로 미안해요. 그리고, 저~ 저는 요~ '애나'…'애나 패흐'(Ana
Peh)라고 하고요…하여간,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기사님."
그러나, 기사의 반응은 그녀의 예상과 달리 '잠시 동안의 쓴웃음에서 바뀌어진 풍부한 미소'였다고 하네요.
그리고 나서, 그 기사는 최대한 친절하게 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나의 사랑스런 성녀(聖女) 애나여. 이 어리석은 자의 죄를 사하여주시기를
진심으로 애원하오. 하지만, 나는 이 들판에 이렇게 하루종일 누워서, 그대가 우리의 세르비아 병사들에게 무슨 일을 하는지를 다~ 보았다오. 그러나,
나는 결국 이 이교도들의 화살로 인하여 피를 너무 많이 흘렸기에…잠시 잠이 들어 있었소. 게다가, 그대가 갑자기 나를 치료하기 위하여 이 화살을
무리하게 뽑으려 한 덕에…하도 고통스러워서…결국, 그대가 그 성녀였음을
아주 잠시동안 잊어버리고 말았던 것이오. 진심으로 하느님과 성모님과 그리고, 우리 자신들과 우리의 조국을 수호하시는 모든 성인(聖人)분들께 맹세하오니, 진심으로 그대에게 사과하는 바이오."
그러나, 처녀는 그의 사과보다도 그의 상처와 그것에 대한 치료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일단 그녀가 베를 짜거나 그 외 여러 자질구레한 일을 할
때 사용하는 작은칼을 옷 속에서 꺼내어 그 기사의 갑옷의 부분 부분들을
연결해주는 노끈들을 끊으려하기 시작하였지요.
그러나, 그녀는 그러한 행위를 곧 중단해야 했지요. 왜냐하면, 그녀의 행동이 그 기사의 말에 의하여 제지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랑스러운 성녀여…그대는 나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 하였던 것과 같은
작업을 하실 필요가 없소.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나는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렸소. 게다가, 나의 전우들…그리고, 나의 주군(主君)이신 '라자르 폐하'까지…모두 이교도들의 손에 의하여 죽었소. 나 혼자 살아남는다고 해서, 아무런 의미가 없소. 그러니, 어서 그대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시오! 아니, 그대가 살았던 곳을 떠나서…더 멀리 떠나도록 하시오! 이젠, 이곳은
이교도들의 땅이오! 우리의 신성한 조국, '세르비아'의 영토가 아니란 말이오!"
그러나, 그 기사의 간절한 애원 같은 발언도 굳건한 의지로 단단해진 그녀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었지요.
그 처녀는 그 기사에게 좀 더 다가가 앉아서 그의 머리의 투구를 벗긴 다음, 그의 머리가 자신의 허벅지를 밸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 기사가 하였던 앞서의 요청에 대하여 이런 말로 화답하였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기사님. 기사님을 포함한 여기 쓰러져 계신 모든 분들은 저의 아버지들이시기도 하며, 저의 오빠들이시기도 하며, 저의 남동생들이기도 하고, 또한 저의 조카들일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 모두가 저와 함께
하느님과 성모님과 그리고 우리가 아는 모든 성인 분들께 같은 언어로 기도를 드리거나 대화를 하면서, 또한 저와 함께 이 땅에서 살아왔던 '세르비아인들'이기 때문입니다. 기사님…이교도들이 얼마나 무섭겠습니까마는…저의
작은 생각으로는 그들이 지옥에 산다는 악마들보다도 더 무섭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아니, 그들이 지옥의 악마들보다도 훨씬 더 무섭다고
하더라도, 설사 그들의 대포와 창과 칼과 활과 화살이 지옥에서 사는 악마들의 뿔이나 이빨이나 손톱보다도 더 무섭다고 하더라도, 저는 하느님과 성모님과 그리고 우리가 아는 모든 성인들께오서 그 모든 것들로부터 저를 보호해 주실 것이라 확신합니다. 기사님, 힘드실 터이니 제발 말을 아끼세요.
제가 포도주를 가져오겠습니다."
그러나, 그 기사는 그 순간까지…즉, 최후까지…그의 체내에 남아있었던 모든 힘을 동원하여, 그의 오른팔과 오른손을 움직여서 그녀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생애의 마지막 발언을 하였습니다.
"나의 사랑 애나여…나는 왜 내가 그대를 이 순간이 다가오기 훨씬 전에 만나서, 그대와 혼인하지 못하였던 것이…못내 후회스럽기 짝이 없구려. 허나, 우리 앞으로 '하느님의 나라'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는 하느님
앞에서 결혼하여서…거룩한 도성(都城)에서 행복하게 사십시다…."
그러고 나서, 그 기사는 눈을 감았다고 합니다. 물론, 그의 고개도 마치 엄마품속에서 잠든 아기의 그것처럼 그녀의 몸을 향하여 떨구어졌고요.
처녀는 그 기사의 죽은 몸을 자신의 몸에 그대로 기댄 채…몇 시간을 더 그렇게 있었다고 합니다.
즉, 혹시라도 살아있는 적이 없나 확인함과 동시에…, 적의 시체로부터 '전리품'을 약탈하고자 하였던 '오스만투르크제국'의 병사들이…그녀와 그 기사의 시체와 그리고, 그녀의 충직한 나귀를 찾아낼 때까지 말이지요.
- Fin. -
어느 유고슬라비아 어머니의 죽음 :
'검은 새의 들판에서의 비극적인 패전'에 대한 소식이 알려진 이후, 세르비아의 모든 사람들은…처음에는 '이교도들과의 전쟁에서의 패전'이라는 소식으로부터의 충격과 그에 따른 인하여 발생하였었을 '정교회 신자로서의 신앙심의 흔들림'을 격어야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충격이 오래가지는 않았을 겁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왕과
귀족들이 나라의 주인이던 시대'에는 그 누가 다스리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사실상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요.
물론, 처음에는 '약탈'과 '납치'와 '학살'이 횡행했겠지만, 결국 세월이 흐르게 되면…, 정복자들로서도 그들 나름대로 '적은 숫자로 많은 피정복민들을 다스려야 한다는 부담'으로 인하여, 어느 사이엔가부터 그들의 피정복민들의 왕과 귀족들이 그들의 백성들을 대했던 식으로…그 지배의 태도를 바꾸게 되는 법입니다.
즉, '반발'이 두려운 것이며, 또한 그것을 기회로 하여, 그들의 힘을 빼앗긴 '피정복민들의 옛날의 왕과 귀족들'이 그 반발한 피정복민들의 선봉에
서서 그들의 '잃어버린 권력'을 되찾으려고 할 터이니까요.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피정복민들을 계속 억압하는 대신…, 그들 정복자들의 원래의 백성들에게 '특권'을 주거나…, 또는 '피정복자들의 왕과
귀족들'에게 일종의 '작은 이권'을 줌으로서 그들을 회유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하튼, 지금 시작하려는 이야기는 저러한 이유보다도…, 한 개인 또는 한 가정에게 있어서는…'앞서 언급된 이유보다도 더 중요하게, 그리고 더 현실적으로 취급될 수도 있었던 이유' 때문에…벌어지게 되었던 비극적인 이야기입니다.
한 늙은 과부가 아홉명의 아들들을 데리고 한 지붕 아래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러한 이유로…그 지붕 아래의 며느리들의 수도 아홉명이었습니다.
그런데, '검은 새의 들판'에 이교도들이 쳐들어왔기에, 그들을 쳐부수기 위하여 병사가 필요하니…모든 세르비아의 사나이들은 징병에 응하라는 '라자르 황제'의 명을 받들어…그 과부의 아홉명의 아들들은 모두 무장을 갖추고, 아홉명의 아내들 및 형수님들과 제수씨들의 환송과 과부이신 어머니의
축복을 받으면서 병영으로 달려갔습니다.
허나, '패전의 소식'은 그 과부의 집에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앞서 말한 이유로…모두들 상심들이 컸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 10명의 여인들 모두…'희망'을 가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 아들들은 분명 살아서 돌아올 것이다! 단, 한명뿐이라도…! 아니, 팔-다리가 성치 않더라도…!'
'다른 형제분들은 어쩔 수 없더라도…내 남편만은 반드시 살아서 돌아올 것이다! 그이의 몸에 이상이 생겨서 더 이상 잠자리를 함께 할 수 없더라도
그게 무슨 대수냐! 살아만 와준다면…!'
그러한 '희망찬 생각들'을 하면서…여기 있던 10명의 여인들은 기다렸습니다.
마을에 초췌한 몰골의 나그네가 나타났다고 하면, 전쟁터에서 돌아오는 아들 또는 남편일지도 모른다면서, 앞다투어 마중하기 위하여 뛰쳐나갔습니다. 하지만, 그들 나그네들은 항상 다른 사람들이었습니다. 물론, 그럴 때는 맥이 팍~ 빠져서, 10인의 고부(姑婦)가 다함께 한숨을 내쉬며 길바닥에
주저앉았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그들의 아들들 또는 남편들에 대하여 알고 있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그들 나그네들을 집에 모셔다가 식사를 대접하고 잠자리를 대접하면서…그들의 아들들 또는 남편들에 관한 소식을 물어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아들들 또는 남편들에 대하여 알고 있는 것이 있었던 나그네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나그네는 말하기를…,
"아마도, 전사하였거나…, 살아있더라도 포로로 잡혀서, '에디르네'(아드리아노플)이라고 불리는…저~기 남서쪽의 이교도들의 나라의 수도에 끌려가서, 노예로 팔려갔을 겁니다. 물론, 재수가 좋다면, 군대에서 쓰일 수도 있기에, 탈출을 시도해 볼 수도 있겠지만…, 허나 갤리선(Galley船)의 노를
젓는 노예가 되었다면…, 하느님과 성모님과…그 외 아는 성인(聖人)분들께
기도하는 것 외에는…그 어떠한 방법도 없습니다. 갤리선의 노 젓는 노예의
발목에 매다는 쇠사슬을 끊을 수도 없는데다가…, 설사 그렇다고 해도, 바다 한가운데서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이 10인의 고부는 그러한 부정적인 발언들을 늘 들어가면서도, 자신들의 희망을 결코 버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그녀들은 매일 기도하였고, 또한 이런 부정적인 발언들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는 절망감 속에서도 '혹시나~'하는 생각에 계속해서 나그네들을 마중하는 것과 접대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막내며느리가 언제나처럼 그 10인의 고부들 중 가장 일찍
일어나서, 자기 자신과 다른 아홉명의 여인들을 위한 아침식사를 준비하기
위하여, 부엌의 창문 바로 아래에 위치한 화덕에 불을 붙이려고 할 적에,
새 한 마리가 떠오르는 태양이 뿌려대는 햇살을 등에 지고서 창가에 앉아있었던 것이 마치 '실루엣'처럼 그녀의 눈에 보였습니다.
'검은 새'였습니다.
그녀는 화덕 속의 불씨를 살리기 위하여 손에 쥐고 있던 잘 마른 지푸라기를 그대로 손에 주고서, 자기도 모르게 놀란 눈으로 그 새를 쳐다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새가 '까마귀'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리고 그녀의 머리가 자연스럽게 부엌의 천장 쪽으로 재껴졌을 때, 그래서 그녀가 자신의 남편과 시아주버니들을 위하여 마련해 두었던…요즈음 들어서
대단히 귀해진 '돼지고기 햄'이 서까래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을 적에,
그녀의 손은 아주 자연스럽게 지푸라기를 손에서 떨구고, 화덕 옆에 놓여진
'청소보다도 쥐를 잡을 용도로 더 잘 쓰이는 몽당 빗자루'를 들었던 것이지요!
"야~ 이놈아! 당장 꺼지지 못해! 저 햄이 누구것인지도 모르고서 감히 노리고 있니!"
하지만, 그녀가 온 집안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외치기 시작한 순간, 그
까마귀는 원래부터 그 햄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듯이…, 그리고 자기가 할
일은 이미 다했다는 듯이…. '쩔그렁'거리는 소리를 남기고 날아올라서 부엌 창문너머 바깥으로 사라지기 시작하였다고 하더군요.
오히려, 그녀가 '쩔그렁'거리는 소리에 다시 한번 놀랐고, 그 다음 그녀는
그 무엇인지는 몰라도 아까 까마귀가 물고있던 것이라고 생각되던 '번쩍이는 작은 물건'이 화덕 위에 얹혀진 국냄비에 부딪쳤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반지였습니다.
그녀가 그 반지를 집었을 적에, 그녀는 또한 그녀의 시어머니와 8명의 동서들이 그녀의 주변을 빙 둘러싼 채로 서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지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아침부터 이렇듯 소란인 게냐!"
시어머니께서 화가 잔뜩 났다는 것이 드러날 정도로 엄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물론, 그녀보다도 나이도 그리고 서열도 높은 8명의 동서들은 더러 그녀를
측은한 표정으로, 또는 '거 아침부터 소란 피워서 시어머니 깨게 만들더니
쌤통이다!'라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와중에서도 막내며느리는 계속 자신의 손에 쥐여져있는 반지를 계속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갑자기 그녀는 다시 한번 외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정말로 '기쁘다'는 감정을 드러내면서요.
"어머님, 이것보세요! 이건 그이의 결혼반지예요! 그이와 제가 결혼하던
날, 제가 그이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던 바로 그 '반지'라고요! 이 반지를 방금 전의 그 까마귀가 물고 왔었단 말이에요!"
그 순간, 시어머니는 그 반지를 막내며느리의 손에서 빼앗아서 부엌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통하여 뜯어보기 시작하였습니다.
확실히, 구리에 금을 얇게 입혀 도금한…그녀의 막내아들의 결혼반지였다는
것을…그녀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
"악~~~~!"하는 비명소리가…!
그 집밖을 지나가는 마차를 끌던 당나귀가 놀라서 멍에를 부수고 난리를 쳤을 정도로 크고 처절한 비명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아홉명의 아들들과 또한 아홉명의 며느리들을 슬하에 두고있었던 과부였던
그녀는…
그리고, 아홉명의 아들들을 모두 전쟁터에 내보내고서, 남아있던 아홉명의
며느리들과 함께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그녀는…
부엌바닥에 쓰러지더니…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였습니다.
맏며느리가 정신을 가다듬고…
쓰러진 채로 미동도 안하시는 시어머니의 손에서…
반지를 집어내어 그녀의 시어머니가 했듯이 햇빛으로 비추어 보았을 적에…
그녀의 눈에도…
금이 칠해진 부분 위에서…
빛을 반사하지 않는 '갈색의 손톱 만한 얼룩'이 보였던 것입니다.
몇주 후, 아홉명의 여인들은 그들이 살던 집을 나와서…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하여…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후일'(後日)을 기약하면서….
- Fin. -
2001. August. 1st. 19:03. On My Little Brother's Ro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