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수업 - 정년퇴직 이후의 삶이 행복하려면, 욕구에 솔직하라.
질문
스님 전 최근에 정년퇴직을 했습니다. 퇴직을 하기 전에는 일만 안하면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퇴직을 하고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해나가다보니, 문득 허망합니다. 그래도 계속 재미있게 놀아보려고 하고는 있는데... 점점 더 허망합니다.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은퇴 준비는 반드시!
은퇴 후의 삶에 대한 고민은 이제 개인을 넘어 사회문제입니다. 베이비붐 세대가 쏟아지듯 은퇴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은퇴 준비라고 하면 보통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하지만, 이보다 더욱 근본적인 것은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은퇴 이후에도 삶은 이어지고, 그 시간은 생각보다 길고도 길기 때문입니다.
은퇴 준비는 최소 3년전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3년 동안 자신의 욕구를 배우고,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이렇게 충실히 준비를 마친다면 은퇴 직후부터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은퇴 후 급작스럽게 변화한 일상에 당황하며, 갑자기 몰려드는 숨겨져 있던 감정들 특히 허무함과 우울감에 직면해야 합니다.
100세 시대가 다가오면서 은퇴 후의 삶은 매우 길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보너스로 주어지는 개념이 아니라, 어쩌면 은퇴 전보다 더욱 중요한 삶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을 갖춘 시간이니까요. <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의 저자는 기대수명이 변하는 세상의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경기에 참여해 결승선에 가까운 지점까지 열심히 달려왔는데, 갑자기 이 경기가 하프 마라톤이 아니라 풀코스 마라톤이라는 것을 알게 된 느낌이었다."
정신차리세요. 은퇴한 당신은 이제 인생 전반전을 살았을 뿐입니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후반전의 질이 좋을 수 없습니다. 미리 준비를 못했다면? 이제부터라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서, 직장에서 보내던 하루 8시간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재미 또는 의미 있는 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 당신의 일과 디자인은 온전히 당신의 몫이고, 책임입니다.
욕망에 솔직할 것
삶은 흐릅니다. 이 흐름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욕망에 의해 결정됩니다. 존재의 삶은 세 가지 유형입니다. 첫째는 진리에 부합하는 서원이라는 욕구를 통해 행복으로 나아가는 극소수의 삶입니다. 둘째는 솔직하고 분명한 삼독의 욕망을 추구하며 파멸로 빠르게 나아가는 소수의 삶입니다. 셋째는 스스로의 욕구를 자각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부표처럼 헤매며 불행해하는 대다수의 삶입니다.
모든 존재는 나름대로 노력을 합니다. 그런데 얻는 결과물은 모두 다릅니다. '노력에 배신당했다!'고 표현하는데, 틀린 말입니다. 무엇을 얻게 될지는 노력의 양이 아니라 노력의 방향 즉, 욕망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 잘못된 욕구를 추구한다면 노력하는만큼 빠르게 파멸합니다. 욕구를 모른다면?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돛단배처럼 무력감과 불안감 등의 경험만이 주어질 뿐입니다.
욕망은 삶을 예측해볼 수 있는 분명한 지표입니다. 내가 지금 이 순간 너무나도 수영을 하고 싶고, 수영을 배우고 있다면? 시간이 지난 뒤에도 수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겠죠? 어쩌면 수영대회에 나갈지도 모르겠네요? 욕망이라는 인을 통해 미래의 과를 예측하는 것, 인과의 지혜를 활용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삶을 뜻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스스로의 욕구에 솔직해야 합니다. 더불어 솔직한 그 욕구가 명료해져야 합니다. 욕구가 곧 힘입니다.
불자들은 다양한 면에서 붓다를 오해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붓다가 탐욕을 제어해야 함을 강조했다는 것을 근거로 욕구를 금기시한다고 착각합니다. 탐욕과 욕구는 분명하게 다릅니다. 아시죠? 욕구는 원하는 것이고, 탐욕은 인과에 걸맞지 않는 욕구입니다. 씨앗을 심지 않고 열매가 열리기를 원하거나, 하나를 해주고 백이 나오기를 원하는 등의 도둑놈 심보가 대표적인 탐욕입니다. 배를 심고 배가 나오기를 원하고 있는 욕구가 도대체 왜 금기시되어야 합니까? 이것은 지혜로운 것인데 말입니다.
한국의 수 많은 불자들이 욕망을 터부시여기는 오해로 인해 삶에 힘이 없습니다. 붓다는 원하는 것을 만족하는 네 가지 조건인 사여의족을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는 붓다의 비법입니다. 이 중 첫번째는 바로 욕여의족 즉, 욕구입니다. 솔직하고 분명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아는 힘이 필요합니다. 물론 그 욕구가 인과의 지혜와 함께 할 때 탐욕으로 오염되지 않을 것입니다.
조언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욕망을 찾으세요. 욕구가 거세된 사람을 제외하면 분명히 원하는 바가 있습니다. 이 욕구를 발견하고 솔직하게 인정하며 보다 명료하게 정리하여 언어화하는 과정, 이것이 인생 후반전을 행복하게 보내는 최우선 조건입니다. 욕망을 찾지 못한다면 그저 바람에 쓸려다니는 삶이 주어질테니 무기력하고 우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살고 싶은 건 아니겠죠?
욕망을 찾는 방법
욕망은 어떻게 찾을까요? 먼저 알아둬야 할 것은 인간, 아니 중생이라는 존재의 모든 욕망은 생존본능을 뿌리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이 본능에 역행하는 수행자들의 욕구조차도 생존본능에 저항하려는 반작용에 불과합니다. 그렇기에 자아의식을 지니고 있는 존재들은 모두 단 하나의 공통 욕구를 지니고 있습니다.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해지고 싶은 욕구"
이 지점에서 만 중생은 개성에 따라 '전략'이 달라집니다. 이고득락을 위해 무엇을 욕구하는가를 찾는 것이 핵심입니다. 어떤 사람은 돈을 취할 때 이고득락이 이루어진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공부를 통해, 어떤 이는 사랑을 통해, 어떤 사람은 칭찬과 명예를 통해, 또 누군가는 진리추구와 수행을 통해서 이고득락을 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불어 그 밑바닥에는 원초적 욕구인 먹고 싸고 자는 것을 해결하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이 수 많은 중생의 이고득락의 전략 중 나는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가를 찾는 것입니다. 여전히 어렵나요? 그렇다면 또 다른 힌트를 하나 드리겠습니다. 인간의 잠재된 욕구가 발현되는 과정은 모방에서 시작된다는 '모방모델'을 소개합니다. <너 자신의 이유로 살라>에서는 삶에 활력이 넘치는 사람들은 결국 추구하는 욕구가 분명하다고 말하며, 이 욕구를 찾기 위해서 '모방'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합니다.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의견을 소개합니다.
"인간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모방을 한다. 다른 동물과 비교했을 때 인간은 세상에서 가장 모방적인 존재이다."
인간은 야생의 숲에서 가장 최약체였습니다. 지금은 최강체가 되었는데, 원동력이 무엇일까요? 다름 아니라 결핍 그리고 강력한 욕망입니다. 최약체였기에 결핍이 존재했고, 이를 바탕으로 욕망의 힘을 활용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동물 중에서도 비정상적으로 욕망이 강렬합니다. 배부른 사자는 지나가는 토끼를 잡지 않지만, 인간은 잡아서 저장을 합니다. 이 비정상적 욕망의 원인을 아주 뛰어난 모방 능력에서 찾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이 얼마나 모방을 잘 하는지를 보여주는 한 연구를 소개합니다.
"멜초프는 시애틀 병원에서 신생아들에게 혀를 내밀었다. 이 연구에서 신생아들의 평균 연령은 32시간이었는데 그중 태어난 지 42분밖에 되지 않은 아기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그의 표정들을 흉내 냈다."
태어난지 1시간도 되지 않는 신생아가 다른 사람의 표정을 모방한다?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심지어 책에서는 이런 모방은 모태 속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하니, 인간의 모방 능력은 단연 동물계에서 최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봐야 욕심이 난다."
여기에는 하나의 과정이 빠져 있습니다.
'본다 -> 모방한다 -> 그것을 욕구한다'
결국 과거의 삶이 본 것 그리고 모방한 것을 바탕으로 현재의 내 욕구는 만들어졌습니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지금까지 보고 모방한 것을 역추적하면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역추적을 하는게 크게 의미가 있을까요? 어차피 지금 뭘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전 그냥 지금부터 원하는 욕구를 찾거나 만드는 것이 삶을 뜻대로 나아가도록 하는데 훨씬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찾을 시간에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지를 선택하겠습니다.
동기부여를 위한 롤모델 독서법
동기가 충분하지 않은 일은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리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동기가 없다면 그 끝은 '포기'로 결정되어 있습니다. 동기는 완성할 때까지 지속하도록 만드는 에너지원이니까요.
인생 전반전을 살아오는 동안 모방을 통해 헤매는 삶을 살았다면, 후반전에는 모방할 것을 정해보세요. 두뇌에게 계속에서 모방할 롤모델의 정보를 입력해주는 것입니다. 두뇌는 이것만으로도 '모드'를 변경합니다.
예를 들어 <묘법연화경> 상불경보살의 삶을 롤모델로 삼아 지속적으로 두뇌에 정보를 입력하면, 육체와 정신의 사령부에서는 상불경보살의 보살행을 실천하기 좋은 조건으로 모드를 변경하는 것입니다. 물론 한 번 독서 후 다시 정보를 주지 않는다면 그 모드는 곧 나태함과 우울의 모드로 되돌아가겠지만 말입니다. <하루 한 권 독서법>에서는 삶을 바꾸는데 동기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합니다.
"‘동기’는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외적 동기와 내적 동기이다. 외적 동기는 외부에 의한 압박이나 강요, 기대 혹은 성취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보상으로부터 유발되는 동기이다.내적 동기는 그 행동을 하는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 재미, 보람, 지식 등으로부터 얻어지기 동기이다. 둘 모두 자연스러우며, 외적 동기를 가진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다."
맞습니다! 내적, 외적 동기 모두 상관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동기가 필요하다는 진실입니다. 동기가 없는 삶은 힘이 없습니다. 그럼 나아갈 힘이 없기에 쓸려 다닐 수 밖에 없습니다. 삶을 개선하고 바꿀 수 있는 에너지가 없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든 시작하기 전에 목표와 전략을 세우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바로 동기입니다. 동기부여를 위해 총 시간의 50%를 할애해도 괜찮습니다. 동기가 충분해지면 나아가는 것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삶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동기가 부족한 사람이 이를 악물고 빠르게 시작하면, 처음에는 앞서가는 것 같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봐야 동력이 없는 이는 이빨만 부러지고 멈춰 서게 되어 있습니다. 동기가 충분해지면 순풍에 돛단듯 한 순간에 나아갈 수 있으니 동기부여를 위한 독서를 지속해보세요.
정리해보면 결국 이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남은 삶, 무엇을 욕망하며 살아갈 것인가?"
무엇을 보고, 목격하고, 모방하며 살아갈 것인가요? 어디에 시간을 투자하며 살아갈 것인가요? 삶이 어디로 나아가도록 할건가요? 이 질문에 답변을 할 수 있다면 은퇴 이전 업무를 위해 매일 10시간씩 투자하던 시간을 활용할 곳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하루 10시간씩 투자하여 추구해야 할 것이 생긴다면, 우울하고 허물할 틈이 없어지지 않을까요? 활발발하게 살아가시길_()_
첫댓글 마음의 힘이 되는 좋은 법문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아갈 방향의 가르침으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스스로의 솔직한 욕구가 무엇인지 잘 찾아보고,
즐거움과 의미 있는 일을 하며 행복한 삶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독서도 꾸준히 이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_()_
감사합니다 스님 🙏
스스로의 솔직한 욕구가 무엇인지 알고싶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안심 법문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