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15. 나무날. 날씨: 포근하다. 미세먼지 때문에 하늘을 자꾸 올려다 본다.
춤 수업(5,6)-아침열기-텃밭 농사(김장 채비, 팥 거두기)-포장마차 장보기-점심-상담-청소-해금/김장 채비-깊은샘 학교살이-저녁-포장마차-마침회
[김장과 마을 포장마차]
어린이 김장 하는 날이다. 6학년은 학교살이를 하는 날이라 교실에 학교살이 짐이 쌓여있다. 9시 30분부터 1, 2, 3학년이 텃밭 쪽파와 무, 갓을 뽑고, 4, 5, 6학년은 10시에 배추를 뽑는다. 텃밭에 가니 동생들이 벌써 일을 다 하고 나를 채비가 됐다. 갓은 선생들이 손질해야 한다. 어린이 농부들은 텃밭에서 거두는 걸 참 좋아한다. 어린이들이 배추를 쑥쑥 뽑으면 선생들이 칼로 배추를 다듬는다. 예상대로 배추 모종 심고 나서 벌레들이 심하게 먹어서 다시 살아낸 배추라 속이 차지 않고 알차지 않다. 손수레로 나르고 두 손 가득 안고 나르고, 자루로 나르는 어린이들은 가을 농부답다. 배추, 무, 쪽파, 갓을 옮겨놓고, 택견 수업을 하지 않는 어린이들은 텃밭에서 말려놓은 팥을 거둔다. 텃밭 일을 마무리하고 학교 마당으로 와서 역시 팥 일을 이어가고, 한쪽에서는 배추를 절이고 콩을 골라낸다. 가을걷이로 11월이 훌쩍 간다. 농사 갈무리, 공부 갈무리, 11월 어린이들 몸과 마음이 부쩍 자랄 때다. 낮에도 학년마다 김장 채비가 줄곧 된다. 파를 다듬고, 양파랑 무를 썰고, 마늘과 생강을 갈고, 갓을 알맞게 썰어놓는다. 날마다 온 몸을 쓰며 밥상에 오를 먹을거리를 거둔다. 벌써 김장냄새가 학교 곳곳에 가득하다.
깊은샘은 포장마차를 하고, 절임배추를 씻어 물 빼는 일을 하기 위해서 학교에서 하룻밤을 자는 학교살이를 한다. 포장마차는 어린이들이 꼭 하고 싶어해서 하는데 일이 채비하는 일이 제법 많다. 아침부터 미리 햇빛을 모으기 위해 포장마차를 이리저리 옮겨놓고, 군고구마통이랑 장작자루를 꺼내놓고, 대나무꼬지를 소독하고, 떡볶이 떡을 물에 불려놓고, 포장마차에 필요한 물건 채비해야 한다. 어제 우려 놓은 육수 맛이 좋다. 어묵은 점심되기 전에 어린이들과 장보러 가서 사오고 낮에 꼬지에 꽂아놓았으니 푹 한 소금 끓이면 된다. 떡볶이 할 양념을 미리 준비하고는 교사마침회 뒤 바로 떡볶이를 완성하고 저녁을 차렸다. 포장마차를 돕기 위해 박나희 선생, 노학섭 선생, 한주엽 선생이 함께 했다. 깊은샘 학교살이를 하는 민주를 위해 박나희 선생이 학교에서 잔다. 선생님들의 도움과 신이 난 어린이들 덕분에 포장마차 분위기가 좋다. 지난해 3학년 어린이들과 만든 햇빛을 모아 불을 키는 포장마차를 끌고 6학년이 졸업여행비를 벌기 위해 꼬치 어묵과 떡볶이, 군고구마를 들고 마을에 나섰다. 포장마차 주인들은 어묵을 꽂기 위해 대나무를 잘라 사포질해서 끓는 물에 소독하고, 군고구마통에 넣을 나무는 손도끼로 장작을 팼다. 마을에 떠들석한 잔치가 열린 것처럼 오가는 마을 분들이 정말 많이 들리고 학교 동생들이 부모님 손잡고 응원을 왔다. 마을 건재상 분들도 마을에서 처은보는 시끌벅적함이라며 어묵을 주문하고, 지나가던 마을 할머니는 어린이들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며 드시고, 마을 사는 졸업생 부모님들도 오고, 동생들이 몰려와서 한 시간도 안돼서 준비한 음식이 동이 났다. 마을 사람들과 학교 식구들이 여행에 보탤 노잣돈을 후원해 주신 셈이다. 어린이들은 흘린 땀만큼 마을 분들의 고마운 마음을 배운다. 한주엽 선생이 군고구통을 맡아 불을 넣고 고구마를 굽는데 주문이 밀려있다. 나올 때 미리 텃밭에서 캔 고구마를 잘 골라와야 했는데 내가 분류를 제대로 하지 못해 군고구마를 산 분들에게 죄송하다. 마을 속 작은학교가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마을 속 작은 학교에서 일 놀이 교육과정을 마을로 넓혀 마을 속 교육과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그대로 산 교육이다.
6학년은 포장마차를 마치고 학교로 들어와 단희아버지, 승원아버지, 채민아버지 도움을 받아 4,5학년이 절인 배추를 건져 씻어서 물을 빼는 일을 했다. 배추 양이 작아 금세 끝났다. 배추 농사가 잘 안돼서 절임배추를 20키로 두 상자 더 샀으니 내일 김장 버무리는 일은 적당하겠다. 어린이 마침회 마치고 잘 채비하는 동안에 선생들이 응원을 왔다. 하루 종일 몸을 줄곧 써서 피곤할 텐데 선생들과 어린이들을 위해 달려와 준 마음이 고맙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