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여름김치 하면 대부분 열무김치만 떠올린다. 그래서 찾아가봤다. 광주광역시 김치타운에서 열린 여름김치축제.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기간(3~14일)에 맞춰 열린 축제에는 30여종에 이르는 여름김치 전시뿐 아니라 명인과 함께하는 여름김치 담그기 체험행사도 진행됐다.
# 꽃보다 예쁜 각양각색 여름김치
“여름에는 맛이 덜한 배추보다는 몸의 열을 내려주는 제철 채소나 과일을 주재료로 하는 김치들이 많습니다.” 여름김치가 전시된 홍보관을 김영숙 남도식문화연구소 연구원과 함께 둘러보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즐겨 먹던 열무물김치는 물론 처음 보는 이색 김치들이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참외김치’. 청장(1년간 숙성한 맑은 간장)으로 맛을 낸 국물에 노란 참외가 동동 떠 있다. 먹음직스러운 빛깔과 모양 때문인지 바라만봐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다음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건 ‘적양파김치’. 은은한 보랏빛 국물에 적양파가 연꽃처럼 활짝 펼쳐져 있다.
이 밖에도 아삭한 양배추와 향이 진한 깻잎을 켜켜이 쌓아 만든 ‘양배추깻잎물김치’, 속은 채 썬 무로 채우고 겉은 배추로 돌돌 만 ‘오이배추말이김치’, 아삭한 노각을 매콤한 양념에 버무린 ‘노각김치’, 수박의 속껍질을 깍둑썰기해 빨갛게 양념한 ‘수박깍두기’까지 꽃보다 예쁜 여름김치의 향연이 펼쳐졌다. 그런데 화려한 김치들 속에 소박한 자태를 뽐내는 김치 하나가 눈에 띄었다. ‘고구마줄기김치’였다.
“고구마줄기는 나물로만 활용하는 줄 아셨죠? 이렇게 아삭하고 상큼한 김치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특히 고구마줄기는 비가 많이 와도 물러지지 않고 단단하게 잘 자라서 여름철에 더욱 사랑받는 김치 재료예요.”
# 여름김치의 핵심, 양념을 적게 쓰세요!
눈이 즐거운 홍보관 관람을 마치고 향한 곳은 김치체험장. 여름김치 만들기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듯 체험장에는 수십명의 내외국인 체험객이 모였다. 이들이 만들 여름철 대표 별미김치는 ‘오이소박이’. 이신영 광주김치아카데미 부원장이 시연을 맡았다.
오이소박이 만들기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소금물에 절여 알맞은 크기로 썰어둔 오이에 열십(十)자로 칼집을 내고, 부추·양파·고춧가루 등을 버무려 만든 소로 속을 채우면 끝! 완성품 하나를 얼른 집어 먹었다. ‘아사삭!’ 씹는 순간 오이의 수분과 상큼한 향이 퍼지고, 서서히 감칠맛도 느껴진다.
하계유니버시아드 취재를 왔다 김치타운을 방문했다는 헝가리인 디디씨(61)는 “오이소박이는 배추김치보다 향이 부드러워 훨씬 입맛에 맞는다”며 “고국에 돌아가면 가족과 친구들에게 꼭 한번 만들어주고 싶다”고 시식 소감을 전했다.
여기저기서 오이소박이 담그는 방법에 관한 질문이 쏟아지자 이 부원장이 대부분의 여름김치에 적용되는 핵심 비법을 공개했다. “여름김치는 소량으로 담가 바로 먹거나 조금만 숙성시켜 먹기 때문에 재료의 시원한 맛을 살리고 빨리 쉬지 않게 하는 게 관건입니다. 그러려면 양념을 적게 쓰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또 찹쌀풀보다는 보리풀이나 밀가루풀을 쓰는 게 좋고, 향이 강한 젓갈보다 액젓이나 새우젓이 적합하지요.”
다양한 여름김치 종류에, 담그는 비법까지 알았겠다, 집에 돌아가면 김치 담글 일만 남았다. 물론 과정이 그리 간단치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만들어볼 가치는 충분하다. 조금만 정성을 들이면 올여름 반찬 걱정, 더위 걱정, 건강 걱정은 붙들어 맬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