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온난화 탓 인가?
아침에 비가오더니 습도가 높아서 인가 한낮의 열기에 칙칙한게 더 덥게 느껴진다. 지난달 서울의 평균 습도가 80%, 일부지역 심한곳은 100%를 기록해 '사우나' 같다는 얘기를 했다.
○ 쾌적한 온도와 습도
사람이 쾌적하게 느끼는 온도와 습도는 15도에서는 약 70%, 17~20도에서는 약 60%, 21~23도에서는 약 50%, 24도 이상에서는 약 35% 내외를 유지하는 것이 적당한 습도다. 온도가 높더라도 습도가 낮으면 열감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고, 온도가 낮아도 습도가 높으면 조금 더 쾌적하다고 느낀다.
미국 프로야구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 ‘쿠어스 필드’는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해발고도 약 1600m에 자리 잡아 공기 저항을 덜 받기 때문에 타구가 더 멀리 날아가 홈런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구단 측이 도입한 시설이 ‘야구공 가습 저장고’인데 습기를 머금은 공이 사용되면서 홈런 수가 25%나 줄었다.
스위스 물리학자 '오라스 베네딕트 드 소쉬르'는 최초의 습도계를 개발한 인물로 그가 1783년 내놓은 첫 습도계는 머리카락의 수분 흡수 정도에 연동한 도르래와 눈금의 움직임으로 습도를 계산하는 ‘모발 습도계’였다.
비 오는 날 곱슬머리가 고불고불 더 말리고, 펌(파마)한 머리의 모양새가 죽는 것도 공기 중 물 분자가 모발의 케라틴 단백질에 작용해 머리카락이 변형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흔히 말하는 습도는 공기가 최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량 대비 현재 수증기량의 비율을 말하는데 ‘상대 습도’라고 한다.
최대 수증기량이 100인데 현재 수증기량이 80이면 습도가 80%라는 식이다.
반면 절대 습도는 대기 1㎥에 섞여 있는 수증기의 양(g)을 나타내는데
상대 습도 100%는 현재 기온에서 공기 중 수증기가 포화에 달했다는 의미이다. 이를 넘어서는 수증기는 공기가 더 이상 품지 못해 물로 응결된다. 샤워할 때 욕실 벽면에 송골송골 맺히는 물방울이 그런 예이다
여름철 높은 습도는 땀의 증발을 저해하며 체온을 낮추지 못해
열사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세균 번식을 확산해 식중독과 같은 질병의 원인이 될수 있다.
스트레스 지수를 높여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니 괜시리 짜증이나고 화를 버럭 내기도 한다.
코로나 팬데믹 때는 높은 습도가 바이러스의 감염력을 더욱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인체 건강에 대한 영향뿐 아니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 등 각종 산업 현장에서도 높은 습도는 통제해야 하는 위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보통 적도 인근의 동남아나 페루 리마, 두바이처럼 해양 영향권 도시의 습도가 높지만, 최근에는 고(高)습도 지역의 범위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 여파로 수증기가 산업혁명 시대 대비 5% 이상 증가하면서 지구 대기가 갈수록 습해지기 때문이다.
○ 실내에서는 어떨까?
실내 적정 습도는 40~60% 사이로 습도가 너무 낮으면 목이나 기관지 등의 기관이 취약해지고, 피부가 건조해지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반대로 너무 높으면 세균이나 곰팡이 등이 발생해 피부염, 천식 등의 위험이 커진다. 계절에 맞춰 온도와 습도를 적절히 조절해야 하는 이유다.
○ 제습기
제습기는 압축기를 활용해 습도를 낮추는 가전제품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에어컨으로 사계절형 에어컨을 활용하면 겨울철에 습도를 올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온도와 습도 모두 원하는 대로 맞추기 좋다. 문제는 전기세다. 에어컨 자체가 소비전력이 높다 보니 사시사철 가동하기엔 비용이 부담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습도만이라도 조절하기 위해 제습기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제습기는 대기 중의 수증기를 포집해 습도를 낮추는 장치로 수분을 머금은 공기가 내부의 팬을 통해 기계 내부로 유입되면, 차갑게 냉각된 증발기에 이슬처럼 맺히게 된다. 맺힌 물은 물통으로 모이게 되고, 건조해진 공기는 응축기를 거쳐 다시 바깥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몇 년 전만 해도 존재감이 없었지만, 과거보다 길어진 장마철과 전기 요금의 상승으로 인해 에어컨 대신 제습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커머스 전문기업 커넥트웨이브에 따르면, 올해 5월에만 제습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했고, 판매량은 112% 상승했다. 제습기 자체가 장마철을 넘어 사계절 가전으로 대접받고 있고, 또 공기청정기처럼 가정마다 하나씩 두는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제습기 업계는 호황을 이루고 있다. 습도 100%를 향해 다가가는 기후변화가 제습기를 지구촌의 ‘필수 가전’으로 만들 모양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