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삿갓과 홍련의 비 처녀(非 處女) 논쟁과 로맨스 .
김 삿갓이 함경도 단천 고을을 지나다 선비들의 술 시중드는 기녀(妓女) 홍련을 보고
마음을 빼앗겨 수작을 부린다.
김 삿갓 :
樓上相逢視目明(누상상봉시목명)
정자 위에서 그대를 바라보니 눈이 아름다운데.
有情舞語似無情(유정무어사무정)
다정해 보이나 말이 없어 무정해 보이는구나,
홍련 :
花無一語多情蜜(화무일어다정밀)
꽃은 말이 없어도 꿀을 많이 간직하고 있고,
月不踰墻問深房(월불유장문심방)
달은 담장을 넘지 않고 깊은 방을 찾아든다오,
이리하여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날 밤 그녀의 방문 앞에서.
김 삿갓이 "미친 나비꽃을 탐하여 한밤에 찾아오니. 깊은 밤 숨은 꽃은 대답이 없네.
연꽃(紅蓮) 따러 머나먼 길 나 여기 왔소."
그리고 곧 김 삿갓과 홍련은 뜨거운 시간에 취해있던 김 삿갓이 일어나서 불을 켜더니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처녀의 풍만함에 장난기가 발동하여) 벼루에 먹을 갈고 명필로
일필휘지 하니.
김삿갓 :
毛深內闊 必過他人(모심내활. 필과타인)
털이 깊고 안이 넓어 허전하니 필시 타인이 지나갔네.
이렇게 써 놓고는 한숨을 쉬고 앉아있으니. 홍련이 의아하여 써 놓은 화선지를 살펴보고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이불에 감싼 몸을 그대로 일으켜 백옥 같은 팔을 뻗어 붓을 잡더니
그대로 내려쓰기 시작한다.
홍련 :
後園黃栗不峰坼(후원황율불봉탁)
뒷동산 익은 밤송이는 벌이 쏘지 않아도 저절로 벌어지고
溪邊楊柳不雨長(계변양유불우장)
시냇가 수양버들은 비가 오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니라.
글을 마친 홍련은 방긋 웃더니 제자리로 돌아가 눈을 사르르 감고 누웠다.
김 삿갓이 홍련의 글을 보고 다시 홍련을 끌어안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자기의 처녀성을 의심하는 글월도 글월이거니와 답을 문학적으로 잘 표현해 놓았으니
유머도 이쯤 되면 단순히 음담패설이라고 하지 못할 것이다.
인생의 의미를 알고 그 인생을 즐기기 위해 살아가는 한 남자. 바람 따라왔다가 구름 따라
사라지는 풍운아 김 삿갓.
다음날 날이 밝으니 김 삿갓은 방랑 길을 재촉하는데.
그래서 홍련이 깨기 전에 치마 자락에 시 한 구절을 갈기어 쓰고 쫓기듯 집을 나오는데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다.
김삿갓 :
昨夜狂蝶花裏宿(작야광접화리숙)
지난밤 미친 나비 한 마리가 꽃 속에 잤건 만.
今朝忽飛向誰怨(금조홀비향수원)
오늘 아침 훌쩍 날아가니 누구를 원망하랴.
천재 시인과 절세미인 함께 어우러져 그 즐거움을 글로 어찌 표현하리오.
<출처 : 다음 검색 창 김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