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시인-K
합동시집 <시골시인-K>가 드디어 출간 되었습니다.
저희 여섯 명의 공동 저자들이 최선을 다해 쓴 60편의 시와 6편의 산문들을 세상에 내놓으며 격려와 채찍을 기다리겠습니다.
이제 저희들은 다시 변방에서 더 낮은 자세로 시 쓰는 일에 매진하겠습니다.
지방에서 외롭게 시의 길을 걷는 모든 우리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집 판매 수익금은 다음 시골시인을 위해서 기부될 예정 입니다. 지역에서 묵묵히 좋은시를 쓰는 시인들을 위해 힘을 보태주신다면 더없이 행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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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시인들, 한국문단에 새바람 혹은 반란을 꿈꾸다”
- 합동시집 『시골 시인-K』를 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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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도 아니다. 정기적인 모임도 없다. 회비도 거두지 않는다. 사는 곳도 쓰는 곳도 모두 다 다르다. 국가나 지자체에 문화예술지원금도 신청하지 않았다. 2020년 우연히 만나서 일 년 동안 쓴 원고를 모아 경상도 젊은 시인들이 합동시집을 펴냈다.
지난해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시대를 맞아 이들은 SNS를 통해 서로의 근황을 물었고, 이럴 때일수록 시골 시인들이 모여 시적 난장을 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이를 눈여겨본 서울의 도서 출판 <걷는 사람> 대표 김성규 시인이 흔쾌히 시집을 내줬다.
일단 이번 시집은 게릴라성 합동 시집이다. 이들은 한 권의 합동 시집이 일회성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경상도를 시작으로 전라 충청 강원 제주 등 전국 방방곡곡에 시골 시인들의 합동시집이 들불처럼 번져 하나의 새로운 운동이자 반란으로 이어지기를 꿈꾼다. 중앙문단을 바라보지 말고 지역에서 창조적으로 움직이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이번 합동시집에 이어, 시골 시인 다큐멘터리도 기획하고 있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시골 시인이라고 자처한 이들 시인은 권상진(경주) 권수진(창원) 서형국(고성) 석민재(하동) 이필(서울) 유승영(진주) 등 실로 다양하다. 이들은 “소위 중앙이라 불리는 문단에서 소외된 지방작가들이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 사회에서 얼마든지 열정적으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원고를 취합하게 됐다”고 한다.
이번에 출간한 합동 시집은 여섯 명의 각 지역 시인들이 시 10편과 산문 1편에 각자 그린 본인의 캐리커처를 얹었다.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직업으로 살면서, 쓴 신작시들은 본인들만의 독특한 개성과 만만치 않은 수준의 시력을 선보인다.
“신춘문예로 등단해서 이소룡의 노란 츄리닝을 즐겨 입고, 아이 셋을 억척스레 키우며 낙동강과 섬진강을 넘나드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돌연 사람을 만나러 다니겠다고 선언하는 이, 서울에서 진주로 내려와 논술 교사를 하면서 오지로, 더 오지로 들어가 시를 쓰겠다는 이, 고성에서 연탄불고기 식당을 하며, 당근마켓에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는 이, 서울에서 편집 일을 하고 있는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시골 시인으로 스며든 이, 개중 경주에서 직장 생활하는 이가 가장 정상적으로 보였다”라고 발문에 씌여질 정도다.
시골 시인들의 작품이 신선한 이유는 세상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노동하고 사람을 만나고 온 손으로 쓴 시들이기 때문이다. 문학으로 출세하고 돈 벌고 성공하기 위해 책상에서 공부하고 대학원 가고 인맥 쌓아 상 받고 메이저 출판사에서 시집 내고 비슷한 경로를 밟아온 문학 평론가들에 의해 상찬을 받아온 분들의 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섯 시인을 대표하여 여는 글을 쓴 서형국 시인은 “처음엔 각기 개성이 뚜렷해 절대 섞일 것 같지 않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시간이 흐르자 각자가 기거하던 마을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가져와 풀어놓더군요. 누구는 노스님의 염주와 마르지 않는 계곡을 통째 옮겨왔고, 누구는 우쿨렐레를 퉁겨 천사 같은 아이들 웃음소리를 모아 왔으며, 또 누구는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를 닦더니 거침없는 문장에 올라타 광란의 질주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황량한 대지에 계곡이 넘쳐 샛강이 흐르고 나무가 자라더군요. 무명의 철학자가 나무 그늘에 기대 거울로 복제된 자신을 돌아보더니, 그저 평범한 회사원이 꽁꽁 숨겨온 슬픔과의 연애담을 맛깔나게 털어놓았습니다. 이들을 지켜보면서 가진 거라곤 연탄 몇 장이 전부인 사람이 불을 피워 쪽방에 훈기를 불어넣었습니다.” 라며 이번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돌아보았다.
이들은 시골 시인-K를 필두로, ‘시골 시인-A’, ‘시골 시인-B’, ‘시골 시인-C’가 전국 각 지방에서 계속 이어져 나가기를 기대하며 이 합동시집의 수익금을 다음 시골시인-K 프로젝트를 위해 후원할 계획이다.
이번 시집의 발문을 쓴 성윤석 시인은 “중앙의 왕자와 공주님들에게 사로잡혀있는 한국문학계를 이제는 지역의 괴물들이 구하러 갈 때가 되지 않았나.”라며 지역에서 치열하게 시를 쓰는 시골 시인들을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