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단 한치의 물러남이 없이 격전을 치러야 하는 러-우크라가 2024년 예산을 확정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11월 28일) 푸틴-젤렌스키 대통령이 새해 예산안에 서명했으나, 그 규모는 3대1로 큰 차이가 났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지난달 28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이날 기록적인 국방 예산을 포함한 2024년 예산안에 나란히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내년 우크라이나 예산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예산 전체의 절반인 1조 6900억 흐리브냐(약 470억 달러)로, 우크라이나 GDP의 약 22%에 해당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러시아의 국방 예산은 새해 전체 예산의 3분의 1(29.5%)인 10조 7,750억 루블(약 1,200억 달러)로, 우크라이나의 국방비보다 3배 가까이 더 많다. 그러나 러시아 GDP의 6%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양 국의 국방비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서방 측이 우크라이나에 수백억 달러 어치의 군수 물자를 지원해왔기 때문이다.
확정된 우크라이나 예산은 세입 1조 7,680억 흐리브냐(지난해 대비 220억 흐리브냐 증가), 세출 3조 3,500억 흐리브냐로, 재정 적자 규모는 1조 5,800억 흐리브냐에 달한다. 재정적자는 미국 등 서방측의 재정지원으로 메꿀 계획이다. GDP 전망률은 당초(예산안 초안) 5%에서 4.6%로 낮췄고, 인플레이션률은 연 10.8%에서 연 9.7%로 줄이기로 했다. 흐리브냐 환율은 당초 달러당 41.4 흐리브냐에서 40.7 그리브냐로 설정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징수된 세금은 거의 국방비(1조 6,900억 흐리브냐)로 지출된다. 재정적자는 서방 측의 지원으로 메꿔야 하는데, 미국이 아직 내년 대(對) 우크라 지원 규모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여서 불안감이 높다.
우크라 국방부/사진출처: currenttime.tv
우크라이나의 국방비는 러시아에 비하면 3배나 적다. 우크라이나군/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은 최근 "우크라이나 지원의 필요성을 이해한다"며 "의회가 크리스마스 전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을 승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존슨 의장이 바이든 미 행정부가 반대하는 멕시코 국경 강화 정책을 우크라이나 지원과 연계시키고 있어 예산 통과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의회(최고 라다)는 지난 10월 19일 1차 독회, 11월 2일과 9일 2차, 3차 독회를 거쳐 내년 예산안을 확정한 바 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소련 이후 처음으로 전체 예산의 3분의 1에 달하는 기록적인 국방예산을 담은 새해 예산안에 서명했다. 내년에 러시아 국방 예산은 10조 7,750억 루블(약 1,200억 달러)로, 올해(6조 8,000억 루블)보다 약 70% 늘어났고, 2022년(4조 7,000억 루블)보다 2.3배, 전쟁 전인 2021년(3조 5, 000억 루블)에 비하면 3배나 많다. 러시아 GDP의 6%다.
또, 내년 예산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17%, 올해의 19%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29.5%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