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알랭 코르뱅 / 역자 이선민 / 돌배나무 / 2020.06.10
페이지 288
책소개
풀로 만나는 푸르른 감정의 역사
《풀의 향기》는 정말로 풀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과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풀을 바라보며 ‘어떻게 느껴왔는지’ 보여준다. 풀에 대한 애정과 호감, 풀이 주는 편안함과 욕망과 같은 다양한 감정을 다룬다. 인간의 감각과 욕망, 시간, 공간 인식, 감수성 등의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역사학자 알랭 코르뱅은 풀잎 하나에서 혹은 풀이 무성하게 자란 모습에서, 그리고 잡초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익숙한 감각들을 이끌어냈다. 초원을 달리거나 풀밭을 뒹구는 어린 아이가 느끼는 기쁨, 풀밭에서 식사를 마친 뒤 편하게 즐기는 한낮의 여유로움, 베어 낸 풀에서 나는 냄새, 수풀 속 작은 세계에서 들려오는 윙윙거림뿐만 아니라 풀 침대에 짙게 배인 에로티시즘, 심지어 묘지 위로 가지런히 자란 잔디가 주는 평온함에 이르기까지 태초부터 이어져온 풀과 함께한 감각들은 다채롭다.
오늘날, 풀에 대한 역사의 한 페이지는 넘어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의 풀을 향한 욕망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도시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옥상정원과 주변의 크고 작은 화단만 봐도 사람들이 풀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의 욕망을 채워주고 잃어버린 감정들을 되돌려주는 초록의 풀은 다시금 자신의 자리를 되찾아나가고 있다. 그러한 풀을 현대인들은 새로운 형태로 찬미한다. 풀이 불러일으키는 욕망과 감정들을 묘사하는 푸른 산책은 계속된다. 《풀의 향기》는 지난 수십 세기에 걸쳐 풀이 일으킨 다채로운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엮어 풀의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시작하고자 한다.
저자소개
알랭 코르뱅
저자 : 알랭 코르뱅
근대사와 미시사를 전문 분야로 삼고 있는 프랑스의 역사학자이다. 1936년 프랑스 북서부 오른에서 태어났으며, 캉 대학에서 공부했다. 투르 대학과 판테온-소르본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정년퇴직을 한 뒤에도 연구와 저술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인간의 감각과 욕망, 시간, 공간 인식, 감수성, 유혹 등의 다양한 주제를 다룬 연구 업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특히 18~19세기의 심성사를 다룬 그의 연구는 다양한 문학작품을 사료로 이용하는데, 자신이 문학가들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뿐 아니라 거꾸로 그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다. 그의 대표적인 저술로 꼽히는 《악취와 향기》가 영화로도 제작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에 영향을 준 것이 유명하다.
알랭 코르뱅의 저서는 국내에도 다수 출간되었다. 그의 저서로는 《침묵의 예술》, 《시간, 욕망, 그리고 공포》, 《창부》 등이 번역되었으며,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쓴 책으로는 《몸의 역사》, 《날씨의 맛》, 《기억의 장소》, 《사생활의 역사》 등이 국내에 소개되어 있다.
역자 : 이선민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동 대학 통역번역대학원 한불번역과를 졸업했다.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은 프랑스의 좋은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나와 마주앉기》, 《개인주의 가족》, 《행복만을 보았다》, 《인간, 즐거움》 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고대부터 풀이 일으켜온 여러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묘사되어 왔다. 풀이 문화와 함께 변모하면서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푸르른 정경에만 머물러 있는 오늘날, 풀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1. 풀, 태초의 무대
풀에 투사된 교훈적 가치들, 감수성을 자극하는 초록색 풀, 풀의 감각적인 형태, 풀이 주는 충동, 잡초를 보는 시각, 에덴동산의 이미지, 풀의 사회적 상징체계 등 자연의 시작점인 ‘풀’을 살펴본다.
2. 풀, 유년의 추억
여러 문호들의 작품을 인용하여 풀밭을 뛰놀던 유년기의 기억을 다룬다.
3. 목장에서의 경험
목장에서의 경험, 비가 내리거나 강이 흐를 때의 풍경, 시간과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목장을 바라보는 다채로운 감정 등을 이야기한다.
4. 초원, 그 무성한 풀의 풍요로움
꽃이 핀 알록달록한 초원의 아름다움, 초원을 만지고 걷고 달리는 원초적 즐거움, 초원에 밤이 내릴 때의 모습을 찬미하는 한편, 북미 개척으로 사라진 대초원을 그리워한다.
5. 풀, 잠깐의 은신처
기원전 1세기부터 오늘날까지 풀과 휴식을 연결 짓는 작품들을 살펴본다. 바라만 봐도 편안함을 주는 풀, 마음을 여유롭게 하는 풀 뜯는 동물들, 가족과 보내는 휴일 등 풀이 가진 휴식의 이미지를 다룬다.
6. 수풀, 그 미시의 세계
곤충이 등장하는 교훈적 우화, 무한한 하늘과 대비되는 풀 속 곤충들의 작은 세계, 숭고하고 변화무쌍한 곤충들의 삶, 곤충을 관찰하던 어린 시절 등 문학 작품에 반영된 수풀 속 미시의 세계를 살펴본다.
7. 꿈결보다 감미로운 풀 _ 르콩트 드 릴
목신(牧神)이 사는 아르카디아에 대한 로망과 양 치는 목동의 즐거움, 풀이 지닌 목가적인 향수가 시대마다 문학 작품 속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다룬다.
8. 풀 내음 가득한 삶의 터전
중세부터 20세기까지의 풀 베기와 건초 저장 등 풀과 관련된 노동 현장을 다룬다. 리듬감 있는 풀 베기 작업, 함께 땀 흘리며 일하는 농부들, 풀을 베고 말릴 때의 향기, 퇴비 냄새를 이야기한다.
9. 우아하고 고상한 풀
귀족들의 교양을 대변하던 잔디, 조경 공간에서 놀이 공간으로 기능이 바뀐 공원, 근대 북미에서 백인 중산층의 상징이 된 잔디, 잔디경기장과 인공 잔디의 등장 등 야생풀과 대비되는 잔디를 다룬다.
10. 흰 대리석 같은 두 발이 푸른 풀밭에서 빛나네 _ 라마르틴
걸음마다 풀이 돋아난다는 아프로디테에 대한 환상이 ‘풀밭에 선 하얀 맨발의 여성’을 찬미하는 것으로 이어져서 18세기까지 끊임없이 재현된다. 풀밭 위의 산책을 통해 풀이 가진 사랑과 유혹의 이미지를 살펴본다.
11. 풀은 강렬한 교미의 장소 _ 에밀 졸라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쾌락을 즐기려는 욕망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그 복합적인 기원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아름다운 사랑, 권력을 가진 귀족의 욕망, 여주인공의 혼란, 육체적 쾌락을 자극하는 풀밭을 보여주기도 한다.
12. 죽은 자들의 풀 _ 라마르틴
시든 풀, 자살 장소가 된 연못 근처의 풀밭, 죽음을 부르는 독초, 결투지가 된 초원, 묘지와 폐허에 피어난 풀을 통해 죽음이 어떻게 묘사되어 왔는지 살펴본다.
에필로그
현대의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리움에서 비롯된 풀을 향한 깊은 열망이다. 풀로 인해 일어난 감정들이 어떠했는지를 다시 살펴보는 일만으로도 우리는 풀의 운명에 관한 긴 이야기를 제대로 읽어볼 수 있다.
출판사 서평
문호와 화가를 통해 만나보는 풀
《풀의 향기》는 ‘풀’이라는 미시적인 소재를 분석하여 과거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풀과 관련된 풍부한 감정들을 폭넓게 다룬다. 예로부터 풀이 지닌 감성적인 힘을 예찬한 이들이 많았다. 알랭 코르뱅은 역사가다운 통찰력과 방대한 지식으로 많은 작가들의 문학 작품과 그림을 깊이 있게 분석하여, 에세이를 읽는 듯 한 편안함을 주는 인문역사서를 완성시켰다.
빅토르 위고, 에밀 졸라, 보들레르, 릴케, 헤르만 헤세, 셰익스피어 등 대문호들의 문장과 조르주 쇠라, 조르조네, 앙투안 셍트뢰유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들 속에서 풀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독자들을 감성적인 푸른 산책으로 초대한다.
[출처 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