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8일 연중 제34주간 금요일
커다란 화물선이 있습니다. 이 화물선이 항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배를 움직이는 기관과 동력, 원료 그리고 이 배를 움직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없으면 항구를 벗어나는 것 자체가 큰 위험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화물’입니다. 그래서 화물을 싣지 않으면 필수적으로 바닥짐(밸러스트, ballast)에 물을 채워서 무게를 맞추어야 합니다. 무게를 맞추지 않으면 배가 쉽게 흔들려서 전복될 위험이 증가할 수 없으며, 또 앞으로 똑바로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적절한 무게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어쩌면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기에게 짐이 되는 사람이나 일이 있지 않습니까? 이 사람만 없다면, 이 일만 없다면 진짜 행복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사실 나의 짐들이 나를 똑바로 살 수 있게 하고, 앞으로 힘차게 나아갈 힘도 주고 있었습니다.
이 짐들을 고통과 시련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짐들이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의 선물일 수 있습니다. 순간만을 보지 말고, 시야를 넓혀서 봐야 합니다. 매 순간 주시는 작은 기쁨 안에서 충분히 희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어제에 이어 말씀하십니다.
“무화과나무와 다른 모든 나무를 보아라. 잎이 돋자마자, 너희는 그것을 보고 여름이 이미 가까이 온 줄을 저절로 알게 된다.”(루카 21,29)
우리는 흔히 종말을 두려움, 심판, 파괴의 이미지로 떠올립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통해 종말을 ‘여름’, 즉 생명이 무성해지고 열매를 맺는 희망의 계절로 묘사하십니다. 예수님은 종말의 징조들을 ‘겨울의 혹한’이 아니라, 결실을 맺는 ‘여름이 오는 과정’으로 알려주시는 것입니다. 또 ‘저절로 알게 된다’라면서 특별한 계시나 복잡한 계산이 필요 없이, 주의 깊게 관찰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고 하십니다.
농부가 자연의 변화를 보고 계절을 알듯이, 신앙인은 역사와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며 하느님의 뜻을 읽어내야 합니다. 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두려움에 숨지 말고, 그 안에서 하느님 나라가 다가오고 있음을 식별하는 영적인 눈이 필요합니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루카 21,33)
구약에서 ”하느님의 말씀은 영원하다“(이사 40,8)라는 표현은 오직 야훼 하느님께만 적용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말씀을 하느님의 말씀과 동등한 권위, 즉 절대적이고 불변하는 진리로 선포하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과 하늘조차 언젠가 사라지겠지만, 주님의 말씀은 영원합니다. 사라질 세상의 가치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까? 아니면 결코 사라지지 않는 주님의 말씀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까? 주님 말씀에 뿌리를 내리는 사람은 어떤 고통과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오늘의 명언: 듣기 싫을 때 진정으로 충고해 주는 사람을 친구로 가진 사람은 복받은 사람이다(몽테뉴).
첫댓글 빠다킹(조명연 마태오)신부님 강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