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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기관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관한 대안교육연대의 입장
대안교육연대
개요
한국교육문제연구소의 ‘대안교육기관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교육부의 연구용역을 받아 진행한 사업으로, 현재 교육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안교육기관 관련 법안’의 모태가 될 것이기에, 당 연구소가 연구결과로 대안교육연대에 제시한 법률 초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자 한다.
지난 20여 년간 대안교육은 제도 밖에서 자율적이고 다양한 교육을 통해 교육의 사회적 공적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국가에 의한 제도교육과는 다른 민간주도의 대안교육이 발전할 수 있었으며, 대안교육의 성장이 제도교육의 변화와 혁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왔다.
또한, 대안교육은 제도교육 밖 청소년의 교육받을 권리를 실현하고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안 제정 노력(제도화)에도 적극 참여하여 의견을 제시하였고, 대안교육의 제도화를 통한 대안교육의 공공성을 확대하고자 노력하였다.
하지만 국회의 법안 제정 노력과는 다르게 정부(교육부)에서 대안교육 제도화를 추진하면서,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장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확대하고자 하는 대안교육 제도화의 중요한 의미가 상실되고 있다. 최근 교육부의 입장과 연구용역의 결과를 보면 대안교육 제도화는 폐쇄를 전제로 하여 등록을 강요하는 등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정부의 관리ㆍ통제를 강화하면서 대안교육 제도화 본래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교육부와 한국교육문제연구소의 연구결과는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법안보다 매우 후퇴한 법안이다. 이러한 연구결과가 정리된 ‘대안교육기관의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대안교육연대의 의견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1. 기본이념과 국가의 책무는 일치해야 한다.
○ 대안교육은 국가가 인가제에 의해 교육 내용과 시설기준을 획일적으로 적용하고 교육기관을 독점 운영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성찰에서 출발하여, 자발적인 민간주도의 교육으로 시작된 것이다. 따라서 대안교육을 법제화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대안교육시설이 ‘교육내용’과 그 교육내용의 체계적 연결로서의 ‘교과과정’의 결정, 운영에 관한 주도성과 자율성을 국가가 인정하는 것이다.
○ 이 법안 제3조 기본이념에 대안교육의 다양성, 대안교육기관의 자율성과 공공성에 대한 존중이 명시되어 있으나, 제4조에는 대안교육 프로그램의 연구ㆍ개발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의 연구ㆍ개발은 대안교육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교육의 획일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국가에서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을 대안교육 프로그램으로 강요될 우려가 있다.
○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에 학교교육과 대안교육기관간의 연계체제 구축을 추진하도록 하는 것은 대안교육기관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국가의 강요로 학교교육과 관계를 맺게 하는 것이다. 그동안 대안교육은 자율적인 성장과정에서 제도교육에 영향을 미쳤고, 상호 교류를 통해 교육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따라서 제4조에 있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학교교육과 대안교육기관간의 연계체제를 인위적으로 구축하지 않아도 우리 사회의 교육발전을 위해 자연스럽게 교류가 확대 될 것이다.
따라서 제4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는 제3조의 기본이념의 내용에 맞지 않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는 기본이념을 충실히 구현하기 위해 의무를 규정하고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다시 말해 국가의 책무는 대안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 공공성을 보장하고 구현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지원하고,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음을 분명히 하는 것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2. 대안교육기관의 책무에 대한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
○ 이 법안 제5조 대안교육기관의 책무에 ‘교육기본법’에 따른 교육이념의 구현과 교육여건 구비를 규정하고 있으나, 대안교육이 민주시민으로서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교육을 하고 있어 별도로 대안교육기관의 책무를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 오히려 대안교육기관의 책무는 이 법 제3조의 기본이념에 따라 자율적 운영과 다양한 교육을 통해 대안교육의 사회적 공공성과 보편성 실현을 규정하는 것이 법 제정 취지에 맞을 것이다.
○ 이 법안 제8조 대안교육기관의 등록요건 ②항에는 대안교육기관의 시설ㆍ설비 기준을 시ㆍ도 교육 규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어 대안교육기관의 획일적인 시설ㆍ설비를 요구하고 있다. 대안교육의 시설ㆍ설비는 교육프로그램에 따라 구비하는 것이지, 시설ㆍ설비에 따라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책무는 제도교육의 기준에 따라 획일적인 시설ㆍ설비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는 책무로 인식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 대안교육은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교육에 필요한 시설ㆍ설비를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고, 교육이념에 충실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자 애쓰고 있지만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충분한 교육여건을 구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는 것은 오히려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는 것이 옳다.
3. 신고의무제는 대안교육의 다양성과 기관운영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것이다.
○ 대안교육의 기본이념은 이 법안 제3조에 있듯이 대안교육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대안교육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대안교육기관에 신고를 의무화하는 것은 제도권 내의 대안교육으로 획일화하는 것을 말하며, 국가가 제도 안에서 대안교육기관을 관리ㆍ통제하겠다는 발상으로 볼 수 있다.
○ 국가는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관리ㆍ통제를 시도할 것이 아니라, 대안교육을 표방하는 교육기관이 교육의 공공성을 외면하거나, 반사회적인 교육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신고에 있어서 선택권을 주고 교육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
4. 제도화에 따른 신고 여부는 개별 대안교육기관이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 이 법 제6조는 학생모집을 시작하면서 6개월 이내에 교육감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24조에서는 미신고 기관에 대해 폐쇄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제27조에는 미신고 기관에 대해 교육감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 대안교육기관은 지난 20여 년간 제도권 밖에서 제도교육 밖 아동과 청소년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저마다 노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를 띠게 되었다. 따라서 제도화에 대해서도 대안교육기관들의 입장이 저마다 다른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모든 대안교육기관에 대해 국가가 제도화를 강요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며, 대안교육마저 획일화하려는 발상이다.
○ 대안교육이 헌법의 범위 내에서 교육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공공적 가치 실현을 통해 교육의 본질적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대안교육기관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다. 제도 밖에서도 교육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회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이 법안에 있는 의무 신고제는 선택 신고제로 하고, 신고 여부는 개별 대안교육기관이 판단하도록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5. 등록심의 제도는 사실상 인가제의 변형이다.
○ 제시한 법률(안) 제7조의 경우, 제8조의 등록요건을 갖추어 제7조의 제1항이 정한 서류를 제출하면, 이를 다시 교육감이 제12조의 대안교육시설설립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등록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같은 방식으로 절차를 운영하는 경우 등록제가 사실상 인가제와 유사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대안교육기관의 자율성을 크게 제약하게 될 우려가 있다.
○ 등록에서 ‘심의’를 통해 등록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시행령 제2조 대안교육기관의 등록에 있는 ‘대안교육기관의 규칙, 교육과정 운영계획서, 교직원 배치계획서, 학생선발계획, 교지‧교사의 확보 및 유지 계획’ 등에 대한 서류 검토를 통해 등록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으로 사실상 인가제의 성격을 갖는다.
○ 등록요건을 ‘법률’로 정하고, 그 요건을 갖추어 등록신청을 하면 현장 확인 후 등록필증을 교부하도록 하며, 법률로 정한 등록요건을 갖추었음을 증명하는 서류 외에 신청과정에서 추가로 제출하는 서류는 등록요건과 관계없이 현황파악을 위한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여, 신고제에 가까운 등록제로 규정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6. 대안교육정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서는 교육부에서 정책을 통괄해야 한다.
○ 이 법안은 대부분의 정책을 시ㆍ도 교육감의 책임 아래 추진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시ㆍ도 교육청에 따라 대안교육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에 차이가 있고, 대안교육에 대한 편협한 인식이 상당히 존재하고 있어 법안 시행 초기 대안교육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대부분의 시ㆍ도 교육청 관계자는 아직도 대안교육을 학업중단 청소년을 위한 교육으로 인식하는 실정이다.
○ 따라서 법 시행 초기에 정책의 방향을 잡고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에서 정책 입안과 집행 등에 관한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 법안은 시ㆍ도 교육감에게 시설설립운영위원회의 구성과 시설ㆍ설비 규칙, 지원 등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시ㆍ도별 정책이 다름을 전제하는 것이다. 법 시행 초기에는 법 취지에 맞게 교육부에서 전국적으로 통일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7. 대안교육기관설립운영위원회의 독립적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 대안교육시설설립운영위원회를 교육감이 구성하고 위원도 임명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위원회가 교육감의 영향 아래 있음을 말한다. 이 구조는 위원회가 자율적 판단과 결정을 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 따라서 위원 구성에서 대안교육현장 교사와 부모의 참여를 명시하고, 위원회의 결정사항에 대한 교육청의 수용 의무를 명확히 하여 위원회의 독립적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8. 대안교육기관협의회의 자율적인 활동을 위한 위상과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
○ 이 법안상의 협의회는 원래 대안교육기관이 자율적으로 자정(自淨)기능을 갖고 교육과정과 운영에서 정부를 포함한 외부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한 기구였으나, 제13조에서는 대안교육에 대한 정부 정책의 실무를 담당하는 역할로 축소되었다. 또한 이와 별도로 제15조에서 국가가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지도(관리ㆍ통제)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협의회 본래 취지인 자정 역할을 기대할 수 없게 되어 있다.
○ 또한 대안교육 관련 업무를 3년마다 재 위탁을 통해 연구기관, 법인, 단체로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협의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보다 정부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 제도적 장치로 볼 수 있다.
○ 정부의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ㆍ통제를 배제하고 자율적인 자정 기능과 현장 관리의 역할을 협의회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리하며
제안된 현 법안은 대안교육 제도화를 추진하면서 교육활동을 국가가 통제해야 한다는 전근대적 교육관을 갖고, 교육기본권을 좁은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교육은 국가의 관리ㆍ통제가 아닌 시민의 자발성과 자율성에 의해 이루어질 때 더 공공적인 성격을 띨 수 있다. 시민들의 교육기본권은 제도교육의 틀 안에서만 구현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제도권 안팎에서 언제 어디서나 공공적 교육이 가능하도록 국가가 지원한다는 기본 전제 위에 법제화를 추진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인 법제화라고 본다.
그리고 교육기관에 대한 국가의 관리는 통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교육활동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대안교육기관이 국가의 모든 관리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공공성의 기반 위에 자율성을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며, 이를 위해 국가의 지원과 검증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바이다. 하지만 대안교육의 활동을 제약하고 민주적 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국가의 개입은 대안교육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헌법 정신에 따라 제도 밖의 아동 및 청소년의 학습권 보장을 국가의 의무로 명확히 하고, 학습권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추진할 때 학습권은 보장된다. 이 법안에서와 같이 국가의 책무는 선택적이고, 대안교육의 책무는 강제적으로 규정하게 되면, 국가권력은 교육을 통제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현재, 제안된 대안교육 법안은 현재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법안보다 상당히 후퇴한 법안이며, 이는 대안교육 본래의 취지를 구현하기보다 오히려 저해하는 법이 될 것으로 대안교육연대는 매우 우려하는 바이다. 민간 주도의 공공적인 대안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의 교육 수준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현재 한국교육문제연구소의 법률(안)을 대안교육연대는 전면적으로 거부하기로 입장을 정리했으며, 새로운 법안을 대안교육기관들과 국회가 힘을 모아 재입안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