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별곡 Ⅱ-66]아름다운 사람(17)- ‘홍보의 신’ 김선태
<아침마당>은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중의 하나이다. 오늘 아침 ‘공무원 홍보의 신’이 출연한다는 말을 듣고 주목했다. 나도 어느 사립대학과 교육부 기관에서 한때는 정말 ‘잘 나가는’ 홍보맨이었기 때문이다. 하하. ‘충주맨’이라는 김선태(37) 충주시 주무관이 그였다. 검색을 해보니, 이미 이런저런 매체에 등장한 ‘유명인’이었다. 충주시를 남다른 시각으로 포스터나 방송 등을 통해 널리 알린 공로가 혁혁하다고 한다. 그러기에 9급 출발한 공무원이 몇 년만에 6급으로 초고속 승진이 되었을 터. 그의 공적이라 할 포스터 몇 개와 영상을 보니 그럴만도 하겠다 싶다. 개인 히스토리도 재밌다. 대학을 중퇴하고 사법고시에 매진한 지 수 년, 판사의 꿈을 접고 공무원이 되기로 작정, 마침내 고향에서 꿈을 이뤘다. 처음엔 적응하느라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홍보팀 발령은 물 만난 고기처럼 제 몫뿐만 아니라 ‘일당백 그 자체’이었다(1년 예산 62만원이 믿겨지는가?). 개인 유튜브 조회수가 70만이 넘어가면서 가히 ‘공무원 홍보의 신’이 되었다.
그렇다. 창의적인 공무원 한 명의 아이디어가 홍보의 판도를 바꾼 게 확실하다. 충주 명물 대학찰옥수수 포스터 한 장으로 매출이 급신장한 것도 그중의 하나. 짧은 출연시간에도 공무원들의 애로사항과 한계 등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충주시로서는 저예산으로도 홍보효과를 톡톡히 보게 된 것이, 그의 창의력Creative Idea 덕분인 것만큼은 확실한 것같다.
그러니, 자연히 떠오르는 공무원 한 명이 있다. <노면 색깔 유도선> 아이디어를 처음 냈던 사람. 한국도로공사 윤석덕 직원이 2011년 안산분기점 주변의 잦은 교통사고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 노면路面에 분홍색, 녹색 등 색깔을 칠해 분기점 표시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한다. 교통사고가 급감하는 등 가시적인 효과가 뚜렷하자, 2017년 전국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운전자라면 누구나 ‘색깔 유도선’이 고마울 정도로 편리함을 느꼈을 것이다. ‘유퀴즈온더블록’에도 출연해 저간의 사연들을 밝히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닌 것같고, 누구나 쉽게 제안할 수 있을 텐데도, 이 공무원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변하게 한 것일까.
전남 구례군내에 들어서면 도로변의 큰 안내판에 <그래, 구례!>라고 쓰여진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소리내어 읽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구례를 머리에 각인시키기에 충분한 홍보문구가 아닌가? 이것도 틀림없이 군청의 어느 공무원 아이디어였을 것이다. <그래, 구례!>라니 한번 봐도 잊혀지지 않을 만큼 참 멋진 문구다. 다음으로 인상 깊은 게 전북 고창군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군郡 홍보문구 <높을 고高. 고창>이나 <한반도 첫 수도 고창>도 썩 괜찮은 편이다. <열매의 고장 임실>도 좋지만, 훨씬 더 인상적이지 않은가. 그렇다. 카피 문구 하나로도 100점짜리 홍보가 얼마든지 가능한 것을.
덩달아, 나의 홍보맨 시절도 떠올랐다. 기자記者를 때려치우고 홍보弘報맨이 되자, 그 위상이 '갑에서 을로' 바뀐 게 처음엔 무척 곤혹스러웠다. 기자에게 우리 학교, 우리 기관을 좋은 방향으로 잘 써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판이니 난감했으나, 그래도 나는 금세 적응했다. 1398년에 건립된(건학建學) 조선조 유일한 왕립王立대학교인 <성균관成均館>의 맥을 이은 <성균관대학교>를 한마디로 어떻게 정의할까? 고심하다 찾아낸 카피 문구가 “오래된 미래의 대학”이었다. <오래된 미래>라는 고전을 읽어보면 왜 '오래된 미래의 대학'인 지 알 수 있다. 기자를 설득, 메인 제목이 그대로 나왔을 때의 희열喜悅은 실제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심지어 학교 고위관계자도 그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잘 몰랐다. ‘오래old’는 전통傳統이랄 수 있고, ‘미래未來future’는 첨단尖端으로 상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여 “전통과 첨단의 (조화)대학”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것은 잘한 일이다.
또하나, 대학을 알리는데 있어 성균관대成均館大만이 자랑할 수 있는 기막힌 아이디어를 내가 착상,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지금 생각해도 뿌듯하다. 세계 주권국가가 240여개 되는데, 한 나라에서 유통되는 지폐紙幣의 인물이 특정대학의 인물들로만 되어 있는 것에 주목했다. 보라! 1천원권의 주인공 퇴계 이황은 성균관의 총장을 세 번이나 지냈다. 5천원권의 율곡 이이는 성균관의 학생이었다. 1만원권의 세종대왕은 성균관의 이사장(창립자가 할아버지 이성계이지 않은가)이며, 5만원권의 신사임당은 이율곡 학생의 어머니로서 성균관의 학부형이다. 만약 10만원 지폐의 인물로 백범 김구선생이 채택된다면, 백범은 성균관대 초대 후원회장이다. 지폐 4개를 코팅, 이 내용을 스토리텔링하니 입학시즌에 우리 대학을 홍보하기에 얼마나 효과적인가 말이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일곱 번째라는 것도 얘기하기에 얼마나 좋은가.
역사歷史만 길다고 자랑한들 무슨 소용인가. 그 역사에 걸맞게 부쩍부쩍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니 제대로 맞아떨어진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카피문구는 단순명쾌, 심플한 것이 최고, 그래야 기억이 오래 갈 것은 불문가지. 창의력이 넘치는 ‘아름다운 공무원’ 얘기를 하다 <기승전‘나’>로 귀결된 것같아 민망하지만, 홍보이야기가 주제여서 수다를 떤 것이니 혜량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