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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세상을 현혹하는 가짜뉴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반기문 전 총장의 대선 도전을 유엔 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히틀러의 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진짜일까, 가짜일까? 물론 가짜 뉴스다. 문제는 지금도 이 뉴스가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는 데 있다.
페이크 뉴스(가짜 뉴스)가 세계 각국을 강타하고 있다. 선거의 주요 변수로 등장했다. 지난해부터 두드러진 현상이다. 뉴욕타임스에는 ‘페이크 뉴스와의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실렸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가짜 뉴스의 실제 주인공으로 부상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지난 2월 1일 충격적인 대선출마 포기를 선언하며 이렇게 말했다.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되면서 오히려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됐습니다.”
유력 대선후보까지 끌어내린 가짜 기사는 정확히 무엇일까.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페이크 뉴스의 개념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논의가 채 진행되기도 전에 현상이 급속도로 퍼졌기 때문이다. 한국어로 어떻게 옮겨야 하는지 의견도 분분하다. 일단은 가짜 뉴스로 통용되고 있지만, ‘조작 뉴스’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김위근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흔히 페이크 뉴스를 가짜 뉴스로 번역한다. 이 번역은 페이크 뉴스를 정확히 설명하진 못한다. 우리나라에서 ‘페이크’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분야는 스포츠다. 스포츠에서 페이크는 속임수로 번역된다. 합의된 정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속임수 뉴스’ ‘조작 뉴스’로 번역한다면 실체에 가까워질 수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가짜 뉴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잘못된 내용을 전하는 ‘거짓말 기사’이고, 다른 하나는 기사의 형식을 흉내 내 꾸며낸 ‘거짓말’이다. 여기에는 글뿐만 아니라 영상도 포함된다. 협의의 가짜 뉴스와 광의의 가짜 뉴스인 셈이다.
가짜 뉴스와의 대처법
‘반기문 퇴주잔 논란’은 광의(廣義)의 가짜 뉴스에 속한다. 1월 14일 SNS를 통해 급격히 퍼졌다. 반 전 총장이 성묘를 하는 장면을 편집한 영상이었다. 이후 반 전 총장 측은 영상 원본을 공개했지만, 이미 SNS에 ‘음복잔을 본인이 마시다니 외국에서 오래 살아 예법을 잊어버렸다’는 비난이 퍼진 후였다. 언론사 내부 정보보고 형식을 빌린 소위 ‘지라시’들도 가짜 뉴스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하루에도 수십수백 가지 지라시들이 소셜네트워크망을 오간다. 반기문 전 총장에 대한 지라시도 수도 없이 돌았다. 가장 최신판은 반 전 총장의 조카 반주현씨의 신상정보였다.
기자는 반기문 전 총장의 사퇴 발표 전날과 당일 불출마 발표 직전까지 반 캠프 측과 가짜 뉴스 대처법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가짜 뉴스에 어떻게 대처해왔는지를 물었다. 인터뷰 내용이다. 반 전 총장은 서면으로 답했다.
- 가짜 뉴스에 많이 시달렸는데.
“귀국 후 짧은 기간 동안 너무나 많은 ‘가짜 뉴스’들이 생산되고 유통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반기문 전 총장의 대선 도전에 대해 유엔정신과 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는 것인데, 심지어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 이런 가짜 뉴스를 확인 없이 방송에서 인용했다가 서둘러 정정하기까지 했다. 그 외에도 ‘선친 묘소를 참배할 때 잔을 올리지도 않고 퇴주잔을 음복했다’ ‘꽃동네 봉사를 가서 턱받이를 착용하는 등 봉사 수칙을 어겼다’ ‘위안부 할머니 관련한 질문을 하는 기자에게 삿대질을 했다’는 등의 가짜 뉴스가 있지 않았나.”
- 가짜 뉴스에 어떻게 대처했나.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언론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법적인 대응은 최후의 수단으로 결코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의 소신이다. 제가 바라는 것은 오직 진실한 보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가짜 뉴스들에 대해서도 그러한 원칙에 따라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통해 잘못된 보도 내용을 바로잡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 누가, 왜, 이런 뉴스들을 생산했다고 생각하는가.
“출처 불명의 가짜 뉴스들은 어떤 경우 웃어넘길 수 있는 정도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사회적·경제적으로 큰 파장과 심각한 피해를 주기도 한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도 이러한 페이크 뉴스들이 큰 문제로 지적받은 바 있다. 우리 정치가 잘못되고 있으니까, 일부에서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이런 식의 흠집 내기, 헐뜯기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고 판단한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자유는 충분히 보장되어야 하나, 이런 식의 음해나 거짓 뉴스 생산은 타인의 인격과 자유를 침해한다는 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언론중재위의 절차를 통해 언론이 근거 없는 보도를 고쳐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장기적으로는 이런 가짜 뉴스를 근절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에 맞는 제도를 갖춰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짜 뉴스의 온상으로 불리던 페이스북이 IFCN(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과 함께 가짜 뉴스 근절에 나선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언론인과 정치평론가의 평가를 들어보자. 이들은 반기문 전 총장이 적극적으로 가짜 뉴스에 대응해야 했다고 지적한다.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당당하게 기자회견을 했어야 했다. 세 가지 주제를 적극 해명했어야 했다. 첫째 가짜 뉴스를 개탄하고 정부와 언론에 방지책을 요구하고, 둘째 열차표 구입, 퇴주잔, 턱받침 등 논란이 된 주제들을 모아서 설명하고 왜 이런 걸로 사람을 매도하냐 정면돌파했어야 했다. 셋째 23만달러 수수 의혹, 조카 의혹 등을 적극적으로 설명했어야 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즉시 법적 조치를 선언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역대 대선은 가짜 뉴스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결과를 좌우했다. 이전엔 흑색선전을 구전으로 퍼트리는 식이었다면 현재는 기사의 형식을 빌려 SNS에서 퍼진다는 차이가 있다. 1997년 이회창 당시 대선후보에게 제기된 ‘병풍’도 같은 예다. 당시 이 후보는 사태를 안이하게 판단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결과가 어땠나. 가짜 뉴스가 나올 때마다 즉시 소송 등 법적 조치를 하는 게 현실적으로 최선의 방법이다. 출마 자격 없다는 가짜 뉴스가 돌자마자 즉각 소송하겠다고 발표했어야 했다. 그래야 지지자들과 국민들이 후보에 대해 믿음을 가진다. 가짜 뉴스에 가장 잘 대응하는 후보들이 바로 야권 후보들이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가장 능숙하다. 문 전 대표는 엘시티 연루설이 돌자 즉시 강력하게 대처했다. 가짜 뉴스에 대한 안일한 대응이 결국 반 전 총장의 대선 행보를 갈랐다.”
반기문 전 총장 측은 문제의 가짜 뉴스를 올린 유로저널에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 누가 왜 이런 가짜 뉴스를 만드는 걸까.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인터넷 매체를 지적했다. “기존 언론사들은 게이트키핑 과정이 있다. 이를 통해 기사가 사실인지 내부에서 검증이 된다. 인터넷 매체는 대개 두세 명이 만든다. 게다가 특정 정파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인터넷 매체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사실을 왜곡하는 기사가 나온다.”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은 일부 지역 매체를 가짜 뉴스 생산자로 지목했다. 2015년 3월 유정복 인천시장이 조카를 시장 5급 비서관으로 채용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비서관은 유 시장의 조카는커녕 아무 혈연관계가 없는 남남이었다. 뉴스를 보도한 매체는 ‘인천뉴스’라는 지역 인터넷매체다. 전 인천시 관계자 A씨의 설명이다.
“기사가 나가기 전에 기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조카가 아니라고 분명히 설명했지만 기사엔 아무런 반론도 실리지 않았다. 언론중재위 조정 과정에서 해당 기자를 만났다. 조정위원들에게 유 시장의 가족관계등본 등 입증 서류를 모두 제출하자 어이없어하는 분위기였다. 당시 해당 기자에게 민·형사 소송을 건 상태였다. 조정위원이 정정보도를 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그 기자는 민·형사 소송을 취하하면 정정보도를 하겠다고 답했다. 이쪽에서는 정정보도 전에 소송을 취하할 생각이 없었다. 결국 정정보도는 이뤄지지 않았다. 기자는 법정에서 5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B씨는 “지방의회 의원과 지역지가 결탁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시장이 여당 소속이라고 해보자. 시정질의가 열리기 하루이틀 전에 야당 성향의 지역 매체가 시장에 대한 가짜 뉴스를 보도한다. 그러면 야당 시의원이 그 기사를 가지고 시정질의를 한다. 매체 영향력이 거의 없는 매체인데 시의원이 들고 흔들면서 질의를 하면 이른바 메이저 언론도 보도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면 야권 성향의 시민단체가 시장을 비판하는 성명을 낸다. 이런 식으로 확대재생산된다. 시의원-시민단체-지역매체가 공조를 이뤄서 분탕질을 하는 식이다. 야당이 이런 걸 잘한다. 결국 멍드는 건 지방자치다.”
외국의 경우는 돈 때문에 가짜 뉴스를 생산하기도 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짜 뉴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한 남성은 NPR 방송에 출연해 클릭당 받는 광고료 수입으로 한 달에 3만달러를 번다고 말했다. 마케도니아의 벨레쿠스라는 도시의 10대 청년들은 140개가 넘는 트럼프 지지 가짜 뉴스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힐러리를 공격하는 가짜 뉴스를 주로 올렸다. 돈벌이를 위해서였다.
가짜 뉴스에 속아넘어가는 이유
가짜 뉴스에 속아넘어가는 이유는 뭘까. 지난해 11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교육대학원은 한 가지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7804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니, 많은 학생들이 기사의 진위 여부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학생 중 82%는 특정 기사가 광고성 기사인지 일반적인 기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대학생을 포함한 많은 학생들이 SNS로 공유된 특정 기사가 믿을 만한 기사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전체 학생의 30%는 기사 형식을 교묘히 흉내 낸 가짜 뉴스를 게재하는 페이스북 계정이 진짜 언론사의 페이스북 계정보다 더 믿음직스럽다고 답했다.
한국의 사정은 어떨까. 지난해 6월 ‘디지털뉴스 리포트 2016 한국편’이 발표됐다. 한국인의 뉴스 미디어 이용 현황을 전 세계 25개국의 이용자와 비교해 분석한 리포트다. 여기에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지표가 소개됐다.
‘온라인뉴스 소비 26개국 중 한국이 5위/ 온라인뉴스 소비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 한국이 1위/ 포털을 통해 뉴스 소비하는 비율 한국이 3위/ 온라인에서 뉴스 브랜드의 인지도 낮은 편/ 뉴스 애독자 비율 낮은 편’ 등이다.
지표를 종합해 보면 이런 말이다. 한국인은 주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포털사이트 안에서 뉴스를 읽는다. 언론사 웹사이트가 아닌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에서 기사를 읽기 때문에 이 기사가 어느 언론사의 기사인지에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내부에서 몇 단계의 게이트키핑을 거치는 언론사의 기사와 직원 수 서너 명의 신생 인터넷 매체가 올리는 기사가 동격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안민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도 “모바일 기기로 뉴스를 접할 때의 특징은 뉴스를 올린 언론사가 어디인지 확인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라며 “기사를 올린 곳이 조선일보든 KBS든 뉴욕타임스든 독자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김선호 연구위원은 “한국에서는 포털과 카카오톡을 통해 가짜 뉴스가 유통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페이스북 이용자는 젊고 교육받은 층이 많다. 그래서 미국처럼 페이스북으로 가짜 뉴스가 유통되기는 힘들다. 카카오톡 같은 SNS를 통한 유통이 가장 문제다. 지라시 형태로 전달되는 뉴스다. 그런데 이건 공개적으로 관찰하기 힘들지 않나.”
최 교수도 SNS를 통해 가짜 뉴스가 유통된다는 점을 우려했다. “SNS는 사회관계망이기 때문에 SNS로 공유된 기사를 사람들은 더 신뢰한다. 그런데 SNS는 확산의 도구다. 센세이셔널리즘이 판칠 수밖에 없다. 일반적이고 평범한 얘기는 SNS에 떠돌지 않는다는 말이다. 확인되지 않는 자극적 얘기가 떠도는 이유다.”
지난 2월 1일 서울지방경찰청은 인터넷매체 기자 C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했다. C씨는 지난해 11월 ‘최순실 씨가 차은택씨를 통해 YTN 사장 선임에 개입했다”는 내용의 ‘지라시’를 SNS를 통해 유포했다. 카카오톡 등을 통해 급격히 퍼져나갔다. YTN은 즉각 대응했다. 기정훈 YTN 커뮤니케이션팀장은 “복수의 YTN 직원들도 해당 지라시를 받았다”면서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 싶어 즉시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발 빠르게 대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SNS를 통해 가짜 뉴스는 삽시간에 퍼졌다. 이 사건에서 짐작할 수 있듯 최순실 사건과 관련 숱한 오보(誤報)들이 사실과 함께 굴러다니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오보를 자발적으로 정정하는 언론사는 거의 없다.
가짜 뉴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론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 연구위원은 “가짜 뉴스가 판치면 논의 자체가 단절된다”고 말했다. “무엇이 사실인지에 대해 합의가 잘 안 될 수 있다. 이 현상이 심화되면 어떤 기사의 문장을 두고 이게 내 생각과 맞으면 사실로 받아들이고, 내 생각과 다르면 가짜 뉴스로 단정지어 버릴 우려가 있다. 자신이 선호하는 것만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
가짜 뉴스가 한번 퍼져버리면 수습도 힘들다. ‘초두효과(primacy effect)’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먼저 제시된 정보가 나중에 들어온 정보보다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금까지도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자격을 부정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가짜 뉴스를 근절하라
가짜 뉴스를 근절할 방법은 없을까. 구글과 페이스북은 가짜 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1월 25일 구글은 “200여개의 매체를 상위에 노출될 수 있는 리스트에서 영구 퇴출했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좀더 적극적이다. 지난해 11월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안에서 가짜 뉴스가 유통되고 있다는 걸 인정했다. ‘새로운 공론장으로서의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가짜 뉴스를 차단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사용자들이 가짜 뉴스를 더 쉽게 신고할 수 있게 하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외부의 전문기구를 둬 페이크 뉴스로 판정한 게시물에 ‘혼란을 주는 게시글’이라는 표시를 하는 식이다. 가짜 뉴스 게시자에게는 광고수익을 배분해주지 않겠다고도 했다. 오는 9월 총선이 열리는 독일에서 실제 시행 중이다.
국내 포털사의 경우는 어떨까.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포털은 사실상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다. 뉴스의 최종적인 배치와 노출이 포털사이트에서 이뤄진다. 포털의 뉴스 전송과 관련해 지적이 잇따르자 네이버와 다음카카오(현 카카오)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뉴스평가위)를 만들었다. 2015년 10월 출범했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등 포털사와 제휴를 맺고 있는 모든 언론사의 뉴스검색 진입과 퇴출을 결정하는 조직이다. 30명의 평가위원이 참여한다. 현재 2기 위원회가 운영 중이다.
포털 관계자는 “뉴스평가위가 관련 규정을 통해 언론사를 검증하고 뉴스를 노출하기 때문에 가짜 뉴스가 국내 포털 뉴스난에 올라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 내정자가 직접 “네이버 뉴스에서 가짜 뉴스 사이트가 노출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네이버 뉴스 관계자는 “평가위와 별도로 네이버 뉴스만을 편집하는 편집자문위원회가 있다. 가짜 뉴스가 범람할 가능성이 높은 대선 기간에는 추가적으로 모니터링 부서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포털에서 가짜 뉴스가 활동할 경제적인 유인 자체도 약하다. 네이버나 다음은 기사마다 ‘전재료’를 지불한다. 조회수당을 지불하지 않는다. 가짜 뉴스 때문에 조회수가 늘어 트래픽이 늘어난다고 해도 광고수입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뉴스평가위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뉴스평가위 위원에 인터넷신문협회 전무 등 인터넷 매체 관계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1기 뉴스평가위에서 활동한 한 인사는 “매체를 운영하는 당사자들이 ‘셀프 규제’를 하는 게 가능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도 같은 얘기를 했다. “뉴스평가위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이 인터넷신문협회장, 인터넷기자협회장 등 이익단체의 대표다.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다. 이러니 제대로 역할을 못 하는 거다. 중립적인 사람들이 해야지 직접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 하고 있다. 포털사가 누구한테도 욕을 먹고 싶지 않으니 이렇게 구성한 것 아닌가. 중립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 교수는 대처방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선을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가짜 뉴스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 다만 제한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짓 게시글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지금도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명예훼손이나 폭력적 게시글을 제재한다. 포털사이트에 권리침해를 주장하면 블라인드 처리를 해준다. 당장은 이런 방법을 활용하면서 장기적인 시간을 두고 가짜 뉴스 대응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위근 선임연구위원은 “사실검증이 본질적인 해결방안”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페이크 뉴스 생산 및 유통 과정이 팩트체킹 과정보다 훨씬 짧은 시간 내 이뤄지기 때문에 쉽지 않긴 하다. 그렇다면 온전하게 저널리즘 행위(여기서는 ‘게이트키핑’ 과정, 즉 보도를 위해 사실을 끊임없이 검증하는 체계를 강조)를 하는 언론이 생산한 뉴스의 유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욱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페이크 뉴스가 주로 단기간 내 소셜미디어나 SNS를 통해 유통되기 때문에, 언론이 소셜미디어나 SNS 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해 페이크 뉴스를 적발해내고 ‘진짜 뉴스’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뉴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뉴스 리터러시 교육도 필요하다.”
앞서 나온 김진 전 논설위원은 “선관위가 대책회의를 소집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선이 다가오면 ‘가짜 뉴스 떴다방’이 활개를 칠 거다. 정당과 포털 관계자들을 모두 소집해 대대적인 토론회를 열어야 한다. 지금 포털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지 않나. 가짜 뉴스는 사실 쉽게 진위가 밝혀진다. 선관위 산하에 가짜 뉴스 검증센터를 만들어서 가짜 뉴스와 그 언론사엔 주홍글씨를 박아야 한다.”
국회도 가짜 뉴스에 대응하고자 움직이고 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지난 2월 2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반 전 총장과 관련해 7~8건의 가짜 뉴스가 돌았다는 보도가 있다”며 “가짜 뉴스의 유통과 생산을 막기 위해 법적 정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한 번 들으면 부정하고, 두 번 들으면 의심한다. 세 번 들으면 믿는다.” 독일 나치 정권의 선동꾼이었던 괴벨스의 말이다. 나치 정권은 쿠데타로 집권하지 않았다. 정당한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았다.
대선을 앞둔 한국도 가짜 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