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훈 기자
■ 지역소멸 극복 현장을 가다 - (1) 최근 10년간 지자체 인구이동 살펴보니
삼성·기아 등 대기업 효과 이어
재개발·재건축 인프라 개선도
2위는 세종… 평균연령 38.8세
삶의 만족도 58.7%로 전국1위
서울 노원구 14.5% 최대 감소
대구 달서구·경기 안산 뒤이어
“청년들 유출이 가장 큰 문제점
10년후 행정지도 다시 그려야”
10일 오전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중심으로 인근에 아파트 등 주택 단지가 조성돼 있는 경기 화성시 동탄 3동의 전경이다. 화성시는 대기업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신도시 조성으로 인구가 꾸준히 늘어 2014∼2023년까지 10년간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중 인구 증가 1위를 기록했다. 윤성호 기자
화성=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김윤림 기자, 전국종합
수도권 쏠림과 일자리, 그리고 출산율 저하 등이 맞물린 지역 소멸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21년 226개 지자체 중 89개 시·군·구를 ‘인구감소지역’으로, 18개 지자체를 ‘관심 지역’으로 지정하고 이듬해부터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제정·시행하는 등 대대적인 대책을 내놓고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 소멸 위기감을 해소할 수 있을지와 관련해서는 근본 요인이 쉽게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문화일보는 지난해에 이어 ‘지역소멸극복 현장을 가다’ 기획 시리즈를 5회에 걸쳐 연재하며 공론의 장을 펼친다. 본보는 이 시리즈가 끝난 뒤에도 지역 소멸 극복 이슈를 지속 보도할 계획이다.
“이곳은 앞으로도 인구가 더 늘어날 곳이에요. 근처에 삼성전자가 투자하는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도 크게 들어선다고 하니까 더 많은 사람이 이주해 오지 않겠어요?”
지난 8일 오후 1시쯤 경기 화성시 동탄 9동의 한 아파트 단지. 평일인데도 이삿짐을 실은 트럭이 바쁘게 오갔다. 이곳에서 만난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입주가 시작됐는데, 열흘 정도 지나는 동안 70여 가구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 단지에서 600여m 떨어진 다른 아파트도 지난달 입주가 시작돼 이삿짐을 부려놓은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큰길 건너편에는 또 다른 아파트 건설이 한창이었다. 이곳에는 오는 2026년 1760여 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화성시는 동탄신도시 일대에 인구가 계속 늘자 지난해 7월 동탄 7동의 행정구역을 쪼개 동탄 9동을 분리 독립시켰다.
동탄 신도시는 화성시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지역으로, 이곳에만 화성 인구의 40% 수준인 41만 명이 살고 있다. 화성시에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기아 오토랜드 화성 등 대기업이 들어서 있고 이와 연관된 중소기업도 수없이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화성시 내 제조업체 수는 2만8590개로 경기도에서 가장 많고, 제약단지 등 22개의 산단 운영 및 조성을 추진 중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우수한 주거지를 조성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더 많은 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쏠림과 출산율 저하 등의 요인으로 지역 소멸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 화성시의 예처럼 일자리와 신도시, 재개발·재건축 등 인프라가 인구 증감의 명암(明暗)을 가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0일 문화일보가 행정안전부와 통계청의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인구변화 현황’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인구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경기 화성시로, 이 기간 54만862명에서 94만4342명으로 40만3480명, 74.6%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반면 인구가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서울 노원구로 58만2552명에서 49만8213명으로 8만4339명, 14.5% 감소했다. 이들 뒤를 잇는 인구 증가 상위 지방자치단체는 세종시-경기 하남시-김포시-평택시 순이며 감소 상위 지자체는 노원구에 이어 대구 달서구-경기 안산시-부천시-광명시 순이다.
일자리와 신도시, 재개발·재건축 등 인프라가 지역의 ‘생사’를 가르고 있는 사실은 각 지자체의 인구 증감 요인을 들여다보면 금세 확인된다. 인구 증가 2위를 기록한 세종시는 이전한 공공기관을 따라 수도권에서 들어온 인구에다 대전·충청권에서 터전을 옮긴 주민들이 늘면서 도시 규모가 급팽창했다. 세종시는 특히 평균연령 38.8세(올해 1월 기준)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이자 아동 인구 비율(22.7%, 지난해 3월 기준)이 가장 높은 광역지자체다. 2022년 실시한 통계청의 만족도 조사에서 세종시민의 삶의 만족도가 58.7%로 17개 광역시도 중 1위를 기록했다. 세종시 합계출산율은 17개 시도 중 9년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장 젊은 도시다. 세종시의 출산율 1위 비결은 25∼49세 연령층이 두텁고(41%) 안정적으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경기 하남시의 인구 증가는 미사강변도시, 위례신도시, 감일지구 등 택지개발과 지하철 5호선 하남 연장, 중부, 서울∼양양고속도로 등 각종 개발·교통 호재 영향이 컸다. 김포시는 2013년 ‘김포한강 신도시’ 조성으로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곳인데, 2033년까지 김포한강2 공공주택지구에 4만6000가구를 더 공급할 계획이다. 시는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으로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과 수준 높은 교육 환경, 문화시설 확충 등 생활 인프라 구축으로 인구 유입이 지속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평택시도 삼성전자 사업장이 있는 고덕신도시 등 택지개발지구 내 입주가 본격화한 2018년을 기점으로 인구가 급격히 늘었다. 반대로 인구가 감소한 지역을 살펴보면, 서울 노원구는 자체 주민인식조사 결과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요구가 큰 것으로 밝혀졌다. 또 대구 달서구는 성서산단 침체와 인근 서구와 중구 재개발에 따른 신축 아파트로의 인구 이동이 큰 영향을 미쳤다. 경기 안산시는 ‘인근 지자체와 비교해 원활하지 않았던 아파트 공급’을 인구 감소의 주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는 “지역 소멸은 그 자체의 심각성도 있지만, 더 심각한 건 청년들이 빠져나가는 것”이라며 “지자체들이 모두 경제 활성화를 통해 사람을 오게 하겠다고 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226개 지자체가 모두 필요한지 등 2030∼2040년대를 내다보고, 그때 인구에 맞춰서 필요한 행정지도를 새롭게 그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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