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AI의 법률산업 진입 대세
막기만 하다 외국로펌에 뺏길판
관련 법률개정 22대서 마련해야
변호사단체가 로톡에 이어 법률 인공지능(AI)을 겨냥한 가운데 법조계 내부에서도 '무조건 막고 보자'는 대한변호사협회의 대응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법조계에서 AI는 효율성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쓸 수밖에 없는 기술이 됐는데, 주로 개인 변호사들을 대변하는 대한변협의 강경한 대응이 결과적으로 국내 법률서비스 경쟁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AI의 등장으로 김앤장·세종·율촌 등 대형 로펌과 나머지 변호사 간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욱 법무법인 율촌 고문 겸 AI링고 대표는 "이미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AI의 법률산업 진입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국내에서도 주요 로펌을 중심으로 AI를 쓰고 있다. 기존 방식으로는 속도와 효율성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람과 AI와의 차이는 확연한 만큼 AI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성은 높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정 사안에 대해 종합적인 시각을 가지고 고객이 얘기하지 않은 부분까지 짚어가면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응하는 변호사의 역량을 AI가 대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AI는 초보적 법률상담 정도로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법률서비스에 AI를 쓰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닌 만큼 서로 대화하고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면서도 "일반인용과 변호사용 AI를 구분하고, 일반인은 AI를 참고용으로 쓰되 전문 서비스는 변호사를 찾아가도록 가이드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면서도 "AI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긴 하나, 산업 육성이 아니라 법률서비스 대중화 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다만 변협 등에서 이를 위한 논의와 지침 등 없이 갈등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관련 법률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변호사법 개정안인 이른바 로톡법은 변호사 광고에 대한 규제 권한을 변협 내규가 아닌 대통령령에 부여하는 내용이었으나 여야 합의에도 21대 국회에 처리되지 못했다. 22대 국회에서 여기에 AI 관련 윤곽까지 함께 그려넣자는 견해다. 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가천대 법학 교수)은 "이런 사안에 대해선 가이드라인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선 법 개정이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팽동현기자 dhp@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