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나
- 김 왕노-
정강이뼈로 만든 악기가 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그 정강이뼈로 만든 악기
그리워질 때면 그립다고 부는 궤나
그리움보다 더 깊고 길게 부는 궤나
들판의 노을을 붉게 흩어 놓는 궤나 소리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짐승들을 울게 하는 소리
오늘은 이 거리를 가는데 종일 정강이뼈가 아파
전생에 두고 온 누가
전생에 두고 온 내 정강이뼈를 불고 있나 보다
그립다 그립다고 종일 불고 있나 보다
옛날 잉카인들은
사랑하는 이가 죽으면
그 사람의 정강이 뼈로 궤나(quena)라는 악기를 만들어
떠난이가 그라울때마다
그걸 꺼내 구성지게 불었다고 한다.
궤나는 흔한 악기는 아니다.
궤나가 연주되는 소리를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궤나라는 낱말은
<우리말 큰사전>에도 나오지 않는다.
궤나가 악기라면 어디에 속하는 악기일까?
목관. 금관, 현이나 건반 타악기에도 속해있지 않다.
아마도 사람의 뼈로 만들었으니
骨管樂器라 해야겠지?
궤나로 연주되는 음악을 한번 들어 보고싶다.
아마도 우리의 퉁소나 단소 소리와 비슷할 듯 싶다.
사랑은 다변의 결정판이다
표리가 부동하여 불안과 평온을 번 가른다.
사악과 순수가
같은 하늘을 이고 사는 것,
풍요와 빈곤이
서로의 따귀를 갈기는 것,
모질고도 모진 마음의 소요가 사랑이다
흔히들 사랑은 주는 것 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천만에!
사랑은 아낌없이 먹어 치우는 것이다
삽입곡 : 어디로갈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