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질문을 주신 분이 있습니다. "항상 가스가 차고 방귀가 자주 나와 걱정입니다. 방귀는 왜 나오나요? 그리고 방귀에 불이 붙을 수 있나요?"
1. 방귀 만들기
많은 사람들이 ‘장에 가스가 차서’ 그 결과로 ‘헛배가 부르고’ ‘방귀도 자주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과도한 가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내 가스를 조사해 본 결과는 가스량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항상 가스가 찬 것 같고 헛배가 부르고 방귀도 자주 나오는 걸까요?
원인에 대해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에 앞서 방귀는 어떻게 해서 생기고, 하루에 얼마나 생기는지, 또 방귀의 조성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과연 방귀 냄새의 정체는 무엇인지 등을 먼저 살펴봅시다. 그래야 뒤에서 말씀드릴 원인들이 충분히 이해가 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방귀가 만들어지는 방법은 크게 4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방귀’라는 가스의 가장 많은 부분은 대장에 사는 박테리아(세균)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대장에는 약 50종의 박테리아가 무려 100조 마리나 살고 있습니다. 대장의 박테리아들이 소장에서 흡수되고 남은 음식물들, 수명이 다해 장에서 떨어져 나온 세포들과 점액을 발효하는 과정에서 방귀가 생겨납니다. 이 때는 주로 이산화탄소, 수소, 메탄 가스가 만들어집니다.
방귀의 두 번째 부분은 식도로 음식을 삼킬 때 함께 '먹은' 공기(Swallowing gas)입니다. 이 때 ‘먹은’ 공기가 위장, 십이지장을 거쳐 소장, 대장을 통과해 방귀로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먹은 공기의 성분 그대로, 즉 질소와 산소가 방귀로 나오게 됩니다. 방귀 성분을 분석해 보면, 먹은 공기가 방귀의 적으면 20%, 많을 경우는 60%까지도 됩니다.
방귀의 세 번째 부분은 소장과 대장에 있는 혈관에서 음식물이 있는 장 내부로 빠져 나온 가스입니다. 물론 음식물과 섞여 있는 가스의 일부도 혈관으로 들어갑니다. 이와 같은 장 혈관에서의 가스 출입에서 혈관으로 흡수되는 가스량이 적고, 장 내부로 배출되는 가스량이 많으면 방귀가 되어 나옵니다. 이 때는 주로 이산화탄소가 생깁니다.
네 번째는 소장 상부에서 위산이나 지방산이 중화될 때 중탄산염(HCO3-)과 결합에 의하여 방귀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장 내부의 산도(pH)를 중성이나 약알칼리성으로 일정하게 유지시키기 위해 필요합니다. 반응의 결과로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집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결과적으로 하루에 약 0.5 - 1 리터의 방귀가 만들어져 몸밖으로 배출됩니다. 그래서 누구나 하루에 여러 번 방귀를 뀌며 삽니다.
2. 냄새나는 방귀
그런데 방귀에서는 왜 냄새가 나는 걸까요? 방귀 냄새는 크게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방귀의 독특한(구수한?) 냄새는 음식물에 섞인 인돌이나 스카톨 등에 의해 생깁니다. 또 유황온천 특유의 냄새나 계란이 썩을 때 나는 냄새 같이 손으로 코를 쥐게 만드는 독한 냄새는 황화수소 때문입니다. 황화수소는 시스틴이나 메티오닌 같은 아미노산이 함유된 단백질이나 황산기를 가지고 있는 점액이 분해될 때 나옵니다.
1) 방귀에 불붙이기
방귀에는 메탄(CH4)도 들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성인들이 메탄 가스를 배출하는 것은 아니고, 약 3분의 1가량의 성인들만 대장에서 만들어냅니다. 메탄 가스를 생산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유전되는 경향이 있고, 특별한 음식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메탄은 발화가 잘 됩니다. 그래서 메탄이 많이 나오는 사람의 방귀에 불을 붙이면 불이 붙기도 합니다. 언젠가 해외토픽에서 방귀를 뀌면 저절로 불이 붙어 하루에도 몇 번씩 팬티를 갈아입어야 한다는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 때의 주범이 바로 메탄입니다. 간혹 재래식(퍼세식)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다가 담배에 불을 붙이는데 ‘펑’하고 주위에 불이 붙었다거나 하수구를 청소하다가 불이 났다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얘기도 결국은 메탄이 문제가 되는 경우입니다.
3. 방귀가 자주 나오는 원인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배속에 가스가 찬 것 같고 방귀가 자주 나오는 원인에 대해 알아봅시다. 크게 보아 다음 8가지 중 하나입니다.
1) 우선은 장의 구조나 기능에는 전혀 이상이 없고, 다만 먹는 음식의 종류와 양이 문제가 되는 경우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좀 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콩과식물들이나 옥수수 같은 곡물들에는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는 탄수화물이 들어 있습니다. 소장에서는 이 탄수화물을 쪼개서 흡수시킬 효소가 없습니다. 그래서 흡수되지 않는 탄수화물로 인해 헛배가 부르고 배가 빵빵한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흡수되지 않은 당질들이 대장으로 넘어오면 가스를 만드는 박테리아들의 좋은 먹이(기질)가 되는데, 그 결과로 이산화탄소, 메탄 등의 가스가 많이 생겨 방귀가 많아지게 됩니다. 아마도 ‘보리밥을 먹으면 방귀가 자주 나온다’고 하는 것도 이런 까닭일 것입니다.
흡수가 잘 안 되어 방귀 생성을 늘리는 먹거리들은 또 있습니다. 밀이나 양파, 양배추, 아스파라거스 등에는 올리고당이 들어 있습니다. 이 올리고당도 소장에서 흡수가 잘 안 되어 헛배가 부르고 방귀생성을 많아지게 합니다. 우리들이 밀가루 음식을 먹은 후에 배가 빵빵해지면 ‘배속에서 밀가루가 불어서 그렇다’고 하는 것도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또 우리가 과일을 먹을 때 단 맛을 느끼게 되는 것은 과당(Fructose) 때문인데, 과당은 무화과, 자두, 대추, 포도, 여러 과일주스나 음료들에 들어 있습니다. 과당도 소장에서 잘 흡수가 안 됩니다. 물론 이로 인해 헛배가 부르고 방귀가 많이 나오게 되지요. 다만 과당은 포도당이나 설탕과 함께 먹으면 소장에서 오히려 흡수가 더 잘됩니다. ‘과일에는 설탕을 쳐야 제맛’이라는 것도 이런 원리에 연유할 것입니다.
그리고 음식물의 양도 문제가 됩니다. 과식을 하면 당연히 음식들이 채 흡수되지 않아 배가 부르고, 방귀도 많아지게 됩니다. 우리 주위에는 이런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2) 두 번째는 장의 운동성에 문제가 있는, 장의 기능이 좋지 않은 경우입니다.
장의 운동이 빨라져 있으면 음식물이 채 흡수되지 않고 지나가게 됩니다. 그러면 대장으로 음식물들이 빨리 들러오게 되는데, 이 때는 장에서 흡수되어야 할 가스가 충분히 흡수되지 않아 방귀가 많아지게 됩니다. 이처럼 장 운동 장애가 있는 경우도 헛배가 부르고, 때로는 아픔을 느끼기도 합니다.
3) 세 번째는 장이 특정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거나 과민해서 그럴 수 있습니다.
4) 네 번째는 특정 음식을 소화 흡수시키는데 필요한 효소가 선천적으로 없거나 부족해서 생기는 흡수장애 증후군 때문입니다. 이 때는 헛배가 부르고 방귀가 많아지는 것과 함께 설사 등의 증상이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당뇨병 환자들에게 설탕 대용으로 쓰거나, ‘슈가 프리’(무설탕) 껌이나 다이어트 캔디에 들어 있는 ‘솔비톨(Sorbitol)’을 먹으면 설사와 방귀, 헛배부름 등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또 우유를 마시면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락타아제라는 효소가 없는 분들이지요.
5) 다섯 번째로 담도나 췌장의 이상으로 지방질을 소화 흡수하지 못할 때입니다. 지방이 소장에서 흡수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지방 입자를 적게 해서 흡수되는 걸 도와주는데 필요한 ‘담즙’(담즙은 간에서 만들어 담낭에 저장했다가 식후에 담도를 통해 십이지장으로 나와 음식물과 섞입니다)과 지방을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분해시키는데 필요한 췌장에서 나오는 ‘리파아제(지방분해효소)’입니다. 만약 담도에 돌(담석)이 있거나 췌장에 문제가 있어 둘 중에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지방 흡수가 잘 안 됩니다. 그 결과로 다른 증상들(예를 들면 황달, 복부 통증 등)과 함께 방귀가 많아질 수 있습니다.
6) 여섯 번째는 소장에 세균들이 과잉 증식하는 경우입니다. 소장에는 세균들이 살지 않습니다. 소장은 위장과 이어져 있어서 위산에 의해 이미 세균들이 죽은 상태로 소장으로 음식물이 넘어오고, 또 소장의 연동운동이 세균을 씻어 내리고 면역글로불린이 존재해서 세균을 죽이기 때문에 소장엔 세균이 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소장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거나 당뇨병 등으로 소장운동에 이상이 있거나 하는 경우에는 소장에 세균들이 과잉으로 증식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음식물을 흡수하는 소장의 구조와 기능에 이상이 생겨, 흡수장애증후군과 같은 양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7) 일곱 번째는 람블편모충 등 기생충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습니다.
8) 위에서 말한 것들이 겹쳐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항상 가스가 차고 방귀가 많이 나오는 분이라면, 먼저 다른 증상이 동반되는지 살피시고, 식습관도 다시 한 번 돌아보십시오. 다른 증상들이 동반된다면 병의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십시오. 만약 별다른 동반 증상이 없고, 앞에서 말씀드린 식습관에 원인이 있는 분들이라면 식습관을 바꾸어 나가시면 됩니다. 식품 알레르기나 과민성 때문이거나 흡수장애인 경우라면 그 식품을 회피하는 방법을 쓰시면 됩니다.
첫댓글 제가 아는 선배 한 분은 '물구나무 서서 방귀뀌기'를 특기로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ㅎㅎㅎ
방귀에 대해 정확히 알았습니다.불도 붙는군요.근데 똑 같은 황화수소 방귀라도 자신의 것은 향내가 견딜만한데,남의것은 그렇지않은것은 왜 일까요?..자기것은 무엇이나 사랑스러워서 그럴까요??
정신적인 이유가 크겠지요...아마도 자신의 방귀가 고약한 냄새가 날 수 있다는 사전 '기대'가 있고...우리 정신이 이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지요...그래서 냄새가 견디만하게 느끼게 되고요...타인은 그 게 없이 갑자기 당하는 거다 보니 힘들게 되고요...
조금은 어렵지만 그래도 모르고 있었던 것보다 김시완님께서 올려주시는 건강한 글을 읽으면서 건강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할때가 많습니다.저역시도 방귀를 하루에 3,4번은 뀌면서 어김없이 대변을 보는데 대변을 자주보는 것도 나쁜지요... 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