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들 중에 난해한 시들이 있다. 국어교사를 오래한 내가 아무리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시라면… 내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그 시를 쓴 시인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그렇기에 쉬우면서도 격조(格調)를 잃지 않는 대중가요만 보면 나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시가(詩歌)라는 말이 있듯이 시와 노래는 한 배(胚)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 멋진 대중가요에 ‘슬픈 인연’이 있다. 원래 30여 년 전에 나미라는 가수가 불렀는데 워낙 멜로디와 노랫말이 좋으니까 여러 후배 가수들이 경쟁적으로 다시 불렀다. 요즈음 한창 뜨는 요요미까지.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고 꾸준히 불리는, 스테디셀러 같은 이 노래의 노랫말을 찬찬히 살핀다. 크게 3연으로 나눠본다.
멀어져 가는
저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난 아직도 이 순간을
이별이라 하지 않겠네
달콤했었지
그 수많았던 추억 속에서
흠뻑 젖은 두 마음을
우린 어떻게 잊을까
아 다시 올 거야
너는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아 나의 곁으로 다시 돌아올 거야
그러나 그 시절에 너를 또 만나서
사랑할 수 있을까
흐르는 그 세월에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려나
<작사: 박건호>
내가 감탄하는 첫 번째는 평범함을 깨는 문장 전개다. 노래의 첫 마디를 ‘멀어져가는 저 뒷모습을 바라보면서’으로 했다는 사실이다. 연인들의 이별 장면을 감상적(感傷的)이지 않고 담담하게 표현했다는 데 나는 매료된다. 그 흔한 ‘눈물’이나 ‘빗물’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이별의 슬픔을 선하게 전달하다니! 어디 그뿐인가. 두 번째 연의 시작은 ‘달콤했었지 그 수많았던 추억 속에서’라고 도치법(倒置法)까지 사용했다. 원래 어순(語順)은 ‘그 수많았던 추억 속에서 달콤했었지’이다. 이 노래 작사자의 툭툭 던지듯 평범함을 깨는 문장 구사는 마지막 연에서도 빛을 발한다. ‘아 다시 올 거야’하며 느닷없이 영탄법을 사용했다.
이 마지막 연에 주제가 집약되어 있다. 한 문장으로 쓴다면 ‘너는 결국 내 곁으로 되돌아오겠지만 정작 그 동안 사랑의 마음이 식어 있을 텐데 어떡하나?’이다. 기가 막히다. 사랑과 세월의 모진 함수관계를 이토록 절묘하게 표현하다니!
첫댓글 작가(이병욱 소설가)님의 글을 읽으며 공감하게 됩니다.
저 역시 좋은 詩를 쓰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겠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늘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
제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