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3장,
희영의 생각은 늘 하늘이를 향해서 멈춰져버린 느낌이 들 정도로 하늘이를 생각하는 시간들이 많아진다.
세월이 흘러갈수록 그 사건들이 자꾸만 가슴을 아프게 파고든다.
너무나 잘 생긴 하늘이의 인물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하고 안타까움을 더 하게 만들고 있다.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출중한 인물을 가지고 있는 하늘이다.
또렷한 이목구비하며 큰 눈망울에 오뚝하고 선명하게 선 콧대 하얗고 뽀얀 피부 비록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있지만 멀리서도 한 눈에 보이는 하늘이의 두드러지게 잘 생긴 외모다.
그런 하늘이를 볼 때마다 부부는 더욱 죄스럽고 마음이 아파온다.
“여보!
하늘이와 효주가 저렇게 붙어다는 것이 괜찮을까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남편 의태를 보며 말을 한다.
“왜? 뭐가 걱정인 것이요?”
“아무래도 젊은 아이들이니 이성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별 걱정을 다 하는구려!
한 집안에 형제처럼 남매처럼 살아가는 아이들이 아니요?
서로 위해주고 걱정해주면서 정을 나누어 가는 모습이 보기만 좋구려!“
의태는 별 걱정을 다 한다는 듯 아내를 보며 웃는다.
“그렇겠지요?
누구보다 정이 많은 하늘이니까 효주에게 친 오빠 이상으로 정을 주고 있는 것이겠지요?“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아이들 모두 하나같이 참으로 대단한 아이들이오.
우리가 복이 많아서 이 아이들의 부모가 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참으로 가슴 뿌듯하고 행복한 일이오.
효주 역시 우리 자식이나 다름이 없는 아이가 아니겠소?“
”그럼요!
보라를 생각해서라도 효주도 우리 딸이지요.
제가 공연한 상상으로 두 아이들을 걱정했던 것 같아요.“
희영은 자신의 생각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참으로 곱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다.
희영은 아이들 하나하나 생각을 해 본다.
이제 보라에 대해서는 정말 걱정할 일이 없다.
그러나 영인이를 생각하면 부모로서 해 준 것 없이 멀리 외국에 나가 고생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눈물이 앞을 가리고 그리움이 밀려와 가슴 한쪽이 떨어져 나가는 것만 같다.
또한 아직 제대로 되는 일없이 집안 살림을 맡아서 하며 집안에만 있는 아영이 역시 부부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차라리 직장생활이라도 하면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면 그런대로 결혼을 할 수 있는 꿈이라도 꾸어보지만 아영이는 만나는 사람도 없다.
오직 자신의 틀 속에서 빠져나오지 않고 친구도 이성도 만나는 사람 없이 집안에 들어앉아 있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부부의 그런 걱정과는 달리 아영이의 모습은 늘 밝고 환하다.
근심 걱정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해맑은 아영이의 모습이다.
아영이는 방송국의 단막극응모에 원고를 보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하든 방송작가로서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도전을 하는 아영이는 포기라는 것을 모른다.
아영이는 당선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처음으로 자신의 작품이 드라마로 촬영이 된다는 결정을 받은 것이다.
물론 처음 단편극이라 계약은 방송국이 원하는 금액과 조건으로 이루어진다.
그래도 아영이는 그 모든 것을 승낙한다.
이제부터라는 결심을 하면서 처음으로 저작권의 금액을 손에 쥔다.
작은 돈이지만 참으로 소중하고 귀한 돈이다.
“엄마, 아빠!
생전 처음으로 제 작품이 빛을 본 금액입니다.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고요 이 돈을 부모님께 드리고 싶습니다.“
”아영아!
지금 뭐라고 했니?
네가 정말 방송작가로서 드디어 입성을 한 것이냐?“
희영과 의태는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네!
이제 시작입니다.
더욱 열심히 해서 누구라도 저를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희영은 아영이를 와락 끌어안는다.
“우리 딸!
이렇게 장하고 예쁜 우리 딸!“
희영이의 눈에서는 기쁨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단막극은 예상을 뛰어넘는 시청률을 보이면서 정아영이라는 작가의 이름이 새롭게 떠오르게 된다.
아영의 작품은 일일극으로 결정이 되면서 작품료 또한 상승을 한다.
아영이의 작품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매일 매일 시청률이 올라가고 있다.
기성작가들의 작품을 제치고 시청률을 잡아끌고 있는 정아영의 작품은 방송국내에서는 큰 화재거리로 등장을 한다.
신인작가의 일일극이 이렇게 성공을 보이는 예가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아영은 지금까지의 삶하고는 달리 매우 바쁜 생활을 해나간다.
부부는 그런 아영이를 보면서 만족스럽고 가슴이 뿌듯해진다.
“우리 아영이가 참으로 대단해보여요.”
“암!
대단하고말고.
어느 집 열 아들하고도 바꾸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딸이지.“
”여보!
우리가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들인 것 같아요.
자식들 하나하나가 참으로 대단한 아이들이고 어디를 내 놓아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너무나 훌륭한 아이들이에요.“
”그렇소!
우리가 모든 복을 골고루 갖추고 태어난 사람들임에는 틀림없소.
다만 이제 영인이만 제대로 공부를 끝내고 돌아와 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뭐가 있겠소?“
”그렇지요.
우리 영인이만 돌아와 준다면..............“
“우리가 영인이에게 가 볼까?”
의태는 천정을 응시하며 말을 한다.
“그곳을 다녀오려면 많은 돈이 들겠죠?”
“아마 그렇겠지?
우리 형편으로 감당할 수 없겠지?”
“...................................”
남편의 말에 희영은 깊은 생각을 한다.
아들이 있는 머나먼 타국에 다녀온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살아온 세월이라는 생각을 한다.
“여보!
우리 정말 영인이에게 다녀올까요?“
”정말 그럴 수 있겠소?“
”못할 것이 뭐가 있겠어요?
이제 아이들에게 들어갈 돈도 다 들어가고 더 이상 들어갈 돈도 없는데 다녀오지 못할 것도 없어요.
우선 영인이에게 연락을 해서 가도 되느냐고 물어보고 보라에게 모든 수속을 밟아달라고 부탁을 하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우리 장남을 너무 오래 보지 않아서 미칠 것만 같소.
당신의 마음이 나보다 더하겠지만 말이오.“
부부는 결정을 내어 프랑스로 아들을 만나러 가기로 한다.
부모의 연락을 받은 영인이는 뛸 듯이 기뻐한다.
보라 또한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자신이 헤아려드리지 못했음을 죄송스럽게 생각하면서 부모님을 위한 모든 준비를 해 드린다.
보라의 시아버지인 박원장은 사돈부부를 위해서 모든 것을 준비한다.
비자 발급과 여권을 신청하는 일이 쉽지만은 아닌 것이다.
해외라고는 아직 나가 본 적이 없는 부부다.
그런 부부를 위해서 박원장은 모든 채널을 동원해서 빠른 시일 내로 출국을 할 수 있도록 조처를 취해준다.
부부는 그런 사돈의 노고에 그저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다.
그렇게 준비하는 기간이 두 어 달이 지나고 나서야 출국 날짜가 잡힌다.
한 달 뒤에는 그토록 그립고 보고 싶은 큰아들을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 부부는 벌써부터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벌써 오년의 세월이 넘어선 세월이다.
아들의 모습이 얼마나 변한 것일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희영은 자신이 없는 동안 하늘이와 효주가 제대로 밥을 해 먹을 수 있도록 김치와 밑반찬들을 준비한다.
언제나 늦게라도 집으로 돌아와서 밥을 먹는 아이들이다.
그런 아들과 딸을 위해서 모든 것을 준비해 놓는 엄마의 마음이다.
또한 큰아들에게 줄 반찬도 빠짐없이 준비를 한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삼일이면 출국을 하게 되면서 희영은 더욱 모든 것을 살펴본다.
“효주야!
밥을 거르지 말고 꼬박해서 먹을 수 있지?“
”네, 어머니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마세요.“
”그래, 아영이가 늘 바쁘게 다니고 있어서 이제 모든 것을 네게 맡긴다.
특히 하늘이를 위해서 많은 신경을 써 다오.“
“네!
오빠하고 언니를 위해서 더욱 신경을 쓸게요.“
”고맙구나!
네가 없었으면 어쩔 뻔 했는지 모르겠다.
엄마는 효주를 믿고 다녀오마!“
희영은 집안의 모든 것을 효주에게 일임을 한다.
이제 아영은 집안일을 돌볼 시간이 없다.
더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서 더욱 많은 공부를 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아영이는 때로는 작품을 쓰기 위해 잠을 자지 못하는 날이 많다.
이제 아영이는 청탁을 받은 원고를 쓰기 위해 늘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한다.
희영은 다시금 집안을 둘러보며 출국할 준비를 해 놓은 것을 살핀다.
부부가 출국을 하는 날 보라와 지환이 서둘러 퇴근을 하고 도착한다.
그들은 저녁 늦은 비행기다.
“바쁜데 뭐하고 왔어?”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않고 부부는 그들을 반긴다.
“어머님 아버님!
어서 출발을 하셔야 합니다.“
박지환은 짐들을 들어 차에 싣는다.
하늘이와 효주역시 학교에서 돌아와 부모님이 떠나시는 것을 배웅한다.
“저희들은 여기서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그래, 너희들까지 공항에 다 나갈 필요는 없다.
우리 다녀올 동안 효주야, 부탁한다.“
”네, 어머니!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다녀오세요.“
효주와 하늘이는 공항에 나가지 않고 인사를 드린다.
부부는 그렇게 큰딸과 사위의 차를 타고 집을 나선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부모가 건전하니 자식들도 잘 자라니....복된 집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