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화재' 대비해야...
‘인천 아파트 화재’ 벤츠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를 제조한 업체가 사고 두 달 전 공개적으로 “이미 0.025%에 불과한 전기차 화재 확률을 더 줄일 수 있다”며 기술력을 자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크게 높였는데 이 방식이 더 강한 ‘열 폭주’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파라시스 에너지는 지난 1일 오전 6시쯤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연쇄 폭발로 대형 화재를 일으킨 벤츠 전기차 EQE350 세단에 탑재된 배터리를 제조한 회사다.
○ 전기차 소음
전기차를 보면 소음에 있어서는 때로는 필요한 경우도 있구나 생각하게 된다.
전기차는 무소음이 큰 장점 중 하나지만 보행자가 기척을 알아차리기가 어려워 ‘무소음 공포’가 일자 유럽과 미국은 각각 2019년, 2020년부터 이를 규제 대상에 올렸다.
유럽은 전기차가 시속 20km 미만으로 달릴 때, 미국은 시속 30㎞ 미만일 때 경고음을 내는 장치를 달게 했다.
차 안에 가상 엔진 소리를 내는 스피커를 붙여 인공 소음을 내는 방식으로 우리도 2020년에 이를 도입했다.
○ 전기차 방전
올 초 미국에선 전기차 ‘방전 공포’가 일었다. 체감온도 영하 50도 안팎의 북극 한파가 몰아친 시카고 등에서 전기차가 대거 방전된 것이다.
충전소마다 긴 대기 줄이 늘어서고 설상가상 충전기마저 얼어버려 전기차들이 꼼짝 못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내연기관 차도 한파 상황에선 배터리 방전이 잦아지는데 전기차는 배터리 닳는 속도가 훨씬 빠르고, 배터리 양극과 음극의 화학반응까지 느려져 충전도 어려워진다고 한다.
○ 전기차 화재
전기차의 더 큰 공포는 화재인데 진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에서 나는 불은 일반적 방법으론 끄기 힘들어 이동식 수조에 차량을 통째로 담그는 방식을 주로 쓰고 있다.
진압에 통상 2~3시간, 많게는 8시간까지 걸린 경우도 있다.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최악이다.
이동식 수조를 쓰기 어렵고, 주차장 입구 높이가 낮아 소방차가 아예 진입하지 못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작년 대구의 한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도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해 대형 화재로 이어질 뻔했다. 결국 소방대원들이 들어가 불을 껐다.
국내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는 2018년 0건에서 지난해 10건으로 늘었으나 아파트 단지마다 갈등 요소가 되고 있다.
아예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출입 금지’ 플래카드를 붙이고 어기면 앞 유리에 경고장을 붙이는 곳도 있다.
주민들은 불안하지만 전기차 소유주로서도 불쾌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잠재적 방화범이냐”고 토로한다. 갈등이 이어져 아예 입주민 투표를 한 곳도 있었다.
지난 1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차량 140여 대가 불에 타고, 주민들이 대피했다.
보통 전기차 화재는 충전 중 많이 발생하는데 이 차량은 사흘간 세워둔 상태에서 불이 났다고 한다.
원인부터 미스터리여서 불안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사고 직후 경기도 한 아파트에선 ‘지상에만 전기차 주차’ 건을 놓고 주민 회의가 열렸는데 멱살잡이가 벌어져 결론도 못 냈다고 한다. 이런 문제일수록 역지사지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불이 난 전기차는 화재 발생 사흘 전부터 계속 주차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이 구체적인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인 가운데 “사흘간 가만히 세워둔 차에서 어떻게 불이 났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배터리 내부에서 분리막이 손상된 경우 운행이나 충전 중이 아니더라도 불이 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4일 인천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불이 난 전기차의 차주인 40대 남성은 지난달 29일 오후 7시 16분쯤 차를 주차한 뒤 운행한 적이 없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에서 불이 난 시점은 지난 1일 오전 6시 15분쯤으로 주차한 지 59시간 뒤 갑자기 불이 났다는 얘기이다.
소방 관계자는 “화재 당시 해당 전기차는 충전 구역이 아닌 일반 주차 구역에 주차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오는 8일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인데 불이 난 아파트에는 나흘째 전기와 물 공급이 끊겼다.
사고 당시 화염으로 지하 주차장 내부의 온도가 1500도까지 치솟으면서 전기 설비와 수도 배관 등이 녹아버렸기 때문이다.
전기는 5개 동 480가구, 물은 15개 동 1580가구에 각각 공급되지 않고 있어서 이 때문에 주민 300여 명이 인근 학교 등에서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인천 서구 관계자는 “6일부터 수도와 전기가 차례로 정상화될 것”이라고 했다.
○ 파라시스 에너지 유럽
중국 배터리 제조사 파라시스 에너지의 유럽법인(파라시스 에너지 유럽)은 지난 6월 6일 홈페이지에 올린 게시물에서 “파라시스 에너지는 연구와 안전 조치를 통해 미래를 위한, 신뢰할 수 있는 배터리 시스템 개발에 선구적 기여를 하고 있다”며 “이론적으로 전기차는 이미 내연기관차와 동일하게 안전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파라시스 에너지는 지난 1일 오전 6시쯤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연쇄 폭발로 대형 화재를 일으킨 벤츠 전기차 EQE350 세단에 탑재된 배터리를 제조한 2009년 설립된 파라시스는 세계 10위 배터리 제조사다. 벤츠는 2020년 이 회사 지분 3%가량을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