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방탄소년단(BTS)의 시대다. 국내의 열광으로는 부족하다. 전 세계가 기적에 동참했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다. 한중일(韓中日)은 물론 미국·영국·독일·호주·스웨덴·뉴질랜드·포르투갈·싱가포르·아일랜드 등 대륙과 사해(四海)를 가로질러 ‘BTS의 깃발’을 꽂고 있다. 각국의 수많은 음악 차트를 섭렵하고 있는 것이다.
영미권은 이미 제패했다. 미국 주간지 《피플》은 방탄소년단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이그룹(World's Hottest Boy Band)’으로 소개했다. 미국 아이튠즈 ‘톱 송 차트’에 이어 북남미, 유럽, 아시아 등 50여 개국에서 1위에 등극했다.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도 4000만뷰를 돌파했다. 지난 5월 빌보드어워드에서는 미국 최고의 아이돌 스타인 저스틴 비버를 꺾고 ‘톱소셜아티스트’상을 받았다. 지난 9월 낸 새 앨범은 빌보드 앨범 차트 7위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방탄소년단은 2017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에서 ‘올해의 가수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2017 멜론 뮤직 어워드(MMA)’에서는 ‘올해의 베스트송’ 5관왕을 거머쥐었다. 3일에는 'MIC Drop'이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과 독일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 동시에 진입했다.
호주 ‘아리아 차트’에서는 방탄소년단의 'MIC Drop' 리믹스가 싱글즈 차트 50위, 디지털 트랙 차트 10위로 진입했다. 뉴질랜드 ‘히트시커 싱글즈’ 차트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포르투갈 ‘싱글즈 톱 50’에서는 46위, 아일랜드 ‘싱글즈 톱 100’에서는 98위, 싱가포르 ‘톱 100’에서는 90위를 차지하는 등 출전무패(出戰無敗) 연전연승(連戰連勝)이다.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벅찬 K-POP의 신화이자 한국음악사의 감격이며 노래로 쓴 ‘경이(驚異)’다. 그들의 성장과 성공을 이끌어온 소속사와 기획자 심정은 어떨까. 1일 《조선일보》는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대표 방시혁씨를 단독 인터뷰했다.
해당 인터뷰에서 방 대표가 논한 BTS 성공신화의 공식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 ‘K-POP의 원칙을 지키는 것’ ‘팬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 ‘마케팅보다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주도면밀하고 정교한 방 대표의 기획과 열성적인 뒷받침에 숨겨진 통찰력과 비전이 궁금했다. 해당 인터뷰 내용을 재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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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의 성공 뒤 숨은 막후의 주역이 바로 방시혁이다. 팀을 기획하고 제작했으며, 그 이름까지 지은 ‘방탄의 아빠’다. RM을 발탁했고, 그를 중심으로 슈가·진·제이홉·지민·정국·뷔 등 전국에서 모은 일곱 소년을 조련했다. 방탄에 대한 세계적 관심은 방시혁에게까지 미쳤다. ‘방탄’이 인상적인 미국 데뷔전을 치른 직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엔 그를 인터뷰하고 싶다는 국내외 언론의 요청이 200건 넘게 쏟아졌다고 한다.
방시혁 대표는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손꼽히는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다. 서울대 미학과 출신인 그는 중학교 시절 밴드 활동을 하면서 음악에 발을 들여놓았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94년 감성적인 포크 음악 싱어송라이터를 주로 선발하는 ‘유재하 가요제’ 동상을 받았다. 이후 직접 만든 곡을 녹음한 데모테이프를 만들어 돌리기 시작했는데, 우연히 그의 노래를 들은 박진영이 그를 스카우트했다.
방시혁은 “그전까진 국내 가요도 많이 안 들어봤고, 가요계 인맥도 거의 없었는데 진영이 형이 먼저 연락해 준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다”며 “드라마틱한 계기보단 얼렁뚱땅 작곡가의 길을 걷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얼렁뚱땅 시작한 것치곤 엄청난 성공이다. 2000년대 초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5인조 보이그룹 지오디는 그와 박진영이 발굴한 가수다.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 비의 ‘나쁜 남자’ 등 수많은 히트곡을 쓴 인기 작곡가이기도 하다.
①이 정도로 성공할 것을 기대했는가
방탄소년단이 잘될 것이라는 믿음은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까지 빠르게 성장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올 한 해는 그냥 어안이 벙벙한 채로 지나가는 것 같다.
②방탄소년단이라는 팀 명칭의 유래는 무엇인가
미국에서 흔히 쓰이는 ‘Bullet Proof’(총알 보호장치·방탄)이라는 의미를 통해 10~20대 청춘의 고통, 압박감을 우리가 막아주면 어떨까 싶어서 붙였다.
③해외파 없이 전부 비(非)서울 토종 멤버들을 택한 이유는
의도적으로 서울 출신을 배제한 건 아니다. 구성 콘셉트가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시대를 대표하는 친구들’이었다. 이런 콘셉트에 맞춰서 모으다 보니 지금의 7명이 함께하게 됐다.
④기존 아이돌과의 차별점이 ‘노래의 메시지’라는 분석이 있던데
지금 아이돌 가수들의 음악은 너무 ‘즐기는’ 데 집중한다는 생각이 든다. 방탄소년단은 반대로 갔다. 일부러 즐겁고, 행복한 음악보다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겪는 가혹한 현실과 그에 대한 고민을 노래하는 데 포인트를 맞췄다. 본인들의 이야기로 음악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작’ ‘성장’ 같은 콘셉트도 만들어졌다.
지난 11월 27일(현지시각) 미국 인기 토크쇼 <엘런 디제네러스쇼>에 출연한 방탄소년단. 사진=NBC 캡처 |
방탄소년단의 ‘아메리칸뮤직어워즈’ 축하공연에서 환호하는 미국 팬들. 사진=ABC 캡처 |
⑤소셜미디어 활용은 계산된 전략인가
멤버들이 데뷔 전부터 자발적으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했다. 그렇다 보니 다른 젊은이들처럼 방탄소년단 멤버들도 자연스럽게 ‘트위터 덕후’가 됐다. 지금 가장 트렌디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창구는 단연 유튜브다. 우리도 우리의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린 것이고, 여기서 팬분들이 처음 방탄소년단을 접하게 됐다. 멤버들이 팬분들과 소셜미디어로 실시간 소통하면서 팬분들이 더 늘어난 것 같다.
⑥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소셜미디어의 힘에 더해서 기본적으로 K팝 특유의 트렌디함과 퍼포먼스가 있었다. 거기에 서구권 아티스트들처럼 음악에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냈다는 점 같다. 공감과 소통이 성공 비결 아닐까.
⑦대중음악 시장에서 살아남는 음악은 어떤 음악이라고 보는가
잠깐 소비되고 사라져도 결국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 싶다. 대신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은 누군가의 추억 속에서 살아남는 음악이다. 서울 정동길에만 가면 생각나는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같은.
잠깐 소비되고 사라져도 결국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 싶다. 대신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은 누군가의 추억 속에서 살아남는 음악이다. 서울 정동길에만 가면 생각나는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같은.
⑧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방탄소년단이 걸어온 길을 분석해 ‘성공 공식’을 만드는 거다. 지금 당장은 ‘이렇게 하면 방탄소년단처럼 성공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할 순 없지만, 내년 정도엔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방탄소년단이 미국과 다른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 공식을 만들 거다.
※[방시혁이 꼽은 방탄소년단 성공 키워드 4]
❶자기 이야기를 하다: 10~20대들이 받는 고통이나 압박감, 학교 폭력같이 그들 또래의 피부에 와닿는 주제를 노래했다.
❷K-POP의 원칙을 지키다: 언어 장벽을 보충해 주는 건 퍼포먼스와 비주얼. 잘생기고, 멋진 춤을 추고 끼를 보여주는 것. 만국 공통으로 통한다.
❸팬의 눈높이에 맞추다: 소셜미디어를 제재하지 않았다. 마음대로 해보라고 풀어줬다. 그 또래 평균처럼. 팬들은 스타가 자기처럼 소셜미디어를 쓰니까 친근함을 느꼈다.
❹마케팅보다 콘텐츠: 또래 청춘의 이야기를 쭉 따라가다 보니 ‘성장’이란 키워드가 나왔다. 청춘이 성장하는 것처럼 방탄소년단도 성장 자체가 그들의 콘텐츠로 연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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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대표가 논한 방탄소년단의 여러 성공 요인 중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바로 가수와 기획자 모두 '팬분들'이라고 존칭하는 빛나는 겸손과 자상한 배려, 그리고 세계 각지의 대중과 절실하게 소통하고 뜨겁게 공감하는 '예술정신'이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역사는 그룹과 기획자, 나아가 팬들과 세계가 함께 쌓아올린 '미학(美學)의 금자탑'이다.
첫댓글 박진영과 이수만이 놓친 부분을 방시혁이 정확하게 꿰뚤어봤네요. 방탄을 시작으로 더 다양한 보이그룹이 나오기 시작할테고.... 조만간 방탄에 비견되는 걸그룹이 나오지 않을가 싶네요.
성공공식은 나올지라도 성공 보장은 글쎄요.
방탄만의 팀웤,인성,유쾌함 등 공식만으로는 말할수없는 뭔가가 방탄에 있어서 모두 그 공식대로 따른다고 보장 못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