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꽉 막힌 우리 사이, 개구멍을 뚫어라!
승찬이는 잠시 자기 집에 살러 온 친척 형이 부담스럽고 성가시다. 더듬거리며 말하고 눈치라곤 전혀 없는 형도, 형이 데려온 강아지 뭉치도 귀찮기만 하다. 유민이는 축구 에이스 승찬이나 다른 친구들과 영 친해지지 못하는 것이 다 자기를 졸졸 쫓아다니는 엄마 때문인 것 같다. 유민이 엄마는 허약한 몸으로 태어난 유민이가 걱정되어 늘 뒤를 살피는데, 아랫동네에 살면서 아파트로 놀러 오는 승찬이가 영 못마땅하다. 갑갑한 아파트살이에 영 적응되지 않는 보성댁 할머니는 유일한 희망이었던 텃밭 가꾸기가 개구멍이 막히면서 좌절되자 동네 사람들과 힘을 모은다. 이웃 간, 세대 간, 가족 간의 갈등이 얽히고설켜 두터운 철조망처럼 답답한 우리 사이에 시원하게 개구멍을 뚫는 이야기.
저자 소개
글: 문은아
밤송이처럼 까슬까슬한 이야기, 재채기처럼 간질간질한 이야기, 노을처럼 울컥울컥한 이야기, 바다처럼 두근두근한 이야기, 우주만큼 커다래지는 좁쌀 이야기들을 짓고 싶습니다. 혼자 노는 걸 좋아합니다. 같이 노는 건 더 좋아합니다. 쓴 책으로 10회 5·18문학상을 받은 『이름 도둑』과 『오늘의 10번 타자』 등이 있습니다.
그림: 불곰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만화 창작을 전공했고, 웹툰 플랫폼 봄툰에서 단편 「봉숭아 물」로 데뷔했습니다. ‘배틀 코믹스’에서 「숲속 이야기」, ‘버프툰’에서 「사랑 양장점」, 리디북스에서 「아삭아삭 테이블」을 작업했고, 그린 동화로 『광화문 해치에 귀신이 산다』, 『고스트 프렌드』가 있습니다. 앞으로 따뜻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출판사 리뷰
이웃 간, 세대 간, 가족 간의 오해와 갈등으로 빚어진 두껍고 기다란 철조망
승찬이는 늘 형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어요. 우리 집에서 잠깐 지내러 온 먼 친척 명식이 형은 든든하지도 미덥지도 않습니다. 우리 방을 나눠 쓰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계란찜을 마구 퍼먹는 것도 맘에 들지 않아요. 말할 때마다 킁킁대며 더듬거리는 것도 짜증 나고요. 형이 데려온 강아지 뭉치마저 승찬이를 졸졸 따라다니며 성가시게 합니다.
그런데 아랫마을에 사는 승찬이가 아파트촌으로 가는 개구멍을 넘나들다가 아파트 주민들의 치사한 텃세에 부딪힌 날, 비로소 깨닫습니다. 대놓고 차별하지 않아도 은근히 무시하는 태도가 형과 뭉치에게 어떤 기분을 느끼게 했을지 말이죠.
뒤이어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꽉 막힌 소통으로 갈등을 키워 가는 여러 인물의 관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펼쳐집니다. 선천성 면역 결핍으로 태어난 탓에 늘 엄마의 간섭을 받으며 변변히 친구도 사귀지 못한 유민이는 자신을 언제까지고 어린애 취급하는 엄마에게 화가 납니다. 유민이 엄마는 자꾸만 자기 품을 벗어나려 드는 유민이를 걱정하던 차에, 자꾸 아파트 공터에 올라와 놀면서 유민이를 괴롭히는 듯한 승찬이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게 되고요. 그런가 하면 같은 동에 사는 보성댁 할머니는 서울 아파트살이를 갑갑해하던 차에 아랫마을에 내려가 텃밭을 가꾸면서 숨통을 트는데, 유민 엄마 때문에 개구멍이 막히면서 대립합니다.
이처럼 동화 《개구멍을 뚫어라》에는 마치 이 사회의 축소판처럼 다양한 갈등이 등장합니다. 아파트촌과 이웃 마을 사이의 지역 갈등, 각자의 삶의 방식을 인정하지 못하는 세대 간과 가족 간의 갈등,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 동물과 인간 사이의 오해와 불통까지 말이지요. 이 모든 갈등과 사건은 아랫마을에 사는 승찬이의 시선, 아파트에 사는 유민이의 시선, 그리고 가출한 강아지 뭉치의 시선을 통해 독자들에게 제시됩니다. 각자의 처지에서 같은 사건을 바라보고 서술할 때 각 인물에 대한 해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흥미롭게 지켜볼 대목입니다.
5.18 문학상, 대한민국 그림책상 수상 작가 문은아가 제안하는
너와 나의 거리 좁히기
문은아 작가는 이 책의 승찬이처럼 재건축 문제로 잘 알려진 둔촌주공아파트 주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아파트촌과 빌라촌 사이의 갈등으로 험한 말이 오가곤 하지만, 작가가 성장했던 시기에는 아파트촌 밖에 살고 아파트 안에 있는 학교에 다니면서도 아무도 자신을 경계 밖의 아이로 취급하지 않았고, 아파트 놀이터와 단지 밖 뒷산을 자유롭게 누비며 우정을 나누었다고 회상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두꺼운 철조망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나누는 것 같습니다. 경제력과 사회적 배경으로, 장애 유무나 여러 사회적 소수성을 근거로 자꾸만 분리하고 격리하는 사회에서 경계를 뚫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말
“개구멍을 넘나들며 작가의 꿈을 키웠습니다. 어른 중 그 누구도 집의 크기나 값으로 저를 가늠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경계 없이 자랄 수 있었습니다. 철조망으로 선 그어진 세상에 우주만큼 커다란 개구멍을 뚫고 싶습니다. 칼보다 강하고 꽃보다 아름다운, 글의 힘을 믿습니다.”
-문은아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712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