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해 첫날 실로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복잡한 날입니다. 시간의 흐름으로 본다면 어제에 이은 오늘이지만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를 맞는다는 그 새로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새로움속에는 즐거움과 기대감도 있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도 동시에 공존하는 법일 겁니다. 특히 지난해 2024년 12월 3일 터진 비상계엄과 그이후 급변하는 한국의 정치현실에 비춰보면 왜 그런 기분이 들지 않겠습니까. 8년전인 지난 2017년 새해 첫날 느낌보다도 더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함이 교차되는 것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사안속에 대죄를 저지른 집단이 자기 변명과 자기 보신에만 집착하는 모습이 더욱 강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나라의 권력을 잡은 세력들의 처신속에 이 나라 백성의 한 명으로서 깊은 자괴감과 소태를 씹은 듯한 쓰디쓴 불쾌감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나라의 국난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새로운 나라를 다시 세우는 그런 마음을 갖으니 조금 희망도 생기고 기운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을사년 뱀의 해입니다. 뱀은 참으로 인간에게는 그다지 좋지 못한 인상을 주는 동물입니다. 생긴 것으로 평가하지 말라지만 뱀은 아무리 좋게 바라보려해도 직면하면 소스라치게 놀라게 되고 기겁을 하게 만드는 존재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물론 요즘은 뱀 등 파충류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사람들도 늘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뱀은 그다지 인간에게 해로운 동물이 아닙니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간혹 사람들을 무는 경우는 있지만 일부러 인간을 쫒아다니며 해를 주는 동물도 아니고 병균을 옮기는 동물류도 아닙니다. 오히려 병원균들을 옮기는 들쥐 등을 잡아줘 인간의 생태계를 이롭게 하는 동물이기도 합니다.
을사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는 바로 1905년입니다. 을사늑약이 생긴 해입니다. 1905년 일제는 대한제국 정부를 강제로 압박해서 외교권을 강탈하는 늑약을 체결해 버렸습니다. 당시 을사 오적들의 간계한 술수와 일본의 군대까지 동원한 협박에 의해 을사늑약을 체결되어 버렸습니다. 을사 오적은 이완용(당시 외무장관), 이지용(당시 내무장관), 이근택 (당시 국방장관), 박제순 (당시 교육장관),권중현 (당시 농림장관) 등입니다. 지금 2025년 현재 한국은 어떻습니까. 이런 장관들이 없습니까. 그것은 읽는 분의 몫입니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또 다른 을사년 1965년에 한일협정이 체결됩니다. 을사년에는 일본과 관련된 일이 많습니다. 한일국교 정상화를 위한 조약이라고 하지만 당시에도 찬반 논란이 매우 컷고 지금까지도 논쟁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을사년에 부정적인 사건만 존재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1485년 을사년에는 성종이 경국대전을 완성했습니다. 조선의 법과 제도가 집대성된 것입니다. 경국대전은 현재 한국의 헌법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조선은 체계적인 나라로 전개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785년 을사년에는 정조가 수원 화성 건설을 본격화했습니다. 단순한 성곽의 건설이 아니라 조선 최초로 계획도시를 건설하는 이른바 대형 프로젝트였던 것입니다. 정조는 수원 화성 건설을 통해 강력한 개혁정치의 기반을 조성하고자 했습니다. 수원화성은 당시 최신의 과학시술이 모두 집결된 새시대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조 르네상스를 이끌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2025년은 한국에 있어 그 어느때보다 더욱 험난하고 어려운 한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구태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물결을 맞아드린다면 한국은 어두움을 씻고 밝은 내일로 향하는 대단한 터닝포인트 즉 전환기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수구세력들의 마지막 몸부림의 현장도 목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둠을 거두는 일이 결코 만만치는 않을 것입니다. 어둠의 세력들은 지금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움켜잡고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거친 기운을 몰아내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동이 트기전에 가장 어두운 법이고 가장 스산한 기운도 극에 달합니다. 그때를 이겨내야 합니다. 국민 한사람은 약하지만 대다수의 국민이 합심단결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의 DNA에는 그런 강력한 유전자가 묵직히 자리잡고 있으며 나라를 위기로 몰아넣는 대재난에는 국민 모두가 합심해 위기를 돌파하는 피가 도도히 흐르고 있습니다. 개도 두려워서 짖다가 스스로 자포자기하듯이 이땅의 부정하고 불의의 세력들은 그렇게 사라져갈 것입니다. 정조대왕이 240년전에 허물어져 가는 나라를 바로 세우고자 개혁 프로젝트를 시전한 것처럼 한국도 그렇게 새롭게 다시 서고 제자리를 찾아가는 그런 한 해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땅에 대다수 나라사랑하는 한국 국민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정말 무탈한 한 해가 되길 기원드립니다.
2025년 1월 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 拜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