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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시험이 끝났다.
“잘 봤어?”
“그럭저럭..”
마희와 안나는 은오를 바라보았다.
“왜?”
“너는 이번에 전교 1등 하겠다. 그치?”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 이렇게 공부 해 본적이 한 번도 없었다.
“뭐.. 일단은 그걸 목표로 공부했으니까..”
“오~~” “정말?”
은오는 이상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왜~?”
“누굴 위해서~~? 응? 응?”
은오의 얼굴에 홍조가 오르자 마희와 안나가 비명을 질렀다.
“그럼 선생님한테 물어보고 올까?”
“그런데 어떻게 물어봐?”
“내가 방법을 알지~.”
잠시 후 은오가 교무실에 가서 우진 옆에 섰다. 그가 힐끔 그녀를 보더니 물었다.
“그래~. 우리 반 부반장. 왜 왔나?”
“선생님.”
“응?”
“모르는 게 있어서요.”
“시험 다 끝났는데?”
“네.”
“어떤 걸 모르겠는데?”
은오가 참고서를 그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제가 지금은 일이 있어서요. 이따 알려주세요.”
은오가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교무실을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던 안
나와 마희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세 사람은 소리를 지르지 않으려고 입을 막고, 입술을 깨물
며 밖으로 나갔다. 우진이 문제집을 펼쳤더니 그 안에 쪽지가 들어있었다. 그가 피식 웃었다.
“오글거리는 방법을 보니.. 이건 안나 머리에서 나왔구만?”
쪽지를 펼친 우진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쪽지를 접어 재킷 안 쪽 주머니에 넣었다.
그날 저녁, 안나와 마희, 은오가 이모 찻집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 오시는 거 아닐까?”
마희가 불안한 마음으로 은오와 안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은오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안나만 고개를 쭉 빼고 밖을 바라보았다.
“야.. 오셨다.”
잠시 후 풍경소리가 울려 퍼지자 은오와 마희도 고개를 들어 우진을 바라보았다. 이모가 우진과 인사를 나누었다.
“나도 너희들이랑 같이 앉으면 안 돼?”
“안 돼~.”
“자리 좁아.”
은오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우진이 은오 옆자리에 앉으며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선생님한테 협박이나 하고.. 응? 안나 네 생각이지?”
안나가 웃으며 우진을 바라보며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어떻게 아셨어요?”
“손 발이 오글거려서.. 힌트는 만화책에서?”
“헤~.”
“그래서 벚꽃구경 시켜 달라고? 너희들만 특별히?”
“네.” “네~.”
은오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안나와 마희가 밝게 미소 지으며 합창하듯 대답했다.
“왜? 왜 너희들만 특별대우를 받아야 하지?”
“그야.. 선생님께도 좋은 일이 생기실 거니까요.”
“응?”
“은오가요.. 이번에 특별히 공부를 열심히 했거든요.”
“그랬어?”
그가 은오를 바라보며 말하자 은오는 귀까지 붉어지는 걸 느꼈다.
“그래서 전교 1등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미리 댓가를 달라? 그럼 은오만 데리고 가야지. 너희들은 왜?”
“선생님~. 저희는.. 일종의 보호막? 같은 거죠~.”
“선생님이랑 은오랑 둘이 어딜 갔다가 우리 학교 학생이나 학부형이 보시면 곤란하시지 않겠어요?”
“음... 그래?”
“그럼요~.”
“그냥 너희들도 놀고 싶어서가 아니라?”
“에! 들켰다..”
안나가 마희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자 우진이 양손을 들어 안나와 마희의 머리를 흐트러트렸다.
“이 녀석들이..”
“선생님~.”
“좋다. 이번 주 토요일. 오전 11시. 여기 앞에서 보자.”
“네..”
“그럼 저희는 가 볼 께요. 우리 은오 집까지 데려다 주세요.”
“너희들도 다 집까지 태워 줄게. 차 갖고 왔어.”
“아니에요. 저는 집이 가깝잖아요.”
마희가 대답했다. 우진이 안나를 바라보자 안나가 미소를 지었다.
“전 얼굴이랑 손이 무기라.. 괜찮습니다.”
“알았다. 조심해서 들어가.”
“네..”
안나와 마희가 가고 우진이 테이블에 턱을 괴고 은오를 바라보았다.
“과감하게 교무실까지 와서 쪽지를 준 사람이 왜 말 한마디도 못하고 있어?”
“저도.. 집에 혼자 갈 수 있어요..”
은오가 가방을 들고 일어서려고 했다.
“저녁 먹었어?”
“네.. 먹었어요.”
“거짓말은.. 밥 먹으러 가자. 배고프다.”
“선생님..”
“밥 먹자고. 집에 가서 혼자 먹으면 맛있냐? 같이 먹자고.”
은오와 우진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앉아 있었다. 주문한 스파게티와 햄버그 스테이크를 먹고 있었다.
“벚꽃구경이 하고 싶었어?”
“시험 끝나면 놀러가자고.. 안나가..”
“하여간 그 녀석은..”
“죄송해요.”
여전히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가 미소를 지었다.
“얼마나 열심히 했길래?”
은오는 고개를 저었다.
“음.. 별로 안 했는데도 1등 할 것 같다.. 뭐 그런 자신감?”
“아닌데요?”
은오가 고개를 들어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봤네. 죄 지었어? 고개 들고 천천히 먹어.”
은오가 포크로 샐러드를 뒤적이며 시선을 내렸다.
“죄.. 지었어요. 선생님이.. 포기가 안 돼요.”
우진이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게 무슨 죄야? 나이가 들었는데도 나 같은 녀석이 좋다고 해주니까 나는 좋다만.. 나한테 시간을 허비하다가 좋은 녀석을 놓칠까봐 그게 걱정이지.”
은오가 시선을 들어 우진을 바라보며 조금 힘주어 말했다.
“다른 사람.. 없어요. 선생님뿐이에요.”
“그야.. 지금이니까.. 나중이 되면 달라 질 거야.”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하하.. 인정하는 거냐?”
“만약에.. 선생님의 마음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평생 그 분만 생각하실 거잖아요.”
“그렇겠지.”
“선생님 마음도 달라져서 그 마음속에 제 자리가 조금.. 있었으면 좋겠어요.”
“점점 고백이 대담해진다?”
“그래요..?”
은오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스테이크를 한 입 먹었다.
“맛있어?”
“네.. 맛있어요.”
은오가 배시시 웃었다. 우진은 마른 침을 삼키며 물 컵을 들어 마시며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안나는 재원과 함께 지난번에 부모님과 갔었던 백화점에 들렀다.
“여긴 왜?”
“동생. 선물로 뭐가 좋을지 생각이 났거든. 돈 보태자고..”
“뭐?”
“따라오기나 하셔.”
안나가 예전 그 가게로 들어가 아가 신발을 가리켰다.
“이거 몇 개월까지 신을 수 있어요? 태어나자마자 신을 수 있어요?”
“그건 6개월까지 신으실 수 있고요. 바로 옆에 있는 건 돌까지 신으실 수 있으세요.”
“어떤 거요? 이거요?”
안나는 두 가지를 한 손바닥에 한 개씩 올려놓고 저울질 하듯 왔다갔다 하며 고민을 했다.
“뭐해?”
“예쁘긴 이게 예쁜데.. 얼마 못 신잖아..”
“고민하는 거야?”
“응. 너는 어떤 게 좋을 것 같아?”
“음...”
재원이 아주 잠깐 고민하는 것 같더니 두 개를 양 손에 한 개씩 들었다. 그리고 계산대로 갔다.
“두 개 다 포장해 주세요.”
“네.”
“야.. 뭘 두 개나 사나..”
“하나는 네가 사고, 다른 하나는 내가 사는 걸로 하면 되잖아. 두 개 다 포장해 주세요.”
“음.. 그래도 돼?”
“얼마 안 해..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해.”
재원이 피식 웃었다. 안나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노려보았지만 점원이 있어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또 왜 그러는데?”
“이따가.. 나가서 말해.”
“그러시든지..”
두 사람은 포장된 선물이 들어 있는 쇼핑백을 들고 차에 올랐다.
“아까 왜 그랬는데?”
“이따가..”
안나가 운전하는 아저씨를 힐끔거리고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재원이 소리없이 웃으며 앞을 바라보았다.
차에서 내리자 안나가 재원을 노려보았다.
“거 참.. 한 번 누나라고 안 하고 너라고 했다고 오래도 삐져있는다..”
“알고 있었어?”
“그럼 모르나? 그 후로 지금까지 이 얼굴인데? 참.. 못~생겼다..”
“뭐라고?”
“그렇게 별거 아닌 걸로 오래 투정부리면 남자들이 싫어해.”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연애를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는 우리 누님께 남자들은 이렇다.. 알려드리는 겁니다만?”
“이 자식이..”
재원이 피식 웃으며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갔다.
“왔니?”
“다녀왔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안나가 재원을 노려보다가 고개를 돌려 부모님께 인사를 했다.
“그건 뭐야?”
재원의 손에 들린 쇼핑백을 바라보며 엄마가 물어오셨다.
“저랑 누나랑 드리는 선물이에요.”
“선물?”
재원이 내민 쇼핑백을 엄마가 받아 소파로 가셔서 상자를 풀어보셨다.
“정말 둘이 같이 산거야?”
“네. 사실은 누나가 생각한 거에요. 저는 따라가서야 알았어요.”
“그.. 그래..?”
엄마와 아버지가 감동받은 얼굴로 안나를 바라보자 부담스러워 숨을 들이마셨다.
“신경써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서.. 별거 아니에요.”
“고맙다.”
“고맙긴.. 저 먼저 올라갈게요.”
안나가 인사를 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재원이 그런 안나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고맙다.”
“아니에요. 저녁은 드셨어요?”
“응. 간식 챙겨줄게.”
“네. 그럼 저도 올라가보겠습니다.”
재원도 2층으로 올라갔다. 안나의 방문을 바라보며 미소짓고는 자신도 방으로 들어갔다.
그 주 주말에 세 사람은 우진의 차를 타고 교외로 나갔다. 도착한 곳은 무척이나 한가로운 곳
이었다. 사람도 없었다. 그들뿐인 곳에 높지 않은 언덕 위에 커다란 벚꽃나무가 가지가 휘어
질 정도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우와~. 그림 같아요.”
“그렇지?”
세 사람은 깔깔거리며 언덕을 올라갔다. 돗자리를 펴고 그 위에 앉았다.
“아~. 좋다~.”
안나가 돗자리 위에 누웠다. 우진이 움찔하며 누워있는 안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녀석은.. 남자로 태어날 걸 잘못 했나보다.”
안나가 소리를 내며 웃었다.
“하하하.. 정말 그럴 걸 잘못했어요.”
우진이 웃었다.
“점심 도시락은 저랑 은오가 제가 준비했어요.”
“그래? 기대되는데? 안나는 요리 못하니?”
“하긴 하는데 재미없어요.”
“나도. 누가 해주는 건 정말 맛있는데.. 그치?”
안나가 손으로 그를 가리키며 “역쉬~. 그 말씀에 백번 동감입니다.” 라고 말하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마희와 은오가 웃음을 터트렸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우진도 돗자리에 누웠다. 안나와 은오와 마희가 이야기를 나누다 고개를 돌려보니 우진이 잠들어 있었다.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저쪽에서 몰려오고 있었다.
“우리 먼저 차에 가 있을 테니까 네가 선생님 깨워서 같이 내려와.”
“같이 가..”
“야.. 여기까지 우리가 오긴 했는데.. 단 둘이 조금이라도 있어.”
“그래. 선생님 천천히 깨워서 내려 와.”
안나와 마희가 짐을 챙겨 아래로 걸음을 옮겼다. 은오는 우진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진씨. 여기 정말 좋지?”
긴 머리에 여성스러운 원피스를 입은 지수가 바람에 날리는 밀짚모자를 한 손으로 누르며 고
개를 돌려 돗자리 위에 누워 있는 우진을 바라보았다.
“응. 여긴 어떻게 알았어?”
“지나가다가 우연히. 그래서 생각했지? 나중에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랑 여길 꼭 와야지 하고.”
“그래서 피곤하다는 나를 여기로 데리고 온 거야?”
“치~. 나랑 있는데도 피곤해?”
“아니.. 하나도 안 피곤해..”
우진이 손을 뻗어 지수의 볼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의 목 뒤로 손을 넣었다.
은오는 갑자기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자 숨을 쉴 수 없었다.
“선생님..”
기어들어가 듯 한 목소리만이 나올 뿐이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목뒤를 잡고 천천히 잡아당기자 은오의 눈이 커다래졌다. 두 손을 들어 그의 가슴 위에 올렸다. 그리고 그를 밀어냈다.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눈을 뜬 우진은 코 앞까지 내려와 얼굴을 마주하고 눈을 꼭 감고 손에 힘을 주고 있는 은오를 보자 화들짝 놀라 일어나 앉았다. 은오가 고개를 돌리고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뭐.. 뭐야, 인마!”
은오가 고개를 돌려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잠자고 있는 나를.. 덥칠 생각이었냐?”
은오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가 무슨 꿈을 꾸었는지 알 것 같아서였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얼른 깨웠어야지.. 뭐.. 뭐하는 거야?”
“깨우려고.. 했어요. 하지만 주무셨잖아요. 도대체 얼마나 이상한 꿈을 꾸신 거에요? 꿈에 그 분이라도 나오셨어요?”
“그래. 나왔다. 여기도 지수가 알아서 나를 데리고 온 곳이야.”
은오의 눈에서 또르륵 눈물이 흘렀다.
“너무 하세요.. 왜 하필 이 곳에.. 이 곳으로 정하셨어요?”
“포기해. 나는 네 타입이 아니고, 너도 내 타입이 아니고..”
“제가 선생님보다 어려서요?”
“당연한 거 아니냐? 내가 너랑 사귄다 치자.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냐? 키스라도 하려면 나는.. 나는 못 할 거다. 어린 너에게 몹쓸 짓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다.. 비슷비슷한 나이, 환경의 사람을 만나야 하는 거야. 알았어?”
은오가 눈물을 흘리며 몸을 기울여 그의 턱에 입을 맞추었다. 그가 숨을 들이마셨다. 은오가 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덥치려면 키스 갖고 되겠어요? 저요.. 선생님 생각처럼 어리지 않아요.”
은오가 터덜터덜 언덕을 내려왔다. 우진이 떨리는 손을 들어 턱에 대려고 했다가 손을 내리고 한 숨을 내쉬었다.
“정신 차려.. 정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조용했다. 은오는 마희와 같이 내렸다. 인사를 하고 안나와 둘이 남자 그녀가 혀로 입안을 쓸며 우진을 노려보았다.
“뭐, 인마~!”
“뭐에요? 무슨 일 있었죠? 언덕에서..”
“....”
안나의 눈이 커다래져서 그를 노려보았다.
“설마.. 키스했어요?”
우진이 움찔해서 소리치듯 말했다.
“미쳤냐?”
안나가 인상을 찡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그건 아닌가? 그런데 은오가 왜 울었어요?”
“몰라도 돼, 인마..”
“은오가 그렇게 싫으세요?”
“학생이 싫은 선생이 어딨냐?”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지 마시고요~.”
“뭐? 선생님한테 미꾸라지?”
“헤~. 저 알아요. 선생님이 은오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귀엽죠. 예쁘고, 사랑스럽고.. 보호
해 주고 싶고.. 자꾸 뭘 먹이고 싶고.. 아니에요?”
“틀려.. 학생한테 그런 마음을 가지면 그건 이미 선생이 아닌 거야.”
“너무 밀어내지 마시고.. 1년만 기다려 주시면 안 돼요? 은오는 분명히 좋은 대학에 갈 거고, 대기업에도 들어갈 거예요. 대학 들어갈 때까지만.. 기다려 주시면 안 돼요?”
“기다렸다가 그 녀석이 변하면.. 나는.. 인마.. 나는 또 기다려야 하는 거냐?”
안나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선생님..”
“세상에 쉽게 이루어지는 사랑은 없다.. 만약에 쉽게 이루어지는 사랑을 한 사람들이 있다면 엄청난 축복을 받은 거지.. 너도 엄청난 축복을 받는 사랑을 해라.”
“전 안 한다니까요?”
우진이 피식 웃었다.
집에 돌아온 안나는 침대에 누워 우진이 한 말을 떠올렸다.
“멋지다.. 은오가 사람 보는 눈이 제대로구나?”
피식 웃으며 옆으로 누웠다.
“하아.. 만화볼 때처럼 두근거린다..”
안나가 한 숨을 내쉬며 두근거리는 가슴 위에 손을 올렸다.
반장이 앞에 서서 반 아이들을 집중하도록 했다.
“중간고사도 끝이 났고, 곧 있을 학교 축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으면 하는데.. 누구 좋은 의견 있어?”
“아.. 맞다.. 축제가 얼마 안 남았구나..”
다른 학생들이 반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세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마희의 눈이 반짝 거렸다.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응?”
“어째.. 불안하다..”
은오가 약간 인상을 찡그리며 마희를 바라보며 말하자 마희가 웃으며 은오의 어깨 위에 손을 살며시 올렸다.
“불안하기는.. 이게 다 널 위한 건데.. 들어봐.”
마희가 설명하자 안나와 은오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다른 학생들의 시선이 그들을 향했다.
“부반장..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아.. 미안해.”
반장의 말에 얼굴이 불어진 은오가 사과를 했다.
“그럼 우리 반은 일일 음식점으로 한다.”
“응. 좋아.”
하지만 마희의 머릿속은 다른 일로 바빠지고 있었다.
성적발표가 있는 날이었다.
“으아~. 학원을 그렇게 열심히 다녔는데.. 전혀 등수가 오르지 않았다니..”
안나가 머리를 쥐어뜯었다.
“나는 조금 올랐는데.. 너는?”
마희가 은오를 바라보았다. 은오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등수와 성적이 적힌 종이를 살며시 열어 바라보았다. 환한 미소가 은오의 입가에 걸렸다.
“전교 1등?”
마희의 물음에 은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축하해~”
“정말 축하해~.”
“고마워..”
마희와 안나가 은오를 안아 주었다.
교무실에서도 우진에게 다른 선생님들이 축하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좋겠네~. 은오를 우리반으로 데려올 걸..”
“하하하.. 죄송합니다. 이미 저희반 학생이라서..”
“한 턱 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럴까요? 뭐가 드시고 싶으세요?”
우진은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날 회식이 잡혔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안나가 피곤한 얼굴로 학원 건물 앞에서 아직 안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 재원을 기다렸다. 재원이 나와 그녀를 바라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요즘 뭐하고 다녀?”
“응?”
“성적도 별로 안 올랐다며.. 열심히 공부를 해야지. 어딜 갔다가 마치 학원에서 가는 것처럼 꾸미는 거냐고.. 데이트 해?”
안나는 그의 말에 대꾸할 가치를 못 느끼며 몸을 돌리며 하품을 했다.
“사람 말이 말 같지 않나..”
“동생은 몰라도 되느니라.. 가자. 졸려.”
안나는 차에 올라 다시 하품을 하고는 뒤로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드디어 축제날이 다가왔다. 운동장에 마련된 단상위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아이들이 있었다. 악기를 연주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무대 뒤에 마련된 비밀 장소에서 손을 마주잡고
있는 그녀들은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은오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하지 말자..”
“안 돼~. 지난 이주동안 우리 집에 몰래 모여서 연습했잖아. 선생님한테 너는 절대로 어린 아이가 아니다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횐데..”
“아... 그래도 나도 좀.. 창피해..”
안나의 말에 마희가 안나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참.. 몸매가 유아틱한 것 같아.. 어떻게 볼륨이 그렇게 없니.. 은오는 그동안 교복 안에 그런 몸매를 어떻게 숨기고 있었어?”
은오가 수줍은 미소를 지었고, 안나는 자꾸 의상을 만지작거렸다.
“나만.. 가슴에 뭘 넣었잖아.. 아 씨...”
문이 열리고 진행하는 친구가 와서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얼른 하고 여기로 와야 해. 알았지?”
“응. 고마워.”
“뭘.. 한 팀 끝나면 올라 갈거야. 준비해. 알았지?”
“응.”
진행하는 친구가 나가자 은오가 눈을 감았다.
“아.. 떨려..”
“나도..”
“우리 파이팅 하자.”
“그래..”
셋은 가운데로 손을 모았다.
“은오의 행복을 위해서”
“은오의 행복을 위해서”
“고맙다~~.”
셋은 작은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치고 서로 부둥켜안았다.
“자.. 다음 순서는 특별히 초대 손님을 모셨습니다. 순서지에는 없는 분들인데요. 이번 축제를 위해 특별히 오신 분들입니다. 그럼 박수로 맞겠습니다.”
마희가 먼저 문을 열고 무대 뒤로 나가자 안나와 은오도 그녀의 뒤를 따라 나가 단상위로 올
라갔다. 그녀들은 검은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무대 한 가운데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관중들
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온몸이 붙는 검은색 차이나 드레스는 어깨가 드러나 있었고, 오른쪽
허벅지까지 찢어져 있었다. 셋 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생머리 가발을 쓰고 눈와 입술에 진한
화장을 했다. 족히 10cm는 되어 보이는 검은색 하이힐도 신었다. 드디어 음악이 나오자 셋은
<박지윤의 성인식> 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남학생들의 환호성이 하늘을 찔렀다. 안무를
하면서 그녀들은 지난 2주 동안 하이힐을 신고 안무를 연습했던 일이 떠올랐다. 발목이 꺾여
넘어지고 대담한 안무를 하지 못해 얼굴이 붉어지던 일들이 떠오르자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
다.
“누구지?”
“몰라. 우리 학교에 저런 여학생들이 있었던가?”
“야~~. 몸매 죽이고.. 얼굴도 죽이고..”
선생님들도 웅성거리셨다. 교감선생님은 화가 나셔서 얼굴이 울그락붉그락 했다.
“우리 반 아이는 아닌 것 같은데..”
“저희 반도 아닌 것 같아요.”
“저희도요. 선생님은 누군지 아시겠어요?”
레모네이드를 빨대로 마시고 있던 우진은 웅성거리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바라보다가 무대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들이 춤을 추기 시작하자 화들짝 놀란 그가 사래에 들렸다.
“컥.. 콜록.. 콜록..”
“아시겠어요?”
“흠.. 흠. 아니요. 우리 학교 학생이 아닌 것 같은데요..”
“그렇죠?”
“맞아요. 다른 학교 학생들인가 봐요.. 왜, 연예인을 꿈꾸는 아이들 있잖아요..”
다른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무대 위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춤을 추고 있는 은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재원은 여자친구에게 끌려와 재미도 없는 공연들을 보고 있었다.
“그만 가자.”
재원이 일어나며 말하자 여자친구가 그의 손을 잡았다.
“순서지에 없다는데.. 궁금하지 않아?”
“별로..”
하지만 무대를 바라보던 재원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변했다.
“와~~. 끝내준다..”
재원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낯설지 않은 한 여학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재원이 여학생을 너무 뚫어지게 바라보자 여자친구는 입술을 뾰로통하게 내밀었다.
“다른데 가자~.”
“잠깐만..”
“너도.. 저런 거 좋아해?”
“.....”
여자친구는 그의 시선을 빼앗은 무대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드디어 노래가 끝이 나자 그녀들은 무대를 내려왔다. 학생들의 커다란 환호성과 휘파람을 뒤
로 하고 무대 뒤로 숨은 그녀들은 화장을 지우고 옷을 갈아입고 가발도 벗었다. 그리고 교복
으로 갈아입고 미리 장을 봐 놓은 것을 들고 일일 음식점을 하고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음식을 만들고 서빙을 하면서 그녀들은 미소를 지었다. 학생들은 방금 전에 무대에 섰던 여자
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교감선생님에게 혼이 난 행사를 진행한 친구가 그녀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마희가 진행한 그녀에게 다가갔다.
“고마워.”
“별 말씀을..”
마희가 그녀의 손에 쇼핑백을 쥐어 주고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 안나가 마희에게 물었다.
“무슨 거래가 있었던 거야?”
“응.. 별거 아니야.. 좋아하는 남학생이 있는데.. 수제 초콜릿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음식으로 거래한 거야?”
“뭐..”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모든 축제가 끝이 나고 뒷정리를 하고 있는 동안 운동장 한 가운데에서는 마지막으로 있을 캠프파이어와 불꽃놀이를 준비하고 있었다.
“저기.. 우마희..”
마희가 고개를 돌리자 반장인 김하성이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반장.. 왜?”
“저기.. 할 말이 있는데..”
하성이 머리를 긁적이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안나는 피곤해서 나무 아래에 있는 벤치에 앉아 막대사탕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재원이 여자
친구와 지나가다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그가 왜 자신을 바라보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 재원을
쳐다보았다.
“풉!”
그녀는 분명히 들었다. 그의 비웃음소리를..
“안녕하세요.”
재원의 여자친구가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안나는 미소를 지으며 “응~. 안녕..” 이라고 인사를 했다.
“언니, 저희랑 같이 캠프파이어랑 불꽃 구경하실래요?”
“아니야. 나는 친구들이랑 보기로 했어.”
“네, 그럼 다음에 봐요.”
“응~.”
안나는 재원을 슬쩍 바라보다 눈을 돌렸다.
사용한 의자를 갖다 놓으려고 교실 문을 열자 어두운 교실 안에 우진이 누군가의 책상에 앉아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우진이 다시 문을 닫으려는 은오
에게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어디 가.. 의자 놓으러 왔으면서..”
“아..”
은오가 다시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가 비어있는 자리에 의자를 내려놓았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은오야..”
“네?”
“얼굴에 뭐 묻었다..”
“네?”
우진이 다가와 은오 앞에 섰다. 은오가 손을 들어 얼굴을 만져 보았지만 손 끝에 묻어나는 것이 없었다.
“놀리시는 거죠?”
“아니야.. 내 눈엔 보이는데..”
“그래요?”
은오가 다시 더듬거리자 우진이 은오의 손을 잡았다.
“마희야~. 왜 이제 와.. 얼굴이 왜 그래?”
“응?”
양 볼이 발그레해 진 마희가 양 손을 들어 볼을 감쌌다.
“뭐야~~. 빨랑 말 안 해?”
“사실은.. 반장이...”
“에? 설마.. 좋아한대?”
“아니..”
“응? 그럼 왜 그러는 건데?”
“나보고 요리 잘 한다고.. 오늘 수고 많이 했다고.. 나 아니었으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거래.”
안나가 마희를 바라보며 눈을 깜박거렸다.
“그게.. 다야?”
마희가 “응.” 이라고 대답하자 안나가 다시 눈을 깜박거렸다.
“그게.. 얼굴을 붉힐 정도로 좋은 일이야?”
“남자한테 칭찬받아 본 게.. 처음이라서..”
안나는 마희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은오는?”
“글세.. 이제 시작하는 것 같은데..”
“교실로 가 보자. 어쩌면 거기가 더 잘 보일지도 모르잖아.”
“그래.”
마희와 안나는 교실을 향해 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은오는 우진에게 잡혀 있는 손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선생님..”
“일부러 그런 거지?”
“네..? 무슨 말씀이신지..”
“네가 생각해 낸 거지. 그렇지? 내가 여자로 안 보인다고 하니까 네가 계획한 거야.. 맞지?”
“아니에요, 마희가..”
은오가 입을 다물었다. 우진이 피식 웃었다.
“그럴 줄 알았지.. 너나 안나는 그런 과감함은 없으니까.. 음.. 마희도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다이어트 성공으로 과감해진 것 같단 말이지..”
“어떻게 아셨어요?”
“못 알아보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해 보이던데?”
“선생님..”
“응?”
“변태세요?”
“뭐?”
“내가.. 여자로 보여요? 그래요? 그래서 지금 저처럼 그렇게 심장이 뛰고 있는 거에요?”
은오가 잡히지 않은 손을 들어 우진의 심장이 있는 곳에 살짝 올려놓자 우진이 마른 침을 삼
키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은오가 붉어진 얼굴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어두운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그녀의 손을 풀었다. 그리고 뒤로 물러나 창턱에
기대어 밖을 바라보았다.
“시험 잘 봤더라. 네 덕에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께 칭찬도 받았어. 여기까지가 내가 주는 선물. 그리고.. 이젠 정말로 그만 하자.”
은오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제가.. 그렇게 싫으세요?”
“...그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왜요? 제가 선생님 제자라서요?”
“그래.”
“어려서요?”
“그래...”
“아직도 그 분을 사랑하고 계셔서요?”
“그래, 인마.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만 해.”
커다란 소리를 내며 높이 올라간 불꽃이 하늘을 예쁘게 수 놓았다. 은오가 고개를 숙여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았다. 우진이 걸음을 옮겨 은오에게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하다
주먹을 쥐고 다시 걸음을 옮겨 교실을 나갔다. 밖에서 안나와 마희가 우진을 바라보고 있었
다. 그녀들의 눈에도 눈물이 고여있었다.
“그럼, 불꽃놀이 잘 구경하고 집에 가렴.”
그가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렸다. 안나와 마희가 교실문을 열고 들어가 은오를 안았다.
“은오야..”
은오가 참고 있던 눈물을 그녀들의 품에 안겨 쏟아냈다.
교무실로 돌아가던 우진은 남학생들이 모여 무언가를 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 가까이 가도록 그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와~~. 정말 끝내 준다..”
“누군지 알아?”
“모르지..”
“난 꼭 알아내고 말거야.”
“알아내서 뭐하려고?”
우진이 물었다. 하지만 알아차리지 못한 그들이 핸드폰 동영상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당연한걸 뭐 하러 물어 보냐? 찾아내서 사귀어야지.”
“왜?”
다시 우진이 물었다. 조금 성가시다는 듯 고개를 들며 “당연히 한 번..” 라고 말을 하던 남학생이 말을 다 마치지 못하고 삼켰다.
“서.. 선생님..”
다른 학생들도 후다닥 핸드폰을 뒤로 숨기고 우진을 바라보았다. 우진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들이 고개를 저었다.
“나랑 같이 운동도 하는 녀석들이.. 내가 이름이랑 학년, 반.. 모를까봐?”
“.....”
결국 핸드폰이 우진의 손에 들어왔다.
“이건 압수. 내일 찾으러 와. 알았지? 성규야..”
“네..”
그들은 안타까운 듯 소리를 내고 있었고, 우진은 핸드폰을 들고 교무실로 갔다.
“바보같으니라고.. 이상한 놈들한테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못하고.. 전교 1등이면 뭐해.. 헛똑똑이..”
그는 그녀들이 춤을 추고 있는 동영상을 지우려고 성규의 핸드폰을 열었다.
“은오야.. 괜찮아?”
은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나야.. 만화는 만화일 뿐 인가봐..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야.”
“은오야..”
그녀들은 다시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안았다. 그렇게 설레고, 두렵고, 즐거웠던 축제가 끝이
났다.
미국에서 오전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동수가 노트북을 켜고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를 냉장고에서 꺼냈다. 의자에 앉으며 샌드위치를 한 입 먹으며 이메일을 확인했다.
“어? 사진이 아니라 동영상이네?”
동영상을 클릭한 동수의 눈이 놀람으로 커졌다.
“이게.. 이게 뭐야?”
동수가 전화기를 들었다. 잠들어 있던 우진이 전화를 받았다.
“삼촌! 누구야? 설마.. 여기 가운데 있는 사람이 마희야? 그래? 엄청 날씬해 졌는데.. 너무 야한거 아니야? 다른 놈이 눈독들이면 어떻게 해~! 삼촌?”
<시끄러워 인마.. 여기가 몇 신 줄 알아? 벌써 확인했냐? 엄청 시끄럽게 구네..>
“마희 맞아?”
<그래. 맞다.>
“그럼 양 쪽은 누구야?”
<누구겠냐? 아~~함..>
“설마.. 서은오랑 조안나?”
<그래.>
“서은오가 이렇게 나이스바디였어? 죽인다..”
<변태냐? 마희보라고 보내줬더니만.. 삭제해.>
“왜~. 좋구만.. 섹시한 여학생들이라.. 좋은데?”
<안 삭제하면 네 컴퓨터로 바이러스 보낸다. 이 자식이.. 공부나 해. 잘 하고 있는 거냐?>
“응.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이야. 삼촌 고마워.”
<양쪽은 손으로 가리고 마희만 봐. 마희만..>
“알았다고..”
<끊는다.>
전화를 끊은 우진이 끙~ 소리를 내며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은오.. 이 녀석.. 아이고~. 모르겠다..”
침대에 누워 있던 재원은 눈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안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다 다시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몸매하고는.. 가슴도 그렇게 없어서야.. 마희누나랑 은오누나랑 너무 차이가 나잖아..”
그러다 검은 긴 생머리 사이로 보이던 안나의 커다란 눈동자가 떠오르자 그는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마른 침을 삼키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후우.. 뭐냐고.. 하아...”
재원은 조금 붉어진 얼굴로 오른 손을 들어 두근거리는 가슴 위에 올려놓고 숨을 들이마셨다가 길게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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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도록 빨리 수정해서 올릴께요. 오늘도 더운 날씨에 건강 유의하세요.. ^^
다음편도 꼭볼게요ㅎ
네.. 오늘도 기대해 주세요.. ^^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재원인 어쩌까요?? 궁금해지네요~~^^
ㅋㅋ 궁금하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