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의 양자 공부-2nd
기계 지능이 인간과 구분 가능한지를 시험하는 ‘튜링테스트’라는 용어가 상식이 된 세상이다. 과연 컴퓨터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앞에서 양자역학이 없으면 컴퓨터도 없다고 말했다. 이때의 컴퓨터란 엄밀히 말하면 컴퓨터 하드웨어다. 이제 양자역학은 컴퓨터에 새로운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소프트웨어’에서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움직이는 물체는 결국 정지한다는 운동법칙을 제시했다. 갈릴레오의 근대과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운동법칙이 틀렸음을 깨닫는 것에서 시작됐다. 등속으로 움직이는 물체는 외력이 없으면 영원히 등속으로 움직인다. 바로 관성의 법칙이다. 뉴턴 역학이 달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달은 뉴턴 역학이 정해준 궤도를 따라 움직여야 한다! 달의 궤도, 아니 달의 미래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바로 과학적 결정론이다. 뉴턴 역학은 “세상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답이다. 그렇다면 “세상은 무엇으로 되어 있나?”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플라톤의 주장은 틀렸다. 답은 원자다. 그렇다면 원자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원자도 세상의 일부이까 “뉴턴의 역학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양자역학은 필요 없다. 하지만 뉴턴의 역학으로 원자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다음 Q&A를 보자( 분노를 느낄 수 있으니, 주의 요함.)
Q; 원자는 어디 있나요?
A; 모릅니다. 질문이 틀렸어요.
Q; 양자역학은 뭐 하는 학문인가요?
A; 원자를 설명하죠
Q; 그럼 원자는 어디에 있나요?
A; 모른다니까요!
Q; 원자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데 원자를 설명한다고요?
A; 질문이 틀렸다니까요!
자유의 의지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1867년 뉴턴은 역작 「프린키피아」에서 초기 조건이 주어지면 모든 운동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수학적 법칙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우주는 거대한 기계와 같으니 이 글을 읽는 10분 전 당신의 몸을 이루는 모든 것의 상태 때문인지도 모른다. 당신의 10분 전 모습은 어젯밤의 상태에서 진행해 온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나가면 당신이 글을 읽는 것이 어머니 배에서 나오는 순간에 결정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뉴턴식 결정론의 다소 황당한 결론이다.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한 ‘데카르트’는, 자유의 의지는 영혼에 있으며 뇌 시상하부에 있는 송과선을 통해 육체를 조종한다고 느꼈다. 하지만 자유의지가 어떻게 육체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지는 미스터리였다.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사실 물리학자가 신을 들먹일 때쯤 되면 다 끝난 게임이다. 물리학자라면 수학이나 실험 데이터로 공격해야 하는 법이다. 양자역학이 할 수 있는 예측은 측정하는 행위가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 때문에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아는 것이 불가능하다. 위치와 운동량을 모르면 뉴턴의 역학에 따라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확률을 쓸 수밖에 없으며, 결국 비결정론이 도입된다. 신은 이 순간에도 주사위를 던지고 있다.
생물 시간에 눈이 빠지게 현미경을 들여다봐도 원자를 원자가 보이지 않던 이유는 원자의 크기가 가시광선 파장보다 1만 배 정도 작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1미터 간격으로 열을 맞추어 서 있고 좌우로 5센티미터 움직여도 열은 흐트러져 보이지 않는다. 빛으로 인한 교란이 줄무늬 간격 이상이 되면 줄무늬가 흐트러져 보인다. 구멍의 간격보다 긴 파장의 빛을 사용하여 전자를 관측하면 파장이 기니까 광자의 운동량이 적어진다. 이 정도 운동량은 줄무늬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가시광선으로 물체를 아무리 봐도 원자를 못 보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전자의 위치 불확실성’은 위치를 측정하는 데 사용한 빛의 분해능 전도가 되는데, 이것은 측정에 사용한 빛의 ‘파장’으로 주어진다. 위치 측정이 전자에 가하는 운동량의 교란 정도가 되는데, 이것은 측정에 사용한 빛의 ‘운동량’으로 주어진다.
우리는 눈을 뜨면 스마트폰부터 확인하고, 화학섬유 옷을 입고, 유전공학 음식을 먹으며 거리로 나선다. GPS가 안내하는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들고 직원이 레이저로 바코드를 읽는다. 자성을 이용한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자동문을 지나 회사에 들어서면 자리에 앉자마자 컴퓨터 켜고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하여 세계 각지에서 온 메일을 읽는다. 이렇게 하루가 시작된다. 하지만 양자가 없으면 이 글의 내용 중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 양자역학은 어려워서 일반인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측정이 대상을 바꾼다거나 물체가 동시에 두 장소에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모르고도 잘 살아온 걸 보면, 양자역학은 이론 물리학 전공자들에게나 쓸모 있는 과학적 궤변이라고 생각할 법도 하다. 그러다 보니 첨단 이론인지는 몰라도 일상생활과 상관없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안타깝게도 우리 주위에 널려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양자역학은 원자를 설명하는 이론이고, 세상은 모든 것은 원자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주위에 보이는 모든 것에서 양자역학이 작동한다고 보면 된다.
고체 속을 여행하는 자유 전자; 띠 이론
전기가 통하면 도체라 부른다. 전기가 흐르는 이유는 전류는 전하가 움직이는 것이다. 이 전하가 전자다. 이를 자유 전자라 부른다. 도체와 부도체 사이에 반도체가 있다. 반도체는 부도체 가운데 띠 틈이 작은 때도 있다. 부도체니까 띠는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앞서 말한 대로 지구상에는 공짜 에너지가 있다. 바로 상온에 해당하는 열에너지와 태양에서 오는 빛에너지다. 에너지 구조는 책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구조와 같다. 책의 묶인 상태를 띠, 책과 책 사이 간격을 티 틈이라 부른다. 이 공짜 에너지들이 띠 틈보다 크다면 전자는 띠 틈을 뛰어넘어 높은 에너지를 작은 빈 띠로 도약할 수 있다. 3개의 띠가 가득 찬 부도체의 경우 주변의 열이나 빛을 받아 일부 전자가 네 번째 띠로 이동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네 번째 띠로 이동한 전자는 자유 전자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런 전자는 그 수가 적을 것이므로 아주 좋은 도체는 될 수 없다. 이것을 반도체라 한다.
1947년 반도체에 불순물을 첨가하는 기술이 개발되자 트랜지스터가 탄생한다. 트랜지스터가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하나가 스위치다. 트랜지스터는 3개의 단자를 가지고 있다. 각 단자는 불순물 첨가 반도체와 연결된다. 이 가운데 ‘소스’와 ‘드레인’이라 부리는 두 단자를 통해 전류가 흐른다. 이 3번째 단자를 ‘게이트’라 부르는데 바로 문을 여닫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게이트에 전압을 걸어주면 소스와 드레인 사이에 전류가 흐를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알려면 전자의 띠 구조를 살펴봐야 하지만 여기서는 마친다. 지금 컴퓨터에 사용하는 트랜지스터는, MOSFET라 불리는데 한국계 미국인 강대원 박사에 의해 개발됐다. 트랜지스터가 중요한 이유는 컴퓨터는 명령을 입력받아 처리하고 결과를 출력하는 기계다. 이 모든 과정을 트랜지스터가 핵심적 역할을 한다. 컴퓨터가 처리하는 것은 정보인데 키보드로 치는 문자들이 정보이다. 화상 동영상 음악 등이 모두 정보다.
양자역학에 키오스는 없다. 양자역학은 미시세계를 설명하는 이론이지만, 거시 세계에도 적용된다. 양자역학을 거시 세계에 적용했을 때, 고전 역학으로 환원된다는 것을 대응원리라 한다. 대응원리에 따르면 양자역학의 모든 것을 양자역학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키오스의 핵심 원리가 알려진 것은 1960~70년대 MIT의 기상학자인 ‘에드원드 로런츠’ 등이 대기의 대류 현상을 모형화하는 과정에서였다. 양자역학이 확립된 지 40년 후다. 대응원리가 옳다면 양자역학에서도 카오스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일반인에게 나비효과로 알려진 현상이다. 베이징에서 나비가 펄럭인 결과로 뉴욕에서 허리케인이 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카우스계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초기 조건에 매우 민감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실제적으로 대단히 어렵다.’ 앞의 예측 가능성은 이런 맥락에서 사용된 용어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 교과서는 ‘선형’ 미분 방정식만 다룬다.
컴퓨터는 무엇인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설명할 수는 있어도,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그걸 몰라도 컴퓨터를 사용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음은 물론이다. 컴퓨터는 말 그대로 ‘컴퓨트 계산하는 것‘이다. 피타고라스는 만물이 수라고 생각한 철학자다. 양자 컴퓨터와 고전 컴퓨터는 무엇이 다른가? 양자역학은 하나의 비트가 동시에 0과 1을 갖는 것을 허용한다. 이을 퀀텀 비트 quantum bit 줄여서 큐비트 qubit라 부른다. 하나의 전자가 동시에 2개의 구멍을 지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양자역학의 핵심 원리인 양자 중첩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를 범용 컴퓨터라 한다. 범용 컴퓨터는 많은 종류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우리는 컴퓨터로 문서 작업을 할 수도 있고 동영상을 볼 수도 있고 인터넷 서핑도 할 수 있다. 하지만 D-웨이브는 오직 최적화하는 문제만을 푸는 특수한 기계다. 최적화라는 것은 가장 좋은 조건을 찾는 것이다. 나쁜 정도를 ’나쁨 지수‘라 부르자. 최적화하는 나쁜 지수를 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생명의 양자 도약. 우리는 유기체 내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새로운 유형의 물리학 법칙을 기꺼이 찾아야 한다. 혹 찾는다면 그 법칙을 문리학 적 법칙, 아니 초 물리학적 법칙이라 불러야 할까? 아니다 그 원리는 전적으로 물리학이다. 그 원리는 양자 이론의 원리라고 나는 믿는다. -에르빈 슈뢰딩거-
하지만 많은 생물학자가 양자역학을 모른다. 생명체를 이루는 분자는 작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마어마한 수의 원자로 이뤄졌다. 이 원자로 이뤄진 계에 양자역학을 직접 적용하는 것은 현재의 계산 능력으로 불가능하다.
비트에서 존재로; It from bit. 우주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는 인류 문명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질문이다. 모든 질문은 결국 ”비트에서 존재로“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라는 것이 ’휠러‘의 생각이다. 비트는 정보를 상징하는 말이니, 우주 존재의 본질은 정보라는 뜻이다. ’열역학 제2의 법칙‘. 뜨겁다는 것은 분자의 에너지가 크다는 뜻이다. 에너지 보존 법칙이 성립하려면 커피가 식는 동안 커피의 에너지가 주변 공기의 에너지로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주변 공기의 에너지가 줄고, 커피 온도가 높아지는 것은 무엇일까. 이 역시 에너지의 보존 법칙을 위반하지 않는다. 참고로 ’열역학 제1 법칙‘은 에너지 보존 법칙의 다른 이름이다.
2024.05.23.
김상욱의 양자 공부-2nd
김상욱 지음
사이언스 북스 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