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팀에는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리더들이 있습니다. 제가 92년 이래 nba를 보면서 가장 한심했던 팀은 단연 03-04시절 올랜도 매직입니다. 티맥이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그리고 해도해도 너무하게 블럭샷 부분까지 팀 리더를 했던 병맛같은 시즌이었죠. 늘 제가 하는 표현이지만 1명의 농구선수와 4명의 육상선수가 농구를 했던 시즌입니다.
그리고 올해 가장 농구팀 다운 팀을 지켜보면서 가슴 훈훈해 하고 있습니다. 꼴값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살아 생전 이런 농구를 볼 수 있다는 게 참 자랑스러울 정도로 이번 시즌 휴스턴은 이상적인 농구를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크론닷컴에 올라온 내용을 옮겨보죠.
현재 휴스턴의 득점리더는 17.5득점을 달리고 있는 아런 '루저' 브룩스. 2위는 고작 0.1점 뒤지는 트레버 아뤼자입니다. 그럼 리그에서 가장 낮은 팀 내 득점리더는?
오늘 경기로 바뀌었을지 몰라도 어제까지는 분명 미네소타 팀버 울브스의 알제퍼슨으로 평균 16.9점입니다.
올시즌 휴스턴의 가장 고무적인 모습은 대부분의 득점이 어시스트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모든 선수가 득점에 참여하죠. 애런 '루저' 브룩스가 17.5득점, 트레버 '기복' 아리자가 17.4점, 칼 '치아' 랜드리가 16.0(얘는 뭥미?), 루이스 '흑발' 스콜라가 14.6점. 이렇게 4명의 선수가 두 자리 평균 득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실로 인상적이죠. 랜드리는 더군다나 벤치에서 나와서 저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두 자리 득점 못한다고 소외 될 나머지 얼라들이 아닙니다.
카일 '겸둥이' 라우리는 8.3득점, 셰인 '훈남' 베티에는 8.2득점, 체이스 '발목' 버딘저는 루키 주제에 지난 경기 발목부상으로 떡실신 전까지 8.2득점을 올려줬죠. 여기에 야오밍, 스콜라에 이은 휴스턴의 또 다른 외국인 근로자 성공신화가 거의 확실시 되는 호주출신 브래드 뉼리는 페이크, 데이비드 '오지' 앤더슨은 6.2득점의 고무적 활약을 펼쳐주고 있습니다.
앤더슨은 시즌 시작과 함께 지속적으로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고 무엇보다 기대되는 점은, 릭 아델만 체재에서 외곽슛이 좋은 빅맨의 활용은 언제나 큰 비중을 차지했고 또 결과가 좋았다는 것입니다. 앤더슨은 비록 야오와는 존재감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이명박의 개념만큼이나 미미하지만 일단 야오보다는 빠르고 순발력이 있으며 3점 슛을 던질 줄 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깜짝 활약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일단 닥치고 휴스턴 빅맨 중 유일하게 위너입니다. 무려 6-11이라는 마천루급 스탠딩을 자랑합니다. 앤더슨이 코트에만 나오면 화면이 꽉 차는 게 일단 마음이 놓입니다. 물론 1분도 안 돼서 상대빅맨에게 캐발리고 못미더운 보드장악력을 시전하고는 하지만 일단 공격부분의 기여도는 결코 무시할 수 없고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하고 싶네요. 오늘 클리퍼스 전에서도 비록 크리스 케이먼에게 정신없이 발렸지만 공격에서는 4개의 슈팅 중 3개를 넣으면서 8득점을 올렸습니다.
여기에 8분의 기적, 23밀의 샐러리의 위용을 자랑하는 트레이시 '유리몸' 맥그레이디가 오늘 폭풍 스탯을 찍어주면서 휴스턴의 뎁스는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데요. 오늘 무려 8분 동안 10득점 3어시스트 1리바운드의 넘버들을 작렬시켰는데 40분 환산시 40득점 12어시스트 4리바운드, 이 정도면 23밀 돈값은 충분히 하고 있다고 우기고 싶을 정도로 티맥의 샐러리는 참 어마어마하네요... 얘도 단순히 스탯보다는 일단 코트에서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관건인데 티맥의 대 클리퍼스 스탯이 일단 20-5-5고, 작년에 하이트 암반수 찾을 때도 클리퍼스전 성적은 기똥차게 좋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 더 긴 호흡을 갖고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휴스턴을 이야기하면서 칼 랜드리를 소외시키는 건 굽네치킨을 논하면서 '달력'을 빼먹는 것과 마찬가지. 전미 치과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에 오를 기세인 랜드리는 오늘 당초보다 빠른 복귀경기에서 4쿼터 득점과 리바운드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면서 37분(커리어 하이)을 소화하며 27득점 5리바운드(2공격 리바운드) 2블럭 1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10개의 야투 중 7개 성공, 자유투는 무려 15개를 얻어 내 그 중 13개를 성공시켰네요. 개물입니다. 개물... 삼손은 두발 검사에 걸려 강제 삭발 당한 후 버로우 탔는데 랜드리는 이 빠지니까 오히려 광분을 하네요. 털리는 깡냉이 속에 솟아나는 에너지도 아니고 얘도 은근히 새디스트 기질이 있네요. 얘를 2라운드에서 현질로 득템한 모리단장은 진짜 납치 한 번 해서 피씨방 끌고 가 제 계정의 마구마구 30장 카드 좀 뽑게 해주고 싶습니다. 엘리트 선동열도 뽑을 기세...!!!
이런 아마추어 스러운 로켓츠의 농구는 비단 득점뿐 아니라 수비와 리바운드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는데 카일 라우리는 루저 주제에 리바운드 잡을 때 보면 제일 우왁 스럽게 달겨드는 귀여운 친구입니다. 어찌나 몸매가 다부진지, 진짜 딱 돌쇠타입입니다. 싸리비라도 들려주고 싶은 심정.
척 헤이즈야 두 말 할 필요도 없는 팀의 핵심이고요. 오늘 척 헤이즈의 1쿼터 때 피딩 패스 보셨습니까? 어지간한 리그의 포인트가드 싸다구 날릴 기세였습니다. 수비면 수비, 패스면 패스, 득점이면 득점 모두 척척 해내는 척 헤이즈는 척척박사!
아뤼자도 공격에서는 기복이 있고 대인방어에 있어서는 기대만큼은 못미치지만 패싱 레인을 차단하는 모습은 정말 마음에 듭니다. 특히 이 친구는 운동능력이 발군이기 때문에 스틸에 이은 속공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래저래 이번 시즌 휴스턴의 모습은 정말 릭 아델만 체재 아래에 있던 세크라멘토만큼이나 신선한 모습입니다. 모든 선수들이 득점에 참여하고 리바운드를 잡고 공을 돌리는!
그래서 휴스턴이 우승을 할 확율이 얼마나 있냐고 묻는다면 저 역시 1%도 안 된다는 점을 안타깝게 여기지만 정말 오랜만에 우승에 연연하지 않고 팀의 현재를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어서 더 보람있는 시즌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일은 올랜도와의 백투백... 애들 뼈 삯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요.
첫댓글 위너인 하워드에게 털릴걱정에.... 그만....... 하지만 결국 승리는 루저들의 것...
비제이님 글솜씨는 정말 좋으신거 같아요..ㅋㅋ 작가신가?
이런 팀을 응원하는 제자신이 자랑스럽네요. 멤버가 바뀌더라도 제가 휴덕의 일원이란 사실엔 변함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20일전에 쓴 댓글이 있는데 "이로써 10승 8패... 30경기까지 치뤘을 때는 18승 12패 정도 됬으면 좋겠네요.. " 근데 지금은 17승 11패군요... (그것도 원정경기를 홈경기보다 4경기를 더 치룬 성적이지요..) 저의 바램대로 되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앞으로 패배없이 2승만 더하면 제가 기대했던 목표치 이상의 큰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41경기까지 치뤘을 때는 27승 14패 예상해봅니다. 이 글이 성지가 되길...
성지가 되길.. 미리 성지순례?!
정말 이렇게 매력적인 팀이 있을수 없죠 ㅋㅋㅋㅋ
오늘 경기 벤치득점 62점 vs 11점. 팀 휴스턴이죠 진짜!!
정말 올시즌 로켓단은 많은 구단들에게 귀감이 될만한 폼을 보여주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T^T
B.J. 님의 신이내린 필발이 돋보이는 글이네요. 각혈을 토하면서 읽었습니다. 책이라도 한권 출간하심이...
아 별명들 ㅎㅎ 진짜 재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