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mon % orange
상큼한 공기를 가르며 오렌지 카운티로 향한다.
Orange County ..................
오렌지 카운티 안으로 들어가 숨을 크게 돌린다.
다시 한번 심호흡하며 주위를 잠시 둘러보고는 말한다.
" 어서오세요. "
" 저.. "
말이 나오지 않는다. 말을 해야 하는데..
준비한 말을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 여기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
고개를 들어 날 향해 다가오는 시선을 부딪힌다.
조금 더 큰소리로 다시 말해본 후 결과를 기다린다.
" 이쪽으로 와서 앉으세요. "
그곳에서 홀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친절히 대한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는 한명의 손님도 보이지 않는다.
" 여기서 일 하시고 싶으세요? "
" 네. 그렇습니다. "
" 사실 사람이 필요하긴 해요. "
" 그럼 제가 일할 수 있을까요? "
" 잠시만요. 지금 덥죠? "
" 아뇨. 지금은 덥지 않아요. "
" 그래도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
친절히 대하던 사람은 자리를 피하며 어디론가 걷는다.
그리고는 뜨거운 얼음이 담긴 아이스티를 테이블 위로 내려 놓는다.
" 그래도 더우실텐데 드세요. "
" 고맙습니다. 잘 마실께요. "
불편하지만 안정된 자세로 단숨에 들이킨다.
혀끝에 감도는 레몬맛의 아이스티가 시큼하다.
"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
" 제가 이 곳 근처로 이사를 왔거든요. "
" 그러세요? 오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
" 얼마되지 않았어요. 최근에 온거라서.. "
" 그런데 간단한 일이라도 하실려고 오신건지.. "
" 아뇨. 여기서 정식으로 오래 일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
" 혹시 다른 곳의 오렌지 카운티에서 일해보신적 있으세요? "
" 아뇨. 제가 살던 곳에서는 보지 못했습니다. "
" 어디에 계시다가 오셨어요? "
" 도쿄요. 일본 동경에서 지냈어요. "
" 일본분은 아니죠? 그런데 일본분처럼 생기셨네. "
" 혼혈아에요. 부모님 중 한분이 일본분이셔서.. "
" 그런데 한국말을 아주 잘하시네요. 당연한건가? "
" 어머니가 가르쳐주셨어요. "
" 그럼 이제 한국에서 계속 지내실건가요? "
" 네. 그럴 생각이고 그럴거에요. "
" 여기에 가끔 일본인들도 오는데 도움이 되겠어요. "
" 제가 그런 도움도 드릴 수 있다면 좋죠. "
" 그럼 언제부터 일할 수 있어요? "
순간 당황해버린 모습으로 입안에 담긴 아이스티를 삼킬 수 없었다.
어렵게 삼키고는 힘들게 머릿속을 정리하며 말을 더듬는다.
" 지.. 지금이라도 당장.. 할 수 있어요. "
" 그러면 고맙겠지만 그럴 필요는 없고.. 내일 다시 오세요. "
" 그럼 내일부터 여기서 일할 수 있는건가요? "
" 네. 내일 오전에 오시고 새벽 두시에 끝나니까 그때까지 함께해요. "
"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께요. "
" 너무 열심히 하실 필요는 없고 편하게 일해주세요. "
" 네. 꼭 그러겠습니다. "
너무 기뻐하며 환호하는 모습에 그만 얼굴이 붉어지지만 이내 웃어넘긴다.
빈 유리잔에는 녹아남긴 얼음도 찾아볼 수 없다. 시큼한 향기마저도..
" 아.. 제 소개를 해야겠군요. 우선 제 이름은 은이에요. 여기서 매일 일을 하고 있어요.
손님들도 얼마없고 단골손님들이 대부분이라 불편한것 없이 편하게 일하고 있어요.
사장님은 한달에 두어번 오시지만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을거에요. 사장님도 좋아하실테니..
이곳은 조용하고 깨끗하고 경치도 좋아서 머릿속도 복잡하다는건 생기기 힘들거에요.
내일부터 일하면 여기서는 간단한 써빙을 하시게 될거에요. 제가 나머지를 담당하구요.
저는 음료를 만들테고 손님들께 서비스를 드리겠죠. 그쪽은 써빙과 함께 나가실때는 돈계산을 하시면 되요.
그쪽이라고 하니까 어색한게 조금이 아닌데요.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요? "
" 레이.. 라고 불러주시면 되요. "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오렌지 카운티를 벗어나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진다. 드디어 그곳에 있을 수 있게 되었는데도..
Lemon % orange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계시던 엄마는 날 향해 입을 움직이신다.
한손에는 여전히 시큼한 레몬을 입에서 꺼내시고는..
" lay, 어디 갔다 오는거니? "
" 그냥 잠깐.. "
" 더운데 왜 그렇게 나가. 또 나갈거야? "
" 아니. 지금은.. 내일 다시 나갈거야. "
" 지금 덥지 않아? 더워 보이는데.. "
" 조금 걸었더니 덥다. "
" 그럼 여기 와서 이거 먹어라. 더울땐 레몬이 최고야. "
" Lemon, 지긋지긋해. "
' 지긋지긋해. 엄마만큼이나.. '
" 먹기 싫으면 그만이지. 그래도 여기 앉아봐. "
" 왜, 나한테 할 말 있어? "
" 그래. 할 말 있으니까 여기 앉으라는거지. "
" 무슨 할 말인데 그래? "
" 엄마는 내일 일본으로 간다. "
" 설마 나도 가야 하는건 아니지? "
" 안간다면서.. 억지로 끌고 갈 마음은 없어. "
" 아빠도 없는 일본에는 왜 가려고? "
" 아빠 없다고 일본에도 못가니? "
" 그건 아니지만.. 이제 일본에는 아무것도 없잖아. "
" 그래. 아무것도 없지. 너말처럼.. "
" 그런데 무슨 일로 가는거야? "
" 잠깐 볼 일이 있어서.. "
" 엄마, 그럼 다시 한국으로 오는거지? "
" 그러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안되겠다. "
" 왜.. 또 어디로 갈건데.. "
" 빠리로 갈거야. 프랑스로.. "
" 그래. 엄마가 그토록 가고 싶어하던 곳이네. "
" 널 두고 가게되서 미안하지만 엄마를 이해해줄거지? "
" 그럼.. 내가 누군데.. 엄마 딸인데.. "
" 고맙다. 엄마가 올때까지 여기서 혼자 지낼 수 있겠어? "
" 어떻게든 지내봐야지. 걱정마. 잘 지낼 수 있어. "
" 그럼 엄마는 그 말 믿고 마음 편히 갈거야. 알았지? "
" 알았어. 나도 엄마가 그런 마음으로 떠나는게 좋아. "
" 떠나다니.. 누가 떠난다고 그래. "
아무 말 없이 일어섰다.
그런 날 보는 엄마의 눈빛이 싫다.
" 벌써 방으로 가려고? "
" 엄마, 여기 있는 레몬은 전부 들고 가길바래. "
" 왜.. 넌 이제 레몬이 먹기 싫은거니? "
" 그냥.. 이제는 달콤한게 먹고 싶어. "
" 달콤한게 먹고 싶다니.. 우린 그런거 먹지 않았잖아. "
" 그래서 먹고 싶다는거야. "
" lay, 넌 레몬을 좋아했잖아. "
' 아니, 처음부터 좋아하지 않았어. '
방으로 들어왔다.
이제 이 집에서 더 이상 갈곳은 없다.
' 피곤해. '
피곤함을 달래기도 전에 침대 위로 쓰러진다.
폭신폭신한 침대 위에 옮겨진 기분은 구름 위에 안긴 기분이랄까..
미처 잠들기도 전에 잠시 기억 뒤로 숨겨두던 그 아이가 떠오른다.
' 지금 그 아이는 아직도 오렌지를 입에 물고 있을까? '
잠시 기억의 저편으로 그 아이를 알게되던 그때를 떠올려본다.
내 자신도 모르게 웃음짓던 그때를.. 그 아이의 만남으로 인해..
' 작년이었지. 지금 무더운 여름만큼이나 더웠던 작년 여름에 그 애를 만났어..
새콤한 레몬에 병들어가고 있을때쯤 너무도 달콤한 너를 만났지. 오렌지를 닮은 소녀..
아직도 달콤함을 기억하는걸 보면 널 잊지 못하나봐. 벌써 널 사랑하는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오늘 내 발걸음이 그곳에서 멈추었는지 몰라. 혹시 그곳에서 널 만나게 되지 않을까.. 해서.. '
스르륵 감기는 눈꺼풀을 이겨내지 못한채 그대로 잠에 빠져든다.
입안에서 맴돌던 그 아이의 이름이 흘러나온지도 느끼지 못한채..
" 유... 지.. "
작년 무더운 어느 여름 날..
Lemon % orange
여기는 도쿄
" lay, 왜 이제 온거야. "
" 미안해. 아베.. "
" 그 손에 들고 있는 레몬은 여전하구나. "
" 항상 그렇지 뭐.. "
" 엄마가 오늘도 레몬 먹어야 한다면서 손에 쥐어주시던? "
" 그래. 너까지 우리 엄마한테 그러지마. "
" 미안..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별소리를 다한다. "
" 아베.. 그럼 이제 슬슬 가볼까? "
' 어쩜 난, 레몬없이는 힘들지 몰라. 나도 모르게 길들여졌는걸.. '
" 아베.. 길들여진다는거.. 존재할까? "
" 너도 그렇잖아. 그렇지 않아? "
" 그래. 얼굴만 찡그리게 하는 새콤한 맛이 뭐가 좋다고 이러는지.. "
" 너 몰라서 하는 소리 같은데.. 넌 전혀 찡그리지 않고 있어. "
" 내가.. 정말? "
" 정말 그렇다고.. lay "
' 정말 그럴까.. 아베 말이 사실이라면.. '
길들여진다는 말이 내게는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에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투명한 유리에 내 모습을 비춰 또한번 레몬을 입안 가득 적신다.
" 거봐. 전혀 찡그리고 있지 않다니까.. "
" 왜 그럴까.. 이상하네. "
" lay, 저기 봐봐. 어서.. "
" 왜 그래. 아베.. "
아베가 가르친 곳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그곳엔 오렌지로 여름을 적시는 아이가 있었다.
" lay, 지금 보고 있는거야? "
" 저기.. 오렌지 들고 웃고 있는 애? "
" 그래. 너무 이쁘다. "
" 오렌지 보다는 이쁘네. 정말.. "
" lay, 너 지금 얼굴 찡그리고 있는거 알아? "
' 내가? '
날 향해 손짓하며 방금 보았던 유리에 내 모습을 비춰본다.
아베 말처럼 내 얼굴은 잔뜩 찡그린 표정이다. 레몬때문이 아닌 이 더위때문에..
" 많이 더워서 그런가봐. "
" 너도 더위만큼은 어쩔 수 없구나. "
" 아베.. 근데 저 애는 전혀 찡그리지 않는데? "
" 오렌지 때문인가보지. 오렌지는 레몬하고 다르잖아. "
" 오렌지.. 오렌지는 달콤하지? "
" 그러겠지. 너가 항상 레몬을 달고 사니까 나까지 햇갈린다. "
" 너까지 햇갈릴 필요가 있을까? "
" 아무튼.. 우리 오렌지나 먹지 않을래? "
" 아베.. 여기 레몬 많으니까 이거나 먹지 그래? "
" 아냐. 차라리 이대로 더위에 괴로워할래. "
" 그러지 말고 저기 들어가서 빙수나 먹자. "
" 그거 좋지. lay, 레몬빙수는 이제 그만 먹자. "
" 그만 먹을거면 너 혼자 그만 먹어. "
빙수가게에 들어가자 발디딜 틈이 없다는걸 알았다.
하지만 멀리서 보이는 빈자리로 달려가 이내 길들여진다.
" 저는 녹차빙수로 주시고.. lay? "
" 저는 레몬빙수요. "
" lay, 녹차빙수는 어떨까? "
" 내가 너꺼를 먹어보면 알지. "
정말 아무 생각없이 내 입에서는 레몬빙수가 튀어나왔다.
더이상 길들여질 공간이 없을만큼 레몬에 길들여진 내 자신..
" 빙수 나왔습니다. "
아베와 함께 앞에 놓여진 빙수를 먹기에 바쁘다.
더위에 어느 정도 풀린 우리는 금새 입을 열게된다.
" lay, 이제 살거같애. "
" 언제는 우리가 죽었어? "
" 그런데 왜 내꺼 안 먹었어? "
" 그냥.. 내꺼 먹다가 먹으면 이상할것 같아서.. "
" 그게 아니라 다른건 먹기 싫었겠지. 안그래? "
" 아냐. 그냥 그런거라니까.. "
" 그래. 알았다. 그냥 그런걸로 알아줄께. "
" 아베.. 너 정말.. "
" 뭐하고 있어. 또 레몬 꺼내서 먹어야지. "
" 너 자꾸 놀릴래? "
" 알면서 왜 그래. 오랜만에 만난걸 탓해. "
" 그래. 내가 참자. 참아.. "
그러면서 이미 한손에는 한입도 깨물지 못한 레몬이 담겨있다.
천천히 내 입가로 향해 가져가는데 그때 레몬향이 코끝이 스친다.
" wow! lemon.. "
' 무슨 소리지? 내 레몬을 보고 하는 소린가? '
" lay, 방금 뭐야? "
아베의 말을 듣고는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내 시선이 멈춘 곳에는 내 손에 담긴 레몬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아이가 있었다.
바로 방금 전의 오렌지를 들며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그 아이가 내게 보인 것..
" what? "
어설프지만 애써 강해보이려는 내 발음에 그 아이는 환희 웃는다.
당황스런 내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는 아베가 밉게만 보인다.
" hi~ 난 유지라고 해. 넌? "
" lay "
" lay? 레몬과 아주 잘 어울려. "
유창한 영어에 비해 지금 말하는 일어로는 모든게 어설프게 들린다.
외모로 봐서는 서구적인 마스크가 일본인은 아닌듯 하지만 어색하지 않다.
" 내 오렌지 먹어볼래? "
" 오렌지? "
" 그래. 난 오렌지가 아주 많거든. "
" 그렇다면 주지 않을래? "
" 좋아. 그 옆에 친구에게도 줄께. "
유지라고 하는 그 아이는 오렌지를 두개 꺼내어 우리에게 건넸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레몬을 꺼내려 하자 유지는 손을 젓는다.
" 아냐. 내게 레몬을 줄 필요 없어. "
" 왜.. 레몬을 싫어하니? "
" 그건 아니고.. 난 달콤한게 좋아. "
" 그래? 그럼 안되겠구나. "
" 미안해. 그럼 난 가볼께. bye~ "
유지는 우리 앞에서 오렌지를 성큼 깨물며 친구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친구와 함께 빙수를 주문하고는 우리에게 한번 윙크해준다.
" lay, 아까 우리가 보던 애 맞지? "
" 맞는거 같은데? "
" 저 애가 왜 우리에게 오렌지를 주는거지? "
" 달콤한걸 먹어주길 바라는지도 모르지. "
" 너가 레몬을 먹으니까 그렇지. 너가 문제야. "
" 그래도 어때. 나 때문에 넌 오렌지를 먹게 되었잖아. "
" lay, 넌? 그래서 넌 안먹겠다는거야? "
" 난 지금 레몬 먹고 있잖아. 너가 내꺼도 먹어. "
" 그럼 좋지. 그런데 저 애가 보고 있지 않을까? "
" 어때서 그래. 너가 내꺼까지 먹을 수도 있는거지. "
" 그렇지? 그럼 오렌지 두개 모두 먹어볼까? "
" 아베.. 먹고 싶어하더니 잘된거네. 어서 먹어. "
아베와 마주보며 서로의 손에 쥐어쥔 각자의 레몬과 오렌지를 탐색한다.
아베가 오렌지를 이미 다 먹었을 때 내 눈 앞에 누군가가 오렌지를 내민다.
" lay, 넌 오렌지를 좋아하지 않아? "
그 아이가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줄은 몰랐다.
유지는 내가 오렌지를 먹지 않은것에 대해 조금은 놀란듯..
" 좋아하지 않는건 아냐. "
" 그래도 내가 너희들 먹으라고 두개를 줬는데.. "
" 내 친구가 아까부터 먹고 싶어했고 난 레몬을 먹는 중이여서.. "
" 넌 레몬을 다 먹은것 같으니까 이제 내가 주는 오렌지 먹어. 또 줄께. "
" 아냐. 내가 사먹으면 되니까.. 이러지 않아도.. "
" lay, 이건 내 성의야. 받아줘. 이번엔 친구주지 말고.. "
" 그래. 지금은 못먹겠지만 집에가서 꼭 먹을께. "
" Thanks, lay "
유지는 빙수를 다 먹었는지 또한개의 오렌지를 꺼내어 깨문다.
유지의 미소에는 어딘가 모르게 달콤함이 숨어있는듯.. 달콤하다.
다시 친구에게 가려는 유지를 향해 조심히 입을 열어본다.
" hey, 유지.. "
" what? "
" 너.. 일본 사람 아니지? "
" 응. 너는? "
" 난 혼혈아야. 부모님 중 한분이 한국인이셔. "
" really? "
" 응. 근데 왜 그렇게 놀래? "
" 우리 부모님 중 한분도 한국인이야. "
" 넌 어디서 왔는데? "
" 시드니, 호주 시드니.. 에서 왔어. "
" 그래? 그런데 일본에는 어떻게 온거야? "
" 내 애인이 일본 사람이라서.. "
" 그렇구나. 대답해줘서 고마워. "
" 뭐가 고맙다고 그래. 저기 있는 사람이 내 애인이야. "
아베와 순간 유지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친구였을거란 생각과 다르게 잘생긴 남자 한명이 보인다.
" 먼저 가볼께. 우리 애인이 심심해한다. "
" 그래. 어서 가봐. 오렌지 잘 먹을께. "
" 우리 친구 된거지? 마주치면 인사하기다. "
유지는 우리의 대답도 듣기전에 애인이 있는 곳으로 가버린다.
친구라.. 유지와 친구가 된다면 나도 오렌지에 길들여질 수 있을까?
그리고 유지가 우리와 다시 마주친다면 우리에게 다시 오렌지를 건네줄까..
" lay, 저 애가 우리보고 친구래. "
" 너와 내가 친구인것처럼 저 애도 친구가 된 셈이지. "
" 그래도 그렇게 비교하면 내가 섭하지. "
" 그냥 해본 소리야. 이 오렌지 먹을래? "
" 싫어. 이번엔 무슨 소리 들으려고.. "
" 알았어. 나가자. 나가서 우리 재밌게 놀자. "
아베와 나가려고 하자 유지에게 눈인사라도 해야 하는게 좋을듯 싶어 유지를 찾는다.
그렇지만 이미 유지가 있던 자리에는 다른 사람들로 붐볐기에 더이상 찾을 수 없었다.
" lay, 유지는 벌써 나갔나봐. "
" 인연이 있다면 또 마주치겠지. "
" 그런걸로 인연을 쓸 필요가.. "
" 아베.. 내 말이 웃겨? "
" 넌 종종 웃긴 말을 하니까.. 괜찮아. "
" 그만 웃어. 무안하잖아. "
" 너가 뭐 한두번 무안해봤어? "
' 인연이라는 단어가 아직은 아닌가? 단순한 우연이라도 기대해본다면.. '
" 아베.. 넌 우연을 믿어? "
"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
" 난 우연을 믿지 않거든. "
" 그래. 나도 믿지 않는다. "
아베는 아무 생각없이 대답해 보지만 크게 귀기울이지 않는다.
스티커 사진 가게를 지나치는데 그 안에 유지와 애인이 보인다.
" lay, come on~ "
순식간에 우리는 다함께 스티커 사진을 찍게 되었다.
그때 우리는 유지의 애인이란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대화라고는 할 수 없지만 유지의 소개로 간단히 이름은 알 수 있었다.
" 내 전부인 jin "
다함께 찍힌 사진을 네등분으로 나누어 나눠 가진다.
그때 갑자기 유지는 나와 함께 단둘이 찍고 싶다고 제안한다.
" okay! "
" lay, let's go~ "
3, 2, 1..
그렇게 유지와 나는 친구가 되었다.
Lemon % orange
그 후로 유지와 나는 가끔 만나게 되었고 우리의 사이는 깊어만갔다.
그 애의 달콤함에 취해버린 나로서는 유지 없이는 모든게 재미없었다.
처음 만나던 날, 유지가 꼭 먹으라던 오렌지는 엄마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방안에서 한 입 먹으려할때 갑자기 들이닥친 엄마의 방문으로 달콤함은 사라졌다.
하지만 그때 내 입가에 맴돌던 달콤한 향기는 점점 더 유지를 떠올리게 했다.
' 그것만은 분명했다. '
Lemon % orange
그렇게 가을을 보내고 겨울이 왔다.
유지는 애인과 호주 시드니로 떠난다고 한다.
" lay, sorry "
" 아냐. 아쉽지만 또 만날 수 있을거야. "
" 너도 나의 전부였던걸 알지? "
" 그럼.. 나도 마찬가진데.. "
" 그런데 난 jin 없이는 안되거든. "
" 알아. 그걸 내가 모르면 안되지. "
" 너와 헤어져야 한다는게 너무 슬퍼. "
" 유지, 우린 또 만날 수 있을거야. "
" 난 내가 또 언제 일본에 오게 될지 모르겠어. "
" 그런 말은 하지 말자. 응? "
" 알았어. 이제 곧 가야 할 시간이다. "
유지는 내 손을 잡았던 손을 서툴게 내려 놓는다.
유지는 내게 등을 돌리다가도 다시 내게로 달려온다.
" lay... "
" 어서 가. "
" lay, 난 항상 레몬만 먹는 널 이해못했어. "
" 알아. 그런데 갑자기 왜.. "
" 근데 이제 이해할거야. "
" 그래. 너가 오렌지를 좋아하는만큼 나도 레몬을 좋아하는거니까.. "
" lay, 그런데 내 한가지 부탁을 들어줘. "
" 들어줄께. 뭔데? "
" 지금처럼만.. 어디서든 항상 레몬만 먹을거지? "
" 그럼.. 항상 그래왔으니까.. "
" 내가 널 일본이 아닌 다른곳에서 보더라도 널 알아볼 수 있게.. 응? "
" 그래. 그렇게라도 날 알아볼 수 있다면.. "
유지와 대화를 하면서 난 점점 슬퍼진다.
유지의 얘기를 듣게되면 이제 다시는 만나지 못할거란 생각에..
" 유지, 이제 가봐야지. 애인이 기다리잖아. "
" 그래. 어디서든 오렌지 보면 내 생각 해야해. "
" 오렌지가 아닌 그 어떠한거라도 기억할테니까.. "
" lay, 그럼 이만 가볼께. 잘있어. "
유지는 내가 없는 곳으로 가기 위해 내게서 멀어진다.
내 곁을 떠난다는것.. 그것이 내겐 크나큰 슬픔이었다.
" lay!! "
갑작스런 유지의 외침에 당황하여 유지를 찾아보지만 쉽게 찾을 수 없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다시한번 찾아보려 애써보지만 유지의 소리만이 남는다.
" 널 사랑해!! "
Lemon % orange
며칠이 지나도 내 귓가에 맴도는 유지의 마지막 메세지가 가슴을 울린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유지에게 향한 진정한 마음이라는것도 깨닫게 되는데..
" lay, 엄마 들어간다. "
" 들어와. 엄마.. "
엄마는 두 손에 레몬을 가지고는 내 품속에 하나를 살며시 내려 놓는다.
그리고는 굉장히 조심스런 눈빛으로 내게 기대어 살며시 입을 여시는데..
" lay, 미안하다. "
" 갑자기 왜 그래. 엄마.. "
" 우리 한국으로 가게 되었다. "
" 한국이라니.. 도대체 왜.. "
" 예전부터 가려고 했어. "
" 가는건 좋아. 언제 가는데? "
" 계속 거기서 지낼거야. 너와 나는.. "
" 여기는? 여기는 어쩌고? "
" 아빠는 여기서 지내시다가 다른곳으로 가실거야. "
" 말도 안돼. 믿을 수 없어. 미리 정해진거야? 그런거였어? "
" 미안해. lay... "
레몬을 깨물던 내 입가에는 더 이상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 후로 더이상 레몬을 삼킬 수 없게 되었고 그렇게 유지를 잊게 되었다.
" 엄마가.. 한국어 가르쳐줄께. "
" 그런 말로 위로하지마. "
" 한국에서는 너 하고 싶은데로 해. "
" 그것조차도 위로가 될 수 없다는거 몰라? "
" 그럼.. 내가 어떻게 해주면 좋겠니.. "
" 몰라. 지금은 다 필요없으니까 나가줘. "
" 그래. 기분 나아지면 엄마한테 와라. "
엄마는 먹다남긴 내 레몬조각을 보시고는 그대로 나가셨다.
한국.. 한국으로 가게된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가까운 나라로..
떠난다. 유지가 일본을 떠났던 것처럼.. 그렇게 나도 떠난다.
' 유지도 날 잊었을까? 벌써 잊었을까.. 아직 봄인데.. '
급히 엄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엄마에게 무어라도 묻고 싶었기에..
" lay, 기분은 좀 괜찮아졌니? "
" 엄마.. 우리 언제 가는거야? "
" 우리? 여름에.. 여름에 가게 될거야. "
" 이제 곧 여름인데 얼마남지 않았네. "
" 응. 많이 아쉽지? 힘들어도 엄마가 있으니까.. "
' 그래. 잘된거야. 잘했어. 이대로 떠나는거야. '
쉽게 흐르는 눈물을 보이기 싫어 급히 내 방으로 달려간다.
이렇게 유지를 잊고 싶지 않았는데.. 잊는다는게 참기 힘들줄은 몰랐다.
' 나 혼자 널 떠올리고 기다리는게 싫어. 널 처음 알게되던 여름이 다가오면 널 정말 잊을거야.
그때는 정말 레몬도 먹지 않을테고 오렌지를 봐도 널 생각하지 않을거야. 그럴거야. 자신있어. '
방금 전, 먹다 남긴 레몬 조각을 들어 눈물과 함께 먹는다.
자꾸 자꾸 흐르는 눈물에 레몬은 이미 모든 맛을 잃은 후였다.
Lemon % orange
그렇게 여름은 말없이 찾아왔고 엄마와 나는 한국으로 갔다.
어느덧 짐정리가 힘들게 끝나고 조심히 외출하게 된 나는 발걸음이 무겁다.
며칠을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아도 일본을 그리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 일본이 아니라 유지겠지. 잊어야해. 약속했으니까.. '
유지와의 약속을 애써 잊어보려는 듯.. 그렇게 고개를 새차게 흔든다.
어느정도 걸었다고 생각되었을때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 시선을 바꿔보는데..
Orange County ..................
힘들게 돌리던 내 마음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렇게 나는 그곳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기회를 얻은만큼 유지를 사랑하는 마음은 간절해지고..
방안에 몰래 쌓아둔 오렌지의 갯수는 점점 늘어간다.
' 유지도 알까? 이미 달콤해져버린 내 마음을.. '
Orange County ..................
그 안에서 달콤해지고 싶다.
Lemon % orange
오렌지 카운티를 며칠째 드나들어 보지만 쓸쓸하기는 마찬가지..
오렌지라는 단어도 어느만큼 그 이상의 위로는 되어주지 못한다.
" 레이씨, 저기 테이블 좀 치워주세요. "
은이씨가 또 한번 아무 생각없는 내게 명령을 해보지만 아무렇지 않다.
이 정도면 미안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텐데도 말이다.
" 어서오세요. "
은이씨는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며 오렌지 카운티로 들어오는 손님을 향해 반갑게 인사한다.
이미 인사의 흐름을 놓쳐버린 난 그대로 메뉴판을 건네며 주문을 기다린다.
" 여기, 오렌지 있어요? "
오렌지.. 방금 손님이 오렌지라는 단어를 입에서 뱉어낸다.
순간 온몸이 마비된 듯한 기분을 느끼며 그 손님을 향해 대답한다.
" 네, 있습니다. "
" 물하고 오렌지 두개 주시면 안될까요? "
" 네? "
" 오렌지 두개를 오렌지 쥬스 값으로 해주세요. 네? "
애교있는 말투로 내게 말해보지만 순간 정리되지 않는다.
물, 그리고 오렌지 두개.. 입안으로 중얼거려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
메뉴판을 어깨 춤 아래로 밀어 넣으며 은이씨에게로 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손님은 내게 손짓하며 날 부른다.
" lay.. "
" 절 부르신건가요? "
" lay, lay... "
물과 함께 오렌지 두개를 주문한 손님은 그렇게 중얼거린다.
그런 손님을 유심히 살펴본 후 어깨 춤에 걸려있던 메뉴판이 떨어진다.
" 유... 유지? "
" 알아보는구나. "
난 더 이상 놀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곳에 오래 있을 수도 없었다.
" 여기 앉아봐. "
" 잠시만.. 주문한거 가져올께. "
실망이 가득한 내 눈빛을 유지는 읽었을까?
유지는 내가 사랑하던 유지가 아니였다.
전혀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으로 돌아왔다.
" 레이씨, 아는 사람인가봐? "
" 네. 잠깐 알던 사람이에요. "
" 그런데 왜 저렇게 얼굴이 흉터투성이지? "
" 제가 알았을때는 저렇지 않았었는데.. "
" 주문은 뭐야? "
" 물하고 오렌지 두개요. 오렌지는 쥬스 값으로 치룬다고.. "
" 아냐. 그래도 너와 알던 사이인데 값을 치룰 수 없지. "
" 감사합니다. 은이씨.. "
" 오렌지는 마음껏 가져가. 그리고 얘기도 나누고.. "
" 네. 다음 손님 오실때까지만.. "
은이씨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좋다는 말을 남긴다.
깨끗한 하늘 아래로 가느다란 비가 소리없이 내린다.
' 비가 오네. '
그토록 기다리던 유지가 이 안에 있는데도 전혀 아무렇지 않다.
갑자기 내리는 비에 신경이 곤두설뿐.. 더이상 어떤 기분도 들지 않는다.
한손엔 물컵과 한손엔 오렌지 두개를 들고는 유지 곁으로 다가간다.
" 자, 여기.. "
" 고마워. 잘 먹을께. "
" 계산은 치루지 않아도 좋아. 대신 오렌지는 마음껏 먹어. 두개로는 부족할테니.. "
" 고마워. lay... "
" 친구 사이인데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
금새 싸늘히 식어가는 유지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 후로 한동안 우리 사이에는 어떠한 말도 오가지 않았다.
" 갑자기 비가 와서 기분이 그렇네. "
" lay, 갑자기 비가 와서 싫어? "
" 그냥.. 오늘 우산도 가져오지 않았고.. "
" 이 비는 아마 곧 있으면 그칠거야. "
" 그래? 그거 다행이네. "
" 그리고 나도 곧 있으면 갈테고.. "
" 유지... 난 그런 뜻으로.. "
" 미안한데 오렌지 하나 더 줄 수 없을까? "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며 은이씨가 건네는 오렌지를 받아온다.
유지는 그 후로 슬픈 표정을 애써 감추려 하지만 내게 밟힌다.
" 넌 아직도 오렌지 좋아하는구나. "
" 왜.. lay, 넌 이제 레몬 좋아하지 않아? "
" 응. 그렇게 되더라고.. "
" 나하고 약속했잖아. 잊어버렸어? "
" 미안.. 약속했는데.. "
" 정말.. 그 약속 잊은거라면.. "
" 그런거 아냐. 여기에 오면서 나도 많이 변했어. "
" 그래. 나도 이렇게 변해버렸으니.. "
" 유지... 자꾸 그런식이라면 난 곤란해. "
" 너무해. lay... "
유지는 입가를 적시던 오렌지를 더이상 만지려 들지 않는다.
유지를 위로해야 하는데.. 어떠한 말이라도 꺼내야 하는데.. 안된다.
" lay, 비가 그쳤어. 나도 이제 돌아갈까? "
" 그러지마. 내가 잘못했어. "
" lay, 그런 소리 들으려는게 아니잖아. "
" 유지.. 도대체 얼굴이 왜 그렇게 된거야.. "
" 왜.. 이런 내 얼굴 보니까 조금이라도 마음이 아프기나 한거니? "
" 유지.. 나도 모르겠어. "
어렵게 입술을 깨물어 보지만 아프지 못하다.
유지는 오렌지를 만지작거리며 조심히 입을 열어본다.
" 내 애인 jin을 기억하지? "
" 응. jin은 어때? 잘지내? "
" 죽었어. 작년에.. "
" 죽었다니.. 그게 무슨.. "
"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이 실수로 불을 저질렀어. 함께있던 나와 jin은 불길 속에서 괴로워했고..
jin과 함께 어렵게 건물을 빠져나왔지만 내가 jin을 보기도 전에 jin은 내게 쓰러지며 그대로 숨졌어. "
' 그런 일이.. 있었구나. '
유지는 표정없는 얼굴로 말을 끝낸다.
유지가 사랑하던 사람이 떠나고 유지의 심정은 어땠을까?
" lay, 우리는 정말 사랑했어. "
" 그래. 내 눈도 그렇게 의심했으니까.. "
" 그런데 jin은 내 앞에서 날 떠났어. "
" jin은 그러고 싶지 않았을거야. 유지.. "
" lay, 지금 내 얼굴의 흉터는 그때를 말해주고 있어. "
" 힘들지 않았어? 많이 힘들었지? "
" 그래. 힘들때마다 널 생각하며 힘을 냈는데.. "
유지는 어렵게 오렌지를 입가에 대어 보지만 이내 떨어뜨린다.
몸을 숙여 줍고는 손에 쥔 오렌지를 한참이나 바라본다.
" 유지.. 한국에는 어떻게 오게 된거야? "
유지는 내 말을 들었을까? 아무런 대답이 없다.
다시금 물어보려다 이내 그만둔다.
" 날씨가 다시 아까처럼 돌아왔네. "
" lay, 레몬을 먹지 않은 이유가 뭐야? "
" 그건.. 여기에 와서.. 아니, 난 그냥.. "
" 그만둬. 이제 알고 싶지 않아졌어. 가볼께. "
" 유지.. 연락처라도 알려주고 가. "
" 아냐. 난 다시 여기에 오지 않을지도 몰라."
" 그건 상관없어. 그러니 연락처를 알려줘. "
" lay, 이런 너를 내가 좋아했다니.. 조금은 사랑했는데.. "
" 유지..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
" 아무 소리도 아니였어. 잊어버려. 잘지내. "
유지는 챙이 커다란 모자를 눌러쓰며 그대로 나간다.
유지를 잡으려 하기도 전에 유지가 돌아간 자리를 쫓을 수 없었다.
' 유지가.. 나를? '
방금 전 유지와 함께하던 테이블 위에 놓인 오렌지를 발견한다.
이제 더이상 유지와 어울리지 않는 오렌지가 덩그러이 놓여있다.
" 레이씨, 뭐가 잘못된거야? "
" 그런거 아니에요. 은이씨.. "
" 걱정된다. 정말 아무 일도 아니지? "
" 그럼요. 비가 왔는데도 다시 더워졌네요. "
" 레이씨, 이리와서 시원한거라도 마셔. "
새벽을 알리는 종소리에 놀라 주위를 둘러본다.
조금씩 흩어지는 손님들 사이로 테이블을 정리한다.
" 레이씨, 오늘도 수고했어요. "
" 네. 은이씨도.. "
" 정리는 내가 할테니까 이제 가봐요. "
" 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
오렌지 카운티 문을 여는 순간 세상이 날 반긴다.
어둡고 조용한 거리에 혼자 걷는다는건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마음이 무겁고 혼란스럽다.
유지의 갑작스런 방문이 날 이런곳으로 데려올줄은 몰랐기에..
" lay~ 이게 얼마만이야!! "
' 내가 잘못 들었나? 잘못 들은건 아니겠지? '
" 누구? "
어둠을 가르며 갑작스레 내 품에 들어오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 아이의 따스한 품을 느끼며 그 아이가 내 친구 아베라는걸 알았다.
" 아베? 아베잖아. 그렇지? "
" 그럼, 내가 아베가 아니면 누구겠어. "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도무지 모르겠다. "
" 모르면 내가 설명해줄께. 그보다 어서 들어가자. "
" 너 계속 여기서 나 기다린거야? "
" 그래. 새벽에 올줄은 몰랐지만.. 아무튼 들어가서 얘기하자. "
아베는 갑자기 자신의 옆에 놓인 작은 상자를 움켜쥐며 들어간다.
집 안으로 들어간 아베와 나는 잠시 주위를 살피고는 자리에 앉는다.
" 마실거라도 줄까? "
" 아니. 근처 편의점에서 먹을건 다 먹었다. "
" 나 때문에 고생했네. 그래도 배고프면 말해. "
아베는 또 한번 집 안을 훑어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래도 조금은 넓은 집에 혼자서 지낸다는게 믿기지 않은듯..
" 아베.. 그 상자는 뭐야? 그것도 짐이야? "
" 이 상자가 누구 때문인데? "
" 왜.. 그게 나 때문이야? "
" 정말 몰라서 자꾸 그러는거야? "
" 그게 뭔데.. 난 몰라. "
" 어이없다. 이거 레몬상자잖아. "
' 잠시 잊고 있었다. 날 기억하는 내 두번째 존재를.. '
" lay, 너 정말 처음부터 몰랐어? "
" 아니. 알았는데 일부러 그래본거지. "
" 그럴줄 알았어. 그런데 너 레몬을 먹지 않는다며? "
" 그게 무슨 소리야? "
" 너네 엄마가 그런 말씀 하시던데? "
" 우리 엄마가? 아니야. 엄마도 괜히 그러시는거야. "
" 너하고 너희 어머니는 둘 다 왜 그러니? "
" 아베.. 그런데 우리 엄마를 어디서 만났어? "
" 어디긴 어디겠어. 내가 그동안 있었던 일본이지. "
" 맞다. 엄마 일본에 가셨었지. "
" 지금은 프랑스로 가셨다며.. 대단하셔. 너도 그렇고.. "
" 내가 대단할게 뭐가 있어. "
" 대단하지. 유지가 널 찾는걸 보면.. "
" 잠깐.. 유지라니.. 유지도 만났어? "
" 그래. 난 우연인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 "
" 그게 무슨 말이야. 천천히 설명해봐. "
나도 모르게 길들여진 레몬에 손을 뻗어 레몬껍질을 벗긴다.
단숨에 입안에 밀어넣고는 깊은 한숨을 몰아쉬는데 호흡이 어렵다.
아베에게 레몬을 못 먹겠다는 말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는 듯이..
" 우선 너네 엄마를 만난건.. 길에서였어. 충분히 마주칠 수 있는 길이였으니까.. 너도 그 길은 알거야.
거기서 마주쳤는데 당연히 서로를 알아봤고 난 너의 안부를 묻기에 바빴지. 그런데 그 시간이 너무도 짧았어.
너가 레몬을 먹지 않는다는 얘기와 너네 엄마는 곧 프랑스로 떠나야 한다는 얘기.. 싱겁지만 그게 전부였어.
그렇게 너네 엄마를 만나고 며칠 후에 유지를 만났어. 내가 자주 다니는 곳에서 유지와 마주치게 되었거든.
난 유지를 마주친게 우연이라고 믿었지만 유지는 내가 아닌 널 찾기위해 그 곳을 계속 다녔다고 하더라. 웃기지?
난 유지가 일본에 다시 왔다는 사실이 놀라웠지만 유지는 널 만나기 위해 일본으로 왔다고 하더라. 믿을 수 없겠지만 말야.
유지는 챙이 커다란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내가 보기엔 유지의 얼굴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듯.. 그렇게 느껴졌어.
실제로 내 말이 맞았지만 말야. 유지는 작년 여름에 우리가 가던 그 빙수가게로 가서 함께 여러 얘기를 나눴어.
나눴다기 보다는 유지는 일방적으로 내게 너의 안부를 물었고 난 일방적으로 열심히 답하기에 바빴지. 어이없더라.
그런 모습으로 유지가 내게 쏘아대듯이 말을 하는데.. 그때의 황당함이란.. 아무리 너에게 말해도 넌 모를거다. "
아베는 숨이 가쁘다는듯이 상자에 담겨진 레몬 하나를 꺼내 내게 내민다.
난 자연스레 그 레몬을 건네받고 쉽게 껍질을 벗겨 아베에게 다시 내민다.
아베는 레몬을 깨물며 아주 새콤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채 내게 보인다.
" 그래서.. 대체 유지가 무얼 물었다는거야? "
" 너 어디있냐고.. 지금 만나고 싶다면서.. 그런데 넌 한국에 있으니까 지금 만날 수는 없잖아.
그러니까 유지는 바로 내게 너가 살고있는 곳을 묻더라고.. 그때 난 괜히 예감이 좋지 않았어.
그래서 차마 너의 주소를 모두 알려주지는 못했고 대충 사는 동네만을 적어서 유지에게 줬어.
나도 그만큼밖에 알 수 없다면서.. 정말 그때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어. 그냥 그래야 했어. "
" 그래. 아무튼 고맙다. "
" 내 얘기를 끝까지 들어봐. 내가 유지에게 얼굴이 왜 그렇게 되었냐고 물었는데 대답해 주지 않았어.
넌 아직 유지 얼굴 못 봤지? 너가 그때 보던 유지가 아니라니까.. 정말 너무도 무섭게 느껴지더라. "
" 아베.. 넌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거야? "
" 지금까지 내 얘기 못 들었어? 너가 걱정되서 왔지. 잠깐.. 내가 너무 정신이 없었구나.
내가 널 걱정하는 이유는 유지가 내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였어. 이걸 말해야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
" 그래도 할거잖아. 우리 아베는.. "
" 그래. 해야지. 나보다도 널 위해서.. 유지는 우리가 그때 봤었던 그 애인을 두고 널 찾으러 일본에 왔대.
그리고 다시 시드니로 가지 않겠다는거야. 한국에서 널 찾게되면 그곳에서 너와 계속 지내겠대.
그때의 오싹함은 너도 느껴보지 못했을거야. 아.. 지금도 생각하면 소름 돋는다. 소름이 끼친다고..
유지는 널 잡고서 평생 놓아주지 않겠대. 그런 얼굴을 만든것도 모두 너 때문이라면서.. 으.. 더이상은.. "
" 그래. 그만해. 아베.. 이제 알겠어. "
" lay, 알겠다니.. 뭘? "
" 나.. 오늘 유지 만났어. 우연히.. "
' 아니, 우연히가 아니라 그건 그 애가 미리 정해놓은 약속이였어. '
내게도 아베가 느끼던 그 소름이 내게 전해진다.
더이상 가눌 수 없는 소름에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 lay, 괜찮아? 진정해. "
우리는 이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레몬을 꺼내 먹었다.
레몬을 싫어하던 아베조차도 그 레몬에 지금의 두려움을 잊으려는듯 열심히 먹어댄다.
" 그 애가 먹었던 오렌지 보다는 레몬이 맛있는거 같애. 그때도 오렌지를 물고 있더라. "
" 아베.. 넌 언제 일본으로 돌아갈거야? "
" 모르겠어. 너가 오늘 유지를 만났다니까.. "
" 그래. 조금은 더 여기에 있어줘. 나 혼자야. "
" 알았어. 이 넓은 집에 널 두고 가기도 좀 그렇다. "
' 고마워. 아베.. 와줘서 다행이야. 정말 우연인줄 알았어. 역시.. 세상에 우연은 없어. '
Lemon % orange
아베는 다음 날 갑작스레 급한 일이 생겼다며 미안하다는 메모를 남긴채 가버렸다.
그렇게 아베는 날 두고 일본으로 떠났다. 모두가 그렇게 날 떠나지만 유지도 그럴까?
' 왜 유지를 그리워하는거지? '
오늘도 오렌지 카운티를 향해 걸어가보지만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이런 내 예감이 적중이라도 했듯이 오렌지 카운티 주위에 유지가 보인다.
" 유지... "
유지는 이런 내 기척을 알았는지 몸을 한껏 웅크리고는 등을 돌린다.
하지만 그것이 진심이 아닌란걸 알고있는 난 그대로 유지에게 향한다.
" 어제는 미안했어. 진심이 아니야. "
" 그럴거라 생각하고 이렇게 온거야. "
" 그런데 왜 나를 피해. 피할거 없잖아. "
" 어제의 진심아닌 너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 "
" 유지.. 우리 들어가서 얘기하자. "
" 아냐. 너 일해야 하잖아. 방해하기 싫어. "
이대로 유지를 보내면 안될것 같다.
정말 이대로 떠나버릴 것만 같은 기분..
' 유지.. 너는 아니라고 봐. 날 떠날 수 있다면.. '
" lay, 난 줄곧 너만 생각했어. 정말 모르겠어? "
" 아직은 모르겠지만.. 조금은 알것 같기도 해. "
" 우리 겨우 그런 사이였어? 내가 시드니로 향하기 전에 했던 말을 모르는거야? 기억.. 못하는거야? "
" 유지... 그런 말은 좀.. "
" lay, 내가 일방적으로 너에게 이래야 하니? 정말 그런거야? "
" 유지.. 그만해. 이제 그만해. "
" lay, 난 그때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을 했었단 말이야. "
" 너에겐 jin이 있었잖아. "
" 그래. 그렇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못했어. "
" 내게 향한 마음.. jin도 알아? "
" 그래. 알 수 밖에 없었어. 내가 jin을 힘들게 했으니까.. "
" 어제 아베가 왔었어. 너도 그 애가 왜 내게 찾아왔는지 알겠지? "
유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들고있던 오렌지를 땅에 떨어뜨린다.
내가 주워주려 했지만 생각을 바꾸고 유지를 지켜본다.
" 아베가 모든걸 말했어? "
" 그게 모든것인지는 모르겠지만.. "
" lay, 난 아베를 만나서 반가웠어. "
" 정말 아베를 만났기 때문에? 나 때문이 아니고? "
" lay, 넌 어제와 전혀 다름이 없어. 지금도 진심이 아닌거야? "
" 그것보다도 난 너가 jin을 그렇게 하늘로 보냈다는걸 납득할 수 없어. "
" 하지만 이미 널 사랑하게 되어 버렸는걸.. 내 책임이 아니야. "
" 책임을 구하는 얘기가 아니잖아. 넌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 "
" lay, 넌 조금도 날 사랑.. 아니, 좋아하지 않았니? "
" 모르겠어. 넌 내 친구였으니까.. "
" 그럼.. 지금은 이제 친구도 될 수 없다는거니? "
" 유지.. 넌 jin을 보냈을때 무슨 생각을 했어? "
" 너가 jin에게 그런 관심이 있는 줄은 몰랐다. "
" 그래서.. 얘기해주기 싫다는거야? "
" 그래. 이제 너에게 더 이상 할 말도 없어. 없어졌다구!! "
유지는 땅에 떨어진 오렌지로 눈물을 닦으로 그 자리를 피한다.
그런 유지를 붙잡을 수 없는 나는 오렌지 카운티로 들어간다.
" 레이씨, 오늘은 늦었네. "
" 은이씨, 사과드릴 말이 있습니다. "
" 무슨 사과.. 내게 잘못한거 있어? "
" 여기서 오래도록 일하겠다는 약속.. 더이상 지킬 수 없을것 같습니다. "
" 그렇다면.. 곧 그만둔다는 얘기에요? "
" 네. 그렇게 되었어요. "
" 이유는 물어봐도 될까요? "
" 어머니께서 해외로 가시는데 같이 가게 되었어요. "
" 그럼 살던 곳으로 다시 되돌아 가는건가요? "
" 그건 아닙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입니다. "
" 그곳이 어딘데요? "
Lemon % orange
아베를 만나러.. 내가 살던 곳을 찾으러 일본에 가기 위해 짐을 정리한다.
아직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 곳을 향해 준비한다. 오직 은이씨만이 알고있는..
' 짐은 이 정도면 괜찮을거야. 부족한건 그때 보충하기로 하자. 집이 더 넓게 느껴지는걸..
결국 나도 이 곳을.. 아니, 한국을 떠나게 되는건가.. 유지는 이미 한국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
이 곳은 인천공항.. 사람들로 조금씩 붐비기 시작한다.
그때 가까우면서도 먼곳에서 달콤한 향기가 물씬 풍겨온다.
' 혹시 유지일지도.. '
달콤한 향이 짙어질수록 내 발걸음은 빨라진다.
그 곳을 향해 멈춰섰을 때, 이미 달콤함은 사라진 후였다.
' 내가 늦은건가? 아니면.. 유지를 의식해서 일지도.. '
고개를 새차게 흔들며 다시 비행기 표 시간을 보러 발걸음을 돌린다.
집을 나서기 전.. 텅 비어있던 서랍 속에 가득찬 오렌지가 떠오른다.
' 맞아. 유지를 잊기위해, 또는 잊지 않기위해 모아두었던 오렌지와.. 이제 작별이구나. '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발걸음을 서둔다.
그때 저 멀리서 한 남자의 애절하고도 슬픈 멜로디가 내 귓가에 머문다.
" 사랑해!! 다시 돌아올거야!! 널.. 사랑해... "
그때 난 내 손에 쥐어쥔 도쿄행 비행기 표가 힘껏 구겨지는걸 느낀다.
그래, 유지는 그때 내게 이렇게 말했다. " 널 사랑해!! "
그 말을 잊을 수 없다. 아니, 유지를 잊을 수 없게 된것이다.
' 오렌지를 모으게 된 이유도 유지를 잊기 위해서가 아니였어. 사랑하기 때문이였어. '
" 사랑해. 사랑해. 유지.. 이제 알았어. 널 사랑했던 나를.. "
급히 비행기 표를 바꾸어 문이 닫히려는 비행기에 어렵게 탑승한다.
거센 심호흡을 누르고 레몬을 한입 가득 깨물고는 힘껏 미소짓는다.
하지만 그 미소 뒤에는 여러 슬픔이 감겨있다. 그 슬픔을 이제 풀어보려 한다.
' 난 우연을 믿지 않아. 세상에 우연이 있을 수 없잖아. 하지만 난 믿어.
사랑에는 가끔 우연이 존재할 수 있다는걸.. 내가 이제 증명해 보이겠어. '
Lemon % orange
" 이유는 물어봐도 될까요? "
" 어머니께서 해외로 가시는데 같이 가게 되었어요. "
" 그럼 살던 곳으로 다시 되돌아 가는건가요? "
" 그건 아닙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입니다. "
" 그곳이 어딘데요? "
.
.
.
.
.
.
.
.
.
.
.
.
.
.
.
" 시드니, 호주 시드니.. 에요. "
' 유지가 한국으로.. 아니, 일본으로 오기 전에 내가 시드니로 갔어야 했어.
유지의 얼굴이 그렇게 되기 전에 내가 대신.. 그 얼굴을 감추고 내 얼굴을 태워야 했어.'
" 유지... 널 사랑하는게 힘들다. 하지만 난 믿어.
너와 내겐.. 처음 봤을때의 우연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걸.. "
두 눈 가득 맺힌 눈물은 이내 레몬 위로 뿌려져 새콤함을 녹인다.
그리고 그 자리에 굉장히 달콤한 오렌지 향이 그 위로 살며시 스며든다.
' 시드니에서 만나자. '
Orange % lemon
" 어서오세요. "
" 여기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
" 이쪽으로 와서 앉으세요. "
Orange County ..................
" 다행히 사람이 급히 필요했는데..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
.
.
.
.
.
.
.
.
.
.
.
" 유지라고 합니다. "
" 굉장히 이쁘신데.. 한국사람인가요? "
" 혼혈아에요. 한분이 한국인이세요. "
" 그럼 여기서 계속 지내셨나요? "
" 아뇨. 호주 시드니에서 왔습니다. "
" 그러세요? 최근까지 일하던 분도 그랬는데.. "
' 알아요. 그 사람.. '
" 아이스티, 한잔 더 드릴까요? "
" 아니요. 여기 제 오렌지 먹으면 되요. "
' 나, 처음부터 이 모습.. 아니, 이 얼굴 그대로였어. lay, 널 위해 꾸며본거야. 그런데..
하지만 괜찮아. 모든게 내 탓이니까.. 그리고 jin은 나와 애인이 아니야. 아무 사이도 아니였어.
단지 너의 모습이 궁금해서.. 그 모습에 그처럼 꾸며본거야. 내 덫에 걸린 사람이 나라서 다행이야. '
Orange % lemon
' 너가 날 위해 한국을 떠난걸 알아. 너의 친구 아베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일본으로 돌아간거겠지.
너가 일본행 비행기 티켓을 끊을 때 생각했어. 내 욕심이 너무 지나쳤다고.. 그걸 그때 알게 되었어.
너무 늦었다는걸 알아. 하지만 너의 빈자리를 내가 채울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어서 여기에 온거야.
나도 우리 부모 중 한분이 한국인이라 한국말은 잘할 수 있어. 너에게 들려주고 싶었는데.. 기회는 없겠지?
lay, 널 처음 보았을때가 생각나. 아무 표정없이 레몬을 시원하게 먹던 너의 모습을.. 난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너도 그때 내 모습을 기억하니? 나도 너만큼이나 오렌지를 좋아했어. 너처럼 항상 지니면서 먹고 다닐만큼..
하지만 그런 모습으로 우린 두번 다시 마주칠 수 없겠지? 더이상의 우연은 우리에게 다가올 수 없다는걸 말야.
내가 그 우연들을 막아버렸고 내 이기심에 모두를 상처주고 말았어. 아마 너도 조금은 상처 받았을거라 생각해. '
비행기 안으로 돌아서는 너의 뒷모습.. 차마 끝까지 바라볼 수 없던 나를 용서해.
너와 나를 연결했던 우연을.. 이제는 기다리기로 해. 우연은 만들어 지는게 아닌만큼..
" 그래도 사랑해.. lay... 날 잊지는 말아줘. "
plus +
우연은 우연일뿐이다. 더이상은 없다.
우연이라 생각할때 우연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우연은 처음부터 없었다. 운명이 아닌 인연이면 몰라도..
p,s :
끝으로 lay & 유지처럼 우연을 믿고 우연을 기다린다면..
과연 이 글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그들은 만날 수 있을까?
그대들은 인연을 가장한 우연을 그냥 흘려보낸적이 있는가..
카페 게시글
소설
단편
Orange County ..................
HyeJin
추천 0
조회 38
02.06.17 15:17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