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직 근로자도 정규직과 차별 없이 임금을 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동일한 취업규칙을 적용해 호봉 정기승급, 임금·수당 지급 등 근로조건에 차별을 없애라는 취지의 판결이다. "무기계약직 근로조건에 차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나온 첫 번째 판결이라 이후 파장이 주목된다.
그동안 무기계약직은 정년이 보장되지만 근로조건은 계약직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중규직’(중간+정규직⋅반쪽짜리 정규직)으로 불려왔다.
대법원 제3부(재판장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달 24일 기간제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대전MBC 근로자 7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호봉승급 및 임금 차액 지급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의 원심을 파기하고 근로자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대전MBC가 취업규칙 기준에 미달하는 무기계약직 고용계약을 한 것은 무효"라며 "원고들에게 정규직 취업규칙 기준에 따라 기본금, 상여금, 근속수당, 자가운전보조금 등이 지급돼야 하고, 정기적인 호봉승급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무기계약직의 근로조건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동종 또는 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의 근로조건보다 불리해서는 안 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무기계약직 전환 근로자들에게 계약직 운영규정 적용은 잘못…정규직 취업규칙 적용해야
대전MBC 근로자 7명은 2010~2011년 기간제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지만, 회사 측에서는 이들에게 정규직 취업규칙을 적용하지 않았다. 대신 계약직 운영규정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근로자들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후에도 기간제 근로자 시절과 같은 형식의 고용계약서를 작성했다. 그 결과 급여는 정규직 근로자의 80% 수준에 그쳤다. 또 정기적인 호봉승급과 근속수당 지급도 이 이뤄지지 않았고, 매달 지급받는 자가운전보조금도 정규직보다 10만원이 적었다.
이에 근로자들은 2013년 4월 회사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근로자들은 원심(대전고등법원)에서 패소했다. 대전고법은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는 회사의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회사가 원고들에게 정규직 근로자에 미달하는 기본급과 상여금을 지급한 것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게 아니다"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기간제법의 취지를 근거로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도 정규직 근로자 취업규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기간제 근로자 보호와 차별 대우 금지 등 기간제법의 목적에 비춰볼 때 무기계약직 근로자는 사업장 내 동종 또는 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근로자와 같은 근로조건을 적용받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차별대우 없애라"는 대법원 판결, 최근 판례와 궤를 같이 해
이번 대법원 판결과 같은 취지의 판례와 최근 크게 늘었다. 최근 서울남부지법은 "근로기준법(6조) 상 사회적 신분에 고용형태도 포함된다"며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차별을 위법하다"고 판결했고, 대법원에서는 "전업(專業) 시간강사과 비(非)전업 시간강사을 구분해 임금 등을 차등 지급한 것은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반된다"고 판결했다.
모두 차별을 금지하는 방향의 판결이었다. 동일한 노동을 하고 있다면, 동일한 임금을 줘야 한다는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