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의 VVIP 모시기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는 VVIP들의 파티 장면이 나온다. Very Important Person이라는 뜻의 VIP에 Very가 한 번 더 붙는 최상류층만의 파티는 씩씩한 여장부 길라임도 주눅 들게 만들었다. 단순한 명품이 아닌 가치를 파는 백화점 VVIP 마케팅의 속내를 들여다보았다. VVIP 심리 보고서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어느 자리에서 “회사의 핵심 인재 1명이 1만 명의 직원을 먹여 살린다”고 말했다. 이를 소비 문화에 그대로 적용하니 VVIP 마케팅과 맞아떨어진다. 1명의 부자 고객이 쓰는 돈이 수천 명의 고객이 쓰는 돈과 맞먹어 그 백화점의 흥망을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최상류층을 위해 백화점은 서비스도 그에 걸맞게 맞춘다. 그 이유는 부자들이 가진 특성 때문이다. <VIP 마케팅>의 저자 김영한은 그들의 특성을 책에서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1 부자라고 인식되는 걸 꺼린다. 폐쇄성이 강하고 프라이버시를 존중한다.
2 여유와 세련미를 추구한다. 혼잡하거나 번거로운 것을 피한다.
3 자신만의 서비스를 원한다. 맞춤 상품과 서비스라면 비용은 상관하지 않는다.
4 ‘비싼 것’보다는 ‘좋은 것’을 선호한다.
5 글로벌 생활을 한다. 라이프스타일에서 해외 문화 수용도가 높다.
6 부를 유지하는 데 신경을 쓴다. 누가 VVIP인가롯데백화점의 경우 연간 구매 금액에 따라 우수 고객을 MVG(Most Valuable Guest)라 부르며 특별 관리한다. ‘해외 명품 구매 금액’을 기준으로 VIP 고객을 따로 선정해 관리하는데, 본점을 기준으로 명품 구매 금액이 연간 1억원 이상인 고객을 LVVIP로 선정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톱클래스 프로그램’을 운영, 1백만 포인트 (약 10억원 해당) 이상, 70만 포인트(7억원) 이상, 50만 포인트(5억원) 이상을 쌓은 고객 등 점수별 VVIP를 선정, 별도의 VVIP 서비스를 실시한다.
AK플라자도 마찬가지. VIP를 A-CLASS로 분류, ‘PLATINUM’이라 부르며 별도의 VVIP 서비스를 진행한다. 키워드로 본 2011 VVIP 마케팅
PRIVATE
Rule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쇼핑하기를 원한다.
이 심리를 예리하게 캐치한 백화점들은 별도의 룸이나 라운지를 마련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멤버스 클럽’이라는 별도의 라운지를 마련해 개인 비서나 스타일리스트 역할을 하는 ‘퍼스널 쇼퍼’가 상주하며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요한 모임을 앞두고 퍼스널 쇼퍼에게 상담하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해당 VVIP에게 어울릴 만한 것을 한 곳에 모아 대신 골라주거나 제안한다. 고객이 이곳저곳을 움직일 필요 없이 퍼스널 쇼퍼가 고객의 손발이 되어준다. 이들 중에서도 30~40명 정도의 VVIP가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개인 캐비닛을 제공받으며, 매 시즌 와인 및 각종 선물을 받게 된다. 롯데 본점의 경우 VIP만 전문적으로 응대하는 직원이 20명을 넘는다고 한다.
현대백화점도 30~40평 규모의 VIP 전용 룸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 서비스 요원이 상주해 고객 편의를 돕고 응대한다. 이곳에서 다른 사람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한 소파에서 잡지나 PDP를 보며 휴식을 취한다. 계절에 따라 음료 및 다과를 제공하고, 수시로 제철 과일을 맛볼 수 있는 서비스는 기본이다.
ONE-TO-ONE
Rule 남과 똑같은 대접은 싫다. 나만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원한다.
취재한 백화점 모두 VVIP만 전문으로 응대하는 직원들이 최소 2~30명 이상 상주하고 있었다. 고객이 VIP 전용 라운지를 방문 시 개개인의 이름은 물론 인적사항과 가족관계까지 이미 숙지하고 친구 혹은 가족처럼 고객을 응대한다. 그의 전반적인 성향이나 최근 관심사, 트렌드 등을 고객과 직접 부딪치며 숙지하고 기록하기 때문에 해당 VIP 고객의 취향을 존중한 서비스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백화점을 오가는 수고를 보상해주듯,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집과 백화점을 오갈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발레파킹 서비스는 기본, 수입 자동차 업체와 연계해 VVIP 고객을 대상으로 사전 예약을 통해 집에서 매장까지 모셔오고 모셔다 드리는 차량 출장 서비스인 ‘타운카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고객은 VVIP 중에서도 몇 십 명 안 된다.
HIGH-END SERVICE
Rule 제품 구매부터 서비스까지 가격보다 가치를 추구한다.
롯데백화점의 에비뉴엘 VVIP의 경우 롯데 계열사의 VIP라고 할 정도로 각 계열사의 모든 하이엔드 서비스 혜택을 준다. 비지니스 활동이 중요한 고객의 특성을 고려해 롯데호텔 VIP멤버십인 ‘트레비 클럽’에 연회비 없이 가입되고, 호텔 숙박은 물론 레스토랑 등 각종 호텔 부대시설의 특별 할인 및 무료 사용권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미슐랭 3스타급 레스토랑인 피에르 가니에르 레스토랑 무료 정찬권, 제주 롯데 럭셔리 숙박 패키지 등을 제공한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1백만 포인트(10억원 해당) 고객에게는 오리엔탈 특급열차 & 크루즈 유럽 일주, 스페인 예술 기행, 미술 작품, 상품권 9천만원 중 하나를 사은품으로 제공한다. 70만 포인트(7억원) 이상 고객은 대한항공 퍼스트 클래스 세계 일주, 상품권 4천9백만원 중 하나를, 50만 포인트(5억원) 이상 고객은 하나이 할레쿨라니 베라왕 스위트룸, 자개 장식 TV, 상품권 3천5백만원 중 하나를 사은품으로 증정한다.
AK플라자의 경우 하루 저녁 통째로 관을 빌려 A-CLASS 고객에게 공연을 보여주기도 한다.
PARTY
Rule VVIP들은 프라이빗한 성향이 강하지만, 한 울타리에 있는 사람과의 교류와 공감대는 중시 여긴다. 그들만의 파티가 활성화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롯대백화점의 경우 매년 5월과 11월 연 2회, VVIP 고객 4백~5백 명을 초청해 에비뉴엘에서 나이트 파티를 연다. 오후 8시부터 시작되는 롯데백화점 나이트 파티는 층별로 다양한 테마로 꾸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어떤 층에서 유명 가수의 미니 콘서트가 개최되고 있다면, 옆에서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식이다. 이 파티의 하이라이트는 ‘트렁크 쇼’. 명품 브랜드에서 미리 준비한 신상품과 리미티드 에디션을 패션쇼를 통해 VVIP에게 미리 선보이며 고객의 반응을 체크한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호텔이나 갤러리보다는 가든파티 느낌을 주는 옥상에서 관련 행사를 많이 진행한다. 지난봄에는 보트를 기중기로 옥상까지 올려 옥상에서 보트 전시회를 열었고, 창사 39주년 기념 특별 기회전 <프레지던트 페어>도 옥상에서 진행했다. 이 옥상 공원에서 VVIP들은 보석, 시계, 가방, 모피, 만년필, 안경테, 도자기, 오르골 등 익스클루시브 상품을 보고 만진다. 행사 물량 규모만 2백40억원에 달한 <럭셔리 와치 페어>의 경우 피아제, 클라슈테 오리지날, 블랑팡, 파르미지아니, 부쉐론, 브레게 등 명품 시계 2백여 점을 한자리에 선보여 화제를 불러오기도 했다. 왜, VVIP 마케팅이 존재하는가관계자에 따르면, 전체 고객에서 극소수인 그들이 지갑을 열어 발생하는 연간 매출이 백화점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VVIP의 경우 전체 고객의 0.3%로 미미한 숫자지만, 전체 매출로 보면 어마어마하다. 일반 고객의 명품 소비가 루이비통, 구찌 등 유명 브랜드의 엔트리 상품 위주인 데 반해 그들은 고가의 주얼리나 시계 등에 투자하며, 한 번 구매 시 상당한 금액을 쏟는 ‘통큰 소비’가 주를 이룬다. 그야말로 백화점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수준의 소비를 하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는 셈이다.
또한 한 백화점에서 VVIP가 될 정도면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급일 가능성이 크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주변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그들이 ‘00백화점 서비스 괜찮더라’라고 무심코 내뱉는 말이 두 배, 세 배의 파급력을 가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화점들은 모든 고객에게 신경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VVIP로 하여금 백화점에 호감을 갖게 하는 것이 단순히 매출을 늘리고 돈을 벌자는 경제 논리보다 더 중요하다고 인식한다. 자료제공ㅣ리빙센스
진행 | 이수영 기자 / 사진 | 김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