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우리의 삶은 거룩한 변모를 위해 주님과 오르는 행복한 등반입니다.
2021/2/28/일/사순 제2주일
마르코 복음 9장 2-10절
어떤 등산
오늘은 거룩한 변모 사건을 전해줍니다. 눈이 부시도록 하얗게 빛난 거룩한 변모는 그 사건을 목격한 이들을 뛰어넘어 마지막 부활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이에게 해당되는 사건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마지막 때에 하느님을 믿는 모든 사람들도 하얗게 변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변모사건은 ‘마지막 때’에 일어날 일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야 하는 사건입니다. 그렇다면 이 변모사건이 애초에 일어난 장소에 주의를 기울여봅시다. 성경에 기록된 대로라면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을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신 뒤,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습니다. 전혀 공개적인 장소가 아닙니다. 산 위로 올라간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산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을 상정하게 합니다. 산에 오르지 않은 이들은 거룩한 변모를 체험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교부들은 이 산 아래에 남아 있는 이들을 “육에 따라”(2코린 10,2 참조) 사는 사람들로 이해했습니다. 거룩한 변모를 보기 위해서는 육이 아니라 영에 따라 살아감으로써 영적인 눈이 생겨야 가능하다는 인식입니다. 결국 거룩한 변모 사건 자체는 우리가 성령을 따르도록 초대하고 우리에게 스스로 영적인 변화를 겪도록 요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즉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높은 산으로 데리고 올라가신 까닭은 그들이 영에 따르는 삶으로 변화되도록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제자들은 자신들의 변화를 먼저 체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신앙의 여정은 예수님과 함께 하는 등산과도 같습니다. 그것은 오르는 동안 우리를 하얗게 변화시켜줄 아름다운 등반입니다. 그 등반이 끝나고 나면 산의 정상에서 반드시 거룩한 변모를 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