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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복겸공(惜福謙恭)
복을 아끼고, 겸손하고 공손한 마음을 가지라는 수양의 말이다.
惜 : 아낄 석(忄/8)
福 : 복 복(礻/9)
謙 : 겸손할 겸(言/10)
恭 : 공손할 공(㣺/6)
출전 : 속복수전서(續福壽全書)
만나는 사람마다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말을 주고받는 새해다. 한때 '부자 되세요'가 새해 덕담일 때도 있었다. 복은 많이 받아 좋고 돈은 많이 벌어야 신나지만 너무 욕심 사납다 싶어 연하장에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라고 쓴 것이 몇 해쯤 된다.
엮은 이를 알 수 없는 속복수전서(續福壽全書)의 첫 장은 제목이 석복(惜福)이다. 복을 다 누리려 들지 말고 아끼라는 뜻이다. 여러 예를 들었는데 광릉부원군 이극배(李克培) 이야기가 첫머리에 나온다. 속동문선(續東文選)에서 이렇게 전한다.
항상 가문(家門)이 대성하는 것을 염려하여 자제들을 경계하기를, “사물이란 성하면 반드시 쇠하는 것이니, 너희들은 혹시라도 자만해서는 안된다.” 하고, 두 손자를 이름 지어 겸(謙)과 공(恭)이라 하고, “처세의 도는 이 두 자에 지나지 않는다.” 하였다.
常慮家門大盛, 戒子弟曰; 凡物盛則必衰, 若等毋或自滿. 名二孫以謙恭, 乃曰處世之道, 無過此二字。
평소에 빈객을 맞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손이 이르면 문지기가, “주인이 나가셨습니다.” 하고는, 들어가 보고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오는 사람이 적어 문정(門庭)은 쓸쓸하였다.
平居不喜接賓客, 客至, 門者輒曰主出, 不以入報. 故至者亦少, 門庭常蕭然。
(海東雜錄 3卷 李克培 權鼈)
또한 이덕형(李德泂)이 쓴 죽창한화(竹窓閑話)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정승 홍언필(洪彦弼)의 아들 정승 섬(暹)이 판서로 있을 때의 일이다. 홍공의 가법이 몹시 엄정해서 판서가 웃옷을 입지 않고는 들어가 뵙지 못했다.
洪政丞彥弼之子政丞暹, 時爲判書. 洪公家法嚴正, 判書非着表衣, 則不敢入謁.
손님이 왔을 때 정승이 만일 편치 않으면 판서를 시켜서 접대하게 했는데, 검소한 베옷이나 겸손한 말과 모양에 처음 보는 사람은 그가 판서임을 알지 못하다가 뒤에서야 듣고서 놀라고 감탄함을 금치 못했다.
賓客之來, 政丞若不預, 則使判書接待, 布衣儉素言貌謙遜, 初見之人不知爲判書, 後乃聞之不覺驚嘆.
판서가 일찍이 초헌(軺軒)을 탔더니, 그 어머니는 몹시 기뻐서 정승에게 말했다.
判書嘗乘軺軒, 大夫人喜深, 言於政丞.
그러나 정승은 깜짝 놀라 곧 판서를 불러 엄하게 책망하기를, “내가 바야흐로 정승의 지위에 있고 또 네가 이제 판서가 되었으니, 항상 성만(盛滿)함을 두려워 하는데, 너는 어찌 감히 태연하게 초헌을 탄단 말이냐? 이것은 한 집안의 복이 아니다.” 하고, 인하여 판서로 하여금 초헌을 타고 뜰 가운데를 돌게 하자, 판서는 황공해서 다시는 감히 초헌을 타지 않았다 하니, 그 근신함이 이와 같았다.
政丞瞿然, 卽招判書嚴責曰; 吾方居相位, 汝今又判書, 恒懼盛滿, 汝何敢晏然乘軺. 非一家之福也. 因使判書乘軺周匝於庭中, 判書惶恐, 更不敢乘軺, 其謹愼如此.
정승은 수가 74세이며, 시호는 문희(文僖)인데, 인종(仁宗)의 묘정(廟廷)에 배향되었다. 판서는 항상 대제학을 겸하고, 세 번 영상이 되었으며, 나이 82세에 졸했다.
政丞享年七十四謚文僖, 配享仁宗廟庭. 判書常兼大提學三爲領相, 卒年八十二.
문헌(文獻)이 집에 전하여 세상에서 현상(賢相)이라고 일컫는다. 이것으로서 보건대, 부자간에는 효도와 공경을 우선 삼아야 하고, 벼슬한 집에서는 겸손하고 삼가는 것으로 주장을 삼아야 한다는 것을 알겠으니, 자식 된 자는 삼가 하지 않을 수 없다.
文獻傳家世稱賢相. 是知父子之間孝敬爲先, 冠冕之家謙謹爲主, 爲人子者, 不可不愼也.
죽창한화(竹窓閑話)이덕형(李德泂)소동파의 여이공택서(與李公擇書)에서도 이렇게 말했다. “입과 배의 욕망이 어찌 끝이 있겠는가? 매양 절약하고 검소함을 더함이 또한 복을 아끼고 수명을 늘리는 방법이다.”
口腹之欲, 何窮之有?
每加節儉, 亦是惜福延壽之道.
이제는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를 '새해 복 많이 아끼세요'로 바꿔 말하고 싶다. 부족함보다 넘치는 것이 더 문제다. 채우지 말고 비우고, 움켜쥐는 대신 내려놓는 것이 어떤가.
석복겸공(惜福謙恭)
복을 아끼고 겸손하며 공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삶에서 복(福)을 원한다. 복의 글자는 조상의 신주를 나타낸 '시(示)'와 음식이나 술이 가득한 항아리 '복(畐)'이 합쳐져 있다. 조상에게 음식을 바쳐 복을 기원했다는 의미다.
수복강녕(壽福康寧)이란 말과 같이 오래 살고 넉넉한 삶과 건강한 것이 오복(五福) 중에서도 물론 먼저 꼽혔다.
그런데 만족을 모르는 심사는 '복 가운데 있으면서도 그것이 복인지 모른다(身在福中不知福)'는 말과 같이 만족을 모르고 더 욕심낸다.
복은 나눌수록 커지는 법인데 복을 남이 가져갈까 두려워하면 결코 행복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들어온 복을 흥청망청 낭비한다면 다시 찾아오지 않으니 선인들은 복을 아껴야 한다(惜福)고 했다.
여러 곳에 교훈이 남아 있지만 많이 인용되는 몇 곳만 보자. 먼저 소동파(蘇東坡)의 계살시(戒殺詩)에 나오는 경구다.
何如惜福留餘地(하여석복류여지)
어떻게 복을 아껴 남길 수가 있을까
養得淸虛樂在中(양득청허락재중)
맑게 비우는 마음에 즐거움이 있도다
명(明)의 학자 미공(眉公) 진계유(陳繼儒)가 거든다.
吾本薄德人(오본박덕인)
宜行惜福事(의행석복사)
나는 본시 덕 없는 사람이라 의당 복 아끼는 일을 행해야겠다
우리의 허균(許筠)도 "복을 아끼지 않고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불효하고 불충하는(不惜福不畏天 不孝不忠)" 사람을 경계했다. 문집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서다.
복을 아끼는 것을 넘어 항상 겸손하고 공손하라고 두 손자의 이름을 겸공(謙恭)이라 지은 사람이 있다. 조선 성종(成宗)때의 문신 이극배(李克培)는 항상 자제들에게 이른다.
사물이란 성하면 반드시 쇠하는 것이니, 너희들은 혹시라도 자만해서는 안 된다(凡物盛則必衰 若等毋或自滿)며, 두 손자를 이름 지어 '겸'과 '공'이라 했다(名二孫以謙恭).
그러면서 처세의 길은 이 두 글자에 있다고 덧붙였다는 내용이 인조(仁祖) 때 학자 권별(權鼈)이 저술한 '해동잡록(海東雜錄)'에 남아 있다.
모두가 자신의 삶에서 복을 찾을 수 있고 누릴 수 있지만 더 많은 복을 원하는 데서 불행이 온다. 남이 보기에 복이 넘치는 사람일수록 명심할 말이 있다. 전화위복(轉禍爲福)에 도통한 새옹(塞翁)의 충고다.
福之爲禍 禍之爲福
복이 화가 되고, 화가 복이 된다.
化不可極 深不可測也
변화는 끝이 없고, 그 깊이는 예측할 수가 없다.
또 있다. "복은 거듭 오지 않으나 화는 반드시 겹쳐서 닥친다(福不重至 禍必重來)." 현재의 행복에 취하지 말라는 화부단행(禍不單行)의 교훈이다.
▶️ 惜(아낄 석)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심방변(忄=心;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昔(석; 찔린다)으로 이루어졌다. 마음에 찔리는 아픔, 전(轉)하여 아끼다의 뜻이 있다. ❷회의문자로 惜자는 '아끼다'나 '아깝다', '애석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惜자는 心(마음 심)자와 昔(예 석)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昔자는 고대에 있었던 큰 홍수를 뜻하는 글자로 해가 물에 잠길 정도였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惜자는 이렇게 큰 피해가 있던 대홍수를 뜻하는 昔자에 心자를 결합한 것으로 '애석하다'나 '애처롭게 생각하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惜자는 오래전에 있었던 큰 피해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담은 글자라 할 수 있다. 그래서 惜(석)은 ①아끼다, 소중(所重)히 여기다 ②아깝다, 애석(哀惜)하다 ③아깝게 여기다, 아쉬워하다 ④애처롭게 여기다 ⑤가엾게 생각하다 ⑥탐색(探索)하다, 인색(吝嗇)하게 굴다 ⑦두려워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서로 떨어지기를 서운하게 여김을 석별(惜別), 경기나 시합에서 약간의 점수 차이로 애석하게 짐을 석패(惜敗), 장사치가 값이 오르기를 기다리며 물건을 팔지 않음을 석매(惜賣), 생활을 검소하게 하여 복을 오래 누리도록 함을 석복(惜福), 시간을 아낌을 석음(惜陰), 가는 봄을 아쉬워 함을 석춘(惜春), 아끼고 슬퍼함을 석민(惜閔), 슬프고 아깝게 여김을 애석(哀惜), 시세가 오를 것을 예측하고 팔기를 꺼리는 일을 매석(賣惜), 아깝고 서운함 또는 사랑하고 아까움을 애석(愛惜), 불쌍히 여기며 아낌을 연석(憐惜), 죽은 사람을 애석하게 여기어 슬퍼함을 도석(悼惜), 몹시 아까움을 가석(可惜), 아끼지 아니함을 불석(不惜), 한탄하며 애석히 여김을 탄석(歎惜), 몹시 애석하게 여김을 통석(痛惜), 애달아서 아깝게 여김을 차석(嗟惜), 매우 분하고 서운함 또는 그렇게 여김을 개석(慨惜), 분해 하며 애석하게 여김을 분석(憤惜), 신중히 다룸을 신석(愼惜), 몸조심을 하여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음을 석신명(惜身命), 석별의 정을 나누기 위하여 베푸는 연회를 석별연(惜別宴), 슬퍼하고 아깝게 여기는 마음을 애석심(哀惜心), 물건값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물건을 많이 사두었다가 값이 오른 뒤 아껴서 팖을 일컫는 말을 매점매석(買占賣惜), 죄가 무거워서 죽어도 아깝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죄사무석(罪死無惜), 사랑하고 아깝게 여김을 이르는 말을 애지석지(愛之惜之), 죽여도 아깝지 않다는 뜻으로 죄가 매우 무거움을 이르는 말을 살지무석(殺之無惜), 만 번 죽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죄가 무거움을 일컫는 말을 만사무석(萬死無惜), 많은 돈을 아끼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불석천금(不惜千金), 애를 써서 하던 일을 중간에 그만두거나 또는 헛일이 되었을 때 그 전에 들인 힘이 아까움을 일컫는 말을 전공가석(前功可惜)등에 쓰인다.
▶️ 福(복 복, 간직할 부)은 ❶회의문자이나 형성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음식과 술을 잘 차리고(豊) 제사(示) 지내 하늘로부터 복을 받는다 하여 복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福자는 '복'이나 '행복'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福자는 示(보일 시)자와 畐(가득할 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畐자는 술이 가득 담긴 항아리를 그린 것으로 '가득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福자의 갑골문을 보면 제단 쪽으로 무언가가 쏟아지는 듯한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제단에 있는 술잔에 술을 따르고 있는 모습이다. 신에게 정성을 다해 제사를 지내는 것은 복을 기원하기 위함일 것이다. 福자는 그런 의미에서 '복'이나 '행복'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福(복, 부)은 (1)아주 좋은 운수(運數). 큰 행운(幸運)과 오붓한 행복. 삶에서 누리는 운 좋은 현상(現狀)과 그것에서 얻어지는 기쁨과 즐거움 (2)당하게 되는 좋은 운수(運數)를 이르는 말 등의 뜻으로 ①복(福), 행복(幸福) ②제육(祭肉)과 술 ③폭(幅), 포백(布帛)의 너비 ④복을 내리다, 돕다 ⑤상서롭다 ⑥음복하다 ⑦같다 그리고 ⓐ간직하다(부) ⓑ모으다(부) ⓒ저장하다(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다행 행(幸), 경사 경(慶), 복 지(祉), 복 조(祚),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재앙 화(禍)이다. 용례로는 행복한 삶을 복지(福祉), 행복과 이익을 복리(福利), 감옥의 다른 말을 복당(福堂), 매우 반갑고 기쁜 소식을 복음(福音), 행복이 많은 집안을 복가(福家), 복을 누리며 살 만한 땅을 복지(福地), 행운과 경사를 복경(福慶), 타고난 복과 후한 마음을 복덕(福德), 행복과 즐거움을 복락(福樂), 오래 살며 길이 복을 누리는 일을 복수(福壽), 타고난 복과 나라에서 주는 벼슬아치의 녹봉을 복록(福祿), 복스럽게 생긴 얼굴을 복상(福相), 행복과 좋은 운수를 복운(福運), 행복을 가져오는 원인을 복인(福因), 제비를 뽑아서 맞으면 일정한 상금을 타게 되는 표를 복권(福券), 생활의 만족과 삶의 보람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를 행복(幸福), 죽은 뒤에 저승에서 받는 복을 명복(冥福), 남을 위하여 행복하기를 빎을 축복(祝福), 재앙과 복을 화복(禍福), 많은 복을 만복(萬福), 복이 많음 또는 많은 복을 다복(多福), 행복은 무위한 마음에서 생겨난다는 말을 복생어무위(福生於無爲), 지나친 행복은 도리어 재앙의 원인이 됨을 이르는 말을 복과화생(福過禍生), 복이 너무 지나치면 도리어 재앙이 생긴다는 말을 복과재생(福過災生), 복은 거듭 오지 않으며 한꺼번에 둘씩 오지도 않음을 이르는 말을 복무쌍지(福無雙至), 복은 거듭 오지 않으며 한꺼번에 둘씩 오지도 않음을 이르는 말을 복불중지(福不重至), 복과 덕 즉 행복과 이익이 넘쳐흐를 정도로 가득함을 일컫는 말을 복덕원만(福德圓滿), 착한 사람에게는 복이 오고 못된 사람에게는 재앙이 온을 일컫는 말을 복선화음(福善禍淫), 복은 착한 일에서 오는 것이니 착한 일을 하면 경사가 옴을 일컫는 말을 복연선경(福緣善慶), 복은 재물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데 있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을 복재양인(福在養人),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뜻으로 어떤 불행한 일이라도 끊임없는 노력과 강인한 의지로 힘쓰면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말을 전화위복(轉禍爲福), 길흉과 화복이라는 뜻으로 즉 사람의 운수를 이르는 말을 길흉화복(吉凶禍福), 한때의 이利가 장래에는 도리어 해가 되기도 하고 화가 도리어 복이 되기도 함을 이르는 말을 새옹화복(塞翁禍福), 화복이 꼰 노와 같이 서로 얽혀 있다는 뜻으로 재앙이 있으면 복이 있고 복이 있으면 재앙도 있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화복규묵(禍福糾纆), 부모를 명당에 장사하여 그 아들이 곧 부귀를 누리게 됨을 이르는 말을 당대발복(當代發福), 장차 운이 트일 땅이라는 뜻으로 좋은 묏자리를 이르는 말을 발복지지(發福之地), 복을 얻는 데 남보다 앞장서면 남에게 미움을 받으므로 남에 앞서서 차지하려 하지 않는다는 말을 불위복선(不爲福先), 화나 복은 모두 자신이 불러들임을 이르는 말을 화복동문(禍福同門), 복이 많고 아들이 여럿이라는 뜻으로 팔자가 좋음을 이르는 말을 다복다남(多福多男), 산 같은 수명과 바다 같은 복이라는 뜻으로 사람의 장수를 축하하는 말을 수산복해(壽山福海), 많은 복은 하늘이 주어서가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 구해야 한다는 말을 자구다복(自求多福) 등에 쓰인다.
▶️ 謙(겸손할 겸, 혐의 혐)은 ❶형성문자로 谦(겸)은 간자(簡字), 嗛(겸), 嫌(겸), 慊(겸)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말씀 언(言; 말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모자란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한 兼(겸)으로 이루어졌다. 자기를 미흡한 자라고 말하는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謙자는 '겸손하다'나 '겸허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謙자는 言(말씀 언)자와 兼(겸할 겸)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兼자는 벼 다발을 손에 쥐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아우르다'나 '겸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인격과 소양이 두루 갖춰진 사람은 자신을 낮추고 말을 공손하게 한다. 그래서 謙자는 이렇게 '겸하다'라는 뜻을 가진 兼자와 言자를 결합해 '말에 인격과 소양이 두루 갖추어져 있다'라는 의미에서 '겸손하다'라는 뜻을 표현했다. 그래서 謙(겸, 혐)은 ①겸손(謙遜)하다 ②겸허(謙虛)하다 ③사양(辭讓)하다 ④공경(恭敬)하다 ⑤육십사괘(六十四卦)의 하나, 그리고 ⓐ혐의(혐) ⓑ의심하다(혐) ⓒ꺼리다(혐)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겸손할 손(遜),사양할 양(讓)이다. 용례로는 겸손하고 공경하는 모양을 겸겸(謙謙), 남을 높이고 자기를 낮춤을 뜻하는 말을 겸공(謙恭), 육십사괘의 하나인 겸괘(謙卦), 겸손하고 조심성이 많음을 겸근(謙謹), 겸손한 덕을 겸덕(謙德), 겸손하고 청렴함 겸렴(謙廉), 자신을 겸손하여 낮춤을 겸비(謙卑), 겸손하게 삼감을 겸신(謙愼), 겸손한 태도로 사양함을 겸양(謙讓), 겸손한 말을 겸어(謙語), 겸손히 일컬음을 겸칭(謙稱), 겸손한 태도로 어려워함을 겸탄(謙憚), 겸손하게 자기를 낮춤을 겸하(謙下), 겸손하게 자기를 낮춤 겸허(謙虛), 겸손하고 온화함을 겸화(謙和), 겸손하고 말이 없음을 겸묵(謙默), 겸손한 말을 겸사(謙辭), 남을 대할 때에 거만하지 않고 공손한 태도로 제 몸을 낮춤을 겸손(謙遜), 겸손하게 사양하고 물러감을 겸퇴(謙退), 지나치게 격렬함을 과경(過謙), 스스로 자기를 겸손하여 사양함을 자경(自謙), 공로가 있으면서 겸손함을 노경(勞謙), 공경하고 겸양함을 공경(恭謙), 근로하고 겸손하며 삼가고 신칙하면 중용의 도에 이른다는 말을 노겸근칙(勞謙謹勅), 겸손하게 사양하는 미덕을 이르는 말을 겸양지덕(謙讓之德), 언제나 거만하면 손해를 보며 겸손하면 이익을 본다는 뜻을 일컫는 말을 만초손겸수익(慢招損謙受益) 등에 쓰인다.
▶️ 恭(공손할 공)은 ❶형성문자로 心(심)의 변한 모양이 뜻을 나타내는 마음 심밑(㣺=心, 忄;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두 손을 마주잡다'의 뜻을 가진 共(공)으로 이루어졌다. 공손한 마음 가짐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恭자는 '공손하다'나 '받들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恭자는 共(함께 공)자와 心(마음 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共자는 양손으로 물건을 받드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함께'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런데 본래 '공손하다'는 뜻은 龍(용 룡)자가 들어간 龔(공손할 공)자가 쓰였었다. 갑골문에 나온 恭자를 보면 용을 양손으로 떠받드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경배한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중국에서 용은 길상(吉祥)을 상징하는 존재로서 신성시됐었다. 그래서 갑골문에서는 용을 받드는 모습으로 그려져 '삼가다'나 '공손하다'는 뜻을 표현했었지만 소전에서는 글자가 간략화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그래서 恭(공)은 ①공손(恭遜)하다, 예의 바르다 ②삼가다(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직분(職分)을 다하다 ③받들다 ④섬기다 ⑤높이다, 존중(尊重)하다 ⑥고분고분하다, 순종(順從)하다 ⑦조심하다 ⑧크다 ⑨성(姓)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공경 경(敬), 공경할 흠(欽), 공경할 지(祗), 겸손할 손(遜), 공경할 건(虔)이다. 용례로는 삼가서 공손히 섬김을 공경(恭敬), 공경하고 겸손함을 공손(恭遜), 공손하고 온순함을 공순(恭順), 삼가 생각함을 공유(恭惟), 공손하고 삼감을 공건(恭虔), 공손하고 검소함을 공검(恭儉), 공손하고 부지런함을 공근(恭勤), 공손히 대접함을 공대(恭待), 공손하고 삼감을 공근(恭謹), 삼가 기뻐함을 공열(恭悅), 공손하고 말이 없음을 묵공(恭黙), 남을 높이고 자기를 낮춤을 뜻하는 말을 겸공(謙恭), 극히 공손함을 극공(極恭), 삼가고 존경함을 경공(敬恭), 삼가서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는 모양을 건공(虔恭), 공손하지 아니함을 불공(不恭), 온화하고 공손함을 온공(溫恭), 인정이 많고 공손함을 독공(篤恭), 지나치게 공손함을 과공(過恭), 다할 수 없이 지극히 공손함을 지공(至恭), 삼가 새해를 축하한다는 말을 공하신년(恭賀新年), 공손하면 수모를 당하지 않는다는 말을 공즉불모(恭則不侮), 언행이 공손하지 아니하고 건방지며 버릇이 없다는 말을 불공불손(不恭不遜), 공손한 태도가 없이 함부로 하는 말을 불공지설(不恭之說), 지나친 공손은 오히려 예의에 벗어난다는 말을 과공비례(過恭非禮), 주는 것을 물리치는 것은 공손하지 못하다는 말을 각지불공(却之不恭), 남의 말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귀담아 듣는 것을 이르는 말을 세이공청(洗耳恭聽), 처음에는 거만하다가 나중에는 공손하다는 뜻으로 상대의 입지에 따라 태도가 변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전거후공(前倨後恭)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