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만약 세종시에 오시거든 고복저수지를 꼭 한번 가보시라
여름이라도 좋고, 가을이라도 좋고, 흰 눈 내린 겨울에도 좋으리라
만약 연인과 함께 오신다면 벚꽃이 만발한 4월 초가 좋지요.
어쩌다 시기를 놓쳐버려 4월 말에 오시면 벚꽃 비를 맞으면서
떠나 가 버린 아련한 추억 속, 그 여인의 옷자락에 배어 있던 추억을
툭툭 털어버린후 ㄷ가네 매운탕을 안주로 쓴 소주 한잔 마시고
술이 깰때까지는 남녘 호수변 독일풍의 찻집에서
젊은 시절 들렸던 서구 유럽 풍의 찻집에 들려서
젊은 날의 향수에 젖었다가 술이 깨거들랑
벌금 위협으로부터 안도할 수 있는 기분으로 돌아가도 좋으리
지금처럼 장마기간에도 텁텁한 양말과 신발도 벗어 손에 들고
호수변을 따라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맨발로 걸어보라
더위에 질식하듯 참고 있던 발이 환호작약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라
함께 걸을 사람 불러서 같이와도 좋고 ,
저녁무렵 혼자 오셔도 누가 뭐라고 하리요.
도착하기 전 두어시간 전 구름 나그네 오리백숙을 예약해 두었다면
두어시간 저수지를 산책하다가 시간에 맞춰 구름나그네집으로 가서
기가막힌 오리백숙을 먹고 동동주 한잔에 숙성되어 가는
인생의 의미를 즐기고 차 한잔을 하고 가도 좋으리라
버킷 리스트를 작성도 안해 본 당신이라면
먼 세상 가시기 전에 한 백여 년 살아오는 동안에 이런 저런 사연이 라도
짙게 쌓인 사람중에 특별히 골라 낸 묵은 벗 두서너명 정해두고
철따라 한번 모셔다가 오리백숙, 매운탕, 염소전골 등과 곁들여서
봄철에는 젊은 연인과 오시면 좋고
여름에는 세상을 아직도 만만하게 여기는 친구를 불러 같이 걸어도 좋고
이런 저런세월 다 흘려보낸 당신이라면
연광이 반이 넘은 친구가 있거들랑 가을에 초대하여
지나간 인생을 함께 반추하면서 걸어도 좋겠지요.
흰눈이 내린 겨울이 오거들랑 그동안 드믄 드문 만나서
다 털어 버리지 못한 앙금이라도 남아 있는 벗이라도 있으면
그 와의 고마웠던 인연들을 하이얀 눈속을 함께 거닐면서
다시 표백해 제2 제3의 인연의 탑을 쌓아보시면 좋겠지요
그러나 우리 삶이 언제까지 영속될지는 모르니
지척에 두고 자주 만나지 못한 벗 님을 불러서
꼭 한번 맨발로 산책로를 거닌 다음 식사하고 차도 한잔 하고
반드시 다시한번 더 와서 이왕이면 세종 호수도 한번 돌아보고
날이 저물거든 낙화암 고란사로 가서
뱃놀이도 한번 하고 가시라면 좋겠지요
그대 만일 세종시에 오시거든
삭막한 시멘트 아파트 숲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런 곳에 왜 왔느냐고 하시지 말고
세종시 주변에 지천으로 깔려 있는 가볼만한 곳을
한두게는 꼭 돌아보고 가오.
고복 저수지의 사계, 대통령 기록관 돌아보고 옆에 있는 전망 좋은 찻집에서
세종호수 의 야경을 즐기시고 , 동학사도 좋고
유성으로 가서 온천 욕을 하고 가셔도 좋고
이 여름이 다 가기전에 꼭 한번 세종에 오시거든
고복저수지 산책로를 맨발로 거닐고 가시기를 권한다오.
< 연광이 반이 넘거들랑 부귀공명은 세상 사람에게 모두다 전하고
가다가 아무데나 기산 대하처에 명당을 가리고 가려
오간 팔작으로 황학루만큼 집을 짓고 유정한 친구 벗님 좌우로 모셔다가
의논을 하올 적에 일모도궁하면 납촉을 돋워켜고
남녀 풍유랑을 모두다 불러모아 거드렁 거리고
즐겨보세...> <최해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