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우가 그럭저럭 버텼지만 아쉬웠고 새 외국인은 눈에 띄었으며 상위타선이 부지런히 찬스를 만들었지만 하위타선은 작년처럼 아쉬웠습니다. 돋보인 선수도 있고 아쉬운 선수도 있는데 뭐 어차피 1경기만 보고 시즌을 예상할 수는 없겠죠. 다만 팩트는 박건우가 빠진 두산 타자들에게 6점을 내줬고 5이닝 동안 볼넷 4개를 던진 상대 선발을 일찍 끌어내리지 못해 첫 경기를 내줬습니다.
야구에서 한 경기의 승패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야구는 3분의 1이라는 확률을 가지고 노는 게임이거든요. 아무리 약팀이라도 승률이 .333은 넘고 아무리 강팀이어도 승률 .666을 넘기기는 힘듭니다. 3경기 뛰면 약팀도 1번은 이기고 강팀도 1번은 집니다. 나만 그 과정이 어떻게 누적되어 쌓이느냐가 중요하죠. 결국 야구는 확률과 누적의 싸움입니다.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습니다. 분위기 좋으면 스윕도 하고 승패 운이 꼬이면 스윕도 당하죠. 1주일 넘게 분위기가 좋을 때도 있고 어떤때는 그런 흐름이나 분위기가 1개월도 이어집니다. 그래서 한 경기의 승패를 가지고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경기를 쌓고 또 쌓아서 144경기로 모아 놓으면 성적은 결국 전력대로 나옵니다. 그리고 그 전력은 선수층의 <두께>로 결정되죠. 강백호가 없어도 이긴 KT처럼, 박건우가 나갔는데 6점을 뽑아낸 두산처럼 말입니다.
작년에 본 것처럼 우리는 내야를 만들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야 <주전>을 만들었죠.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야 주전만> 만들었고요. 만일 한화이글스가 강팀이었으면 김태연을 외야수로 내보내지 않고 덕아웃에서 대기하다 승부처에서 흐름을 바꿀 대타로 썼을텐데 아직 우리는 그러지 못합니다. 외야가 부족하고 백업이 없으니까요. 수베로의 잘못은 아니고 누구 한명의 실책도 아니며 오랫동안 쌓여 온 잘못인데 그게 아직 해결이 안 됐죠. '해결하겠다'는 다짐만 여러차례 들었을 뿐.
올해는 외야수를 찾고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주전이 빠졌을 때 그 자리를 비슷하게 채워줄 백업도 만들어야죠. "A선수도 잘하고 여기에 B선수까지 잘하면 우리도 이길 수 있는 팀"이 아니라 "A도 이미 잘하고 B도 계속 잘하고 있어서 앞으로 누구를 내보낼지 너무 고민되는 팀"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팀이 빨리 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육성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지금 다른 팀은 육성이나 전력강화 안 하고 가만히 노는 게 아니거든요. 우리가 지난해 꼴찌였고 9위 KIA와 8게임 차이였는데 KIA는 올해 양현종과 나성범이 왔습니다.
작년이 바빴지만 올해도 바쁠겁니다. 우리는 마무리투수가 38살이고 FA계약한 주전 포수도 내년이면 35살이 되죠. 정은원과 노시환은 팀을 더 잘 이끌어 가겠지만 아직 군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주전 내야수가 아프거나 다칠 때 그 공백을 메워줄 선수도 아직은 없습니다. 문동주와 심준석이 묵직한 원투펀치가 되기를 바라지만 그건 아직 머릿 속 상상의 영역, 그나마 절반은 아직 기초공사도 이뤄지지 않은 가상의 영역이니까요.
올해는 작년보다 앞선 팀들과의 격차가 조금은 좁혀지기를, 아프거나 다치는 선수가 나와도 그 자리를 누군가 절반 이상은 메워주기를, 그리고 외야에서 리그 평균 만큼의 공격은 해주는 타자들이 나오기를 한 번 기대해봅니다. 기대야 매년 했고 최근에는 실망이 훨씬 더 컸지만 그래도 똑같은 기대를 또 하는게 팬이니까요.
뭐 어쨌든 야구의 계절이 온 건 반갑네요. 저녁마다 할 일이 있으니까.
첫댓글 외야를 만드는게 진짜 가장 급선무 같네요. 그리고 좋은 신인 투수들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같고.. 외야에 권광민, 유민은 중장거리를 칠수있는 선수들이라 제대로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
회사에서 투자를 안하면 직원이 어쩔수 없지만.. 제가 응원하던 레전드 정민철 단장을 원망하게 될줄은 상상도 못 햇습니다.
야구가 개막되고 관람이 가능해서 기쁘긴 한데요... 올해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큰 상태에서 개막을 맞이하네요. 구단이 너무 안일한 것 아닌가도 싶고, 결국 돈 문제인가도 싶고, 에휴 편하게 즐기기는 힘들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