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2경기에서 새 외국인 마이크 터크먼의 활약이 인상적입니다. 방망이에 공을 맞춘 횟수도, 수비 할 때나 주루 시에도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줬죠. 경기는 졌지만 수비로 1점을 막아내기도 했고요.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안재석의 오버런이 아니라 터크먼의 송구가 점수를 막았거든요. 타선이 약한 우리로서는 로사리오 같은 외국인 타자가 필요하지만 주루나 수비에서 저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외야 용병도 아주 좋은 선택인데 적어도 지난 2경기에서는 그런 모습을 충분히 보여줬습니다.
한화이글스 좌익수는 전통적으로 수비범위가 좁고 그 좁은 범위에서도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왼쪽 코너에서 나왔던 호수비 중 상당수는 낙구지점을 잘못 판단해 뒤늦게 쫓아가다 몸을 날려 겨우 잡아낸 것들이 많았죠. 하지만 새 외국인 터크먼은 외야수다운 타구판단 능력과 괜찮은 주력 그리고 어깨를 함께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한화 외야에도 그런 수비력을 갖춘 선수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런 선수들은 대개 1할대의 타격 능력을 갖고 있었죠. 이 부분을 생각하면 매우 긍정적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외야 나머지 2자리 입니다.
한화이글스 외야수 중에 공격과 수비가 모두 괜찮았거나 공격이 매우 훌륭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수비범위에 대한 아쉬움이 없었던 선수는 이영우-데이비스-송지만 이후 없습니다. 강동우가 팀을 옮겨와 뒤늦게 꽃피우며 톱타자로 활약했고 팀과 마찰을 빚기 전의 이용규가 중견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기본적으로 지난 20년 동안 한화이글스 외야에서는 제대로 된 선수가 나온 적 없습니다. 최진행이 한때 괜찮았으나 (약물을 빼고 생각해도) 수비가 약했고 김경언이 종종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나 안정적인 외야수라는 평가를 내리긴 힘들었죠. 팬들은 고동진-추승우-정현석-이양기-연경흠 등의 선수들에게 기대도 하고 때로는 실망도 하고 많은 비판도 쏟아냈지만 그 선수들보다 공수 양면에서 뛰어났던 외야수는 (좌영우 우지만 시절 이후) 없습니다. 여러분 '김고추정이' 많이 욕하고 놀리셨죠? 근데 반대로 팀에 그들보다 좋은 외야수가 있었나요? 없었습니다.
사실 한화이글스에 없는 건 외야수만이 아닙니다. 선발도 아직 부족하고 (선발이 부족한 이유 중 하나지만) 튼튼한 외국인 에이스도 없었고 불펜이 튼튼했던 시절도 최근 몇년을 제외하면 거의 없죠. 하주석 이전에는 이적생 김민재-이대수가 팀 역사상 유일하게 괜찮은 유격수였고 포수난-수비불안-거포부재 등이 항상 문제였으니까요. 하지만 외야수만큼 그동안 꾸준히 팀을 괴롭힌 문제도 없습니다.
터크먼이 한 자리를 부상없이 맡아주면, 그리고 시즌 내내 잘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해줘도 2자리가 아직 없고 외국인 타자는 늘 변수죠. 잘해주면 고마운데 너무 잘하면 또 1~2년 만에 일본이나 미국으로 가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외국인 선수는 (우리팀이 평소에 늘 얘기하는) 장기적인 대안이 아니라 매년 해결해야 할 새로운 숙제들이죠.
점수가 잘 안 난다. 하위타순의 힘이 부족하다. 홈런타자가 부족하다. 수비시 매끄러운 연계가 잘 안되서 상대에게 누를 더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이 문제가 모두 '약한 외야'와 연결돼 있습니다. 나머지 구단의 좌익수나 우익수 이름을 생각해보면 특히 그렇죠. 팀에서 꽤 많은 안타와 두자릿수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는 젊고 강하고 또 빠른 선수들...그런 선수들이 LF RF에 많거든요.
수베로 감독이, 그리고 단장과 대표이사가 남은 임기 동안 이 문제도 잘 해결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팀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선발투수>지만 지금 우리가 다른 팀과 비교했을때 가장 눈에 띄게 약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저기니까요. 첨언하자면, 저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걸 놓쳐서 아쉽지만, 혹시 다음에도 그런 기회가 온다면 이제는 놓치지 말고 말입니다.
첫댓글 외야수는 좌투좌타(이들은 외야밖에 수비가 안됨)들이 많은 자리라서, 사실, 타 팀에서는 주전경쟁이 너무나 심합니다.
외야때문에 고민하는팀은 한화밖에 없을거에요.
한화에서 주전경쟁은 아이러니 하게도 다른 팀과는 다른 느낌의 주전경쟁입니다.
팀내 최고타율이었던 이용규는 왜 버렸으며, 3년이 지났지만 전준우는 왜 안잡았었는지.
그리고 작년에 넘쳐났던 외야 FA들은 참전조차 왜 안했는지. 정수빈에게서는 왜 발뺐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프론트들의 행태입니다.
감정 자극하는, 쓰잘대기 없는 다큐 만들지 말고, 팀 전력에 투자좀 합시다. 제발.
우리 한화는 팬들이 다 등 돌려야 정신 차릴 걸요. 이젠 지켜 보는 것. 기대 갖는 것도 지치는데.
카페 찾는 회원도 정말 많이 줄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