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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가 안나의 집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학교에서도 그녀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듯 보였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오직 우진에 대한 생각 뿐이었다. 가끔 멍하니 가을 하늘을 바라보는 은오를
안나와 마희가 가슴 아프게 바라보았다. 그녀의 방으로 만들어 주신 1층 손님방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은오가 정원으로 나와 그네에 앉았다. 소매를 들어 눈물을 훔치고 있는데 재원이 따뜻한
차를 들고 와서 은오에게 내밀었다.
“아.. 어떻게 알았어?”
“내 방에서 보여. 아빠는 왜 그네를 여기에 설치하셨는지..”
재원의 말에 은오가 피식 웃고는 찻잔을 받아 한 모금 마셨다. 향기로운 진저피치 홍차 향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고마워..”
“뭘.. 행복해지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은오가 피식 웃었다.
“누나.. 도움을 못 줘서 미안해.”
“야.. 내가 같이 살아서 불편할텐데.. 내가 미안하지.”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해야 나중에 다시 만나더라도 만나지 않겠어?”
“응..”
은오의 눈에서 눈물이 톡.. 찻잔 속으로 떨어졌다.
“하여간 바보들.. 툭하면 울고.. 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 라고 생각해도 여전히 기분은 나빠. 제대로 설명해도 이해할 수 있는데. 자기만 어른인 척.. 재수없어.”
은오가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재원을 흘겨보았다. 재원이 무표정한 얼굴로 은오를 바라보았다.
“왜.. 선생님 욕하니까 기분 나빠? 더 할 수도 있어. 하지만 안 해.”
“왜..”
“바보들이.. 자꾸 우니까.”
은오가 물끄러미 재원을 바라보았다.
“제발.. 기운 좀 내주라. 지금.. 나도 누나일 때문에.. 별로 안 좋거든.”
재원이 안나에게 맞은 뺨을 손끝으로 매만졌다.
“그래. 이런다고 선생님이 돌아오실 것도 아니고.. 정신 차려야지.. 고맙다.”
“뭘.. 돈 많이 모아서 나중에 선생님이 같이 도망가자 하시면 누나 다 줄게.”
은오가 피식 웃으며 재원을 바라보았다.
거실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던 안나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뭔 대화를 하는지 알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은오가 저렇게 웃고 있는데 나갈 수도 없고.. 아.. 진짜.. 답답하게스리.. 쯧..”
시간이 흘러 수능도 치르고 졸업식도 했다. 웃으며 세 사람이 사진을 찍었다. 하성이 예쁜 커
플링을 마희 손가락에 끼워주며 고백을 제대로 했다. 주위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두 사람은
커플이 되었다. 재원이 꽃다발을 세 사람에게 주었다.
“고맙다.”
“뭘..”
“재원아..”
은오가 재원을 불렀다.
“선물..”
“선물?”
“응.”
은오가 하얀 봉투를 건네었다. 재원이 봉투를 받아 안을 열어보려고 하자 은오가 고개를 저으며 그의 손 움직임을 막았다.
“나중에 혼자 봐.”
“응. 졸업.. 축하해. 누나..”
“고맙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신세 졌어.. 불편했을 텐데.. 잘 해줘서 고마워.”
“뭘.. 정말.. 대학 안가? 아빠가 보내주신다고 하셨잖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있어. 그거 할 거야.”
“응.”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마희가 다가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뭐야? 둘이.. 나도 축하해 줘.”
“누나도 졸업 축하해. 연애의 시작도 축하하고..”
“고맙다~. 네가 고백해 줬으면 너랑 사귀는 건데.. 아쉽다.”
재원이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한 쪽 눈을 약간 찡그리며 마희에게 말했다.
“누나는 싫어.”
“어머.. 왜? 내가 왜 싫어?”
“남자가 너무 많아..”
“뭐?”
마희가 깔깔거리며 웃자 한성이 다가와 슬쩍 질투어린 시선으로 마희를 바라보았다.
“아니야.. 정말 이라니까?”
“알아.. 하지만 그래도 좀.. 그래..”
“미안~.”
재원은 저만치 떨어져 있는 안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꽃다발을 내밀었다.
“고맙다.”
“응. 할 말 있어.”
안나가 인상을 찡그리며 그를 노려보았다.
“정말 이사 나갈거야?”
“물론이지. 은오랑 같이 살 거야.”
“응.. 생각해보니까 너도 내 타입은 아닌 것 같아.”
“그렇지?”
안나가 미소를 지었다.
“기분 나빠.. 그렇게 마음이 놓여?”
“야.. 그럼.. 당연한 말을.. 네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잖아. 넌 연상 싫어한다면서..”
“편하게 보자고..”
“누나라고 불러.”
“그건 싫어.”
“왜?”
“지적수준이나 정신연령이 나보다 낮으니까..”
“뭐?”
“먼저 집에 간다. 누나들이랑 놀다 올거지?”
“응.”
“늦지 마. 아마 어머니가 저녁 차려놓으실 테니까.”
“응.”
재원이 몸을 돌려 손을 흔들며 걸어갔다. 그를 바라보던 안나가 피식 웃고는 몸을 돌려 은오와 마희에게 뛰어갔다. 잠시 후 안나와 은오와 마희가 교문을 나갔다.
“정말.. 안 보시고 가시려고요?”
“네.. 출발하세요.”
은오를 바라보던 우진이 선글라스를 썼다. 잠시 후 차가 스르륵 출발했다. 그가 탄 차 옆으로 웃고 있는 은오와 마희, 안나가 지나갔다. 고개를 숙인 우진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집에 도착한 재원은 은오가 준 봉투를 열어보았다. 순간 재원은 숨을 들이 마신채로 봉투를 책상 위에 떨어뜨리고 침대 위에 털썩 주저앉으며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감싸며 길게 한 숨을 내쉬었다.
“진짜.. 은오누나.. 안 되겠네..”
재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책상 위의 봉투 안에는 여름에 워터파크에 갔을 때 웃으며 물놀이를 하고 있는 안나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
시간이 흘러 그녀들의 나이가 28살.. 그녀들의 크리스마스가 시작되고 있었다.
유치원에서 인사를 하며 밖으로 나온 안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려나..? 택시 못 잡으면 어쩌지..”
고개를 내려 앞을 바라보며 택시를 잡으려고 걸음을 빨리 움직였다.
센터에서 나오던 마희에게 직원들이 인사를 했다.
“원장님.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응. 문 단속 잘하고 다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요~.”
주차장으로 향하던 마희가 빨간 자동차문을 버튼을 눌러 열고는 안에 탔다. 룸미러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
“얼른 가야지~.”
<옐리>라는 꽃집에는 입구에 놓인 커다란 나뭇가지에서 반짝이던 꼬마전구의 불이 꺼졌다. 꽃집 문이 열리고 이젠 안경대신 콘텍트렌즈를 하고 있는 은오가 나와 문을 잠갔다. 목에 두른 목도리에 코까지 묻었다.
“은오야!”
마희가 차 창문을 내리고 은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은오가 밝게 미소를 지으며 마희의 차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굉음을 내며 부드럽게 착륙했다. 출구에서 고급 정장과 코트를 입은 남자
가 여행가방을 끌고 나와 자신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남자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형~. 잘 다녀왔어요? 힘들었죠? 하루 일찍 들어오셨네요.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요?”
석찬이 우진의 손에 들린 여행가방을 손에 잡고 끌며 웃으며 말했다. 우진이 선글라스를 벗으며 손을 들어 석찬의 뒷통수를 가볍게 쳤다.
“인마.. 나한테 너무 간결하게 말한다?”
“에이~. 형은..”
우진이 걸음을 멈추고 석찬을 바라보았다.
“이 녀석아. 언제까지 내 옆에 있을 거냐? 네 일이나 해..”
“난 형 옆이 좋아요.”
차에 오르던 우진이 앞자리에 오른 석찬을 바라보았다.
“너는 왜 타?”
“집으로 가시는 거 아니에요?”
“난 일이 있어서 들어가 봐야해. 동수 들어왔다면서.. 너는 동수랑 놀던지..”
“동수보다 형이랑 같이 있는 게 더 재미있어요.”
“윤슬이, 윤지는 어쩌고?”
“형은 오늘이 가게가 제일 바쁜 날이니까 아마 부모님이랑 같이 있을 거에요.”
“너도 들어가.. 선물 사 갖고..”
석찬이 씁쓸한 표정을 짓고는 출발 신호를 운전기사에게 보냈다. 우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창 밖을 바라보았지만 경치를 바라보지 않고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U-zin(유-지인) 호텔에서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고 있는 세 명의 여자들이 있었다. 체크인을 하고 방에 도착한 그녀들은 제각각 움직였다. 키가 크고 날씬하고 화려한 느낌의 마희는 부드러운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야~. 진짜 편하다.. 오늘 잠은 정말 잘 자겠다.”
욕실에 들어가 손부터 씻고 나온 안나가 마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려고? 난 안 재울건데?”
“어머~, 야~.”
두 사람은 닭살 돋는 듯 손을 오므리며 비명을 질렀다. 마희가 침대에서 일어나 안나와 함께 커튼을 열고 밖을 바라보고 있는 은오에게 다가갔다.
“오늘 장사 잘 되는 날일텐데.. 괜찮아?”
“응. 괜찮아. 그 걱정하고 있는 건 아니고..”
“그럼?”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긴.. 네가 이렇게 우울할 일은.. 그 생각밖에 더 있어?”
마희가 투덜거리듯 말했다. 은오가 미소를 지으며 마희를 바라보았다.
“정말이야. 오늘은 그.. 게 아니야.”
“그럼? 그럼 왜 그렇게 우울해 해..”
“고등학교 때.. 좋은 대학, 대기업 들어가면 돈 벌어서 부모님이랑 이런 곳에 오고 싶었는데.. 좋아하셨을텐데.. 그 생각하고 있었어. 미안하다. 이렇게 좋은 날..”
은오의 말에 안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뭘.. 하지만 우리 엄마랑 아버지도 엄청 좋아하셨을 거야. 같이 오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안나가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두 사람이 피식 웃었다.
“재나는 몇 살 이지?”
“이제 곧 10살..”
“우리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재나 자라는 거 보면 세월이 정말 빨리 가는 것 같아.”
“맞아. 우린 그대론데. 그치..”
“자기도 데리고 가라고 얼마나 떼를 썼는지 몰라.”
“귀여운 것..”
세 사람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재원이는 잘 지내?”
마희가 물었다.
“그렇겠지? 입국해서는 아버지 회사일로 바쁘다고 들었어. 얼굴 못 본지는 좀 됐고..”
“재원이랑 정말.. 아무렇지 않아?”
“언제까지 그 이야기를 할 거야? 고등학교 때 충~분히 힘들었어.. 너희들까지 그러기야?”
마희와 은오가 웃음을 터트렸다. 안나가 인상을 찡그리며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웃어? 난 지옥같은 시간이었는데?”
“너희 소설도 있었잖아.. 그 생각이 나서..”
“내가 못살아..”
“너도 읽어 봤어?”
“읽다 말았어. 어이가 없어서.. 무슨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그거 다 읽고 나면 도저히 그 녀석 얼굴을 못 볼 것 같더라고.. 처음 몇 장 읽고 소름이 돋아서 덮어버렸지.”
“난 다 읽었는데.. 재미있었어. 사실은 그렇게 되길 은근 바라기도 했었고..”
마희의 말에 안나가 입을 떡 벌렸다.
“미쳤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하긴.. 벌써 10년 전이다. 그치..”
“10년 전..”
세 사람은 웃으며 말하다 동시에 표정이 바뀌었다. 세 사람 다 다른 생각에 사로잡혔다.
안나가 문득 고개를 들어 마희와 은오를 바라보았다.
“나 배고픈데.. 다들 오늘은 우울한 생각은 접어 버리고 즐겁게 보내자. 응?”
은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예약은 마희가 했지? 저녁은 뭘 먹나?”
마희가 그녀들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로즈마리 향이 듬뿍 배어 있는 호주산 양갈비구이는 어때?”
“너무.. 고급 아니야?”
안나가 마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야.. 여기까지 와서 그럼 돈가스나 오븐스파게티 먹을 생각이었어?”
“그건 아니지만..”
“1년에 한 번이니까.. 응?”
“그래. 난 뭐.. 괜찮아.”
은오가 팔을 들어 마희의 어깨를 감쌌다.
“네가 쏘는 거지?”
“당연하지. 대신 후식은 너희들이 쏘는 거야..”
“알았어~.”
세 사람은 깔깔거리며 웃었다.
고급스러운 승용차가 U-zin 호텔 앞에 섰다. 직원이 문을 열자 뒷좌석에서 우진이 내렸다. 앞좌석에서 비서실장인 석찬이 내려 우진 옆에 섰다.
“크리스마스이브인데.. 어때?”
“3층부터 12층까지는 예약이 끝났습니다. 로얄스위트홈도 객실이 몇 개밖에 여유가 없고요. 레스토랑도 예약하지 않은 손님들은 돌려보내고 있습니다.”
“좋아하시겠네..”
우진이 한숨을 내쉬며 안으로 들어갔다.
“피곤해 보이시는데.. 쉬고 가실 생각이십니까?”
“예쁜 조카들한테 가라니까 왜 쫄래쫄래 따라오고 그래.”
주위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우진이 석찬을 바라보며 말했다. 석찬이 씽긋 웃으며 우진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힘들어요. 사장님 옆이 좋습니다.”
우진이 걸음을 멈추고 웃고 있는 석찬을 인상을 찡그리며 바라보았다.
“징그러운 놈.. 불량삼촌...”
“맞습니다. 타의 귀감이 되는 좋은 삼촌은 아니죠.”
석찬이 소리 내어 웃자 그가 고개를 돌리고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석찬이 그의 뒤를 따랐다.
안나와 마희와 은오는 식사를 하고 있었다.
“너 내년에는 이사한다고 했지?”
은오가 마희에게 물었다.
“응. 독립하겠다고 했지.”
“아버님이 허락하셨어?”
“말도 마. 엄청 싸웠어. 그래서 2년만 산다고 각서 쓰고 마무리 했지. 그래서 집은 안 사고 전세로 계약하려고.”
“그랬구나..”
“나중에 집들이 할 테니까 그 때 꼭 와.”
“이사할 때 불러. 도와줄게..”
“센터 하루 쉬고 평일 낮에 할 거야. 주말은 복잡하고 벌써 예약이 다 되어 있다고 하고.. 이
사는 사실 나 보다는 네가 해야 하는데.. 지금 사는 집 방범도 잘 안 되어 있지 않아? 부자
부모님 두고 있으면서 너는.. 왜 그러냐?”
“그게 내 돈이냐? 지금 사는 집은 내가 모은 돈으로 구입한 전세야. 지금이 좋아. 아버지가 고르시는 집은 너무 고급이라 불편해.”
“그건 그렇겠다. 하지만 그래도 조심해.”
“너나 조심해. 너는 늦게까지 혼자 일하면서.”
“가끔 그런 일이 있기는 한데 괜찮아. 주위에 경찰아저씨들이 종종 순찰 도시거든.”
“응..”
마희와 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데이트 하던 남자는 어쩌고 우리랑 이렇게 근사한 곳에서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자고 했어?”
“헤어졌어.”
“또?” “또?”
안나와 은오가 동시에 말했다. 마희가 입술을 내밀었다.
“그래.. 또 헤어졌다.”
“왜?”
“며칠 전에 데이트를 했었거든. 옆 자리에 앉은 여자들 외모보고 엄청 비웃는 표정을 짓더라. 완전히.. 깨더라고. 그래서 헤어졌어.”
“그 남자도 그러자고 했어?”
“몰라. 그냥 헤어지자고 하고 나왔거든.”
“그럼 안 돼.. 상대방도 합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이해는 할 수 있게 말은 해 줘야지.”
“자꾸 잘하겠다고 못 헤어지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
“그래도 그건 좀.. 오히려 이해 못하겠다고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면 어떻게 할래?”
“그래. 걱정되면 우리도 같이 가 줄게.”
“음.. 알았어. 전화해 볼게.”
“그래.”
세 사람은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사람이 외모가 다가 아닌데.. 지금의 내 겉모습만 보고 좋아한 것 같아서.. 그래서 싫었어.”
“알아. 네가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나는 반대였잖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이별통보에는.. 시간도 약이 안 되더라고. 그래서 그랬어.”
마희와 안나가 안쓰러운 듯 은오를 바라보았다.
“은오야..”
“그런데 말이야.. 좋은 이별이라는 게 있을까?”
“뭐.. 아름다운 이별같은 거? 난 거짓말같더라.”
“그래. 사랑하니까 떠나는 거야.. 라는 말이 제일 거짓말같아.”
“맞아, 맞아.”
세 사람은 다시 떠들썩해졌다.
“후식은 뭐 먹을래?”
“여기 바 있더라. 우리 칵테일 마시러 갈까?”
“그래.”
세 사람은 레스토랑을 나와 바(Bar)로 향했다. 우진과 석찬이 그녀들을 지나쳐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웃으며 안나와 마희와 걷고 있던 은오가 걸음을 멈추었다. 우진과 석찬이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간 뒤 은오가 뒤를 돌아보았다.
“왜 그래?”
안나가 은오를 바라보며 물었다. 은오가 고개를 저으며 미소지었다.
“아니야. 가자.”
“응.”
은오는 다시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고는 다시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온 길에 식사나 하자.”
“네.”
석찬이 우진과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은 주문을 하고 마주보았다. 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크리스마스이브를 네 녀석과 함께 마주보고 밥을 먹어야 하다니.. 정말 우울하다.”
“너무하시는 거 아니에요? 제가 싫으시면 여자비서로 다시 뽑으세요.”
“여자는 피곤해.”
“여자 때문에 미국으로 도망치듯 간 사람이 누군데..
그 때.. 정말 이쪽사람들 시끌시끌했었지.. 형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자가 도대체 누군가.
첫사랑과 잘 안 되고 다른 여자는 쳐다도 안 보던 형이 도망까지 갈 생각을 한 여자가 누군가
말들 많았어요. 그거 모르죠? 여자들 중에 꽤 많은 수가 누군지도 모르는 여고생을 질투하기
도 했어요.”
우진이 석찬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백실장. 요즘 내가 많이 풀어줬지? 기어올라라.. 아주..”
석찬이 자세를 바로 잡고 그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까불어. 그 얘기는 함구하라고 했지? 안 그러면 엉덩이를 발로 차서 쫓아낸다는 말.. 헛소리 아니야.”
“네. 앞으로 안 그러겠습니다.”
석찬의 결연한 표정을 바라보던 우진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석찬도 그런 우진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래도 보고 싶으신 거죠? 그럼 찾으시면 될텐데 왜 찾지 않으세요?”
우진이 시선을 내리며 와인잔을 들었다.
“우린 술 못하니까 논알콜로 마실까?”
“난 알콜 들어 있는 걸로 마실래.”
마희가 메뉴판을 바라보며 말하자 안나와 은오가 눈빛을 주고받았다. 마희가 메뉴판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둘이 자꾸 그러면 질투한다.. 뭐 어때. 오늘은 한 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은오와 안나가 미소지었다. 안나가 말했다.
“미안해. 난 한 모금에도 어지러워. 난 논알콜로 할래.”
“나도. 오늘은 취하면 정말.. 꼴불견이 될 것 같아. 울고불고 할 것 같은데.”
“그게 나빠? 그렇게 스트레스 푸는 거지..”
하지만 결국 안나와 은오는 논알콜 칵테일을 선택했고, 마희는 알콜이 들어간 칵테일을 골랐
다. 잠시 후 색이 예쁜 칵테일이 그녀들 앞에 차례로 놓였다. 안나가 선택한 칵테일은 오렌지,
레몬, 파인애플 주스가 혼합된 예쁜 색의 Sunshine 이라는 칵테일이었다.
“음.. 맛있어..”
은오는 크랜베리, 사과, 라임주스가 혼합된 음료에 슬라이스오렌지와 체리로 장식된 Seabreeze 라는 칵테일을 선택했다.
“내 것도 괜찮은데?”
마희가 선택한 칵테일은 스카치위스키와 드람뷔로 만들어진 Rusty Nail이라는 칵테일이었다.
“음.. 생각보다 괜찮아. 달달한 것 같은데.. 마셔볼래?”
마희가 잔을 들어 은오와 안나에게 건네려고 하자 두 사람이 고개를 저었다.
“너두 너무 마시지 말고..”
“알았어.”
마희가 방긋 웃자 은오의 눈이 가늘어졌다. 안나와 은오가 서로를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큰일났다..”
“그럴 것 같지?”
“두 사람.. 지금 날 사이에 두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마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하자 미소 지은 은오와 안나가 양 쪽에서 마희를 안았다.
“앞으로 2시간 후의 일이 상상이 돼서..”
“무슨 일?”
2시간 후에 마희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데 은오와 안나가 양쪽에서 그녀를 부축했다.
“키가 커서 그런가.. 힘들다..”
안나가 낑낑거리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러니까 적당히 마시라니까..”
“아무래도.. 생각난 것 같지?”
“누구.. 개똥이?”
“풉... 응.. 개똥이.”
은오의 말에 안나가 웃음을 터트렸다.
“아이고.. 웃을 힘도 없다.”
“침대에 얼른 눕혀야겠다.”
“그래.”
은오와 안나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안으로 마희를 데리고 들어갔다. 문이 닫히려는데 누
군가 문을 열었다. 마희를 부축하고 있는 안나와 은오가 고개를 들어 들어오려는 사람을 바라
보았다. 정장과 코트를 입은 키가 큰 남자가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그러자 그 남자보다 조금
더 큰 남자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안나와 은오의 눈이 커졌다. 은오가 숨을 쉬지 못하고 고
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석찬이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인사를 하고 버튼을 눌렀다. 우진은 타자마자 술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 여자들을 대충 보고 몸을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안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엘리베이
터 문에 비친 우진을 노려보았다. 석찬이 우진을 노려보고 있는 안나를 보았다. 인상을 찡그
리고는 고개를 돌려 안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우진을 바라보았다.
“왜..”
우진이 석찬을 바라보지 않고 물었다.
“아닙니다.”
우진은 젊은 여자들이 술에 취해 있는 모습이 싫어서 인상을 찡그렸다. 고개를 돌리려다가 문에 비친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어디에서 본 것 같은데.. 누구지?’
우진이 생각을 하다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천천히 몸을 돌려 뒤의 여자들을
바라보았다. 안나는 화를 참느라 턱이 부들부들 떨렸고, 가운데에 서서 비틀거리고 있는 마희
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떨리는 시선으로 고개를 돌리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은오가 보였다.
“사장님.”
석찬이 우진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이다.”
우진이 은오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은오는 그를 바라보지도 못하고 그의 말에 대답도 하지 못했다.
“10년만이니까.. 오랜만은 오랜만이네요. 그쵸?”
안나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진이 고개를 돌려 안나를 바라보았다.
“넌 여전하구나. 키가 10년 동안 하나도 안 자랐네.”
“진짜.. 우리가 농담할 사이예요?”
“사장님.. 아시는 분들이십니까?”
석찬이 우진과 그녀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내 제자들. 내 마지막 제자들이야.”
석찬이 놀란 표정으로 그녀들을 바라보다 벽을 바라보고 있는 은오에게 시선이 멈추었다. 그리고는 우진을 슬쩍 바라보았다.
“인사해.”
우진의 말에 석찬이 고개 숙여 인사하려고 하자 안나가 그를 바라보았다.
“인사받을 일 없어요. 우리가 인사할 사이는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선생님?”
엘리베이터가 그녀들이 묵고 있는 층에서 멈추었다. 안나가 마희를 벽에서 떼어냈다.
“가자.”
은오가 고개를 숙이고 마희를 부축한 손에 힘을 주었다. 마희가 고개를 들어 주위를 바라보다 우진을 바라보았다.
“아! 유우진 선생님.. 선생님이다.. 안녕하세요?”
마희가 인사를 하자 안나가 인상을 찡그리며 마희의 팔을 잡아당겼다. 세 사람이 내리자 엘리베이터문이 닫혔다.
“기절하면 안 돼. 방에 가서 마희 침대에 눕히고.. 그리고 나면 쓰러져도 내가 널 받아 줄 수 있지만 지금은.. 안 돼..”
“....”
은오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이 부드러운 카페트 위로 떨어졌다.
“바보..”
안나가 눈물을 글썽이며 중얼거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우진이 떨리는 손을 들어 벽을 짚었다. 석찬이 놀란 표정으로 우진을 부축했다.
“사장님.”
우진이 눈을 감고 턱에 힘을 주었다. 석찬은 그런 그를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우진이 손을 들어 셔츠 맨 처음 단추를 풀고 넥타이 안쪽으로 손가락을 넣어 아래로 내렸다.
“답답해.. 숨을 쉴 수가.. 없어..”
그가 땀을 흘리며 벽에 몸을 기대었다. 석찬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자 다음 층에서 엘리베
이터가 멈춰섰다. 우진이 밖으로 나가 허리를 구부리고 손으로 무릎을 짚은 채로 숨을 몰아쉬
었다. 석찬이 그를 가까운 소파에 앉히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마희를 침대에 눕히자 은오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안나가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고는 바닥에 앉아 있는 은오 앞에 자신도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소리없이 울고 있는 은오를 안았다.
“바보야.. 10년이나 지났는데.. 인사조차 못하면 어떻게 해..”
안나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던 눈물이 은오의 어깨에 떨어졌다.
“얼굴은.. 봤어? 얼굴도 못 봤지?”
은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숨도 제대로 못 쉬다가 쓰러지는 줄 알았잖아..”
은오가 신음같은 소리를 내며 눈물을 흘렸다.
“시원하게 욕이라도 해 줄걸.. 이렇게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나? 당황해서 욕도 못해준 게.. 분하다.. 정말.. 나쁜.. 선생님 같으니라구..”
은오가 피식 웃었다.
“웃겨?”
“이 상황에서도 나 생각해주느라 나쁜 놈이라고 안 하니까..”
은오가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들어 안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어때 보여?”
“누구.. 선생님?”
은오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비서까지 있는 거 보면 모르겠냐? 사장님이라잖아. 부자로 엄청 잘 살고 있는 것 같더라."
“....”
“선생님도 여기에서 묵으시는 것 같던데.. 만나.. 볼래? 내가 알아볼까?”
은오가 고개를 저었다.
“뭐하러..”
“설명해 달라고 해. 그 때.. 10년 전에 왜 그랬는지.. 제대로 설명 안하고 떠났잖아. 이상한.. 말도 안 되는 변명만 하고 갔잖아..”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어. 살다가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꼭 물어봐야지. 그 때 왜 그랬었는지, 나한테 왜 그랬는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겁나. 겁난다.. 선생님한테 사실을 듣는 게 무서워..”
“못 살아.. 정말..”
은오가 슬픈 미소를 지으며 안나를 바라보았다. 안나가 손으로 눈물을 닦아도 자꾸만 흐르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기다려. 아이스크림 사올테니까..”
“응.”
안나가 가방에서 야구모자를 꺼내 푹 눌러 쓰고 지갑을 들고 방을 나갔다. 은오도 잠시 후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정원을 수놓은 꼬마전구가 마치 동화 속 풍경처럼 보였다.
로얄스위트룸의 침대에 누워 있는 우진의 이마에 올려 진 차가운 수건을 손을 들어 떼어냈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
“형.. 괜찮아?”
석찬이 다가와 물었다.
“응. 약이 이제 좀 듣나보다.”
“시원한 물 마실래요?”
“그래.”
냉장고에 가서 찬 물을 꺼낸 석찬이 뚜껑을 비틀어 그에게 한 개를 내밀었다. 물병을 받아 든 우진이 뚜껑을 열고 물을 마셨다. 그리고 손등으로 입가의 물을 닦았다.
“고맙다. 아무 말도 안 해줘서.”
“무슨 말을 해? 기절할 것 같이 창백해진 사람한테..”
“그 쪽한테는..”
“아줌마한테 말 안 해. 그렇게 나를 모르나?”
우진이 힘없이 웃고는 물병을 옆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오른 팔을 들어 이마위에 올려놓았다.
“걱정 된다.. 정말..”
우진이 석찬을 바라보았다.
“네 걱정이나 해, 인마.”
“세 명중에 누군지 딱 봐도 알겠더만.. 헤어질 때 제대로 설명 안 했어?”
“뭐라고.. 뭐라고 설명하냐?”
석찬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는 우진을 바라보았다.
“803호.”
우진이 천천히 눈을 떴다.
“뭐?”
“803호에 묵고 있다고. 가 봐. 보고 싶잖아.”
우진이 다시 눈을 감았다.
“까분다. 누가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라고 했어?”
“설명 제대로 해요. 혹시 알아요? 이해해 줄지..”
“운 좋은 줄 알아. 네 엉덩이 걷어차고 싶지만 지금 기운이 없어서 참는 거야.”
“형..”
“하아... 30분.. 30분만 쉬었다가 집으로 가자.”
석찬이 더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몸을 돌려 방을 나왔다.
“야. 여기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있더라. 아이스크림 케이크 사왔어. 너는 무슨 맛 먹을래?”
안나가 아이스박스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은오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폭신한 의자에 앉았다.
“난 이거..”
은오가 요거트 맛 부분을 숟가락으로 떠서 한 입 넣었다.
“음.. 맛있다.”
안나는 커피 맛 부분을 숟가락으로 떠서 입에 넣었다.
“다 먹어? 마희 건 냉동실에 넣어 둘까?”
“먹고 싶다고 하면 내일 사 주면 돼. 그냥 다 먹자.”
안나의 말에 은오가 웃음을 터트렸다.
“왜 웃어?”
“쿡쿡.. 그렇잖아. 배탈 나겠다. 이걸 어떻게 다 먹어..”
“웃지 마. 울고 싶으면서 웃고 있는 네 모습 보는 거.. 힘들어.”
은오가 입은 웃고 있지만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진짜 끝내준다. 정말.. 울고, 웃고, 아이스크림 먹고.. 이보다 더 추할 순 없을 것 같은데?”
“못 살아..”
두 사람은 눈물을 닦으며 배가 아프도록 웃음을 터트렸다. 그 때 벨이 울렸다. 두 사람은 웃음을 멈추며 문을 바라보았다.
“뭐지?”
안나가 은오를 바라보며 물었다.
“글세?”
다시 벨이 울리자 안나가 일어났다.
“누구세요?”
“사장님 비서실장인 백석찬입니다.”
안나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은오를 바라보았다. 은오도 자리에서 일어나 안나 옆으로 걸음을 옮겼다.
“왜.. 오신 거죠?”
“문 좀.. 열어주시겠습니까?”
안나가 문을 열려고 하자 은오가 안나의 팔을 잡았다.
“선생님도 같이 왔으면 어떻게 해..”
“괜찮을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까 너는 문 뒤에 숨어 있어.”
안나가 은오를 문 뒤로 밀고 문을 열었다. 석찬이 고급 와인이 있는 룸서비스 와인 트롤레이를 앞에 두고 안나를 바라보았다.
“이게 뭐에요?”
“제가 드리는 겁니다.”
“왜 주시는 건데요?”
“제가 모시고 있는 사장님의 제자분들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런 말에는 안 속아요. 원하는 게 뭐에요?”
그가 날카로운 눈으로 안나를 바라보았다.
“부탁이 있어서 왔습니다.”
“부탁이요?”
“네.”
“말씀해 보세요.”
“함께 가주셨으면 하는데요.”
“어딜요?”
“당신 말고.. 문 뒤에 있는 아가씨..”
안나가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데 은오가 문 뒤에서 나왔다. 석찬이 은오를 바라보았다.
“어딜 같이 가요?”
은오가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사장님 지시는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하면 사장님한테 혼날테지만.. 사장님은 쓰러지셔서
지금 약 드시고 누워 계십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알고 지낸 분이지만 저렇게 힘들어 하는 모습
은 처음이라.. 부디.. 함께 동행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프..세요? 어디가..”
은오가 마른 침을 힘겹게 삼켰다.
“어디가.. 얼마나 아프세요?”
석찬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변하는 은오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쓰러지셔서.. 지금은 조금 괜찮아지셨습니다.”
은오가 몸을 움직이려다가 고개를 숙였다.
“그래요..”
안나가 속상한 표정으로 은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석찬을 바라보았다.
“은오.. 데리고 다녀 오세요.”
은오가 고개를 들어 안나를 바라보았다.
“보고 와. 얼마나 아프신지.. 궁금하잖아.”
“하지만..”
“다른 이유 없다고 해. 없는 거예요.”
안나가 고개를 들어 석찬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갔다 와.”
은오가 머뭇거리자 안나가 그녀의 등을 밀었다.
“그런데요.. 이건.. 안 받아요. 술 마실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이런 거에 넘어가서 은오 데리고 갔다 오라고 한 거 아니니까..”
“알겠습니다.”
그가 은오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로 향하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자 직원이 나타나 트롤레이를 갖고 가버렸다. 안나는 문을 닫았다.
“괜찮겠지..”
길게 한 숨을 내쉬었다.
첫댓글 재미있게봤어요
하하하.. 감사해요..^^
ㅋㅋㅋ안타까운건지 앞으로가 기대되는건지??? 그래도 성인이니 서로 감당하겠죠???
네.. 그렇겠죠..? ^^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