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들이 점수를 꾸역꾸역 뽑으면 투수들이 그것보다 더 많은 점수를 내줍니다. 투수들이 어떻게 잘 막아내면 타자들이 또 점수를 못 뽑죠. 투수와 타자 둘 다 버틴 날은 수비에서 사고가 생깁니다. 이런 경우를 두고 좋게 의미부여를 해서 '투타의 불균형'이라고 말하는 데 정확하게 표현하면 '야구를 못한다'는 뜻입니다.
경기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KT도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쿠에바스는 공 힘들게 던졌고 강백호와 유한준에 조용호 등이 없는 타선은 작년과 파괴력이 달랐죠. 우리 타선도 답답했지만 KT 타자들도 적시타를 못 쳤는데 거기서 우리 수비와 투수들이 점수를 그냥 갖다 줬네요. 마치 누가 더 야구를 못하는지 겨루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사이에 우리 타자들은 역시 못 쳤고요. 뭐 정확히 말하면 오늘은 투타의 불균형이 아니라 그냥 다 못했습니다. 장시환이 좋은 공을 던졌는데 윤호솔이 아웃 하나도 못 잡고 출루 4개를 허용했으니 불펜이 불균형하긴 했군요. 뭐 별 의미는 없지만 말입니다.
타격은 사이클이 있습니다. (원래 평균 이상의 공격력을 갖춘 타자라면) 지금은 못쳐도 언젠가 잘 치죠 그러면 반대로 지금 잘 치는 타자들은 언젠가 못 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오히려 희망적(?)이겠네요. 터크먼 빼고 나머지 8명이 다 못치니까요. 비유하자면 이대호와 여덟난장이 시절의 롯데와 같은데, 이러면 점수를 얻기가 힘들죠. 정은원 노시환이 지금보다 잘 칠때 터크먼의 페이스가 내려갈 수도 있는거고요. 이래서 라인업에 기본적으로 선택지가 많아야 하는데 우리는 그것도 없죠.
하주석은 지난해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했지만 사실은 커리어 통산 AVG .266에 OPS .696찍은 타자입니다. 훌륭한 유격수지만 파괴력 있는 중심타자는 아니죠. 김태연은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던 코어 유망주지만 풀시즌은 커녕 아직 반시즌도 제대로 뛰어보지 않은 통산 AVG .256에 OPS .727타자고요. 이 둘은 하위타선에서 힘을 쏠쏠하게 보태고 출루율과 장타율 높은 중심타선을 뒷받침해야 할 선수들인데 본인들이 클린업에 들어가 있는 팀 사정이 아쉽네요. 게다가 그 선수들 역시 타격 페이스가 가라앉아 있고요
김태균-송광민-이성열-최진행-이용규가 라인업에 있을 때 사람들이 걱정하던 게 바로 이거였죠. 팀에서 가장 나이 많은 5명이 팀에서 가장 잘 치는 5명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이 문제의식이 제기된 게 벌써 수년전인데 결국 해법을 못 찾았네요. 그 선수들이 나가고 젊은 선수들이 라인업에 올라온 건 해법이 아닙니다. 그 선수들과 공격력 차이가 적은 타자들이 라인업에 서는 게 해법이죠. 그걸 과연 언제쯤 찾을지 의문이네요. 정은원 노시환 하주석이 모두 부상없이 작년보다 훨씬 더 잘 치고 나머지 타자들도 1-2명 이상 알을 깨고 확 올라와야 그나마 비슷한 모습이라도 찾을텐데 말입니다.
우리가 한 가지 생각해보아야 할 게, 외국인 타자 터지고 상위타선 5명 분발하면 우리도 경쟁력 있는 타선을 갖춥니다. 그런데 다른팀 모두 외국인과 상위타순에는 그 정도 기대 합니다. 우리의 경쟁상대가 21이글스가 아니라 22KBO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작년에는 기회를 놓쳤고 올해 구자욱도 이미 물 건너갔는데, 앞으로 그런 기회가 오면 간절한 마음으로 간 쓸개 다 빼주면서라도 꼭 그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네요. KIA 오늘 졌지만 나성범은 또 출루 2번 했고 NC 박건우는 3안타에 타점 그리고 득점도 올렸더군요. 매번 의미없는 가정하는 게 저도 짜증나지만 그 둘이 우리 라인업에 있었으면 오늘 득점이 KT보다 많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 경기가 좀 거칠었습니다.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상대 중심타자가 헤드샷에 교체됐고 그것 말고도 사구가 한번씩 서로 오갔으며 상대 머리쪽으로 날아간 공도 있었죠. 주자의 슬라이딩이 박경수의 발에 들어가기도 했고요. 내일 경기에서 쓸데없이 험한 분위기 연출하면서 싸우고 그러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다고 팀이 하나로 뭉쳐 경기에 이기고 그러는 건 쌍팔년도에나 하던 생각이니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