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유별하니 남녀의 교제를 황망히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성
별(聖別)이다. 성별을 해야 구속(救贖)이 온다. 외물(外物)에서 구하는
것부터 구별하면 위로 올라가는 올바른 정신이다. 당길심 있게 시간적
으로 띄우고 공간적으로 멀리하여 성별을 한다. 결코 급하게 쉽게 사귀
는 따위의 경솔을 저지르지 않는다. 곱게 보인다고 곧 바로 가까이하지
않는다. 곱고 좋다고 가까이 하면 위태하며 성별해야 구속이 온다. 짝
사랑을 하면 상대는 좀더 배를 탁 튀기고 내쳐 비싸게 군다. 그래서 이
쪽은 바탈에 아픔을 받는다.
혼자 사는 독생자(獨生子)가 아주 편하며 죄에 들어갈 염려도 없다.
자기 혼자 독립해 사니 인애(仁愛)로 마침내 마치게 된다. 구하는 것
도 없고 맛보는 것도 없다. 호기심도 나지 않는다. 인애로 독생(獨生)
을 해야 한다. 성별을 자꾸 하면 절로 혼자 살게 된다. 당치않은 값으
로 소용된 물건을 무리해서 살 필요가 없다. 이는 안 사면 못 사는 것
이 아니라 그만두는 것이다. 호기심에 이끌려서 재미가 있을 듯 해도
그런 것도 이 세상에 있나 하고 그냥 지나간다. 미인의 코에서는 콧물
이 안 나오고 미인의 눈에서는 눈물이 안 나는가? 그 창자에는 똥이
없는가? 그 살가죽에서 떨어지는 때는 때가 아닌가? 석가는 미인도 똥
자루 핏자루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진.선.미가 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그렇다고 혼자서 제 콧속에는
코도 없고 제 창자에는 똥이 없는 것처럼 해도 안 된다. 그것은 사회에
대한 모독이다. 우리는 오로지 인애(仁愛)에서 독생(獨生)하기를 바라
야 한다. 자기의 꿈을 독생에 두고 성별(聖別, consecration)해서 구속
받아야 한다. (1957)